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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를 듣는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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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8.28 23:34
최근연재일 :
2016.09.09 19:44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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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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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0,657

작성
16.08.30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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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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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사건의 전개 - 제 2화

DUMMY

전태일의 이야기를 들은 유한성은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 트랜지스터 라디오, 나도 한번 볼 수 있을까?”

“그야, 물론이지! 우리 집으로 가자.”


태일은 한성과 함께 집으로 갔다.

황학동 풍물시장을 지나며, 태일은 손가락을 펴서

‘청춘 소리사’를 가리켰다.

“저기가 그 라디오를 산 집이야.”

“어디서 산건 중요하지 않아.

그 라디오를 보고 싶은 거지.”

“생긴 건, 그냥 고물 라디오에 불과해. 흘러나오는 소리가 문제인거지.”


집으로 들어서며 한성은 태일 어머니에게 인사부터 드렸다.

“안녕하세요? 어머니.”

멸치를 다듬던 태일의 어머니는,

“오! 한성이 아니냐? 오랜만이구나. 대학원에 다닌다며?”

“예, 이제 일 년만 더 하면 졸업해요.”

“그래, 오랜만에 왔는데, 놀다가 저녁 먹고 가거라.”


방으로 들어온 전태일은 책상위에 놓여 있던 라디오를 집어 들어 한성에게 보여주었다.

“이거야. 이게 그 요물단지야.”


한성은 라디오를 받아들고 한동안 이리저리 살폈다.

“한번 틀어봐.”

태일은 라디오의 전원 스위치를 올리고 채널을 맞췄다.


“쉬이익, 솨아......”

잡음에 섞여 멀고도 작은 목소리가 들려온다.

볼륨을 최대한 높였지만, 잡음소리에 섞인 목소리는

점점 작아져서 알아들을 수 가 없었다.

태일은 인내심을 가지고 다이얼을 맞췄다.

소리는 들렸다 안들렸다를 반복하더니,

이윽고 방송이 잡히고, 뚜렷한 방송 진행자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뉴스 진행자는 한 패널과 함께 사태를 분석하고 있었다.


“범인은 이번 대선의 가장 유력한 주자인 ‘이상훈’ 후보를 노렸는데요, 이 후보는 지금까지 여론조사에서 60프로를 넘는 지지율을 보이지 않았습니까?

왜, 일본인이 한국의 유력한 대선 후보를 노렸을까요? “


패널이 말을 받았다.


“일단, 범인의 신상부터 살펴봐야겠는데요,

범인은 일본의 극우 단체인 재특회의 일원입니다.

재특회, 즉 ‘자이 토쿠카이’란 단체는 2007년 결성된, 일종의 인터넷 온라인 조직인데요, “재일 특권을 용납하지 않는 시민 모임.”의 약자입니다.

극우를 넘어, 극한 혐오주의를 내세우고 있는데, 최근엔 중국에 대해서도 막말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현재 회원수가 100만을 돌파했다는 보도도 있었습니다.

2009년부터는 온라인을 벗어나 거리로 나서며, 일본 내 정치 세력으로 까지 성장했고요,

일본 자민당의 지원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 “


진행자가 물었다.

“그렇다면 이 재특회가 왜 하필이면 민주당 이상훈 후보를 노렸을까요?”


“그건 이 후보의 민족주의적 성향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동안 이 후보는 일본 위안부 문제나. 독도문제 뿐 아니라, 해방이후의 친일 청산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고수해 왔는데요. 특히 이번 대선에서도, 그는,

“친일 청산 없이, 이 나라의 민주주의는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독도 문제에 관해서도 그는 서슴없이 발언 했지요. “


뉴스 진행자가 덧붙였다.


“지난 2월 27일, 일본 자위대 소속의 해상 경비정이 독도에 난입해 일장기를 꼽고 달아난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때도 이 후보는 강경발언을 쏟아내지 않았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 후보는,

만일 대통령에 당선되면, 사전 통보 없이 독도에 난입하는 일본 함선에 대해, 무력 응징도 불사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그들을 자극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진행자가 말을 받았다.


“예, 작년 8월 6일, 리우 올림픽 때도, 한일 여자 배구 전에서 한국 팀이 승리했을 때, 경기장을 빠져 나오던 우리 선수들을 향해 오물을 투척하는 사건이 있었는데요,

이것도 재특회 소속의 일본 청년들로 밝혀졌지요? “


“그렇습니다. 작년 이후 일본의 도발이 부쩍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의 우경화가 심각해져 가는 이때에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게 무척 우려됩니다.

