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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173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3.29 07:50
조회
106
추천
4
글자
13쪽

56. 보호

DUMMY

“... 전쟁이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죠.”


... 갑자기 함무라비가 나온다고? 하긴. 정확히 보면 여긴 기독교나 천주교는 아니니까...


“하지만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저희 ‘자녀’들은 주님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노력을 하고 있죠.”


“... 그래서 그 복수의 대상은 누구죠?”


그 복수의 대상이 바넘의 원수일 수 있다고 하니 베르는 심장의 고동이 빨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부분도 저희가 전쟁을 막고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사실 이게 ‘소거법’으로 찾은 거라서 확증이 없거든요.”


“소거법이요?”


“네. 절대로 아닌 세력들부터 하나씩 지워가다 보면 남은 곳이 있을 테니까요.”


“... 그래서 의심 가는 곳은 어디죠?”


목사는 잠시 낮은 신음소리를 냈다.


“음... 뭐 최대한 정보를 주겠다고 했던 것이 저니까 이야기를 해드리는 것이 맞겠죠.”


목사는 손가락을 꼽기 시작했다.


“일단 주의 자녀는 서로를 해할 수 없어서 내부의 배신은 아닐 것이고, 바넘의 죽음으로 어라우절도 대상에서 빠졌습니다. 그리고 백야를 만났는데... 주님의 판단으로는 백야도 아니라고 하시더군요.”


순식간에 세 개의 손가락이 굽혀졌다.


“그리고 각성계의 나머지 악마들은, 솔직히 말하면 뭉칠 수 없는 상태라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게 해보면 결국 대상이 현실계에 있다는 판단이죠.”


“... 현실계요?”


“네. 현실계에서 각성계를 오갈 수 있는 무리는 꽤 많으니까요.”


“많아요?”


“... 설마 각성자가 본인들뿐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죠?”


문득 얼마 전에 바람처럼 찾아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로테’가 생각났다. 그 사람처럼 숨어서 지내는 각성자들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으니까.


“그건 아니죠.”


“오히려 어라우절은 그 중요성에 비해서 적은 그룹이었죠. 상당히 배타적이었으니까요.”


배타적이라고?


“바넘과 설단 위주의 결정에 움직이는 그룹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각성명으로 묶이는 것도 그렇고...”


그렇게 들으니 약간은 경직된 그룹인 것 같기도 한데... 하지만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저희는 그렇게 폐쇄적이지 않습니다.”


“폐쇄적이진 않은데, 인원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운 집단이죠.”


최근에 마구 받아들이고 마구 스트루프 했던 것을 생각해 보면 그렇지도 않은데.


“... 아마도 방법이 서툴렀을 수도 있죠.”


목사는 쿨하게 인정했다.


“그럴 수도 있죠. 제가 있을 때만 해도 솔직히 점집에서 그렇게 이야기하면 사이비 냄새가 솔솔 풍기는 느낌이었으니까요.”


아. 그건 인정.


“저희는 일부의 각성자들이 국가 또는 현실계의 단체와 엮여서 활동하고 있고, 그들을 통해서 뭔가 작전이 들어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국가요?”


“국가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죠.”


목사는 말을 덧붙였다.


“물론 주님은 의심하고 계시지만 말입니다.”


... 국가와 싸워야 한다고? 뭔가 현실감이 없어지는데... 아니 애초에 각성자가 되면서 현실감 같은 건 없어진 것은 아니었나?


“일단 당장에 전쟁이 터질 것은 아니지만 경계가 무너진 이상 충돌은 시간문제라서... 장기적으로는 어라우절도 피해 갈 수 없을 겁니다.”


“... 그렇군요.”


베르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바넘을 죽인 게 국가 소속이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반정부 테러라도 해야 하나?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은 것 같군요. 오늘의 대화는 현우 군에 대한 감사의 인사이기도 하지만 바넘과 설단에 대한 사죄이기도 합니다.”


“네?”


“저도 각성자였으니까요. 그들의 입장에서는 배신자죠.”


“아...”


그러고 보니 그 부분을 잊어버리고 있었다.


“저는 충돌을 원하지 않습니다. 어떻게 봤을 때는 형도... 저 때문일지도 모르죠.”


목사는 쓴웃음을 남기고 현우엄마와 인사를 나눈 뒤 가버렸다.


복잡한 머릿속의 베르만 남기고.


-----------------------------------


잠을 설친 베르였지만 결국 나름의 결론을 내렸다.


