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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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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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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8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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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30 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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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149. 거래

DUMMY

어물어물 대답했다.


“유럽투어 전에 좀 일정이 비어서... 다들 개인 일정이 좀 있나 봐.”


“그래?”


웬일로 이 녀석이 데스티니 이야기를 물어보지 않는군.


“야. 근데 학교에 별일 없냐?”


“별일? 어떤 거 말이야?”


아니 뭐... 갑자기 이사장이 폭주했다거나... 내가 만화를 너무 많이 봤나?


“어... 그냥... 게이트가 열렸다거나?”


“그런 일이 있으면 뉴스에 나지 않았겠냐? 등교하지 말라고 연락이라도 갔겠지.”


“그러네...”


“거기다 고3들은 어쩌라고?”


“... 나도 고3이긴 한데...”


“수능 안 보는 고3은 고3이 아니다.”


그래놓고서는 걱정이 되는지 물어왔다.


“야. 그런데 정말 괜찮아? 너 수시를 쓴 것도 아니고... 수능도 안 보면 아예 대학을 안 가는 거잖아?”


지금 대학이 문제냐.


솔직히 대학생은 한 번쯤 되어보고 싶었는데 아무리 봐도 지금 상황으로 봐선 안 될 것 같다.


아니. 내가 어떻게든 멸망의 인도자라고 한다면 얘들도 대학생활 같은 건 없을 테니 공평한 건가?


그렇게 생각하니 아무것도 모르고 수능 볼 거라고 공부하고 있는 애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투어 시작되고 하면 시간이 아예 없어. 어쩔 수 없지.”


“하긴... 해외 투어하고 그러면 돈 엄청 번다는데 어차피 이미 부자인데 억지로 더 공부할 필요도 없지.”


부자라...


“야. 이제 데뷔한 지 반년도 안 됐는데 정산이고 뭐고 있을 것 같냐?”


“아. 하긴 뭐... 어라우절이 대형 기획사는... 어? 너네 이제 대형 기획사 아니야?”


“아직은 중소지.”


“이번에 드라마도 찍잖아?”


“아...”


하긴... 삼진이 딱 붙어있긴 하지.


“세 여신님들은?”


“응?”


“데스티니 말이야.”


깜짝 놀랐네.


“뭐... 약간 컨디션이 좋지는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내가 여기 와 있는 거기도 하고...”


“그래?”


그래도 데스티니가 컨디션이 안 좋다는 걸로 호들갑은 떨지 않아서 다행이군.


“그럼 오늘은 수업 듣고 가는 거야?”


“어... 일단 상황을 봐서.”


원래 목적은 그게 아닌데...


“그럼 수고해라. 나도 고3을 불태워야지.”


“어. 수고.”


교실에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니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침에 그 난리를 쳐놨으니 어쩔 수 없지.


벌써 설대표의 잔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것 같다. 너무 오랜만이라 까먹은 걸 어쩌라고.


교실에 앉아서 둘러보니 고3이라고 공부하는 애들이 좀 늘었다는 것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여전히 학교에 자러 온 애들도 있었고, 만화책 보는 애, 음악이라는 마약에 취해 있는 애. 학교인지 카페인지 헷갈리는 애들까지 다양했다.


“그냥 일상을 즐기다 오라는 거였나?”


그건 아닐 거다.


각성계의 신을 만나겠다고 했는데 왜 학교로 보낸 거지? 여기 와있으면 설마 균열이 열리는 걸까?


-----------------------------------


결국 수업을 끝까지 들었다.


“이게 뭐야...”


솔직히 너무 오랜만에 들은 수업이라 아무것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구나 나처럼 수업을 가끔씩 들으면 이해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거다. 절대로 멍청해서 그런 게 아니다.


“수업은 잘 들었냐?”


“어...”


“잘 듣긴 뭘 잘 들어. 멍 때리다 잠만 자드만.”


보고 있었냐?


“이제 다시 숙소 가냐?”


“... 그래야지.”


어물거리고 있으니 친구 녀석이 갑자기 센티해졌다.


“이제 이 정든 학교생활도 안녕이겠구나.”


“그러네.”


대학생 생활은 아무래도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의 생활과는 다르다. 성인이라는 사회적인 책임도 그렇고.


“그래도 재밌었는데.”


재밌었나? 잘 생각해 보면 재밌던 부분이 없던 것도 아니었다.


“너는 몰라도 나는 체육대회나 축제 같은 것도 다 참여했으니까.”


“아...”


그런 것도 있었지. 1학년 때는 그다지 즐길 상황이 아니라서 전혀 즐기지 못했다.


“넌 학교 생활에 후회는 없고?”


“... 오늘 생겼어.”