더군다나 이 사건의 주범인 재특회가, 아베총리가 속한 자민당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이상, 국가 간의 외교적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 같고요.


또 한 가지 주목해야 될 것이,

자살한 범인의 몸에서 발견된 사쿠라 문신인데요,

이것은 일본 최대의 야쿠자 조직인 야마구찌파의 도쿄 ‘하지야마 신타로’ 계보의 문장으로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재특회가 정계뿐 아니라 조직 폭력배와도 관계를 맺고 있다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


“......”

“...... 솨아, 지지직......”


다시 소리가 멀어지더니, 라디오는 잡음만 뱉어내고 있었다.


태일과 한성은 서로 눈을 마주보고 있었다.

그들은 눈과 귀로 확인한, 이 어처구니없는 사실에,

놀라움에 앞서 불안과 공포마저 느끼고 있었다.


“만일 이게 사실이라면, 큰일 아니겠어!”태일은 한성의 말에 대답했다.

“큰일뿐이겠어? 근데, 그건 그렇고,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는 거지?

네 말대로 블랙홀이 존재 한다고 쳐.

하지만 FM주파수의 도달 거리라야, 불과 몇 천 킬로인데,

그 거리 안에 블랙홀이 존재한다면, 이미 지구는 없어져야 하는 거 아니야? “


한성은 눈을 돌려 라디오를 바라보며 말을 받았다.

“블랙홀 이라는 게 지구를 빨아들일 정도로 엄청난 것만 있는 건 아니야. 작은 것은 탁구공만 한 것도 있어. 심지어는 좁쌀만 한 것도 있을 수 있지. 그런걸. ‘미니 블랙홀’이라고 해.”


한성이 다시 물었다.

“그나저나, 이 사실을 어떻게 할 거야?”


태일이 대답했다.

“아직은 모르겠어. 일단 너와 나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고 좀 더 지켜봐야지 않겠니.”


그때 태일의 어머니가 방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오너라. 저녁 먹자.”

이미 시간이 7시를 지나고 있었다.


식탁 위에는 갓 볶은 풋고추 멸치조림과, 두부를 숭덩숭덩 썰어 넣고 끓인 된장찌개가 아직도 거품을 올리며 끓고 있었다.


“야! 맛있겠는데요. 가끔 제가 놀러오면, 어머니께서 차려주시던 음식이 생각 날 때가 있어요.”

한성은, 조촐하지만 태일 어머니의 정성이 그득 담긴 밥상을 앞에 놓고, 침을 삼키고 있었다.


태일은 식사를 하며 어머니께 물었다.

“어머니께서는 내년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 감이라고 생각 하세요?”

아직 일 년 반이나 남은 대선을 묻는 아들의 뜬금없는 질문에, 그의 어머니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갑자기 웬, 정치얘기냐? 네가 그런걸, 나한테 다 묻고.

에휴! 이젠 좀 바뀌어야 하지 않겠니? 난, 이상훈인가, 그 사람이 좋더라. 잘은 모르지만 그 사람이 대통령되면, 사람 사는 세상이 올 것 같아. “

한성이 말했다.

“와! 어머니께서는 진보적이시네요!”

“난 그런 거 모르지만, 지금보다야 안 났겠나 싶어.”


그랬다. 국민들은 뭔가가 바뀌길 원했고, 그 기대를 이상훈이란 인물에게 걸고 있었다.


태일은 한성을 보내고 방으로 들어와 생각에 잠겼다.


“도저히 믿기 힘든 사실이 눈앞에서 일어났어.

‘블랙홀’, ‘웜홀’, ‘시 공간의 통로‘......

그게 다 무슨 소리지? 한성이 말대로, 그런 건 일어날 수도 있고, 말 수도 있어.

그게 나한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인가.

그래서 그게 어떻다는 건데! “


그는 자신이 유한성의 말대로, 현대 물리학의 지적 자존심에 빠져,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다는데 생각이 미쳤다.


“그래. 그런 건 한성이 에게 맡기면 돼!

내게 있어서 문제는,

이 고물 라디오가 뱉어낸 황당한 내용이야. “


그에게 정치란, 손이 닫지 않는 곳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들만의 별세계라고 생각 했었다.


