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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8.28 23:34
최근연재일 :
2016.09.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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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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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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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건은 일어난다. -제 9화

DUMMY

다음날 오전 8시.


찬비는 신보회가 있는 공덕동 재광 오피스텔을 찾았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602호를 찾았고, 문에 열쇠를 꽂았다.

열쇠가 부드럽게 돌아간다.

그리고 문이 열렸다.


10평 남짓한 오피스텔은 잘 정돈이 되어 있고,

냉장고와 간단한 주방가구, TV와 VTR등, 필요한 집기가 갖추어져 있다.


침대를 대신할 수 있는 소파와 테이블, 그 뒤에, 창문 쪽으로 큼직한 오렌지색 책상이 ㄱ자로 배열되어 있고,

그 위에 두 대의 모니터와 4대의 컴퓨터가 작동하고 있었다.


찬비는 책상위에 갖고 온 서류들을 올려놓은 채 주방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각종 인스턴트 음식들과 음료수가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아마 전임자의 배려였으리라.


커피를 뽑아들고 책상위에 앉았다.

그리고 컴퓨터의 시스템을 확인했다.


메인 서버는 충분한 메모리와 저장 공간을 갖추고 있었고,

다른 한 대와 연결되어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고 있다.

이 두 대의 컴퓨터는 다시 나머지 두 대와 연결되어 있고,

그중 하나는 국내, 분야별 담당자들을 통해 들어오는 데이터를 메인에 저장하고, 나머지 한 대는 일본의 재특회와 연결되어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국내와 일본에서 정보들이 들어오고 있었고,

실시간으로 모니터에 정보계통이 나타나며 자동으로 저장된다.


찬비는 정보 계통 망을 확인하고, 저장된 자료들을 찾아,

소리새의 웹사이트인 ‘현대 물리학의 저장소’로 전송했다.


그 시간, 태일과 한성은 둥지에 있었다.


한성은 시시각각으로 찬비가 보내오는 자료들을 받아 정리하고 저장했고, 태일은 그 자료들을 분석하면서 앞으로의 계획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날 한주석은 청와대에서 서별관 회의를 주도하고 있었다.

‘비공개 거시경제 정책협의회’ 다.


“극비로 추진해야 할 대통령 특별 지시사항입니다.

기회 행정부 장관이하, 경제수석은 산하 기관장들과 오늘 중 협의하여, 재계와 은행들이 소유하고 있는 영국국채를 즉시 모두 처분하도록 조치를 취하십시오.


오는 9월 10일 영국이 국채를 동결할겁니다.

그때까지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영국 국채를 모두 매각해야합니다. 그 어떤 손절을 감수하더라도, 일단, 모두 매도시키도록 신속한 조치를 취하십시오.


경제부 장관이하, 금융 감독원장, 한국은행장등,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은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경부 장관이 물었다.

“어떤 근거에서 입니까?”


“믿을만한 소식통에서 들어온 정보라고만 알고 계세요.

대통령과 저만 알고 있는 사항입니다.

자세한 내용을 말씀드리지 못하는 점 양해해 주시고요,

결정된 일이니 무조건 조치를 취하십시오.


책임은 대통령과 제가 집니다. “


국운이 걸린 중요한 사항이었다.

이백 조가 넘는 영국채권을 일시에 처분 하라니!


한주석이 말을 이었다.

“수단방법 가리지 말고 무조건 실행하시고요,

보안 신경 쓰십시오! “


그는 실세였다.

더군다나 대통령의 특별 명령이니, 결과를 불문하고 , 그들은 시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별관 회의를 마치고,

한주석은 업무실로 돌아와, 서울 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민정수석입니다.”

“예, 수석님. 먼저 영전을 축하드립니다.

무슨 일로 제게 전화를 주셨는지요? “


야당출신의 시장은 청와대 민정수석의 갑작스런 전화에

의아해하는 눈치였다.


“다름이 아니라, 시장님. 우면동 부현아파트 알고 계십니까?”

“예. 노후한 건물이라 아파트 건물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이 이어져 왔지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오는 9월 10일 전에 아파트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켜야 합니다. “

“예? 대피를 시키다니요?”


“잘 들으세요.

시에서 확보 가능한 빈 아파트를 오늘 중으로 확보하고,

9월 10일까지 주민들을 임시로 거기에 대피시키세요.


9월 10일 아파트가 붕괴할 수 있다는 정보예요!

내일 오전, 제가 아파트로 직접 가서 주민들을 설득할 것입니다. 부현아파트 비상 주민대책회의를 소집해 주셔야겠습니다.