“아...”


학폭위라니... 지금까지 문제가 생겨도 그것 만큼은 피해왔는데.


“하지만 속 시원하지 않았어?”


“... 뭐. 그건 그렇지.”


사실 그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었던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 대충 그 정도가 됐으니...”


어느새 교실에는 둘만 남아있었다.


“이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지.”


이터니티 녀석은 갈 생각을 안 하고 갑자기 반대편 책상 위에 걸터앉았다.


“얘기를 시작하자. 베르.”


“어?”


무슨 얘기?


“나를 만나러 왔잖아?”


“너?”


뭔 소리야?


“그래도 지금껏 친구라서 재밌었어. 그것도 오늘로 끝이겠지.”


“... 무슨 소리야?”


뭐라고 하는 거야?


“베르. ‘거래’를 원하는 거지?”


“...!”


어?


“여신들이 착각하고 있는 걸 말해주자면... 간섭력의 양이 문제인 건 현실계뿐이야. 0에다가 아무리 뭘 곱해도 0인 것처럼 무한과 영원에는 어떠한 양을 더해도 변화가 없으니까.”


“...”


베르는 잠시 뇌가 정지했다.


“그래서 간섭력을 모으냐 아니냐가 문제가 아니었어. 내가 관심을 갖게 되는가 아닌가의 문제였지.”


“너... 아니... 너...?”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헷갈리기 시작했다. 이 녀석이...?


“각성계의 신...?”


“그 세 명은 나를 그렇게 부르지. 영원이자 혼돈인 존재라서 어떻게 불러도 상관없지만.”


“... 진우?”


“애초에 이름 자체도... 너와 닮아있지 않아? 진현우, 그리고 진우. 비슷하지?”


잠시 멍했고 곧이어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끓어올랐다.


“... 내 주변에 멀쩡한 건 없는 거였냐?”


어릴 때 재밌게, 아니 인상 깊게 봤던 영화가 있었다.


‘트루먼 쇼’


한 사람의 일생을 수많은 사람들이 생중계로 보고 있고, 심지어 친구와 주변 사람들도 하나의 연기자였다.


그것도 모르고 고백하고 차이고... 자신이 만들어진 가짜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몰랐던 사람의 이야기.


데스티니도, 심지어 학교 친구도... 자신의 주변에 신들이 숨어 있었다.


“그거 알아? 우리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는 대부분은 어차피 감각을 통해서 인지하고 있는 거라서 실제로 감각기관이 왜곡되어 있으면 전부 다르게 느끼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


“... 스트루프.”


“‘거래’하자. 베르. 네가 원하는 것을 말해.”


베르는 혼란스러운 머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었다.


“단. 베르 네가 원하는 것이어야 해. 여신들이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야. 너는 뭘 원하지?”


언젠가 신과 거래하게 될 것이라는 건 알베르트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해 왔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 뭘 원하는 거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 고민해도 별 소용없어. 생각해 보라고. 네가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어차피 생각이라는 한계 안에 있거든.”


“잠깐. 너무 갑작스러운데.”


“어차피 지금은 시간의 간섭이 없어. 마음껏 생각해도 돼.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 네가 알고 있는 현실은 단 1초도 흐르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덧붙이는 것을 잊지 않았다.


“하지만 그 현실이라는 것이 세 여신이 만든 장난감이자 환상에 불과하지만 말이야.”


베르는 진우를 쳐다보았다. 아니 진우라고 부르던 자신의 ‘이터니티’ 친구를 쳐다보았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미리 설계된 것일까? 그리고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실이 아닌 걸까?


아니 진짜라는 게 존재하긴 하나?


생각을 해 보면 결국 자신도, 알베르트도, 로테도, 모든 어라우절의 식구들도 신들의 장난에 끼어서 흘러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래서 그 모든 삶이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을까?


멈춰버린 시간이지만 아직도 창밖에는 집으로 하교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그것이 현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런 학생들이 있다는 것일 뿐.


“내가... 거래할 수 있는 것은 어디까지지?”


“네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은 전부. 단, 너의 상상이 합리적으로 존재할 때만.”


“... 합리적으로 존재한다는 게 뭔데?”


‘이터니티 친구’이자 영원의 신은 말했다.


“‘영원하지만 영원하지 않은 것’을 원한다거나. 그런 모순되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아. 그래서 유한으로 무한을 ‘벗어나겠다’라는 세 여신의 생각 역시 의미가 없다는 거지.”


목소리는 달콤했다.


“하지만 너에게 주어진, 아니 주어졌던 무언가를 완성하고 싶다면 그건 가능해. 멸망을 달성하겠다! 그런 건 가능하지. 멸망이라는 정의가 똑같지는 않을 수 있겠지만.”


