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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8.28 23:34
최근연재일 :
2016.09.0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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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657

작성
16.09.04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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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소리새의 탄생 - 제 5화

DUMMY

다음날 전태일은 친구 유한성을 만나고 있었다.


“나도 리우 올림픽 오물 투척 사건을 직접 내 눈으로

확인 하고는 전율을 느꼈어.”


태일은 이상훈 대표와의 만남을 친구 유한성에게 털어놓았다.

이야기를 들은 한성이 물었다.


“그래, 정말 일본으로 갈 거야?”


“가야지. 가서 밑바닥부터, 하나, 하나씩, 차근차근 일을 시작할거야.

그들의 본 모습을 알아내고야 말겠어.

너, 날 도와줄 수 있겠니? “


“내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야 도와야지.

운명이란 걸 믿지는 않지만, 뭔가 예정되어 있었던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

이 상황에서 발을 뺄 수 있는 놈이 있을까? “


“난 이미 시작하기로 결심 했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네가 있어야 해.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기다려 봐. 계획이 잡히는 대로 연락할게. “


며칠 동안 먹통이던 라디오가 소리를 뱉어냈다.

주파수가 변해있었고, 소리도 겨우 알아들을 수 있을 만큼 작아져 있었다.


잡음이 섞인 음악방송이 끝나고 뉴스가 이어졌다.


“사실, 이상훈 후보가 빠진 이번 대선은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어제 19대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택수 당선인이 새 내각의 구성계획을 발표했지요? “


패널이 말을 받았다.

“예, 그렇습니다. 눈에 띠는 것은, 새 내각을 이끌 총리에 지난번 민정수석, 한주석씨가 내정된 것인데요,

한 수석은 작년 9월 2일, 오성기업 뇌물수수 사건이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해 9월 5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발탁 되지 않았습니까?


이를 놓고, 정계와 언론에서는, 한 수석이 지난 정권의 실세라는 평가를 받아왔는데요.

작년 9월 10일 일어났던 우면동 ‘부현 아파트’ 붕괴사고를 미리 예측하고 대처했고, 유럽 발 금융위기를 미리 예측하는 등 일련의 청와대 참모로서의 성과를 높이 평가 받은 게 아니냐 싶습니다.


하지만 올 초에 불거졌던, 인터넷 극우 사이트 ‘신보회’의 자금 지원 사건 등에 연결되면서, 과연 인사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지의 여부가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 ...... “


태일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방송내용을 받아 적고 있었다.


한성의 말대로, 방송전파는 언제든지 상황이 바뀌면 중단될 수 있었고, 어쩌다 한 번씩 간신히 잡히는 작고 미세한 소리들은, 앞으로 그가 시작해야 할 일들의 중요한 자료와 정보들이었다.


다음날 오전, 태일은 친구 한성과 다시 만났다.

“너, 혹시 말이야, 웹사이트 잘 만지는 애들 중에 우리일 적극적으로 도울 수 있는 사람 하나 찾을 수 있을까?”


“웹사이트?”

“그래, 그쪽에서부터 일을 시작 하려고 해.”

“그게 우리 일과 관련이 있는 거니?”


“물론! 너, ‘신보회’ 라고 알지?”

“극우 사이트 말이냐?”


“그래, 애국 보수라고 하는 애들, 게거품 물고 떠드는데 말이야.”

“그런데?”


“돌아가는 상황을 분석해 보면, 아무래도 일본 재특회와 한국 신보회가 연관성이 있다는 의심이 들어.

먼저 그쪽을 뒤져봐야 실마리가 풀릴 것 같아. “


“흠, 진보성향이 짙은 애들 중에 웹사이트를 잘 다룰 줄 알아야하고······.

하나 있긴 한데, 애가 좀 깐깐해. “


“한번 만나보자.”


한성은 바로 핸드폰을 열어 전화번호를 눌렀다.


그날 저녁, 종로 타임 스퀘어에서 셋의 만남이 있었다.


“우리 학부시절, 과 후배야.

여긴 내가 말했던 정신 나간 친구고. “


“만나서 반갑습니다. 전태일입니다. 현재 백수고요,

한성이 와는 고등학교, 대학 같이 다녔지요.

전공은 다르지만 같은 대학 동창이시네요.

물리학과라고 들었습니다. “


“정찬비예요. 저도 백수고요.

아르바이트로, 입시생 몇 명 수학지도하고 있어요. “


한성이 어색한 분위기를 풀었다.

“자, 이제 대학 동문들끼리 모였으니 가볍게 한잔 해야지.”


셋은 테이블위에 놓인 얼음 통에서 맥주병을 꺼내들고 병을 부딪쳤다.


