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JaeK 님의 서재입니다.

머니(Money)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최근연재일 :
2021.11.25 06:00
연재수 :
152 회
조회수 :
544,733
추천수 :
7,091
글자수 :
1,117,113

작성
21.07.15 06:00
조회
3,154
추천
40
글자
18쪽

지킴이(4)

DUMMY

바글바글. 빠빠빠~!

금요일 저녁의 놀이동산은 말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방에서 울리는 음악들부터 온갖 군상들의 목소리까지.

발한발짝 디디기 힘들정도로 많은 사람들 속에서 재식은 홀로 고군분투를 하고 있었다.

" 이슬아! 거기로 가면 안돼요! 아연아, 넌 또 어디로 가는거야?! "

아예 비서실로 자리를 옮긴 재식은 한동안 백원의 네비게이션을 자처하며 따라다니다 현재는 한가로운 업무에 만족하며 회사를 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 보모역할을 맡고나서야 자신이 결코 좋은 자리로 옮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절실히 깨닫고 있었다.

" 아니, 송희는 어디까지 간거야?! "

어디로 튀어나갈지 모를 두 여자의 소매를 움켜쥔 재식은 누구가를 애타게 찾으며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저 멀리 인파를 해치면서 다가오는 있는 여성의 모습을 본 재식은 크게 소리를 질렀다.

" 여기야! 무슨 먹을거리를 사러갔다가 길을 잃을줄 알았잖아! "

" 어휴, 남자가 그렇게 참을성이 없어요?! 하얀언니가 뭐라고 안해요? "

" 거기서 남자가 왜 나와?! 내가 사러간다고 했잖아! "

최근 이하얀과 결혼을 약속하고 날짜를 받은 재식은 예비신부인 이하얀에게 온갖 잔소리를 듣고 있었기에 치밀어 오르는 짜증을 내리누르며 소리치고 있었다.

그런 재식을 무시하며 사온 츄러스를 백아연과 천이슬에게 건내주며 웃음을 보였다.

" 자, 이것도 먹어보세요. 이런곳에 오면 꼭 먹어야 하는 거에요. 호호호. "

" 우와! 나 이거 티비에서 봤어. 맛있겠다! "

" 고마워요! 언니. "

둘다 스무살이 넘은 나이였지만 정신연령은 그보다 한참 아래였기에 스스럼없이 행동과 말을 하고 있었다.

눈과 귀가 즐거운 놀이동산에 온 그녀들은 그저 모든 것이 새롭고 즐거울 따름이었다. 태어나 한번도 이런 문화를 경험하지 못한 그녀들이었으니까.

비서실의 재원인 송희는 그런 그녀들을 보며 눈웃음을 짓고는 손을 마주잡고 한쪽으로 이끌었다.

" 저기 놀이기구도 타봐요. 재미있을꺼에요. "

송희가 가리키는 곳은 청룡열차 입구였다.

" 아냐, 난 못타. 절대로. 송희 네가 데리고 타. "

애초 놀이기구를 좋아하지도 않았고 고소공포증까지 있는 재식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대꾸했다.

" 뭐, 걱정말아요. 자, 여기 가방이랑 짐들 쫌 들어줘요. 놀이기구 못타면 그런거라도 해야죠. "

" 하아, 그래. 그래라. 내가 동경하고 염원하는 여성상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건가? 전부다 기가 너무 쎄. 아, 기 빨려. "

" 흥, 그 말 언니에게 해도 되죠? "

" 뭐를? 내가 무슨 말을 했던가? "

전혀 모르겠다는 뻔뻔한 얼굴을 들이민 재식을 보며 혀를 찬 송희는 이내 두 여자를 이끌고 청룡열차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 하아, 도대체··· 왜 오늘 여기에 온다고. 놀이기구 하나를 타려고 최소 한시간 대기라니. "

평일에도 사람이 미어터지는 곳인데 불금, 그것도 피크타임인 저녁시간대에 놀이공원은 그냥 인간지옥 그 자체였다. 좌우를 둘러봐도 온통 사람, 사람뿐이었다.

더욱 짜증이나는 것은 그들 대부분이 젊은 연인들이라는 사실이었다.