고민한다고 해결될 것이 무엇이란 말인가? 일단 넘어가자는 게 베르의 결론이었다.


자신이 혼자 다루기에는 너무 머리 아픈 일이었다.


국가와의 전쟁이라니. 아니 말이 국가와의 전쟁이지 그게 어디까지 확전 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 모르겠다.”


TV에서는 ‘게이트 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엇갈리고 있었지만 장기적인 국익을 위해서는 먼저 진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힘을 얻고 있었다.


그리고 이미 국가는 진출해서 연구 중일 거라는 의견도 다수였다.


“강대국의 군사적 훈련이 활발한 가장 큰 이유가 지금 게이트 안에서의 군사 활동 때문이 아닌가 그런 의심을...”


경계가 무너졌다는 것은 스트루프도 무너진 것일까.


베르는 문득 각성계가 궁금해졌다. 악마들은 어떻게 된 걸까.


그때 창문 밖이 뭔가 소란스러운 느낌이었다. 베르는 자기 방 창문을 열고 밖을 내려다보았다.


동네 입구에는 경찰차가 몇 대 보였고 아래는 폴리스 라인 같은 게 보였다. 어디서 사고라도 발생한 걸까?


그 순간.


동네 어귀에서 이쪽을 둘러보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찾았다.”


아주 먼 거리였지만 베르는 순간 상대방이 씨익 웃었다고 느꼈다.


깜짝 놀란 베르가 창에서 황급히 물러섰다. 그리고 물러서는 베르를 누군가가 뒤에서 붙잡았다.


“헉!”


베르는 재빨리 빠져나가려고 했지만 그 순간 붙잡은 사람이 귀에 대고 말했다.


“쉿! 나야.”


“... 머콘?”


뒤에서 붙잡은 건 머콘이었다. 아. 그러고 보니 등뒤의 감촉이... 아니 지금 이런 상황에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아니 지금 그게 아니라...”


“봤지?”


뭘요?라고 물을 수가 없었다. 아마도 방금 눈이 마주쳤던 것을 의미하는 것이리라.


베르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하아... 아직인데...”


머콘은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저 사람들은 뭐죠?”


“음... 정부 요원이랄까...”


그 말을 듣자 오늘 목사가 들렀을 때 들었던 말들이 생각났다.


“정말로 저 사람들이... 바넘을 죽인 건가요?”


“뭐?”


“주의 사도 말로는 바넘을 공격한 것도 국가 소속 각성자일 거라던데...”


머콘은 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주의 사도를 만났다고? 언제 만난 거야?”


“저녁에 집에 찾아왔어요.”


“그럼 뒤를 밟힌 거군.”


“네?”


“아마도 그 주의 사도를 쫓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은데... 그러다 네가 걸려든 거지.”


“그런...!”


“아니면 그 주의 사도가 일부러 여기로 끌어들였을 수도 있고.”


그렇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 않았는데?


“사기꾼이 나 사기꾼이요 하고 다니는 거 봤어?”


아니 내가 말도 안 했는데 어떻게 읽으시는 거죠?


“일단 당장은 방법이 없네... 이번엔 내가 처리를 할게.”


“머콘이요?”


“그래.”


머콘이 베르의 두 뺨을 양손으로 감쌌다.


“걱정하지 마. 나는 충분히 강하니까.”


그러고 보면 머콘이 백야를 이겼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했다. 과연 스트루프를 한 머콘은 얼마나 센 걸까?


“그런데 집 안에서 싸우면 가족들이 위험하지 않겠어? 내가 나가서 싸우는 게 나을 거 같네.”


머콘은 창문을 열더니 훌쩍 뛰어내렸다.


... 여기 2층인데.


“어?”


밖에서 머콘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렸다.


베르는 창문 밖을 내다봤다.


“어떻게 된 거야?”


경찰과 이상한 사람들로 시끌시끌하던 바깥은 조용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내가 돌려보냈지.”


누군가 옆쪽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 로테?”


저번에 바람처럼 왔다가 사라졌던 로테였다. 저쪽 편이었나?


“경계할 필요 없어. 말 그대로 돌려보낸 거니까.”


로테의 모습은 저번과 달랐다. 약간 더 나이가 든 남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왠지 로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능력은 이럴 때 유용한 거니까.”


“뭐야? 로테야?”


그제야 머콘도 로테를 알아보았다. 머콘은 로테를 보고 웃었다.


“몰래 지키고 있던 거야?”


“아니.”


