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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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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8.28 23:34
최근연재일 :
2016.09.09 19:4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001
추천수 :
41
글자수 :
40,657

작성
16.08.31 2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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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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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0쪽

벌어진 사건 -제 3화

DUMMY

전태일은 신동해 빌딩을 나오며 핸드폰을 열어,

건네받은 전화번호를 눌렀다.


세 번 신호가 울리자 젊은 남자가 전화를 받았다.

“네, 김시진입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맑고 차분했다.


“예, 안녕하십니까? 저는 ‘전태일’이라고 합니다.

이상훈 대표님 신상 문제로, 찾아뵙고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

“이 대표님의 신상 문제라고요?”

남자는 예상치 않은 태일의 말에. 의심부터 하는 눈치다.


“그렇습니다. 믿기지 않으시겠지만, 이 대표님의 신상이 위험합니다.

잠시만 시간을 내 주시면 만나 뵙고 자세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남자는, 모르는 젊은이의 뜬금없는 전화에,

‘장난 전화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젊은이의 말투는 예의가 바르고 진지했다.


“음······. 좋습니다.

2시에 국회 외통위 간사 회의가 있습니다.

잠시 사간이 있으니, 1시에 국회 도서관 정문에서 뵙지요.

저를 못 알아보실지 모르니, 정문 앞 안내 게시판 앞에

서 계시면 제가 알아보고 찾아뵙겠습니다.

만나면 커피 한잔 뽑아주셔야 합니다. 하, 하······. “


짧은 통화였지만, 그는 상대를 존중할 줄 알았고 논리가 정연했다.

게다가 가벼운 농담도 어색하지 않았다.


시계바늘이 정확히 1시를 지날 때, 중키에 감색 정장을

단정히 차려입은 젊은 남자가 전태일 앞으로 다가섰다.


“전태일씨 맞지요?”

태일은, 이 멀쑥하게 잘생긴 남자에게 말했다.

“바쁘실 텐데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디 조용한 곳에서 잠시만 제 얘기를 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

“그러지요. 지하 구내식당으로 갑시다.”


둘은 국회 도서관 지하 식당의 한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태일은 커피 두 잔을 뽑아와, 한 개를 남자에게 건넸다.


“자, 이제 마주 앉았으니 말씀하시지요.

어떤 얘기라도 듣겠습니다. “


김시진 의원은 이상훈 당 대표의 추천으로, 지난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 의원이 된, 32살의 젊은 국회의원 이었다.


일본서 국제 정치학을 전공하고 한국에 돌아와 대한대학교에

조교수로 있다가 이상훈 대표와의 인연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는 일찍부터 해박한 일본정치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한일관계에 관련된 이슈들을 다루는 일본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여기에 실리는 논문과 자료들이, 일본 내에서는 꽤나 정평이 나 있었다.


전태일은 김시진 의원에게 사건의 전말을 간략하고도 명료하게 전달했다.


태일의 말을 끝까지 차분히 들은 김시진이 말했다.

“제게 힘든 선택을 강요 하시는군요.

만일 제가 이 이야기를 이 대표님께 말씀드리면,

이 대표님께서 저에게 뭐라고 하실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


태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생각해 봤습니다.

또한, 제가 이 황당한 이야기를 김의원님께 했을 때,

김의원님께서 뭐라고 하실 지도 생각해 봤지요.


‘미래에서 방송전파를 타고 온 황당한 메시지!’


아무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밖에 없는 황당무계한 저의 말을, 김의원님께서 이상훈 대표님께 진지하게 전달하실 수 없다는 것을 백분 이해합니다.


그래서 한 가지만 말씀드리고 가겠습니다.


내일, 2016년 8월 6일, 저녁 9시 30분.

리우 올림픽, 한국과 일본의 여자배구 경기가 열립니다.

한국이 세트 스코어 3대 1로 승리할 겁니다.


그리고 경기장을 빠져 나가는 한국 선수단에게,

관중석에서 오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된 3명의 일본인 청년들은,

일본 '재특회' 소속의 일원이란 것이 밝혀질 것입니다.


사건 다음날 8월 7일, 이곳에서 다시 뵙지요.

전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


전태일은 말을 마치고 바로 일어섰다.


김시진 의원은 매몰차게 일어나 구내식당을 걸어 나가는 젊은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동안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태일은 국회 도서관을 나오며 한성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다. 잠시 보자.”

“그래, 학교 금잔디 광장으로 와라.”


교정은 한가했다.

방학 기간을 틈타 도서관을 나온 학생들과, 계절 학기를

듣는 일부 학생들만이 금잔디 광장을 메우고 있었다.


“오늘 국회에 갔었어. 김시진 의원을 만나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그랬더니?”

“뻔 하잖아! 그래서 미끼를 던졌지.”


태일은 한성에게 국회 도서관에서 김시진 의원을 만난 경위를 설명했다.


“당연히 그렇겠지. 나도 아직 실감이 안나는데.

암튼 내일저녁, 정말로 리우에서 오물 투척사건이 일어난다면 그들도 생각이 달라지겠지. “


태일은 불안했다.

“정말 그 일이 일어날까?”


“기다려 봐야겠지.

근데,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까?

내 얘기는, 이론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냐는 말이야. “


한성은 잠시 생각하다가 대답했다.

“한 가지 가정을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

그, 미래에서 온 FM 방송 전파가 조작 되었을 수도 있다는 거야.

