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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8.28 23:34
최근연재일 :
2016.09.09 19:44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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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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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657

작성
16.09.0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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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정권의 심장 속으로 -제 6화

DUMMY

다음날 정찬비는 한주석에게 메일을 보냈다.


“존경하는 한주석 의원님께.


저는 웹 프로그램과 관리를 주업으로 하고 있는 ‘정찬비’라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정치에 관심이 많았고, 웹을 통한 정치참여를 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한의원님의 정치행보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의원님의 정치 철학과 소신을 지지하게 되었지요.


외람되지만, 저는 웹을 통한 남다른 정보 취득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제가 쌓아온 데이터의 분석을 통해, 한의원님의 정치 행보에 타격이 될 만한 사건을 알게 되었기에,

염치 불구하고 메일을 드립니다.


제가 얻은 정보에 의하면,

며칠 후 한경일보에, 오성기업과 관련한 한 의원님의 기사가 실릴 겁니다.


한 의원님을 존경하는 애국 보수 진영의 한사람으로서,

두고 볼 수만은 없기에 이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제 의견에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찾아뵙고 자세한 말씀을 드릴 기회가 있기를 바랍니다.


-정찬비 올림-

핸드폰 번호 : 012-943 xxxx “


메일의 센트 버튼을 누르며, 찬비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다음날,

찬비는 모르는 남자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한주석의원님의 보좌관인 심기태입니다.

메일 주신 정찬비씨 맞지요? “


“네, 제가 메일 드렸습니다.”


“먼저 관심을 가져주신데 감사드리고요,

한 의원님 신상에 관한 문제라고 하셨는데,

제게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죄송하지만 전화상으로는 어렵고요, 시간을 내 주시면 만나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그날 오후, 찬비는 심기태와 만날 수 있었다.


형식적인 겉치레가 끝나고 남자가 말했다.

“우아한 여성분이시군요. 웹을 하신다고요?”


“네, 데이터베이스 쪽의 일을 주로 하지요.

사이트 운영이나 관리도 하고요. “


“오성기업 말씀을 하셨는데 어떤 내용입니까? “


찬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관심을 갖은 거야! 미끼를 문 거지.’


“네, 상세하게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저는 웹을 통한 정보 취득능력이 뛰어납니다.

거두절미하고 말씀드리지요.


오는 9월 2일, 한경일보에 한주석 의원님 기사가 나갑니다. 지난 총선과 관련해서 불법 정치자금 5억여 원을 받으셨다는 내용이지요.


한 의원님의 정치 행보에 타격을 줄 수 있는 기사입니다.


의원님의 정치행보를 지지하는 저로서는 머리에 담고만 있기가 어려웠습니다. “


“흠, 찬비씨 말을 어떻게 믿을 수가 있지요?”


“기사가 나가기 전에 제가 증명을 할 수 없어 안타깝군요. 연줄이 닿으시면 한경일보 데스크에 자문을 구해 보시지요. “


남자는 말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남자는 한주석과 오성그룹의 관계를 알고 있었으니까.


8월 31일.

한주석은 한경일보의 ‘정승재’ 주필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와는 대구 중앙고교 동문이었고, 그가 일반 기자에서 주필로 승진할 때도 한주석의 입김이 작용했었다.


“정부장, 나 한주석이요. 요즈음 바쁜 거 같습니다. 전화통화 한번 없고.”


“아이고, 선배님. 제가 먼저 전화를 드렸어야 하는데,

신문사 일이라는 게 워낙 눈코 뜰 새가 없어서요.

제가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건강 하시지요? 의원님. “


그래요. 엎드려서 절 받기군요. 하, 하······.

한 가지 물어볼게 있어서 전화했어요.

혹시, 나와 오성기업 관련한 기사 준비하고 있는 거 있습니까? “


정곡을 찌르는 한주석의 말에 정승재는 위압감을 느꼈다. 철저히 보안을 유지하며 취재해 온 기사를 한주석이 알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그의 위상으로 봐, 거짓말로 넘길 수 있는 문제도 아니었다.


“그게, 저······.”

“말씀해 보세요. 아직 기사는 안 나갔으니.”


“의원님. 저도 이 자리에 있기는 하지만, 정당한 이유 없이 기사를 내고 안내고를 결정할 권한은 없습니다.

