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청아람 님의 서재입니다.

미래를 듣는 라디오

웹소설 > 일반연재 > 일반소설, 추리

청아람
작품등록일 :
2016.08.28 23:34
최근연재일 :
2016.09.09 19:44
연재수 :
8 회
조회수 :
4,002
추천수 :
41
글자수 :
40,657

작성
16.09.06 20:31
조회
419
추천
0
글자
11쪽

소리새는 둥지를 틀었다. -제 7화

DUMMY

찬비는 전태일이라는 남자의 논리와 사태판단 능력에 압도되어가는 자신을 느꼈다.


그는 평범한 남자였지만, 일의 방향설정과 추진능력은, 그가 어떤 일을 마주하더라도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는 확신과 신뢰를 보여주고 있었다.


20016년 9월 2일.


한주석은 백방으로 힘을 써 보았으나 언론사의 준비된 특종을 막을 길은 없었다.


- 한주석 최고의원,

지난 총선 때 오성 기업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수수. -

여당의 실세인 한주석 최고의원이, 지난 총선에서 부도위기의 오성 기업으로부터 5억여 원에 달하는 불법 정치자금을 받는 대가로 오성기업의 채무기한을 연장하는데 실력행사를 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


설마 했던 일이 터지고야 말았다.

한주석은 신문을 접고 TV를 켰다.

종편 뉴스채널 조차 기사를 받아 보도를 쏟아내고 있었다.


‘어떻게 이 한주석이가 여기까지 왔는데!

그깟 5억 정치자금 한방에 무너질 수는 없지! “


그는 TV를 끄고 비서에게 말했다.

“차 준비시켜. 여의도로 가 봐야겠어.”


그의 렉서스LS 가 여의도 국회의원 회관 앞에 도착했을 땐,

이미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의원님, 불법 정치자금, 인정하십니까?”

“오성기업과는 평소 어떤 관계였나요?”

“의원님, 한마디 해 주시지요?”

“...... ”


한주석은 이미 대기하고 있던 보좌관들의 호위를 받으며, 굳게 입을 다문 채 기자들을 헤치고, 의원회관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사무실로 들어와 자리에 앉자, 보좌관, 심기태가 조간신문 뭉치를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사태가 안 좋습니다.”


“알고 있어. 정면 돌파를 해야지!

일단, 언론사와 검찰, 모든 라인 동원해서 사태가 더 이상 번지지 않도록 최대한 조치를 취하게.

난 청와대쪽과 상의해 볼 테니까. “


하루 종일 전화통을 붙잡고 손닿는 모든 조치를 취한 결과,

다음날부터 보수 언론과 종편들은 물 타기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피말리는 며칠이 지나고, 9월 4일.


한주석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직접 전화를 받았다.


“한의원님, 먼저 축하드립니다.

이번 신임 민정수석으로 지명되셨습니다.

9월 5일부로 들어오시게 될 겁니다.

준비하시고요, 오늘 오후 3시에 대통령님 면담이 잡혀 있습니다.

오후에 뵙지요. “


그날 오후, 청와대에서 대통령과 면담을 마치고 나오며, 한주석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자식들! 니들이 암만 떠들어도, 이 한주석이가 무너질것 같으냐!’


그는 마포 사무실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정찬비를 떠올렸다.

예쁜 몸과 단정한 태도, 똑 부러지는 말투,

그리고 미래를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은 그녀를 신비의 대상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고년! 암만 생각해도 인재는 인재인데······. “

그는 정찬비를 가까이에 두고 싶었다.


서교동 성화빌딩 2층에, 열 평 남짓한 조촐한 사무실을 갖게 된 소리새는 그곳을 ‘둥지’라 불렀다.


둥지에서 소리새는 갓 들여온 집기들과 비품 등을 정리하면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근처 중국집에 주문한 짬뽕과 군만두가 배달됐고, 셋은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주저앉아 즐거운 식사를 하고 있었다.


‘내일 인터넷이 연결되면, 찬비는 웹사이트부터 먼저 시작해.

그래야 일이 시작될 수 있을 것 같아. “


찬비가 단무지를 오물거리며 대답했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 한성 오빠는 랜작업이나 도와주세요.

서버는 제 컴퓨터로 하고요.

그리고 한성 오빠, 사무실 정리되면 담배는 나가서 펴주세요.

전, 담배냄새 맡으면 일 못해요. “


“와! 이제 시어머니 하나 생겼구먼!

앞으로 얼마나 잔소리를 해 댈지 고단하게 생겼어! “

셋 중에 흡연자는 유한성뿐이었다.


식사를 마칠 즈음, 찬비의 핸드폰이 울렸다.


