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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각성의 주문이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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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유로비트
작품등록일 :
2023.02.04 13:57
최근연재일 :
2023.07.09 12:54
연재수 :
154 회
조회수 :
23,082
추천수 :
472
글자수 :
944,177

작성
23.06.16 07:50
조회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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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4쪽

135. 신만이 아는 것

DUMMY

“오늘 하루 종일 출입한 사람들을 조사하면 그래도 찾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설마 며칠 전부터 숨어있지는 않았을 거 아냐.”


“네...”


설단은 금방 찾을 수 있겠다는 기대감에 부풀어 있다가 베르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챘다.


“왜 그래?”


“아... 아뇨.”


“일단 CCTV를 돌려보자. 그럼 찾을 수 있을 거야.”


“저... 잠깐 화장실 좀...”


“어... 그래?”


이 타이밍에?


설단은 베르의 상태가 약간 걱정됐다. 그렇게 자주 본 것은 아니었지만 백야랑 나름 미운 정 같은 게 있었던 것일까?


베르는 관리실 문을 닫고 나온 이후에 천천히 아까 CCTV에서 봤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었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거기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


“... 진짜예요?”


베르의 말에 상대방은 씩 웃었다.


“... 지금 하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언제부터... 아니 언제부터가 아니지. 백야가 봤다고 했으니까...”


베르는 횡설수설하고 있었다.


“그럼 이게 다 우연이 아니었던 건가요?”


“비선형의 인과는 각성계에만 통용되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 그럼 다들 알아요?”


그 말에 대답하지 않고 웃고만 있었다.


“... 나머지 2명도... 신인 건가요?”


“시점에 따라서 다르지.”


말을 정확하게 해주지 않는 건 신이라는 속성을 가진 사람들의 공통점인 걸까?


“좋아요. 그러니까... 백야가 처음에 만났던 사람이... 루드라는 거죠?”


“맞아.”


베르의 앞에 서있는 건 데스티니의 멤버, 루드였다.


-----------------------------------


당연히 데스티니의 멤버니까... 연예인이고, 그 당시에도 연습생 신분이었을 테고...


백야가 찾지 못했던 이유는 그 모든 명단에 오로지 어라우절 멤버들만은 빠져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어라우절 소속인 데스티니 역시.


결국 현실계의 신이라는 루드를 앞에 두고 베르는 정말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백야의 취향은 루드였구나...라는.


베르는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저었다.


정신 차려야 한다.


친한 선배 루드가 아니라 지금 앞에 서있는 건 백야를 ‘윤회’시켜버릴 수 있는 현실계의 신이다.


“어...”


그런데 막상 말을 하려고 하니 뭐부터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하나도 감이 오지 않았다.


“일단... 제가 어라우절에... 데스티니의 노래를 듣고 들어오게 된 건 우연인가요?”


“그건 원래로 우연이 아니었잖아?”


아. 그런가?

애초에 각성자를 모으기 위한 거였고, 자신은 각성자였으니 우연은 아닌 게 맞나?


“그... 그럼.”


뭘 물어야 하지?


현실계의 신을 만나면 예전에 각성계 신을 만났을 때처럼 당당하게 대응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막상 당면하게 된 문제는 상대가 지인이라는 거였다.


“그... 아이돌은 왜 하시는 거예요?”


“이번 생은 좀 재밌게 살아보려고?”


“...”


“베르는 아이돌을 왜 하는데?”


“그건...”


처음에는 어라우절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시작했다. 그런데 지금도 그럴까?


“제가 아이돌을 하게 된 건 혹시...”


묻다 보니 점점 이상했다. 그냥 내 행동 하나하나가 다 신의 의지였을까? 심지어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일단 그렇게 의심을 하게 되면 끝이 없지 않을까?”


루드의 말은 핵심을 짚고 있었다.


주어진 대로 살고 있는 거라면 의미가 없는 이야기였다.


“그럼 왜...”


지금 정체를 드러낸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찾고 있던 쪽은 베르와 어라우절이었으니까.


“... 후우... 잠깐 진정 좀 할게요.”


“여기는 누가 와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저쪽으로 가자.”


어느 회사가 그렇듯이 계단은 비밀 이야기를 하기에는 가장 안 좋은 곳이지만 사람들을 피해서 가기에는 가장 좋은 곳이다.


“그런 걱정은 의미 없어. 뭐 누가 본다고 해도 열애설 밖에 더 나겠어?”


“... 그건...”


이렇게 열애설 이야기나 하고 있으면 알고 있던 루드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당연히 나머지도...


“... 단디와 스쿨은... 서로 다 아는 거예요?”


화신 같은 걸까?


“애초에 이름 자체가 시간을 관장하는 세 여신인데... 거의 스포일러 아냐?”