하지만, 이 작은 트랜지스터라디오가 어느 날 문득 쏟아낸, 다분히도 정치적인 미래의 메시지를 접했을 때,

그에게 정치란, 더 이상 무관심의 대상만은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자신에게 있어, 관심 밖의 인물이었던

‘이상훈’이란 인물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밤새 인터넷과 신문을 뒤집어엎으며, 이상훈이란 이름을 찾았다.

인터넷 동영상을 통해 접한, 그의 지난 총선에서의 연설은 전태일의 가슴에 감동의 전율을 안겨주었다.


“국민 여러분!

70년 전 해방의 공간에서, 우리 국민은 민주주의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은, 36년간 일제가 휩쓸고 간 폐허의 이 땅에서,

우리 민족에게 하나밖에 남아있지 않은 희망과 미래의 불씨였습니다.

하지만 지난 70년간, 일제 강점기에 이어 또다시 차가운 독재의 겨울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독재의 뿌리엔 친일이 있습니다.

친일 청산 없이 어떻게 이 땅에 민주주의를 기대하겠습니까?


정권의 연장을 위해서라면 우리 딸 위안부를 일본돈 10억 엔에 팔아야 하겠습니까, 여러분!

저, 이상훈은 목숨을 걸고,

이 땅에 친일을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세우고야 말겠습니다! “


전태일은 자신의 가슴속 기저에서 올라오는 뭉클한 감동에 몸을 떨었다.


“29세의 일본 젊은이 ‘구로다’는, 자신의 삐뚤어진 망상속의 우상을 위해 목숨을 버렸어.

난 지금, 나 자신의 취직자리를 찾아 입사원서를 제출하고 있지 않은가? “


다음날 오전 10시, 전태일은 지하철 9호선 3번 출구를 올라와, 의사당로를 걷고 있었다.

그리고 어렵지 않게 민주당사가 있는 ‘신동해’ 빌딩을 찾을 수 있었다.


1층 로비의 안내 데스크에, 방문 목적을 얘기하고, 신분증을 맡긴 후에야 6층에 있는 민원실로 올라갈 수 있었다.


그리고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 민원 담당자를 만났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물었다.

“무슨 일로 오셨나요?”

남자의 말투는 지극히 사무적이었으나 위압적이진 않았다.

“예, 저는 황학동에 사는 전태일이라고 합니다.

이상훈 의원님을 만나 뵙고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

남자는 가벼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이 의원님께서는 바쁘셔서 일반 민원인들을 직접 만나실 수는 없습니다. 제게 말씀해 주시면, 제가 절차를 밟아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직접 뵙고 말씀 드려야 합니다. 의원님 신변에 관련된 일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일이라면 제게 말씀해 주세요. 제가 전해드립니다. “

“아닙니다. 직접 뵙고 말씀 드려야만 합니다.”


별로 특이점이 없어 보이는 젊은 친구가, 배짱 좋게 찾아와서 당대표를 만나겠다니,

이건, 정신병자 이거나, 정말 중요한 정보를 갖고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남자는 생각했다.


“고집이 세시군요. 그럼 제가 전화번호를 하나 드릴 테니 그쪽 라인을 밟아보세요.”


남자는 자신의 명함 뒷면에 이름과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청년 비례대표인, 김시진 의원입니다. 이 대표님 측근이시지요. 그분이라면 선생님 말씀을 들어주실 거라고 생각됩니다. 운이 좋으면 이 대표님도 만날 수 있겠지요.”


전태일은 남자가 건네주는 명함을 받아들고 민주 당사를 나왔다.


전태일은 사건의 전말을 한낱 민원 담당자에게 털어 놓을 수는 없었다.


자신의 말을 믿어 줄 리도 만무하고, 설사 믿어준다고 해도, 그가 자기를 이상훈 대표에게 데려다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는 당사를 걸어 나오며 기발한 착상을

생각해 내고 있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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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정권의 심장 속으로 -제 6화 +2 16.09.05 319 1 11쪽
5 소리새의 탄생 - 제 5화 +4 16.09.04 337 7 12쪽
4 지도자와의 만남 - 제 4화 +4 16.09.02 460 8 12쪽
3 벌어진 사건 -제 3화 +4 16.08.31 483 6 10쪽
» 사건의 전개 - 제 2화 +2 16.08.30 539 7 11쪽
1 시공간을 넘어온 라디오 전파 - 제 1화 +6 16.08.28 1,031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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