태일이 먼저 말을 열었다.

“정찬비 씨라고 하셨지요? 이름이 특이하네요.”

“예, 차가운 겨울비라고 할까요? 돌아가신 아버님께서는, 당신의 딸이 자라서 차가운 여자가 되길 원하셨대요.”


한성이 말을 받았다.

“그래서 애가 좀 깐깐해.”


셋은 웃을 수 있었고,

경직되었던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절 만나고 싶다고 하셨다는데요, 남녀의 만남 같은 자리였다면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한성 오빠 얘기로는 정치관련 토론이라고 해서 나온 거예요. “


“그래요. 억지로 같다 붙이자면 정치토론 이고요,

그냥 하는 말로는 사람 사는 얘기지요. 정치란 게 사람 사는 얘기 아닌가요?


찬비 씨는 민주당 이상훈 대표의 대선 행보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


“흠. 좀 무거운 얘기네요. 야성이 너무 강하긴 하지만, 일단 신뢰가 가요. 그가 말하는 ‘친일청산 개혁론’도 설득력이 있고요.”


“왜 이제 와서 구시대의 친일청산이, 개혁의 디딤돌이 된다고 생각 하세요?”


“대답해야 하나요?”


“자신 없으면 대답 안 해도 됩니다.”


“하, 하. 그럼 대답해야겠네요.

한마디로 연결고리를 끊자는 거지요.

이제, 제가 하나 묻지요.

지금의 보수 기득권 세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아울러 정의롭다고 생각하세요? “

“정의요? 그들에게 그런 단어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찬비가 다시 물었다.

“그럼 진보는 정의롭습니까?”


“이시대의 진보는 정의로부터 시작했지요.

하지만 기득권에 맞설 준비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지금의 보수 기득권 세력은 그 뿌리가 깊지요.

지난 70년 동안 그들은 꾸준한 연구와 경험을 통해, 자료와 정보를 축척해 왔습니다.

그들에겐 국정원과 검찰이 있었고, ‘신보회’라는 넷우익 단체가 있습니다.

진보에게 부족한 것은 정보에요.

우리도 이제 정보가 필요합니다. “


“그래서요? 그게 오늘 저를 만나자고 하신 이유인가요?”


“그래요, 저들을 알아야 저들을 이길 수 있습니다.”


“말 돌리지 말고 얘기해 보세요.”


“결론부터 말하지요.

제가 몇 가지 정보를 드릴 테니, 그걸 가지고 저쪽에 접근하세요. 그리고 그들의 정보를 가져오세요. 엄청난 게 있을 거라는 판단에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


전태일은 정찬비에게 일련의 사건들을 상세히 얘기했고, 진정한 눈빛으로 그녀의 동의를 구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일이네요.”


유한성이 말했다.

“나도 믿지 않았고, 김시진 의원도 믿지 않았어.

하지만 리우 올림픽 사건이 실제로 터지면서 우리는 하나가 되었지. 한 가지 목표를 갖게 된 거야. “


태일이 말을 받았다.

“그래서 찬비 씨를 만난 겁니다.

나와 한성이, 그리고 우리 뒤에 김시진 의원과 이상훈 대표가 있습니다. 우리와 함께 해 주시겠습니까? “


찬비는 미소를 지었다.

“흠······. 고리타분한 남자들만 모여 있네요.

상큼한 여자가 한명쯤 들어가야 재미있는 게임이 되지 않을까요? “


“크으! 그림 좋다!”


한성의 한마디에 셋이 웃었다.


셋은 다음날 저녁 일곱 시에 다시 이곳에 모이기로 하고 헤어졌다.


다음날 오전, 태일은 김시진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국회 도서관으로 갔다. 이상훈 대표를 만난 지 일주일 만이었다.


“오래 기다리셨지요? 그래, 계획은 세우셨습니까?”


“대충은요. 한 달쯤 후에 일본으로 떠날 생각입니다.

떠나기 전, 해야 할 일들이 있습니다. “


“좋습니다. 그날 태일씨 가시고,

이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가 태일씨를 지원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습니다.

일본은 처음이시지요? “


“예, 처음입니다.”

“그러신 거 같아서 제가 자료를 좀 준비했습니다.”

김시진은 서류봉투 하나를 태일에게 건넸다.


“제가 이 대표님께 올린 보고서입니다.

읽어보시고 계획을 세우는데 참고로 하세요.

백수라고 하셨으니 경비도 부족하실 테고, 계획이 잡히시는 대로 경비는 저희가 부담할 겁니다. “


“말씀 감사합니다.”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이번일은 저희가 정면에 나설 수는 없습니다. 철저히 민간차원에서 일이 진행되어야하고, 저는 뒤에서 지원만 할 뿐입니다. 저는 국회의원 신분이라 노출되면 문제를 야기시킬 수 있지요. “


“알겠습니다. 의원님.