" 휴우, 누군 보모로 얘들이나 보고 있는데.. 망할.. "

" 왜요? 우리 재식 오빠가 배가 불렀네요. 비서실 권력이랑 받는 연봉이 얼만데.. 이 정도에 투덜거리다니. 실장님이 알면 참 좋아하시겠네요. "

재식은 그녀의 말에 지민의 얼굴을 떠올리며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 야, 김송희! 그냥 신세한탄을 한거지. 무슨 내가, 응. 회사에 불만을 토로했냐?! 내 충성심을 의심하지 마라. "

" 네네. 그러시군요. "

빈정거리는 말투였지만 재식은 그런거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다.

" 어, 이슬이 어디갔어? 아까 옆에 있지 않았어? "

" ··· 어디갔지? 방금까지 여기 있었는데. "

" 아연아, 이슬이 못봤어? "

" 네? 못봤는데요. "

오물오물거리며 츄러스를 먹고 있던 아연이 돌아보며 대답한다. 재식은 순간적으로 욱하려 했지만 아연이 누구와 살고 있는지 알고 있기에 참을 수 밖에 없었다.

" 휴우, 여기서 기다려. 찾아볼께. "

알았다고 대답하는 송희를 뒤로 하고 빠르게 주변을 살피며 인파를 헤치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천이슬은 누군에게 이끌려 어딘가로 옮겨지고 있었다.

" 웁웁. 푸하.. 헤에···? "

그녀는 누군가 자신의 손목을 잡은 기억과 함께 몽롱한 무언가에 취해 어딘가에 실려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사라지며 자신의 상태를 인지했다.

자신이 타고 있는 것은 유모차처럼 보이는 손수레였고 쓰고 있던 모자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은채 머리카락이 자신의 얼굴을 간지럽히고 있었다.

그 많던 인파는 보이지 않았고 썰렁한 기운만 감도는 이곳은 불빛이라곤 낡은 전등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있는 주차장인지 창고인지 모를 그럴 장소였다.

" 흘흘흘, 아가. 놀랐지? "

나이를 알 수 없는 주름 가득한 얼굴에 이가 다 빠진 입을 벌려 웃음을 짓는 할머니를 돌아본 천이슬은 멀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 할머니는 누구야? "

" 흘흘, 널 잡아온 사람이지. 조금만 기다리거라. 널 데리러 아이가 올테니.. "

" ··· 아, 할머니. 하슬라구나. 나 처음봤어. "

" 겁이 없구나. 이번에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고? 아직 젖먹이도 떼지 않은 아가구나. 나는 일족의 장로인 구호야라고 한단다. "

천이슬은 그런 구호야의 말을 듣고는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자동차 스마트키와 비슷한 모양을 한 그것의 버튼을 꾹 누른 천이슬은 자신을 의아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던 구호야에게 말했다.

" 헤에, 오빠가 하슬라 만나면 이거 누르라고 했어. "

" 쓸데없는 짓거리를 하는구나, 여긴 전파방해 자기장이 깔려 있어서··· "

콰앙! 콘크리트 벽면이 터져나가면서 자욱하게 깔린 먼지사이로 BW보안 특유의 검은색 특수제복에 커스텀총기를 든 이들이 진입을 했다. 무슨 언질을 받았는지 광학장비를 도배하듯 착용한 모습은 마치 미래의 특수부대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그 짧은 사이에 모습을 감춘 구호야와 천이슬의 행적을 찾는 그들은 곧 열감지 카메라를 통해 한쪽으로 이어진 비밀통로를 발견하고 따라붙었다.

그렇게 숨막히는 숨바꼭질이 시작되고 있었다.


드르르. 짐수레를 밀고나가는 할머니, 구호야의 속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마치 육상선수가 트랙에서 전력질주를 하듯이 짧은 다리를 놀려 골목을 달리고 있었다.

어느새 어둠이 짙게 드린 늦은 밤이 되었고 골목길의 군데군데 깨진 조명으로는 어둠을 밝히기에는 어려워보였다.

그럼에도 구호야는 마치 대낮처럼 달리며 방향을 여기저기 틀며 짐수레를 움직였다. 그 모습이 마치 도망치는 바퀴벌레처럼 보이기 만들었다.

타타타, 그런 그녀를 뒤쫒고 있는 일련의 인물들이 있었다. BW보안의 로고가 새겨진 전투복을 입고 고글과 헬멧을 착용한 그들은 백원이 파견한 정예들이었다.

