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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비트의 서재입니다.

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086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6.15 07:50
조회
56
추천
2
글자
13쪽

134. 너의 소원을

DUMMY

“그럼 질문은 그것뿐인가요?”


“... 방법이 있습니까?”


말없이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 수많은 스트루프에 넘어간 현실계 인간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


“다만 저에게는 그 방법이 없어요.”


“당신이... 현실계의 신이 아닙니까?”


다시 그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의심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요?”


“... 의심했다면 이렇게 찾아다니지도 않았겠죠.”


백야는 자신이 한 번 믿은 것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믿는 타입이었다.


“현실계도 각성계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요.”


“... 그게 무슨 말이죠?”


“신은 하나가 아니라는 뜻이죠.”


“... 그럼 다른 신에게 그 방법이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닌데 말이죠.”


백야는 말을 빙빙 돌리는 신이 짜증 났지만 지금은 자신이 철저하게 약자였다. 최소한 각성계만 되었어도 어찌 다른 마음을 품어봤겠지만 현실계에서 자신은 간섭력이 모자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당신 하나라면 다른 신의 힘을 빌려올 필요도 없습니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윤회의 톱니바퀴에 다시 올려드릴 수 있어요.”


찜찜했다.


계속 하나를 강조하는 이유가 뭘까.


뭘 놓치고 있는 거지?


“본인에게 주어진 일은 정말 잘 수행했는데... 정작 왜 하고 있는지는 잊어버릴 수도 있는 거군요.”


“... 무슨 소립니까?”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뭔가 잊어버리고 있는 것 같았다.


“백야여. 이제 충분합니다. 시간이 다 되었으니 그대의 소원대로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려드리도록 하죠.”


“그게 무슨...”


쿵!


백야는 무언가 기억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백귀야행이여. 그대가 ‘징벌’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해 주어서 너무 고맙군요. 이제 다시 현실계로 복귀해도 괜찮습니다.”


“나는...”


밀려든 기억으로 인해 혼란스러웠다.


“내가...?”


백야는 자신이 스트루프한 각성자들을 모으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리고 그들은...


“삼켰다...?”


어째서...?


“그대는 스트루프를 얻은 각성자들의 영혼을 잡아들여 그 임무를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남은 자들은 우리가 맡도록 하죠.”


“내가...? 아니 나는 어째서... 나를...?”


백야의 흔들리는 동공에 신의 모습이 잡혔다.


그리고 기억이 떠올랐다.


“당신이...?”


“네. 저에게 부탁받은 당신이 그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신 거죠. 저는 당신이 원하는 대로 박수무당이 될 처지에서 구해드렸고... 다른 스트루프 된 각성자들과 다르게 돌아올 수 있는 힘을 드린 거고요.”


혼란스러웠다.


자신이 현실계의 신의 손바닥 위에서 놀고 있었다고?


“뭐... 어긋난 존재들이 남긴 했지만... 오히려 뭉쳐있으니 잘 되었다고 할까요? 당신은 윤회를 원한다고 한 거죠?”


다가오는 그녀에게서 죽음의 향기가 느껴지고 있었다.


마지막 남은 간섭력을 털어서 반항을 할 것인가? 아니면...


사실 원하던 결말이 아니었나? 다시 윤회에 들어가서 새로운 삶을 살 기회를 얻는 것.


천천히 다가온 그녀의 손이 닿는 순간 백야는 자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백야의 머릿속에 그녀를 최근에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났다.


“당신은...”


그게 백야의 마지막 말이었다.


-----------------------------------


“아니? 돈 한 푼 없는 녀석이 돌아올 생각이 없는 건가?”


“설마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건 아니겠지?”


설단은 백야에 투덜거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는 건 아니었다.


“설마요...”


그럴 리가 없다고 웃으며 대답한 베르였지만 시간이 길어지자 진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좀 찾아볼까요?”


“찾을 방법은 있고?”


“... 음.”


딱히 방법이 없었다. 부적도 각성계에서 써버렸고.


덜컹!


그때 누군가가 어라우절의 사무실로 들어왔다. 베르와 설단은 보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


“... 그을음?”