... 세상에 아이돌들 컨셉이 많다 보니 그냥 컨셉인 줄 알았다.


이제는 아이돌은 세계관을 구성하는 게 기본이었으니까.


베르 자신만 하더라도 베르테르는 좀 그렇다고 슈베르트를 컨셉으로 밀지 않았던가.


그때는 왜 슈베르트일까 한참 고민했는데 결론은 그냥 베르테르 대신 들어간 ‘베르’였다.


... 그냥 그런 단순한 이유였다.


내가 천재라서 그런 건 아니었고.


“그럼... 지금 여기서 이야기를 한다는 건...”


이제 데스티니는 더 이상 활동을 안 할 생각인가?


“우리가 현실계의 신인 걸 알게 되면 뭐가 달라지는데?”


“...”


사실 베르도 각성계의 왕이 되었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알베르트가 만나고 싶어 한 건... 현실계의 신이었나요?”


간신히 로테와 나눴던 대화를 기억해 냈다.


“그건 좀 애매한 게 뭘 착각하고 있는데...”


루드는 알듯 말듯한 미소를 지었다.


“알베르트가 ‘거래’ 한 게 나야. 그러니까 시간을 돌릴 수 있었던 거고.”


어?


“알베르트가 만나서 각성계의 신과 거래한 게 아니었어요?”


“아닌데? 각성계에서 현실계의 윤회에 간섭할 수 있을 것 같아?”


아니 그냥 친해서 해준 줄 알았지...


지금까지 세웠던 수많은 가설들이 다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이었다.


“신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 신을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었다면 그게 신이겠어?”


“... 그건 그렇죠.”


물어봐야 할 것이 생각났다.


“스트루프는... 뭔가요?”


“스트루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 않니?”


“이게 없어졌다가 다시 나타난 것에 의미가 있는 건가요?”


아니다.


계속 질문을 하고는 있지만 뭔가 지금 핵심적인 질문을 놓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스트루프는 결국 ‘인지의 경계’에 불과해. 그리고 우리는 인지에서 존재가 영향을 받지.”


루드가 조용히 베르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무도 인지하지 못하는 존재는 존재의 의미가 있는 걸까?”


... 아마도 없겠지.


“각성계는 인지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는 세계야. 우리가 개별의 존재인 것도 사실 인지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이니까.”


슬슬 이해가 어려운 대화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문득 베르의 머릿속에 뭔가 생각났다.


“바넘... 바넘은 각성계 신의 화신이라고 했죠?”


“그렇지.”


“그런데 바넘이 왜 스트루프를...”


뭔가 어렴풋하게 사이가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고 있었다.


“바넘도 각성자잖아?”


“네...”


“각성자는 전부... 뭔지 알지?”


자살.


각성자들에게 남아있는 전생의 굴레.


“... 알고 있죠.”


“현실계의 입장에서는 그게 바람직할 거라고 생각해?”


“...”


왜 사람들이 자살에 대해서 개인의 선택이라고 존중해주지 않겠는가. 그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죽음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베르 너는 뭐가 알고 싶은 거야? 그리고 아는 거에 왜 집착하는 거지? 알게 되면 뭐가 달라질까?”


베르는 대답하지 못했다.


“안다고 해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건 얼마나 있지? 아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아. 그래서 두 가지 모순이 등장하는 거야. ‘아는 것이 힘’이라든가 ‘모르는 것이 약’이라는 이야기가 말이야.”


루드는 웃고 있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지만... 이 약은 이미 곪아버린 상처에는 듣지 않아. 무슨 얘기냐면... 이미 알고 나면 약이 듣지 않는다는 거지. 기억을 잃기라도 하면 모를까.”


베르는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자기 자신만 하더라도 가끔은 그냥 평범하게 학교 생활을 하던 ‘진현우’로 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었다.


이 복잡한 세상에 대해서, 각성계에 대해서도 모르고 그냥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뉴스를 보면서, 아니 뉴스조차 잘 보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살았다면 어땠을까.


“아는 것은 힘이라지만, 강한 힘에는 책임이 따르지. 그런데 대부분은 힘에 취할 뿐 책임은 무시하게 되는 거야. 결국 그게 남기는 것은 상처뿐이지.”


루드는 베르의 눈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그래도 알고 싶어? 너는 그 책임을 질 준비가 되어 있어? 그저 힘만 얻고 휘둘리지 않을 수 있어? 거기서 얻게 된 상처에는 약이 없어. 모르는 게 약이었기 때문에 알게 된 순간 약은 없는 거야.”


루드의 동공에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이 들여다보이는 것 같았다.


끼익!


그때 계단 입구의 문이 열렸다. 스마트 폰을 들여다보며 계단으로 통하는 문을 열었던 여직원은 두 명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어머나! 죄송합니다.”


쾅!