그런 이들과 비슷한 위치에서 구호야의 뒤를 쫒고 있는 다른 세력들이 있었다. 쌀쌀한 날씨에도 육체미를 과시하듯 노출된 옷을 입고 거대한 검은색 윤기가 흐르는 방망이를 뒤로 맨채 특이한 자세로 방방 뛰며 뒤쫒고 있는 모습이었다.

언듯 보면 고릴라 닮은 원숭이가 뛰어서 달려드는 모습처럼 보였다.

앞서서 쫒고 있던 BW보안의 대원들은 그런 이들을 발견하고는 속도를 늦추었다. 이미 약속된 움직임으로 일사분란하게 실행에 옮기고 있었다.

" 전 대원은 두 세력이 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참여하지 않고 상황을 살핀다. "

- 라저댓.

헬멧이 장착된 통신기기에서 각 조의 조장들이 확인했다는 말이 울리자 이 자리의 책임자인 한국계 영국인, 빈센트 조가 통신을 끄며 중얼거렸다.

" 도깨비와 구미호라.. 단순히 암호명이 아니라고? 미치겠네. "

빠른 속도로 달리는 와중에도 그는 꽤 여유로웠다. 최근에 실전배치된 근력보조장치는 적은 힘을 들이면서 백미터 달리기처럼 빠르게 전속력으로 질주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저소음 드론이 하늘을 날아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해오고 있었기에 타켓을 놓칠 염려도 없었다.

어느새 타켓을 실은 짐수레가 골목을 벗어나 인근 산자락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야심한 밤, 적외선 카메라가 탑재된 드론이라도 세세하게 확인하기에 어려운 산악 지형이었지만 빈센트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 어짜피 두 세력이 부딪힐 수 밖에 없어. 우린 그런 상황을 지켜보다··· '

상부에서 떨어진 명령을 잠시 생각한 그는 잡념을 떨치곤 다시 전장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다.

야산으로 구호야가 들어서자 뒤를 쫒던 도깨비 전사들이 거의 하늘을 날듯이 뛰어올라 뒤쫒기 시작했다. 인간으로는 불가능한 모습이었다.

이미 언질을 받은 대원들 조차도 그런 모습에 잠깐 멈칫할 정도였다. 하지만 혹독한 실전훈련을 받은 대원들은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빠르게 따라붙었다.

살짝 속도를 늦춘 그들은 곧바로 앞서 언급받은 두 세력이 다투고 있는 현장을 찾을 수 있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주변을 난장판으로 만들고 있었다.

" 아니, 이 정도로 시끄러운데 여태껏 어떻게 숨겨온거야? "

- 그만큼 큰 권력을 가진이가 뒤를 봐주고 있다는 말이겠죠.

" 하긴.. "

더군다나 꽤 깊이 들어선 산속은 그런 소음들을 잘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산속으로 들어선 것도 다 이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마주한 두 세력은 기타부타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한 듯 그대로 부딪혔다.

콰앙! 쾅! 쾅!

도깨비들이 등에 매고 있던 거대한 철방망이를 꺼내들어 내리꽂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구미호들이 손톱을 길게 뽑아 그들에게 맞서 뛰어올랐다.

마치 영화나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장면들이 속속이 펼쳐졌지만 BW보안의 대원들은 침착하게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이미 몇번이나 이러한 상황에 대해 주의를 받은 덕이었다.

하지만 어제까지만 해도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대원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넋을 놓고 구경할 수 밖에 없었다.

- 모두 집중해! 신호와 함께 진입한다!

두 세력의 전력은 막상막하, 다만 육체적인 면에서 뛰어나 보이는 도깨비들이 연약해 보이는 구미호쪽을 밀어붙어는 모습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 치잇! 구혼회류진(九魂回流陳)을 전개해! "

구미호측에서 누군가 소리를 치자 보이지 않던 꼬리들이 자라나며 사방으로 요기를 발산하기 시작했다. 그러한 모습에 BW보안의 책임자, 빈센트 조가 소리쳤다.

- 모두 방독면과 고글을 장착해. 주변 환영에 홀리지 마라. 동료들을 엄호하도록.

설마 했던 상황이 펼쳐지자 안색이 창백하게 변한 빈센트는 백원이 당부했던 몇가지 상황을 떠올렸다.

" 구미호들의 진짜 힘은 인간을 홀리는 능력이라 합니다. 눈과 귀, 냄새까지 가리고 주변 변화에 집중하세요. 절대 먼저 나서면 안됩니다. "

이번 작전을 계획할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천이슬을 외부에 노출시켜 구미호를 불러들이고 도깨비들까지 참전을 시켜 전력을 파악하고자 했다.