계획이 잡히는 대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


전태일은 국회 도서관을 나와 집으로 돌아왔다.


라디오는 아예 먹통이었다.

가끔씩 들리던 잡음 소리마저도 이젠 들리지 않았다.


그는 책상에 앉아 김시진이 건네준 서류봉투를 열어 보았다.


“ 사업 계획서입니다.

사업명 : ‘사건의 지평선’

사업주체 : ‘전태일’과 그가 구성하는

순수 민간단체, ‘XXX(명칭 미정).

사업예산 : 한화 20억.

사업기간 : 사업 개시일로부터 2017년 12월 20일

대선까지.


사업의 목적 : 최근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극우행보를 추적하여 그들의 최종 목표를 파악하는데 있으며,

그것을 파악하기 위해 자민당과 재특회의 연관관계를 조사 분석하여, 향후 일어날 일본의 도발을 미연에 방지한다.

나아가 이상훈 대표의 ‘친일청산 개혁론’의 기초자료를 확보하고, 내년 대선을 통한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이 사업의 목적이 있다.


----------------------------------

이상이 전태일 씨가 하고자 하는 사업의 기본 골격이고,

아울러, 일본에서의 활동에 참고가 될 만한 몇 가지 자료들을 함께 첨부합니다.

......, ...... “


그날 저녁, 7시, 종로 ‘타임 스퀘어’

전태일, 유한성, 정찬비.

셋은 예정대로 그곳에 모였다.


태일이 먼저 말을 열었다.

“이렇게 셋이서, 이제 일을 시작한다.

위험할 수도 있어.

빠지고 싶은 사람 있으면 지금 말해. “


한성과 찬비는 미소만 짓고 있었다.


“좋아. 일단, 이 모임의 이름이 있어야 하겠는데,

좋은 의견 있으면 말해봐. “


찬비가 의견을 내놨다.

“‘소리새’ 미래의 소리를 아름답게 내는 사람들이에요.”


“그거 괜찮은데!”

한성은 동의했다.


“나도 동의! 비밀리에 진행되어야 할 사업이니,

사람들 눈에 튀지 않는 이름이 좋겠지. 오케이.

그럼 지금부터 우리들 모임의 명칭은 ‘소리새’로 한다.”


“이름이 정해졌으니 일을 시작해야지요?”

찬비는 의욕에 넘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가 먼저 시작해야할 것 같아.

일단,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

순수하게 현대 물리학 동인 사이트야.

표면상으로 시공간 차원의 논문들을 주로 싣는 거야.

한성이가 도와줄 수 있겠지.

로그인에 신경 써. 멤버들의 등급을 여러 개 만들고,

최고 등급에 우리, ‘소리새’의 페이지를 하나 만드는 거야.

보안이 중요해.

앞으로 우리에게 모이는 모든 정보와 자료들이 여기에 저장되겠지. 또한 우리들의 소통의 공간이기도 하고.


그리고 두 번째,

9월 2일, 부도 위기의 오성 기업이 5억대의 뇌물을,

여당 4선 의원인 한주석에게 제공했다는 사건을

한경일보에서 터트릴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일 후인 9월 5일에 그는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들어간다.


그가 이 정권의 핵심 세력이야.

그리고 그는 비밀리에 인터넷 극우단체, ‘신보회‘를 지원해왔어. 재야와 언론은 오성기업 뇌물사건을 빌미로 청와대 인선을 비난하고 나설 거야.


그리고 며칠 후,

우면동 부현 아파트붕괴 사고가 일어나고,

다시 유럽발 금융위기가 터진다.

내가 주는 정보를 갖고 한주석에게 접근해봐.

그리고 하나씩 정보를 흘려.

그러면 그가 널 신뢰하게 될 거야.

그때 가서 그에게 딜을 하는 거지.

‘신보회’의 운영권을 달라고.

우리가 신보회를 접수하는거야.“


정찬비의 눈꼬리가 올라갔다.

“재미있겠네요.”


“서둘러야 할 거야. 시간이 많지 않아.”


2016년 8월 23일.

그렇게 ‘소리새’는 세 명의 젊은이들로 인해

탄생할 수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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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권의 심장 속으로 -제 6화 +2 16.09.05 320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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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벌어진 사건 -제 3화 +4 16.08.31 483 6 10쪽
2 사건의 전개 - 제 2화 +2 16.08.30 539 7 11쪽
1 시공간을 넘어온 라디오 전파 - 제 1화 +6 16.08.28 1,03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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