“쉿! 한주석 이예요.”


“네, 정찬비 입니다.”


“아! 나 한주석입니다.

이따 저녁이나 같이 할까요? 더 듣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

“그러세요. 복채는 주시는 거죠?”


옆에서 통화를 듣고 있던 한성은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느라 애를 먹어야했다.


“하, 하······. 복채 준비해놨어요.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좋아요. 언제 어디로 가서 뵐까요?”


“음. 연희동 외국인학교 근방에 ‘하루’라고 하는 일식집이 있어요.

조용한 곳이니, 거기서 7시에 만나지요. “


“알겠습니다, 의원님. 저녁에 뵙지요.”


전화를 끊으며 찬비는 손가락을 퉁기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Yes!”


태일과 한성은, 이 차가운 여자가 희색이 만면한 모습을 처음 보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날 저녁 7시, 연희동 일식집 ‘하루’


다다미가 깔린 방안의 테이블 위엔 모둠스시가 담긴 대형 접시와, 한주석이 큰맘 먹고 시켜 논 각종 음식들로 가득했다.


“찬비씨, 올해 몇 이예요?”


“의원님, 이제 말 놓으세요. 듣기 거북합니다.

저, 스물넷이고요, 올해 대학 졸업했어요. “


일단 말을 놔야 접근이 쉬운 법이다.

“그래, 사귀는 남자친구는 있나?”


“하나 있었는데 차버렸어요.

전 능력 없고 외모만 멀끔한 남자는 싫어요. “


“맞아. 맞는 말이지.

그나저나 오늘 대통령을 만났네.

자네 말대로 청와대로 들어가게 되었어. 하지만 지난번 오성기업 문제로 재야의 반발이 만만치가 않아.

이 고비를 잘 넘겨야 할 텐데 말이야. “


찬비는 정종 잔을 입에 갖다 대며 말했다.


“9월 10일 부현 아파트 붕괴 사건만 잘 처리하세요.

그럼 불법 정치자금 문제는 희석 될 거예요. “


”근데, 그 영국발 금융위기란 게 뭐지?"

참모들 시켜 여기저기 알 아는 보았는데, 아직 이렇다 할 대답은 듣지 못했어. “


“부현 아파트 사고 터지고 바로 몰려오기 시작할 거예요.

블랙시트 아시죠? 영국은 EU를 탈퇴하면서 경제위기를 맞게 되지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극단의 처방으로, 영국의 ‘메이’ 총리는 국채를 동결 시켜요.


문제는 지난 저금리 때 영국 채권에 투자했던 한국의 기업과 은행들이지요. 그 규모가 엄청나요.

9월 10일 메이 총리의 채권 동결 조치가 터지면 한국의 기업과 은행들이 갖고 있는 채권은 종이쪼가리가 됩니다.


청와대에 들어가시면 바로 채권을 처분하게 해야 해요.

매수가의 80프로만 건져도 감지덕지지요.


그렇게 해서, 한국만 세계 경제위기를 모면하는 거예요.

물론 한 의원님, 아니 한 수석님 공이고요.


그 후론 탄탄대로예요. “


또박또박, 고 조그만 입으로 초밥을 씹으며 뱉어내는 한마디,

한마디에, 한주석은 감탄해 마지않았다.


묵었던 체증이 다 씻겨 내려가는 것처럼 가슴이 후련해졌다.


‘보물이야! 보물!’


한주석은 번들거리는 눈으로 찬비에게 물었다.

“신보회 운영을 맡고 싶다고 했지?”


“물론 이예요. 제가 맡으면 보수정권의 든든한 파수꾼 역할을 해낼 거예요.”


“알았어. 이번 주 안에 서버 운영권을 넘겨 줄 테니 실망시키지 말고 잘 해봐.”


그리고 한 가지, 차차 알게 되겠지만, 신보회는 정 재계 보수 우익단체를 묶는 연결 고리야.

일본의 ‘재특회’와도 정보를 공유하고 있어.


몇 일안에 심 보좌관이 전화 할 거야. 작은 일이 아니야.

거기서 경력을 잘만 쌓으면 다음 총선에 청년비례대표도 가능해. 제일 중요한 게 보안이야.


운영 책임자로서 자신을 노출 시켜서는 안 된다는 걸 명심하고.

잘 하리라 믿네. “


찬비는 모골이 송연해 지는 것을 느꼈다.

뭔가 거대한 비밀의 문을 열고 암흑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반도 비우지 못한 접시를 남겨 놓은 채, 밤 9시가 넘어서야 일식집을 나온 찬비는, 부지 바래다주겠다는 한주석의 호의를 간신히 뿌리치고서야 지하철을 탈 수 있었다.