설사 전설의 요괴들이 실존해 있고 눈앞에 나타난다고 해도 충분히 격퇴할 수 있다는 자신감. 유령이 아닌 이상 최첨단 장비로 무장하고 있는 특수요원들이 곤란한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장면을 정면으로 마주하니 그러한 자신감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구미호들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주변을 뱅글뱅글 돌자 주변의 공기도 그런 움직임에 따라 태풍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도깨비들도 그러한 움직임에 넋놓고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 철포방(鐵抱防)을 구축하라! 형제들이여! "

사방으로 흩어진 도깨비들이 거대한 철방망이를 땅에 박아 놓으며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 그들의 머리위로 도깨비 뿔이 자라나 번쩍거리고 있었다.

쿠르르릉. 마치 금방이라도 번개가 칠듯한 분위기를 풍기며 공기가 부르르 떨리고 있었다. 백여미터나 떨어져 있던 BW보안의 대원들도 그러한 기색을 느끼며 긴장한 표정으로 전방을 살피고 있었다.

번쩍! 콰콰쾅! 결국 찢어질 듯한 섬광과 함께 도깨비들이 자리를 잡고 있던 곳이 토마호크 미사일에 맞은 듯 터져나갔다. 흙모래와 자갈들이 사방 십여미터를 휩쓸고 지나갔고 그 뒤를 따라 먼지들이 몇배나 더 먼 거리를 햝듯이 지나쳐갔다.

- 상황 확인. 확인바람.

- 먼지로 시야확보 불능.

- 칫, 아직 생체신호는 그대로 살아있음.

- 모두 그 자리에 대기. 다시 말한다. 별도의 신호가 있기까지 대기.

급박한 무전들이 난무를 하는 와중에 허공에 솟구쳤던 모래와 자갈들이 내려앉고 먼지도 사라지자 장내가 드러났다.

여전히 철방망이를 바닥에 꽂은 도깨비들은 미동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고 갖가지 상처를 매단채 피를 흘리고 모습이었지만 한명도 죽거나 중상을 입은 자는 없어 보였다.

도깨비들을 포위하듯 둥글게 서 있던 구미호들 역시 지친 기색이 보였지만 여전히 전의를 놓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다시 서로를 향해 달려 들었고 사방에 기합과 무기의 부딪힘 소리만 울려퍼졌다.

애초 천이슬의 납치나 구출이 목적이었는지는 이미 잊어버린 모양새였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절래절래 고개를 흔든 빈센트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 도대체 저들은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인건가? 처음부터 끝까지 대화 한마디를 하지 않는군.. "

아무리 적대지간이라해도 서로의 용건과 항복권유, 선전포고등을 하고 전투에 들어가는게 자신의 상식이었기에 이해가 되지 않고 있었다.

- 대장. 타켓을 무사히 확보했습니다.

" 오케이. 모두 무장확인해. 신호와 함께 들어간다. "

가장 먼저 천이슬을 확보한다는 계획은 순조로웠다. 아니 애초에 저들은 인질을 보호하거나 협상용도로 사용할 생각조차 없었다.

통신으로 그런 상황을 보고한 그는 곧바로 들려오는 지시에 전 대원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 좋아, 모두 들어간다. 위협사격은 하되 살상은 금한다. "

그렇게 지시를 내린 그는 냅다 뛰어가면서 생각했다. 과거라면 저러한 위력을 보이는 구미호나 도깨비들에게 인간은 벌벌 떨면서 복종할 수 밖에 없었으리라. 하지만 지금은 그러한 시기가 아니었다.

지금 움직이는 화력만으로도 저 위력의 열배를 능가하는 화력을 낼 수 있을 것이다.

입장이 뒤바뀐 것이다.

" 모두 멈춰. 움직이면 발포한다! "

마이크를 통해 확성기에 전달된 음성이 장내를 울리자 치고박고 있던 두 세력들이 한걸음씩 물러나며 자신들을 바라보았다. 놀란 기색은 없어 보였다.

그들도 이미 자신들을 눈치채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인간들이 감히 우리 싸움에 끼어들려 하느냐!? "

구미호의 리더격인 사내가 발끈하며 소리쳤다. 그의 말과 행동에서 보면 그가 얼마나 불쾌해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런 그를 직시하며 빈센트가 히죽거렸다.