“지키고 있던 거 맞는 거 같은데?”


로테는 머콘을 무시하고 베르에게 말했다.


“일단 돌려보내긴 했지만 저들도 얼마 있으면 알게 될 거야. 피하는 게 어때?”


“... 하지만 어머니랑 동생이...”


로테는 뭐가 마음에 안 드는지 인상을 찌푸렸지만 잠시 고민했다.


“그럼 어머니와 동생은 내가 설득하지. 너는 어라우절에서 먹고 자도 상관없겠지?”


“... 저야 상관없는데...”


“그럼 너는 어라우절에 가 있고 어머니와 동생은 내가 숙소를 따로 잡아주지.”


“...”


베르는 아직 로테를 완전히 믿을 수 없었다.


“괜찮아. 믿어도 돼.”


옆에서 머콘이 말했다.


“어머니랑 동생은 내가 지켜줄게.”


“그럼 부탁 좀 드릴게요.”


그 말에 로테가 다시 인상을 찡그렸다.


“나는 못 믿고 머콘은 믿는 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아무래도 같이 있던 시간이 있다 보니...”


머콘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싱글벙글이었다.


“그러게 누가 늦장을 부리래?”


“시끄러워.”


로테와 머콘은 사이가 그렇게 좋아 보이진 않구나.


-----------------------------------


로테는 생각보다 언변이 좋았다. 게이트에 대한 내용과 섞어서 위험한 상황임을 어필하자 결국 어머니와 동생은 마지못해 머콘을 따라나섰다.


“이 여자분은 누구셔?”


“안녕하세요. 현우 직장 동료인 김지희라고 합니다.”


“어...? 저번에 그 실종됐다던 아가씨?”


“아...”


그때 형사가 집에 찾아오기까지 했기 때문에 현우 엄마는 머콘을 기억하고 있었다.


“실종은 아니었고, 사정상 잠시 연락이 끊긴 거였고 결국 돌아왔어요~”


“아무튼 잘 됐네요. 우리 현우도 걱정 많이 했는데.”


“어머. 그래요? 저한테는 그런 내색도 안 하더니...”


점점 대화가 이상한 방향으로 빠지는 것 같은데.


“빨리 이동하죠. 언제 돌아올지 모르니.”


옆에서 로테가 재촉했다.


“네. 알겠어요.”


결국 머콘은 로테에게서 주소를 받아 들고 현우 엄마와 동생이 머물 곳을 향해서 갔다.


그리고 베르는 로테의 차를 타고 어라우절로 이동하게 되었다.


“감사합니다.”


“어차피 지켜야 했어.”


그때의 그 맹약 때문인가?


“그 왕의 맹약 때문인 건가요?”


맹약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로테가 움찔했다.


“... 그래.”


문득 생각이 났다.


“그럼 원래 본모습이 어느 쪽이에요?”


“둘 중 아무 쪽도 아니야.”


“아. 그렇군요...”


운전을 하던 로테가 미묘한 표정으로 베르를 흘끗 쳐다봤다.


“그런데 넌 어떻게 내가 로테라고 확신한 거지?”


“아...”


그러고 보니 그러네.


난 심지어 본모습도 모르는데.


“그냥 그런 느낌이 들었는데... 그게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


“아무튼 감사합니다. 크게 곤란할 뻔했는데 다행이에요.”


“... 그래.”


베르는 이전에 로테와 나눴던 대화에 대해서 떠올렸다.


내가 각성계의 왕이라니. 나와 무슨 계약을 했기에 지키고 있던 걸까.


“계약이 뭔지 기억하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그 말에 로테가 다시 움찔했다.


“... 아니. 그건 내가 미안하다. 계약을 해놓고 늦게 찾아왔으니... 너는 계약을 이행했는데...”


“... 저는 이행했다고요?”


“그래.”


내가 뭘 한 거지?


“저는 제가 뭘 했는지 모르는데요...”


“그렇겠지.”


당연하다는 듯이 받는 걸 보면 아마도 내가 모르는 것이 이상하진 않은가보다.


“... 너는 각성계의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장 마음에 걸렸던 일을 결국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제가 각성계의 왕이라고 하셨잖아요.”


“그래.”


“그럼... 제가 악마들의 왕이었다는 거죠?”


그 말에 로테는 한참을 대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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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49. 결심 +2 23.03.22 117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3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2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8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45 44. 고백도 안 했는데요 +1 23.03.19 119 5 14쪽
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1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6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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