그런 기사를 본적은 있는데, 제 분야가 아니라 서요. “


“그걸 말이라고 하시오? 만일 그 기사가 나오면, 내 입지가 어떻게 되리라는 것도 잘 아셨을 텐데요.

기사 안 나오도록 하십시오! “


“의원님 죄송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막아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의원님. “


“알아서 하시요!”


한주석은 신경질 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사실이었다.

한 젊은 여자가 보내온 메일이 현실이 되어 자신에게 위협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는 오성기업의 송시곤 사장에게도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당사자인 그도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을까? 송시곤이도 냄새를 못 맡았다면 기자가 철저히 비밀로 붙였다는 얘긴데......“


한주석은 보좌관, 심기태를 불렀다.

“그 여자를 만나봐야겠어. 전화해서 오늘 중으로 약속을 잡게.”


찬비는 기다리고 있었던 전화를 받았다.

그리고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고, 검은 뿔테 안경을 썼다. 잘룩한 허리에 균형 잡힌 몸매는 정장이 잘 어울렸다. 굽이 높지 않은 구두를 신었고, 윤기 있는 짧은 머리와 뿔테 안경이 그녀를 지적으로 보이게 했다.


한주석은 마포 송광 빌딩에 개인 사무실을 갖고 있었다.

아무래도 상대가 젊은 여자이다 보니, 남들 눈이 많은곳은 피하고 싶었다.


찬비는 약속 장소인 송광 빌딩, 2층 사무실로 찾아가,

두 번 노크하고 안으로 들어섰다.


개인 사무실이라기엔 규모가 컸고, 인테리어도 호화스럽다.


비서인 듯 보이는 여자가 말했다.

“정찬비씨 인가요? 한의원님께서 기다라고 계십니다.”


찬비는 여자의 안내를 받아 안쪽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소파에 앉아 신문을 읽고 있던 한주석은 눈동자만 들어 올려 여자를 쳐다봤다.

예상치 못했던 여자의 미모에, 그는 긴장해서 자세를 고쳐 앉는다.


“안녕하세요? 의원님. 정찬비라고 합니다.”


“아, 어서 오세요. 앉으시지요.

놀랐습니다. 이렇게 미인이실 줄은 몰랐는데요. “


찬비는 그의 저열한 농담에 섞인, 끈끈한 목소리가 싫었다.


그녀는 맞은편 소파에 무릎을 모아 비스듬히 세우고 앉았다.


“정치에 관심이 많으시다구요.”


“네. 관심이 많습니다. 아직은 배워야 할 것도 많고요.”


“흠, 저에 대해선 언제부터 관심을 갖으셨나요?”


그는 안경 너머로 그녀의 무릎을 응시하고 있었다.


“지난 총선 때라고 기억합니다. 한의원님 연설에 감동 받았지요. 그러면서 한의원님의 정치행보에 관심을 갖기 시작 했습니다.”


“창피한 얘기지만, 오성기업 관련 정보를 어디서 알게 되었나요?”


“저는 웹 전문가입니다. 웹을 통해 자료를 모으지요.

그렇게 모인 자료는 제가 만든 시스템을 통해, 통계와 로직으로 사건의 향방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전문 영역이라 자세히는 설명드릴 수 없지만, 정치 분야에서 만큼은 사태 분별 능력과 향후 예측 면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


“그래요, 오성기업 사건도 그렇게 해서 예측한 것이군요.

그럼,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떻게 흘러갈 것으로 보시나요? “


“야당과 진보진영에서 끝까지 물고 늘어질 겁니다.

하지만 몇 일후 청와대 인사 개편이 있을 예정이지요.

그리고 한의원님께서는 오성기업 뇌물 수수 사건을 안은 채 민정수석으로 들어가십니다.

예정된 일이지요. “


한주석의 눈 끝이 긴장했다.


‘아니! 대통령과 자신이 극비리에 진행해온 인사문제를,

이 여자가 어떻게 알고 있다는 말인가!

그것도 날짜까지! ‘

찬비가 말을 이었다.

“의심하시겠지요. 전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청와대나 국정원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평범한 웹 전문가일 뿐입니다.