시장님은 해당 구청과 시의 모든 인력 총동원해서 10일전에 대피완료 시켜야합니다. 9일 저녁부터는 아파트 근처에 개미 한 마리도 있어서는 안 돼요. “

“아직 붕괴 징후는 없는 것 같은데요.”


“500여명의 주민들 생사가 걸린 일입니다!

그런 안일한 태도로 사태에 임하니까 시정이 그 모양 이지요! “


상대가 상대이다 보니 최 시장은 받아칠 수가 없었다.

“알겠습니다. 청와대의 지시를 따르지요.”


전화를 끊으며 한주석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내일 아파트 주민회의에 기자들을 불러, 이 한주석이의 능력을 보여줘야 해!”


9월 10일 오후 3시 15분.


가이드라인이 처져있던 우면동 부현아파트는 굉음을 울리며 내려앉기 시작했다.


8층의 기둥과 구조물이 부러져 나가며 상층부의 콘크리트 구조는 아래층을 때리고, 연쇄붕괴가 이어져 삽시간에 15층의 건물은 주변 500미터에 흙먼지를 덮었고,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설마 하는 의구심에도 묵묵히 대기하고 있던 방송기자들은, 이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체가 내려앉는 모습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었다.


“긴급 뉴스입니다. 우면동 부현아파트가 방금 전 3시 15분, 정부의 예상대로 붕괴했습니다.

이 사고를 미리 예견했던 정부의 신속한 조치가 있었기에,

단 한명의 인명 피해도 없었습니다. “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영국발 국채동결 소식이 외신을 타고 국내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요 외신들은 한국정부의 경제변수 예측과 신속한 위기대처 능력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그리고 한주석을 감고 있었던 오성기업 뇌물 수수 사건은, 그렇게 희석되어, 더 이상 자취를 찾아볼 수 없었고, 대통령은 각별한 신뢰를 한주석에게 보냈다.


찬비는 신보회 사무실에서 퇴근 준비를 하던 중 한주석의 전화를 받았다.


“그래, 일은 할 만한가?”

“예, 수석님. 이제 일에 재미를 붙여가요.”


“아, 그래. 어련히 잘 하려고!

그건 그렇고, 어제 소식 들었지?

자네 말처럼, 이제 내 위치가 굳건해졌어. 고맙네!

저녁에 한잔 사고 싶은데. 보너스도 좀 줘야겠고. “


“그래요, 수석님. ‘하루’에서 뵙지요. “


연희동 일식집 ‘하루’에서 간단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한주석은 그녀를 데리고 서초동 ‘천교’ 클럽으로 갔다.


“천교”는 이층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사교 클럽으로,

5개의 대형 객실만 갖추고 있는 소규모 룸살롱이다.

이곳은 정 재계의 인사들만이 스케줄에 의해 예약을 받아 이용할 수 있었고, 철저히 검증된 멤버들에 의해서만 운영되는 초특급 사교클럽 이었다.


넓은 잔디밭을 지나 로비에 들어서자,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자가 나와 한주석을 맞았다.


“요즈음 잘 나가시는 것 같아요, 의원님. 아니, 이제 수석님이시지요!”


“그래요. 송 마담.

오늘은 손님이 있어, 둘이서만 간단히 한잔 하고 갈 거야.”


“그러세요, 수석님.”


여자는 그들을 2층 구석방으로 안내했다.

찬비는 긴장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고급 사교클럽은 처음 와 보는데다,

한주석이란 동물과 둘만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게 몹시 부담스러웠다.


룸은 입이 딱 벌어질 정도로 호화스러웠고, 150인치 대형 스크린 앞으로 갈색 천연가죽 소파가 일자로 놓여있다.


소파 앞의 대형 대리석 테이블위엔, 센스 있게 생화가 장식되어 있었고, 대형 콤포넌트 앞으로 널찍한 공간이 스테이지를 대신하고 있었다.


술과 인주가 들어오고,

한주석은 찬비의 잔에 술을 따랐다.


“어제 두 개의 사건이 동시에 터지고 네 얼굴이 떠오르더군.

도저히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갔어.

자네 말대로, 아무리 컴퓨터 공학이 발달했다고 해도, 이렇게까지 정확하다는 건 아직도 납득이 안가! “


“컴퓨터가 아니라 데이터죠. 컴퓨터는 기계에 불과해요.

어떤 데이터를 집어넣고 어떻게 돌리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오지요. “


“널 만난 게 행운이었어.