상대는 형체가 온전하지 않은 안개 같은 존재였다.


“모르고.있나.”


“뭘...? 백야와 함께 돌아가는 거 아니었나?”


“백야는.없다.”


“없다고?”


먼저 돌아간 건가?


“백야라는.존재가.없어졌다.”


“뭐?”


“백야가.방금.소멸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봤던 백야가 ‘소멸’했다는 말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서 베르는 자신도 모르게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다.


“소멸이라고...?”


“그렇다.”


백야가 그렇게 현실계의 신을 찾아 헤맨 이유는 바로 그들이 소멸하지 않고 윤회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설마 현실계의 신을 만나서 윤회하는 방법을 찾은 건가?


거기까지 듣자 베르가 급하게 설단에게 말했다.


“경비실! 경비실이 어디죠?”


“경비실? 1층에 있... 베르! 어디 가는 거야?”


베르는 설단의 이야기를 다 듣기도 전에 박차고 나와서 경비실로 달려갔다.


덜컹!


경비실에서는 관리실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책을 보다가 당황해서 일어났다.


“무... 무슨 일이시죠?”


“카메라! CCTV가 어디 어디 있죠?”


“아니 무슨 일이신데...”


말을 하던 관리실 직원은 그가 베르라는 것을 알아봤다.


“아. 베르 씨네요. 여기는 무슨 일로...”


“지금 CCTV를 봐야 해서요. CCTV 화면 좀 확인할 수 있을까요?”


관리실 직원은 급해 보이는 베르의 모습에 허둥지둥 CCTV 확인이 가능한 다중 모니터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언제 CCTV를 보셔야 하는데요?”


“이 건물에서 사람들이 나가는 출입구 쪽을 오늘 오후 것부터 보여주세요.”


네 개 정도의 모니터에 건물 나가는 출입구의 영상들이 뜨고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내 백야가 정문을 통해 나가는 모습이 CCTV에 나왔다.


‘시간은?’


오후 4시 43분.


베르는 지금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5시 16분.


백야는 나간 후에 30분 안에 누군가를 마주쳤다. 아니. 만나고 난 이후에 대화를 할 시간까지 따져보면 10분에서 20분 내외에 누군가를 만났다고 볼 수 있었다.


뒤늦게 베르를 따라온 설단이 물었다.


“아니 그렇게 급하게 가버리면 어떻게 해?”


“백야가 이 건물을 나간 게 4시 43분이고... 5시 10분 좀 넘어서 우리가 그을음을 만났으니까... 그 사이에 백야가 누군가를 만난 거예요.”


베르가 설단을 쳐다봤다.


“아마도 현실계의 신을 말이죠.”


“뭐?”


“백야가 원했던 것이 윤회에 돌아가는 거였잖아요? 아마도 현실계의 신이 백야를 윤회로 되돌린 것 같아요.”


“아...”


설단은 그제야 베르의 말을 이해했다.


“그럼 저희는 그 사이에 있는 근처 CCTV를 만나면 그 신을 찾을 수 있을 거예요. 딱히 뭔가 말도 안 되는 짓을 해놓지 않았다면...”


신의 힘으로 CCTV만 지웠다든가...


“그럼 근처 CCTV에 협조를 구해보지.”


“아니, 그런 건 잘하는 사람한테 맡겨야죠.”


“누구?”


베르는 스마트폰을 꺼내서 로테의 번호를 눌렀다.


“엑? 로테 누님한테 그런 걸 막 시켜도 돼? 아무리 매니저를 한다지만...”


“아. 아니요. 각주한테 시킬 거예요.”


“아...”


로테는 사정 설명을 듣고 바로 각주에게 ‘명령’을 내렸다. 애초에 어라우절이 한국에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각성자 관리국 입장에서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던 참이라 바로 반응할 수 있었다.


“경찰을 풀어서 협조를 요청하고 CCTV를 전부 복사해 왔습니다. 그런데 범위가 꽤 넓은 데... 괜찮으시겠어요?”


“아. 어차피 사람 하나 찾는 거라서 순서대로 추적하면 그만이라서.”


