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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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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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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0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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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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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02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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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60. 시작

DUMMY

각성계의 왕에 대한 이야기가 퍼진 것은 중국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표현이 좀 이상하군. ‘있었다’라는 건 지금은 없다는 건가?”


“그런 것 같습니다.”


같은 시각, 미국의 CIA에서는 UO(Unidentified Objects) 전담부서가 각성자 관리를 담당하고 있었다.


부장은 골치 아프다는 기색을 내비쳤다.


“정확히 아직 살아있다는 거야? 아니면 죽어서 없다는 거야?”


“아마도 실종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장이 못마땅하게 담당자를 쳐다봤다.


“이쪽일 한지 몇 년째인데 그렇게 애매한 답을 가져오는 거야?”


“... 죄송합니다.”


“그럼 그 ‘신이라고 지칭하는 자’와는 무슨 관계지? 둘이 다른 존재라는 거겠지?”


“... 그것도...”


“뭐 하나 제대로 건져 온 게 없군. 그래놓고 뻔뻔스럽게 보고를 하러 오나?”


“... 죄송합니다.”


부장은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SF영화 같은 것으로 생기는 관심을 제외하고 이렇게 UO부서가 관심을 받은 적은 처음이었다. 소위 외부에서는 UO로 가는 것을 두고 ‘유배’를 가는 것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관심을 받으면 백악관에서 전담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그 이전에 공을 세우든 뭐라도 내놓아야 자신의 앞날에 도움이 될 상황이었다.


누군가가 브리핑을 하던 담당관에게 다가와서 귓속말과 함께 자료를 건넸다.


곧 죽을 것 같이 보이던 담당관의 얼굴에 화색이 돌아왔다.


“방금 CIA 아시아지부를 통해서 들어온 정보인데, 아시아권에서 ‘각성자의 왕’을 찾는 움직임이 있다고 합니다.”


“당연하지. 걔들은 뭐 바보인 줄 알아?”


기분이 좋지 않은 부장에게는 그저 쓸데없는 이야기로 들리고 있었다.


“특히 지금 한국 정부의 움직임이 이상하다는 첩보가 들어왔습니다. 한국 지부의 판단으로는 한국 역시 ‘각성자’의 지배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멍청한 것들.”


전쟁 중이거나 불안정한 국가들 중 일부가 각성자들에 의해서 전복되었다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돌고 있었다.


하지만 한국은 외부의 입장에서 봤을 때 충분히 선진국이고 체계적인 국가였다.


“그리고 이게 오늘 들어온 미디어 분석 팀의 새로운 보고입니다.”


부장은 받아 든 보고서의 제목만 보고서도 눈을 찡그렸다.


“K-pop?”


“지금 빌보드 차트에도 올라와 있다고 합니다.”


“이거 확실해?”


“더블 체크 후에 올라온 것으로 신뢰도가 높습니다.”


부장이 펼쳐든 보고서에는 ‘데스티니’의 사진이 인쇄되어 있었다. 그는 보고서를 읽으며 중얼거렸다.


“케이팝 음악에 각성계의 암호코드가 들어있다고?”


“네. 거기에 나온 가수들이 각성자일 가능성도 의심해 보고 있습니다만, 현재까지의 조사로는 각성자는 아닌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럼 작곡가나 프로듀서가 문제야?”


“그쪽을 지금 확인해 보고 있습니다.”


-----------------------------------


데스티니의 해외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서 상대적으로 어라우절 엔터테인먼트는 조금은 한산해졌다.


특히 데스티니가 해외를 도는 기간에는 관련 스텝들이 대거 빠져나간 상태라 더욱 사무실이 조용한 편이었다.


“뭐 조용하니 좋구먼.”


이춘봉이 차를 마시면서 말했다.


“그동안 어디에 계셨습니까? 한동안 안 보이셔서 걱정했어요.”


“아직 네놈이 걱정할 만큼 늙지 않았다.”


“그거야 모르죠.”


설단은 진심이었다. 바넘이 가버린 이후에 설단에게 남은 오랜 동료는 다 늙어버린 이춘봉과 박만운뿐이었다.


“만운이 형님은 어디 가셨어요?”


“우리가 맨날 붙어 다니니까 항상 같이 있는 줄 아나 보지? 왜? 화장실도 같이 다닐까?”


그 말이 무섭게 화장실을 들러서 도착한 박만운이 들어왔다.


“저는 어디서 수련이라도 하고 계신 줄 알았어요.”


“수련이 필요한 건 단이 너고.”


설단은 난처하다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지금 데스티니 쪽으로 출국한 친구들도 많지만 그래비티 활동으로 나간 친구들도 꽤 됩니다.”


“그래비티?”


“네. 베르랑 페스랑 헤일이 있는 팀이요.”


“아. 걔들?”


이춘봉은 여전히 각성자를 아이돌로 활동시키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는 듯했다.


“... 바넘이 그렇게 죽은 걸 보면 방법이 잘못된 거 아니냐?”