그녀는 한성이가 준 핸드폰을 열고 문자를 보냈다.


‘3번 소리새.

신보회 접수했어요. “


둥지에서 자료들을 정리하던 태일은 핸드폰을 닫으며 비장한 미소를 지었다.


다음날 둥지에서 찬비의 보고를 받은 태일은, 그녀의 용기에 감탄 하면서도 새로운 사실에 긴장했다.


‘예측대로야. 신보회는 재특회와 관계를 맺고 있어.’


그랬다. 신보회는 탄생부터가 일본의 재특회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 그리고 두 단체는 각기 정치 기득권과 연결되어 있었고, 둘은 정보 공유를 통해 관계를 유지해 간다.


태일이 말했다.

“신보회와 재특회가 연결되어 있다는 우리의 예측이 확인된 거야. 이제, 소리새가 일본의 재특회 안으로 들어가는 발판을 구축 한 거지.”


찬비는 동그란 눈으로 태일을 쳐다보고 있었고,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제부터 자신이 어떤 일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이틀 후, 찬비는 심기택 보좌관의 전화를 받고,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의 한주석 사무실을 찾았다.


텅 빈 사무실엔 심기택 보좌관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찬비씨. 의원님께서는 청와대로 들어 가셨습니다.

그는 두툼한 파일들이 들어있는 쇼핑백을 넘겨주며 말했다.


“신보회는 공덕동 재광 오피스텔 602호에 서버가 있습니다.

직원은 없고 최고 관리자 혼자서 서버를 운영합니다. 서버는 두 대가 동시에 돌아가기 때문에 만약 한 대에 문제가 생겨도 중단 사태는 없습니다. 서버에 문제가 생기면 파일에 있는 하드웨어 팀에 지원을 요청하시면 전문가가 방문해서 해결해 줄 겁니다.


물론 분야별로 관리자들이 있지만 그들은 철저히 온라인에서만 일을 하지요. 서로 만나는 일은 없습니다.


현재 운영자가 오늘까지 근무 합니다. 내일부터 찬비씨가 운영을 맡아야 하고요. 서버 운영 시간은 일요일 제외하고 매일 9시부터 오후 4시까지만 합니다.


그리고 여기, 사무실 열쇠와 자동차 키입니다.

차가 없으신 것 같기에 경차로 하나 준비했습니다.


파일 안에는 최고 관리자 아이디와 패스워드가 있고요, 각 분야별 관리자들의 아이디와 명단도 있습니다.


일본 재특회 및, 국내 관련조직들과의 연결시 필요한 아이디 패스워드, 모두 함께 들어 있습니다.

돌아가셔서 잘 읽어보시면 상세한 내용을 쉽게 알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게 있으시면 수시로 제게 전화 주십시오. “


“잘 알겠습니다. 일단, 서류 읽어보고 다시 연락드리지요.”


“참, 그리고 이거, 현금카드입니다. 비밀번호는 안에 있고요, 필요한 경비는 여기서 지출 합니다. 영수증 첨부하는 거 잊지 마시고요. 마지막 한 가지 더 있습니다.

찬비씨 보수는 월 200입니다. 넉넉지는 않지만 한의원님께서 알아서 챙겨주실 겁니다. “


차분히 그의 말을 듣고, 두 개의 키와 현금카드를 받아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심기택이 말한 차는 의원회관 주차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의원회관 주차장에 경차는 한 대뿐이었으니까.


키를 꼽고 돌리자 문이 열렸다.

운전석에 앉아 의자를 조정하고 시동을 걸었다.

‘부릉······.’

시동 소리가 귀여웠다.


‘사회는 이런 거야. 줄만 잘 서면 모든 게 자동이지! “


파란색 스파크는 서강 대로를 건너고 있었다.


(계속)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미래를 듣는 라디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사건은 일어난다. -제 9화 +4 16.09.09 416 4 11쪽
» 소리새는 둥지를 틀었다. -제 7화 +1 16.09.06 420 0 11쪽
6 정권의 심장 속으로 -제 6화 +2 16.09.05 319 1 11쪽
5 소리새의 탄생 - 제 5화 +4 16.09.04 337 7 12쪽
4 지도자와의 만남 - 제 4화 +4 16.09.02 460 8 12쪽
3 벌어진 사건 -제 3화 +4 16.08.31 483 6 10쪽
2 사건의 전개 - 제 2화 +2 16.08.30 538 7 11쪽
1 시공간을 넘어온 라디오 전파 - 제 1화 +6 16.08.28 1,030 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