누군가, 어떤 목적에서든지 간에, 그 시간에, 그런 방송을 일부러 했었을 수도 있어.


FM 방송 정도야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으니까.

한가지, 주파수가 문젠데, 기존의 방송과 같은 주파수를 보낸다는 게 풀어야 할 숙제지만. “


“네 말은, 누군가 장난으로, 그 시간에 FM 방송을 했다는 건데, “

“그래. 그것 밖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어.”


태일이 말을 받았다.

“하지만 만일 내일 저녁에, 정말로 오물 투척 사건이 일어난다면, 그건 정말 미래에서 날아온 방송 이라는 게 입증되는 거겠지.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만일 방송이 정말로 미래에서 온 것 이라는 가정 하에, 방송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니?”


“물론이지. 그 방송 전파가 실제로 2017년의 미래에서 온 것이라면, 그건 정말로 수백억, 아니 수천억 분의 일의 확률로 잡혔던 거야. 그 과정에 여러 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어. 언제든지 중력장에 변화가 생기면 더 이상 전파는 도달할 수 없게 될 거야.”


“그래. 네 말대로 라디오가 계속해서 방송을 전달한다고는 기대할 수 없겠지.”


“집에 가거든 라디오 방송을 계속해서 녹음해 놔.

뭔가 더 중요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 “


유한성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태일은 라디오부터 켰다.

‘103.5 MHz.’

주파수가 잡히지 않았다.

언뜻 들리는 듯 하다간 다시 잡음 소리만 나왔다.

기계식 다이얼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지만 미래에서 오는 소리를 찾을 수는 없었다.


그때 방문을 열고 여동생 태인이가 들어왔다.

“오빠, 그 라디오 잠깐만 빌려줘.”


라디오를 잡고 있던 태일이 소리를 질렀다.

“안 돼! 너 혹시 이 라디오 만졌니?”

“만지긴 누가 만져?”


태인이는 예상치 않았던 오빠의 신경질적인 반응에 당황했다.

“너 이거 만지면 가만 안 둔다!”

“관둬! 빌려주기 싫으면 그만이지 왜 소리는 질러?

그깟 고물 라디오, 관심 없어! “

태인이는 방문을 ‘쾅’ 닫고 나가 버렸다.


태일은 라디오를 끄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재특회란 어떤 놈들인가?”


그는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뒤지며,

일본 ‘재특회’에 관련된 정보를 찾기 시작했다.


---------------------------------------------

-재특회(在特会) : 2007년 발족.

-회장 : 사쿠라이 마코토.

-재일 한국인에 대한 ‘특별 영주자격 박탈’

-반조선, 반한국, 반중국, 반좌익······.

-넷 우익의 인터넷 게시판.

-Hate Speech.

-다케시마 탈환.

-2008년, 일본 대마도 한국 관광객 피격사건.

······.


태일은 쏟아져 나오는 정보들을 골라, 간추리고,

날짜별로 정리해 들어갔다.


다음날 까지도 태일은 방안에 처박혀 인터넷을 뒤지고 자료를 찾아 정리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2016년 8월 6일, 오후 9시 30분.

브라질, 상파울로 마라카나지우 올림픽 경기장.

숙적, 한국과 일본의 여자배구 예선경기가 열리고 있었다.


태일은 TV 앞에 앉아서 뚫어지게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한일 관중들의 함성과, 출렁이는 태극기와 일장기. 그리고 한편에 욱일기가 태일의 눈에 들어왔다.

태일의 눈이 긴장했다.


첫 세트를 내준 한국은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며 3대 일로 승리했다.

열광하는 한국 관중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환호했다.

4년 전 런던 올림픽에서의 패배를 딛고 들어 올린 감동의 승리였다.


환호하는 관중들의 함성을 뒤로하며 선수들이 퇴장하기 시작한다.


그때, 일본 관중석에서 욱일 승천 기를 들고 있던 일련의 젊은이들이, 퇴장하는 한국 선수단 쪽으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악!”

순간, 한국 선수들이 비명을 질렀다.


승리한 대한민국의 딸들은, 일본인이 던진 오물을 뒤집어썼고, 일순간에 경기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경기장내 치안을 담당하던 경찰들이 가이드라인을 뛰어넘어, 일본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몸싸움이 벌어지고,

오물을 투척했던 3명의 일본인 손에 수갑이 채워졌다.


수갑을 차고 경찰에 끌려가며 그들이 외쳤다.

“덴노 헤이카 만사이!”

천황폐하 만세.


실제로 일이 일어났다.


카메라는 올림픽 사상 초유의 사태를, 생방송으로 잡아내고 있었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벌린 채 TV를 지켜보고 있는 태일의 몸이 경련하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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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사건은 일어난다. -제 9화 +4 16.09.09 416 4 11쪽
7 소리새는 둥지를 틀었다. -제 7화 +1 16.09.06 419 0 11쪽
6 정권의 심장 속으로 -제 6화 +2 16.09.05 319 1 11쪽
5 소리새의 탄생 - 제 5화 +4 16.09.04 337 7 12쪽
4 지도자와의 만남 - 제 4화 +4 16.09.02 460 8 12쪽
» 벌어진 사건 -제 3화 +4 16.08.31 483 6 10쪽
2 사건의 전개 - 제 2화 +2 16.08.30 538 7 11쪽
1 시공간을 넘어온 라디오 전파 - 제 1화 +6 16.08.28 1,030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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