그럼 이렇게 대대적으로 시킬 게 아니라 그 경로에 있는 곳만 부탁하면 될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지만 입 밖으로는 내지 못한 각주였다.


“백야가 나간 길을 체크해 봐.”


근처 CCTV를 조합하여 체크하고 있었는데 4번 CCTV와 5번 CCTV 사이에서 백야가 사라져 버렸다.


“어? 어디로 간 거지?”


분명히 4번에서 5번 방향으로 갔어야 했는데 5번 CCTV에 나오지 않았다.


“다시 4번에 나왔는데?”


옆에서 보고 있던 설단이 말했다.


설단의 말대로 백야는 4번 CCTV를 역으로 거슬러서 돌아오고 있었다.


“뭐야? 어디로 가는 거야?”


“... 돈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나 보네요.”


“뭐? 그럼...”


베르는 다시 건물 CCTV를 확인했다.


과연 나간 지 10분도 안되어 백야가 다시 건물로 들어섰다.


“다시 들어왔군.”


찾았다는 기쁨이 들어있는 설단의 목소리였지만 그 순간 베르는 등뒤의 솜털이 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 백야가 다시 돌아왔다는 건...”


“어?”


“건물 안에서 만났다는 뜻이네요?”


“... 어?”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내부 CCTV 더 돌려봐! 어디로 갔어? 백야!”


그리고 백야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누군가를 보고 멈칫했다.


아주 고화질은 아니었지만 백야의 표정에 드리운 당혹감은 잘 느껴졌다.


“상대방... 상대방 얼굴이 나오는 부분이 없어?”


오묘하게 CCTV 사이에 걸쳐 있었다.


“얼굴 나오는 CCTV가 없어?”


일단 그대로 CCTV를 돌려보니 백야는 상대방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다만 표정은 좋지 않았다.


“어떻게 된 거지?”


조금 더 앞으로 돌리고 상대가 백야에게 한 걸음 다가섰다.


아주 아슬아슬했지만 누군지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손이 닿은 순간 백야는 말 그대로 ‘사라졌다’.


“... 소멸시켰군.”


“백야가 소원을 빌었을 확률도 배제할 수 없죠...”


“그렇다 하더라도...”


이렇게 근처에 있으면서도 백야만 골라서 만났다고? 이건 일부러 피한 건데?


“아니... 근데 일단 여기 빌딩 내부에 있었으면 저 시간에 그 근처에 누군가가 있지 않았을까요?”


옆에서 지켜보던 관리사무소 직원이 말했다.


“그렇지. 목격자가 있을지도...”


“목격자가 있었으면 벌써 경찰이 신고하지 않았을까요?”


“아니 적어도 저 여자의 옷차림을 보면 누군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로테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오늘은 오디션 때문에 외부인이 너무 많았어. 옷차림 가지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거다.”


베르는 두 명의 대화를 귓가로 흘리며 화면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베르는 화면 속의 여자가 누군지 알 것 같았다.


‘정말인가? 아니 하지만 왜? 아니 어떻게?’


그 순간, 마치 공포영화의 한 장면처럼 멈춰있는 CCTV 속의 여자가 자신을 향해 손짓을 했다.


“흐억!”


베르의 숨넘어가는 소리에 다들 베르를 쳐다봤다.


“왜 그래?”


“아... 아니.”


베르는 지금의 상황이 혼란스러웠다. 어라우절에 오고 각성자가 되고, 결국 각성계의 왕까지 되고 나서 별의별 일을 다 겪었다.


이젠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방금은 간 떨어질 뻔했다.


“혹시 누군지 알 것 같아?”


로테는 베르의 안색을 살폈다.


“... 그게...”


사람들이 베르를 쳐다보는 그 순간, 다시 CCTV 속의 여자는 손가락을 세워서 입으로 가져갔다.


이게 맞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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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136. 진실의 조각 23.06.17 58 1 13쪽
136 135. 신만이 아는 것 23.06.16 63 1 14쪽
» 134. 너의 소원을 +1 23.06.15 57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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