" 아, 네네. 그 대단하신 구미호족 아니십니까. 일단 이야기를 들어보시죠. "

그가 손짓을 하자 구출된 천이슬이 뒤쪽에서 나와 말했다.

" 아저씨들은 물러서세요. "

천이슬의 등장에 깜짝 놀란 도깨비들이 그제야 자신들이 먼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부끄러움은 한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이들의 모습에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로 천이슬이 빈센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 자, 이제 대화할 분위기가 되었네요. "

" ··· 쯧, 고작 인간들에게 의지나 하는 똥개가 되었구나. 너희들을 우리와 같은 지킴이라 부르지 않겠다! "

그렇게 도발을 했지만 마초 도깨비들에겐 이도 들어가지 않았다. 무시로 일관하는 도깨비들을 싸늘하게 노려보던 구미호측 리더는 이내 고개를 돌려 빈센트에게 내뱉듯 말했다.

"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 것이냐? "

그나마 구미호 리더는 머리가 있는지 지금 상황이 이들의 의도대로 연출된 상황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들을 끌어내려는 계획하에 꾸며진 상황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고개를 들어 새까만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믐이라 달도 없는 하늘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어느때보다 어두웠다.

저기 어디선가에도 자신들을 옅보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는 그는 문득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부족내에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원로들이 남아 있었지만 젊은이들 사이에선 인간의 과학문명이 자신들을 앞질러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꾸준히 인간의 문명을 받아들이자는 소장파와 원로들간의 대립이 극한에 달해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도깨비 어머니라 부르는 신녀 후보라 할 수 있는 천이슬의 등장은 도깨비들과 협상을 위한 인질로 제격이었다.

도깨비들은 자신들보다 훨씬 더 일찍 인간사회에 스며들어 제법 큰 성과를 내고 있었고 그런 노하우를 훔쳐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 바닥에는 이대로 도깨비들에게 밀려 한반도를 떠날 수 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랜 대적자인 서로가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 중 하나였다.

그런 구미호의 리더를 잠시 쳐다본 빈센트는 곧 상부에서 떨어진 오더를 그대로 전달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머니(Money)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62 동창회(1) +2 21.07.19 3,293 41 16쪽
61 지킴이(6) +3 21.07.17 3,042 35 16쪽
60 지킴이(5) +2 21.07.16 3,090 36 16쪽
» 지킴이(4) +2 21.07.15 3,155 40 18쪽
58 지킴이(3) +2 21.07.14 3,425 42 17쪽
57 지킴이(2) +2 21.07.13 3,341 46 15쪽
56 지킴이(1) +1 21.07.12 3,602 44 17쪽
55 탐욕(貪慾)(6) +3 21.07.10 3,626 49 17쪽
54 탐욕(貪慾)(5) +1 21.07.09 3,503 49 17쪽
53 탐욕(貪慾)(4) +2 21.07.08 3,637 53 15쪽
52 탐욕(貪慾)(3) +1 21.07.07 3,797 49 16쪽
51 탐욕(貪慾)(2) +4 21.07.06 3,882 54 16쪽
50 탐욕(貪慾)(1) +2 21.07.05 4,061 58 16쪽
49 단합회(5) +1 21.07.02 3,927 56 17쪽
48 단합회(4) +3 21.07.01 3,908 56 20쪽
47 단합회(3) +1 21.06.30 3,795 58 15쪽
46 단합회(2) +2 21.06.29 3,878 60 19쪽
45 단합회(1) +2 21.06.28 4,027 56 17쪽
44 부모의 의미(5) +2 21.06.25 4,103 55 16쪽
43 부모의 의미(4) +2 21.06.24 4,023 55 17쪽
42 부모의 의미(3) +1 21.06.23 4,029 57 19쪽
41 부모의 의미(2) +2 21.06.22 4,121 64 16쪽
40 부모의 의미(1) +2 21.06.21 4,317 59 16쪽
39 LVMH(5) +3 21.06.19 4,358 58 19쪽
38 LVMH(4) +2 21.06.18 4,363 60 18쪽
37 LVMH(3) +2 21.06.17 4,638 62 18쪽
36 LVMH(2) +2 21.06.16 4,945 61 17쪽
35 LVMH(1) +2 21.06.15 5,047 65 15쪽
34 데이터센터(5) +2 21.06.14 4,942 67 15쪽
33 데이터센터(4) +2 21.06.12 5,001 68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