제가 드리는 정보가 아무쪼록 의원님의 정치행보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일뿐이지요.


못 믿으시겠지만, 컴퓨터는 다루기에 따라 데이터만

갖추어지면 앞일을 내다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습니다.

물론 전문 영역이지만요.

전 이 분야의 전문가일 뿐이고요. “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귀신이 아닌 다음에야 어떻게 자신의 앞날을

꿰뚫고 있다는 말인가?


여자의 말이 사실 이라면, 이건 큰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이런 인재가 숨어 있었을 줄이야!’


한주석은 노련한 정치인 이었다.

“좋아요. 믿기로 하지요.

또 다른 정보도 갖고 있으신가요? “


“정보란 데이터에 따라 얼마든지 예측을 쏟아냅니다.

저는 한의원님의 행보에 관련된 정보라면 그때 그때,

적시에 정보를 찾아 의원님께 드리겠습니다. “


“네게 그렇게 하시는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


“있지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말해 보세요.”


“의원님께서 관여하시는 ‘신보회’라고 있지요?”


“애국 보수단체 말인가요?

그게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다는 겁니까?”


“말씀 드렸잖습니까, 의원님.

저는 통계와 논리로 사태를 분석한고 예측한다고요.

아니라고 하시면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네요.”


한주석은 이 여자의 정체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예민한 정치적

이슈를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입을 다물고 있는 한주석에게 찬비가 덧붙였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씀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참, 한 가지 더 있네요. “


한주석의 눈 끝이 올라갔다.


“며칠 후 민정수석이 되시면 야당과 진보진영의 공격이

만만치 않을 겁니다.

어쩌면 최단임 수석이 되실 수도 있고요.


위기를 모면하실 수 있는 정보를 하나 더 드리지요.


9월 10일, 우면동 부현 아파트가 붕괴할 것입니다.

작년부터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지만 정부는 안일한 태도로

이를 묵과해 왔습니다.


그렇게 되면 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인재가 될 것입니다.

이 년 전 세월호 사건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대형 사고이고

또한 인재지요.

어쩌면 현 정권의 위기가 될 수도 있습니다.


민정수석이 되시면, 미리 사고를 예측하시고 직접 나서서

주민들을 대피시켜 주십시오.


대통령님의 신임을 얻을 수 있으실 겁니다. “


한주석은 아무 말도 못한 채, 이 낯선 여자의 허무맹랑한

얘기를 듣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마친 찬비는 허리를 굽혀 공손히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왔다.

한주석의 끈적한 눈빛이 그녀의 뒤태를 따라붙었다.


그녀는 송광 빌딩을 나서며 태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리새 3호.

한주석을 만나고 나오는 길이예요.

7시에 같은 장소에서 만나요. “


그들은 어느새 암호명을 사용하고 있었고,

그것 또한 재미있는 일이었다.


7시, 종로 타임 스퀘어.


“한주석의 반응은?”

태일이 먼저 물었다.


“묘한 표정이었지요.

임팩트가 너무 강했나 봐요. “


“믿을 수도, 안 믿을 수도 없었을 거야.

자존심도 상했을 테고. “


한성이 말을 받았다.

“정부 여당의 핵심에게 말을 던졌으니, 의심부터 하고 볼 거야. 핸드폰 통화 조심해야겠어. 가능한 일에 관련된 통화는 자제해야하지 않을까?”


“맞는 얘기야. 특히 찬비.

오늘부터 그 핸드폰은 우리 일에는 쓰지 마.

한성아, 네 핸드폰을 찬비에게 줘라.

넌 하나 더 장만하고.


그리고 앞으로 할 일이 많을 텐데, 일할 장소가 있어야겠어.

한성이는 신촌 근방에 오피스텔을 하나 알아봐.

넌 아직 노출되지 않았으니 네 이름으로 계약하고.

이년 전세로.

동시에 필요한 집기와 컴퓨터도 갖추어야 하겠지?


김시진 의원이 자금을 지원할거야. “


“이제, 진짜 일이 시작 되는구먼!”


셋은 의욕이 넘쳐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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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건의 전개 - 제 2화 +2 16.08.30 539 7 11쪽
1 시공간을 넘어온 라디오 전파 - 제 1화 +6 16.08.28 1,03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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