“그건 아니죠.”


바로 반박했지만 사실 근거는 없었다. 잠시 머뭇거리던 설단이 말했다.


“로테누님도 그렇다고 하시고...”


박만운이 혀를 찼다.


“쯧쯧. 언제까지 누나들 치마폭에서 기대 살래?”


“아니 그게 아니라... 아무래도 저에게는 예지 능력 같은 게 없다 보니 확신이 없으니까요.”


“그 할망구 봐라. 예지 능력이 있으면 뭐 하냐. 지 목숨 하나 못 구하는 게.”


말은 험했지만 이춘봉의 목소리에는 서운함과 그리움이 묻어있었다.


“이미 간 사람 이야기는 뭘 그래 자주 꺼내누. 어쨌든 그래서 아직 다른 데에서는 접촉이 없냐?”


“아직은요.”


박만운이 처음에 엔터를 반대했던 것은 노출에 대한 우려였다.


“우리는 대놓고 드러나 있는 입장이다 보니 충분히 표적이 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네.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때 사무실에 전화가 울렸다.


“어. 무슨 일이야?”


“대표님. 손님이 찾아오셨는데요. 정부 기관에서 나왔다고... 어디냐고 물어봤는데 국정원소속이라고만 하셔서요.”


박만운과 설단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


“내가 나갈게요. 기다려요.”


전화를 끊는 설단을 보면서 이춘봉이 말했다.


“... 아무래도 시작된 거 같지?”


“일단 다녀오겠습니다.”


설단은 심호흡을 한 뒤 사무실을 나갔다.


-----------------------------------


상대방을 만난 설단은 당황하고 있었다.


“... 어쩐 일로...?”


“외부에서 충분히 조사가 된 상황이라 이렇게 직접적으로 컨텍드리는 겁니다.”


상대는 유창한 한국말을 구사하는 외국인이었다. 상대방이 건넨 검은색 명함을 확인한 설단의 눈빛이 흔들렸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노래에 담긴 각성계 코드는 어떤 용도입니까?”


상대는 CIA의 한국지부 요원이었다.


“... 그 무슨 말씀이신지.”


“처음에 말씀드렸지만 충분히 조사가 된 상황입니다. 서로 힘 빼지 마시죠.”


“저희는 그냥 엔터사일 뿐입니다.”


“그것도 조사가 끝난 상황입니다. 전직 박수무당이라는 것도요.”


“...”


완전히 숨길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당황스러웠다. 특히나 바넘이 가고 나서는 정보 통제의 측면이 많이 취약해져 있었다.


설단은 ‘플랜 B’로 전환했다.


“아무래도 대표인 제가 각성자다 보니 제가 듣기 좋은 노래 위주로 가게 되더군요. 그게 무슨 문제가 있었습니까?”


설단의 이 판단은 적어도 CIA가 각성계 코드의 용도에 대해서는 모를 것이라는 판단이었다. 실제로 어떻게 그렇게 작용하는지는 설단도 모르니까.


하지만 상대방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요원은 몸을 살짝 앞으로 기울이면서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 대한민국 정부 소속 각성자들이 이 어라우절 엔터를 노리고 있다는 걸 알고 계십니까?”


“... 알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알고 있는 게 아니라 각오하고 있는 거였다.


“반응을 보니 모르고 계신 계 확실하군요.”


“아뇨. 저희 직원들에게도 접근하는 상황이라 이미 조심하고 있습니다.”


서로 상대방의 수를 확인하기 위한 눈치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럼 혹시 본인이십니까?”


“네? 뭘 말입니까.”


“저희는 충분히 협상과 논의를 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굳이 숨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번만큼은 설단도 진짜 무슨 이야기인지 알아듣지 못하고 있었다.


설단의 반응을 살피던 상대가 진짜라고 느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럼 혹시 노래를 만드신 피디님은 어디 계신가요?”


“지금 외부 작업 나갔습니다.”


이건 진짜였다. 인원 부족이라 그래비티 쪽 백업으로 움직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럼 피디님이... 작곡과 작사를 다 하고 계신 거죠?”


“... 협업입니다.”


설단은 여지를 남겼다. 대답 하나하나가 자신들의 목줄을 죌 수도 있었다.


상대방은 계속 설단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설단이 나름 닳고 닳은 인물이었지만 상대는 그보다 더 한 인물이었다.


“그가... 자이 피디가 왕인 거죠?”


“네?”


이번의 반응은 진짜였다.


“숨기는 게 아니라 모르고 계셨나 보군요. 그렇다는 건... 자이라는 그분이 아마도 말을 안 했을 가능성도 있나 본데...”


“아니 무슨 말씀이신지...”


“신성재 피디, 그러니까 자이라는 프로듀서 네임을 쓰는 분이 말이죠.”


상대방은 설단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각성계의 왕이라는 것을요.”


설단의 동공이 흔들리는 것은 정말로 당황해서였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신성재 씨가 만든 음악에는 각성계의 왕이 보내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면서요?”