자. 한잔 해야지! “


둘은 잔을 부딪쳤다.

술잔이 몇 차례 돌고, 한주석은 안주머니에서 봉투 한 개를 꺼내 찬비 앞에 올려놓았다.


“이게 뭐예요?”

“보너스야. 천만 원!”

“허! 이거 너무 많은가 아닌가요?”

“아니야. 네가 나한테 준걸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그건 시작에 불과해.

앞으로 너 하기에 따라 진짜 큰 게 올 거야. “


찬비는 아무 말 없이 듣고만 있었다.


한주석이 말을 이었다.

“올해 스물넷이라고 했지? 다음 총선이면 4년 후야.

그땐 자네도 스물여덟이고.

나이 스물여덟에 국회의원 되는 거야.

여느 애들처럼, 쓸데없는 연애질이나 하지 말고 앞날을 생각해! 그리고 이 한주석이만 믿고 따라와. 네 앞길은 내가 연다. 기회는 자주 오는 게 아니야! “


그는 노련했고, 자신은 여자가 뭘 원하는지를 안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말없이 고개만 숙인 채 자시의 말을 귀에 새기며 듣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의 손이 찬비의 무릎을 짚었다.

찬비는 순간 전신에 소름이 돋는걸 느끼며 이를 악물었다.


“어떻게 해야 이 위기를 넘길 수 있을까?”

도저히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남자의 손은 서서히 무릎 위를 넘어 스커트라인을 지난다.


‘엄마! 나 어떻게 해!’

그녀의 굳어진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띠리리리······.”

순간 찬비의 전화벨이 울렸다. 유한성 이었다.

그녀는 순간의 기회를 놓이지 않았다.


“오빠? 나야. 응. 여기 서초동. 응. 친구들 하고.

뭐? 뭐야! 엄마가 왜? 어째서? 알았어! 금방 갈게! “


그녀는 벌떡 일어서며 두 배쯤 목소리를 높여 전화에 대고 말했다.


전화를 건 유한성은 어안이 벙벙했다.

“얘가 미쳤나?”

그녀는 혼자 미친 듯 떠들어 대더니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는다.


정작 이상하게 된 건 한주석이었다.

“왜? 무슨 일 있나?”


“어머! 어떻게 해요! 엄마가 낙상하셨대요.

어떻게 해요, 우리 엄마! “


“그래? 많이 다치셨나?”

“몰라요. 어떻게 하나, 우리 엄마!”


그녀의 연기가 먹혀들고 있었다.

“죄송해요, 수석님. 저 가봐야겠어요. 흑, 흑······.”


“어. 그래. 가 봐야지. 걱정 말고 먼저 가 봐요.”

“고맙습니다, 수석님. 정말 죄송합니다.

어떻하나! 우리 엄마! “


그녀는 천만 원이 든 봉투를 가방에 넣고 일어나 방을 뛰쳐나갔다.


그녀가 나가고, 갑자기 뒤바뀌어 버린 상황에 한주석은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테이블위의 벨을 눌러 웨이터를 불렀다.

“야! 송마담 오라고해!”


무슨 일이 났나 싶어, 송마담이 방으로 뛰어갔다.


“야! 애들 두세 명 들여보내! 빨리!”

그는 소리를 질러대고 있었고,

“예, 예. 곧 들이겠습니다.”


송마담은 방을 나서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 참! 별일이네!”


잠시 후 송마담은 두 명의 여자들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섰다.

여자들이 한주석의 양 옆에 앉았고, 한주석은 넥타이를 풀었다. 송마담이 먼저 한주석의 잔에 술을 따르며 물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아까 그 아가씨는 가셨나 봐요? “


“응. 우리 직원인데 얘기 끝나고 돌려보냈어.”


그의 오른손이 옆에 앉은 여자의 가슴을 파고들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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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소리새는 둥지를 틀었다. -제 7화 +1 16.09.06 419 0 11쪽
6 정권의 심장 속으로 -제 6화 +2 16.09.05 319 1 11쪽
5 소리새의 탄생 - 제 5화 +4 16.09.04 337 7 12쪽
4 지도자와의 만남 - 제 4화 +4 16.09.02 460 8 12쪽
3 벌어진 사건 -제 3화 +4 16.08.31 482 6 10쪽
2 사건의 전개 - 제 2화 +2 16.08.30 538 7 11쪽
1 시공간을 넘어온 라디오 전파 - 제 1화 +6 16.08.28 1,03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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