“그럼 여기서 문제. 나는 지금 여직원이 들어올 것을 알고 있었을까? 모르고 있었을까? 알았다면 뭐가 달라지고 몰랐다면 뭐가 달라지는 걸까?”


둘이 코앞까지 붙어 있는 모습을 본 여직원은 아마도 이상한 오해를 했을 거였다.


“대답이 없으니 재미가 없네...”


루드가 손가락으로 베르를 쿡 찔렀다.


“단디나 스쿨이랑은 그렇게 농담도 잘하고 잘 놀더니 나랑은 왜 이렇게 어색하게 구는 거야?”


지금 상황이라면 단디나 스쿨을 만나도 어색할 것 같은데요.


“여전히 알고 싶지? 인간은 그런 거니까...”


‘아니요’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그럼 알려주는 수밖에.”


-----------------------------------


세 자매가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는 알 수 없다. 애초에 과거라고 부를 수 있는 시간이 존재한 시점이었을 거라고 추측할 뿐이었다.


루드는 가장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는 자’였다.


과거의 일들은 전부 루드가 ‘아는 일’이었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가장 괴로웠다.


“알고 있으면 뭐 하냐고...”


그녀가 알고 있는 건 과거의 일이었다. 그건 알고 있다고 해서 변하는 일이 아니었다.


그녀의 자매들이 갖고 있는 것들은 달랐다.


자신에 비해서 아는 것은 없지만 스쿨은 가장 많은 ‘꿈’과 ‘희망’을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가능성.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는 힘.


이미 일어나 버린 일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과거의 일을 추측하면서 가능성을 논하는 것은 인간 기준의 ‘인지능력’의 문제일 뿐이었다.


루드는 스쿨의 ‘꿈’과 ‘희망’이 부러웠다. 과거는 움직이지 않기에.


단디는 가장 이질적인 존재였다.


실제로 세상에 관여하는 것은 결국 단디였다.


움직이지 않는 과거도, 불확실한 미래도 아닌 현실을.


사람들은 과거를 기억했다. 불완전한 자신들의 인지와 기억으로 잊어버리고 왜곡하고 있던 것은 없었던 것이 되고, 없었던 것은 있었던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게 현실에서는 의미가 있었다.


사람들은 미래가 올 것이라는 것은 믿지만 그때 무엇이 일어날지는 정확히 알 수 없기에 불안했다.


그리고 스쿨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걸 ‘현실’로 만들 힘은 없었다. 결국 ‘현실’이 되는 건 단디와 인간 자신들이 만들어가는 거였다.


루드는 참지 못하고 폭발했다.


“나도 꿈을 가지고 싶어.”


과거는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다면 적어도 존재의 측면에서 과거는 가장 완전한 것이었다. 그래서 루드가 만든 ‘꿈’은 가장 완전한 것을 추구하는 세계였다.


-----------------------------------


“... 각성계를 만들었다고요?”


“그래. 각성계를 만든 것은 나야.”


“아니... 그럼...”


각성계의 왕인 자신은, 아니 왕이었던 알베르트는 뭐란 말인가.


“각성계는 과거의 것들은 담을 수 있었어. 이미 확정된 것들. 변화하지 않는 것들. 그런 변하지 않는 것들은 움직이지 않지.”


베르는 각성계의 시간이 흐르지 않는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그리고 그럼에도 각성계에도 과거라는 것이 존재하는 이유도.


“꿈이길 바랐기에 과거의 것들과 전부 다르게 만들었어. 실제 과거에는 없어도 과거에 존재했던 상상력들은 글이라는 과거로 남았으니까. 나는 그러면 꿈같은 세계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 내가 만들었지만 순환하지 않는 세계. 결국 꿈이었지만 죽어버린 세계. 거기가 각성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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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3 142. 거짓말을 하지 않는 법 23.06.23 59 1 13쪽
142 141. 흔들리는 진실 23.06.22 60 2 12쪽
141 140. 폭탄 돌리기 23.06.21 60 1 13쪽
140 139. 유산의 무게 23.06.20 75 1 15쪽
139 138. 자기만족 23.06.19 65 1 14쪽
138 137. 간섭력 +2 23.06.18 65 2 13쪽
137 136. 진실의 조각 23.06.17 57 1 13쪽
» 135. 신만이 아는 것 23.06.16 63 1 14쪽
135 134. 너의 소원을 +1 23.06.15 56 2 13쪽
134 133. 비공개 오디션 (3) 23.06.14 54 1 14쪽
133 132. 비공개 오디션 (2) 23.06.13 56 1 14쪽
132 131. 비공개 오디션 (1) 23.06.12 59 1 14쪽
131 130. 제작사 어라우절 23.06.11 55 1 14쪽
130 129. 이슈의 중심 23.06.10 59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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