“네?”


담당 요원도 뭔가 애매한 표정이 됐다. 설단이라는 인물이 다 알고 있었을 거라고 판단했는데 지금의 반응은 아무리 봐도 진짜였다.


“... 모르셨나 보군요.”


“아니 이게 무슨 소린지...”


“하긴. 각성자들이 다 알아들을 수 있는 소리는 아니라고 하긴 하던데...”


“네?”


설단의 포커페이스는 깨진 지 오래였다.


“어차피 지금쯤 신성재 씨에게도 저희 요원이 가 있을 겁니다. ‘왕’은 저희가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네???”


-----------------------------------


“수고 많았어.”


일정을 마치고 내려온 그래비티를 맞아준 건 매니저가 아니라 자이였다.


“아니? 형이 왜 여기 있어요?”


“데스티니한테 다 딸려가 버려서 사람이 모자란다는데?”


“와~. 그렇다고 1위 작곡가를 매니저로 써먹는 거예요? 설대표님 그렇게 안 봤...”


머릿속으로 설단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 그럴 수도 있겠네요. 우리 대표님이 뭐 그런 사람이지.”


베르가 싱거운 농담을 하고 있을 때 페스와 헤일도 대기실 복도로 들어왔다.


“다들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이제 인기가 상당한데?”


“... 대부분은 헤일 형 팬인데요. 뭘.”


“아니 그런 거에 질투를 하는 거야?”


“질투는 아닙니다.”


베르는 충분히 납득하고 있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단 대기실로 들어가자.”


그렇게 돌아온 대기실에서 그들을 맞이한 건 처음 보는 정장차림의 여성이었다.


“...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여기는... 관계자 외에 출입금지인데... 혹시...?”


“아. 저는 이런 사람입니다. 아마 지금쯤 어라우절에 설 대표님께도 연락이 갔을 거예요.”


명함을 받아 든 자이의 표정이 굳었다.


“CIA...?”


“그걸 그렇게 입 밖으로 크게 내실 상황은 아니고요.”


자연스럽지만 농밀한 존재감이 연습실 공기를 짓눌렀다.


“일단... 가수 분들은...?”


그래비티와 눈이 마주친 여성요원의 눈이 미묘하게 변했다.


“전부 각성자시네요?”


“... 각성자시군요.”


서로 한눈에 알 수 있는 존재감이 있었다.


“그럼 굳이 내보내고 이야기할 필요는 없겠군요. 아... 그렇군. 음...”


요원은 혼자서 뭔가 납득한 듯이 잠시 혼잣말을 했다.


“그렇게 된 거였군요?”


“뭘 말입니까?”


“자이 프로듀서님이 데스티니의 곡들을 작곡하셨죠?”


“... 네.”


“그리고 그 노래를 듣고 여기 계신 멤버들이 모였을 테고요.”


“...!!!”


순간적으로 모두가 얼어붙었다.


언젠가 알아차리는 상대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그 순간이 오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막막했다. 설대표님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미합중국에서는 다 파악하고 있습니다. 다만 확신하는데 시간이 걸릴 뿐이었죠.”


“어떤 걸 말입니까?”


그래도 그나마 가장 침착한 자이가 말을 받았다.


“아. 굳이 여기서 소란스럽게 하실 게 아니라면 부인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저희도 정중하게 모시고 싶은 거 라서요.”


“누굴 말이죠?”


“당연히...”


요원의 시선이 마치 긴장감을 주려는 듯 모두의 얼굴을 한번 훑고 지나갔다.


“신성재 님이죠.”


“저를요?”


“네.”


자이는 그래비티 멤버들을 돌아봤다. 길게 봤을 때 다 끌려가는 것보다 따로 가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불안해하실 필요 없습니다. 혹시 그들이 있으신 게 더 편하시면 같이 가도 되고요. 다만 아이돌이 대기실에서 증발하면 조금 입막음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만.”


“... 그냥 저만 가겠습니다.”


아무리 꽤나 담담한 자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심장이 크게 두근거리고 있었다.


“그런데 왜 저를 끌고 가시는 건지.”


“끌고 가다뇨? 저희는 모시는 겁니다.”


요원이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각성계의 왕이시니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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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52. 요동치는 각성계 +1 23.03.25 11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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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50. 그래비티 23.03.23 123 4 13쪽
50 49. 결심 +2 23.03.22 117 4 13쪽
49 48. 목자 구출 23.03.21 113 4 13쪽
48 47. 세대 교체 23.03.20 112 5 13쪽
47 46. 변화 23.03.19 108 4 13쪽
46 45. 충격적인 복귀 23.03.19 114 4 12쪽
45 44. 고백도 안 했는데요 +1 23.03.19 119 5 14쪽
44 43. 뜻밖의 고백 +1 23.03.18 121 4 14쪽
43 42. 두 가지 인터뷰 23.03.17 126 4 14쪽
42 41. 서로 다른 이유로 23.03.16 135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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