그런 부분은 베르도 세 여신과의 대화에서 느꼈던 부분이었다.


그들이 인간을, 그리고 인간의 삶을 보는 관점은 어찌 보면 하나의 데이터나 숫자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들에게 멸망은 한 개인의 죽음이나 파멸과는 상관이 없었다.


“나는...”


베르는 페스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기 자신의 짐을 어깨에서 내려놔 달라는 목적을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하고 나서 자신은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저 그렇게 살다가 죽어도 행복한 걸까? 실제로는 멸망을 향해 달려가는 세상이어도 나 하나 정도는 잘 살 수 있는 게 아닐까?


그럴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모두가 잘 살기 위해서 살지는 않는다. 애초에 정치와 갈등이 존재하는 게 그런 이유니까.


“... 일단 궁금한 것부터 좀 물어봐도 될까?”


“아직도 궁금한 게 남았어?”


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와 거래를 선택한 이유가 뭐야? 데스티니는 나의 간섭력이 그들 모두를 합친 것을 압도할 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했는데, 아까 너의 이야기가 맞다면 간섭력의 크기는 의미가 없다고 했잖아?”


“맞아.”


“그런데도 나와 거래하는 이유가 뭐야?”


“내가 원했으니까.”


“... 그럼 네가 나를 원한 이유가 뭐야?”


신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두 번째 질문의 답에 이유가 있어.”


베르는 자신이 하지도 않은 두 번째 질문을 그가 알고 있다는 것에서 신의 격차를 느꼈다.


“그럼 각성의 주문을 준 게 너라는 뜻이야?”


“너에게만 준 건 아니지. 어라우절의 식구들에게는 다 줬으니까.”


“그... 각성의 주문의 의미는 뭐야?”


“거기엔 조금 설명이 필요한데...”


신은 턱을 괴고 앉았다.


“애초에 인간은 완벽하지 않은 존재야. 그렇지?”


“... 그렇겠지?”


“영원함과 완벽함에서 태어났는데 완벽하지 않은 존재야. 그것부터 이미 이상하지.”


“...”


“그리고 인간의 수만큼 각자 다른 문제가 존재해.”


뭔가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고 있는 것 같은데?


“아니야. 끝까지 들어봐.”


이 신은 확실히 자신의 생각을 읽고 있었다.


“나는 현실계와 인간에 대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시간이라는 것들이 무엇을 만들어 내든 지켜보고 있었지.”


그는 더 이상 데스티니를 여신이라고 부르지도 않고 있었다.


“완전하지 않은 존재들끼리 사회라는 것을 이루어서 방향성을 갖게 된다는 거야. 그럼 그 방향성은 어디로 흐를까? 보통은 ‘멸망’이나 ‘멸종’으로 흐르게 되지. 인간도 별 다를 게 없어. ‘멸망의 인도자’ 같은 게 없어도 그들은 멸망할 거야.”


신랄한 말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인간은 타인을 착취해. 본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건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을 뿐이야. 결국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구조일 뿐이지. 아이가 부모를 착취하는 것에 대해서 당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시스템이 되어 있어. 부정이니 모정이니 하는 걸로 말이야.”


베르는 부정하고 싶어졌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런 구조는 거기에서만 끝나지 않아. 가족끼리, 친구끼리, 같은 민족이니 국민이니... 서로 동등한 척 하지만 착취하고 착취당하는 관계일 뿐이지. 그 미묘한 균형으로 흘러가는 게 인간이야.”


“...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어라우절의 각성자들은 기본적으로 명확한 ‘결여’를 가지고 있어. 티그는 기본적으로 ‘낙인’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고, 자이는 몰입하지만 잊히는 존재, 소라는 자기 스스로를 믿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지. 헤일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이 아닌 외모, 배경 등을 보는 것에 대해서 문제를 가지고 있고, 페스는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완벽주의를 갖는데서 오는 문제를 가지고 있어.”


어라우절이... 다들 문제가 있다고?


“어차피 모든 인간이 크고 작은 문제를 가지고 있겠지만 적어도 확실하게 구분되는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거지. 그런 불안정한 인간인 그들이 각성을 하는 거야. 그 힘을 컨트롤하기 위해서는 각성의 주문이 필요하지. 그리고 그 각성의 주문이 의미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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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 141. 흔들리는 진실 23.06.22 62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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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138. 자기만족 23.06.19 65 1 14쪽
138 137. 간섭력 +2 23.06.18 67 2 13쪽
137 136. 진실의 조각 23.06.17 58 1 13쪽
136 135. 신만이 아는 것 23.06.16 63 1 14쪽
135 134. 너의 소원을 +1 23.06.15 5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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