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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eK 님의 서재입니다.

머니(Money)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완결

JaeK
작품등록일 :
2021.05.12 23:32
최근연재일 :
2021.11.25 06: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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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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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1.06.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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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부모의 의미(3)

DUMMY

지민은 자신의 앞에 앉아서 제안을 하고 있는 부부들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처음에는 조금 의심을 했던것도 사실이었다. 워낙 많은 이들이 BW그룹을 주시하고 있던 탓에 핵심 멤버인 자신을 흔들어서 이득을 챙기려는 수작이 아닌지에 대해서 말이다.

고스트의 의견은 그럴 확률이 현저하게 낮다고 했지만 그것 역시 확률일 뿐이니 조심해서 나쁠 것이 없다는 생각이었다.

" 혹시 나 때문이라면 걱정하지 말거라. 나도 윤희의 말에 동의를 하고 있으니까. 솔직히 말하면 지민이 네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짐작이 되지 않아,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어설픈 위로나 미안함을 표현하기 보다는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도움을 주기로 했어. 그러니··· "

좋은 사람이었다. 왜 자신을 버리고 이 남자에게 정착을 했는지 알것만도 같았다.

" 네, 마음만 받을께요. 저도 그 정도 능력은 충분하니까요. "

" 휴우, 그렇구나. 혹시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면··· "

의미없는 대화가 이어졌다. 자신의 위치를 모르니 계속 이런식으로 대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런 기색이 상대에게 전해졌는지 대화가 일시적으로 끊어졌다. 그런 어색함이 싫었는지 주윤희가 다시 새로운 주제를 꺼내들었다.

" 혹시 지금 만나는 남자는 있니? 네가 허락한다면 차후 결혼식에 우리가 들어가는건 어떠니? "

그녀의 말에 지민의 몸이 굳어졌다. 결혼이라는 주제는 그녀의 머리속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고 어쩌면 무의식 깊숙이 상상하고 있었는지도 몰랐다.

그런 반응에 오해를 한 주윤희는 처음으로 미소를 지었다.

" 하긴 나이가 있는데, 남자친구가 없을까. 주제넘게 간섭을 하려는건 아니니 걱정하지 말아라. 단지··· "

아니다. 그와의 연애를 상상하지 않은건 아니었지만 단순하게 정의하기는 힘든 관계였다.

" 아뇨. 아직 남자친구는 없어요. 그 부분은 제가 알아서 할께요. "

" 그,그래.. 알았다. "

지민은 혼란스런 마음에 차가운 반응이 나온 모양이었다. 겨우 풀렸던 분위기가 다시금 얼어붙었다. 이 부부들은 너무 약한 사람들이었다. 특히 엄마인 주윤희는 그 어린 나이에 자식을 어떻게 버렸는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약한 사람이었다.

그런 분위기에 내심 한숨을 쉰 지민은 다시 한번 주제를 바꿨다. 어느정도 두사람의 선의를 보았으니 보답을 해줄 차례였다. 이런면에서 보면 자신 역시 내유외강형 인간인 모양이다.

그와 같은 작전에 참가한 이들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믿지 못할게 뻔하지만 여긴 이런 그녀의 모습을 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 그··· 지금 하시는 일이···? "

아직 주윤희를 엄마라 부르지도 못하고 있는 와중에 그녀의 남편을 뭐라 부를지 몰라 말끝을 흐린 지민이 두리뭉실하게 질문을 던졌다.

" 지금은 30년을 다닌 직장을 퇴직하고 제2의 인생을 준비중이지. 허허, 걱정하지 말거라. 이미 노후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으니까. "

그제야 김기남의 나이가 실감이 났다. 엄마인 주윤희와 나이차가 열살이 넘는다는 사실이 말이다. 여러가지 사연이 있겠지만 그다지 궁금하지는 않았다.

50대 중반의 그가 평생을 다니던 회사를 나와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이 분명했다. 현실적으로 개인사업자 중 창업이 쉬운 요식업이나 서비스업종 중 하나일 것이다.

아니면 투자라는 명목하에 주식, 채권등에 재산을 넣어두거나 최악의 경우 사기꾼에 당해 전재산을 날리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자신이 개입한 이상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을테지만.

잠시 고민을 했다. 자신이라면 김기남에게 당장 미르그룹의 이사직을 줄 수도 있었지만 너무 큰 책임과 권력은 가정을 망치는 주범이었기에 적당한 자리가 필요했다.

BW투자 산하에 수많은 기업들이 있었지만 적당한 기업들이 머리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대운유통. 직원수 백여명. 주력사업은 유통으로 미르그룹의 유통 일부를 하청받아 기업을 유지하는 곳으로 1차밴더로 묶여 안정적이면서도 여러방면으로 확장이 가능한 기업이었다.

더군다나 김기남이 다녔던 기업과 어느정도 관련성이 있기에 적당한 자리였다. 현재 대운유통의 사장은 비리로 인해 감옥에 가 있는 상황. 임시 사장이 경영을 하고 있지만 빨리 책임자를 구해야 하는 곳이기도 했다.

잠시 고민을 한 지민은 결정을 내리고 앞 자리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부부의 얼굴을 봤다. 어딘지 모르게 닮아 보이는 그 둘의 모습에 부러움과 동시에 미소가 지어졌다.

" 우리 회사에서 관리중인 유통회사가 있는데, 그곳에 재취업하는게 어떨까요? "

" 으,응? 다시.. 회사생활을 하라고? 그게··· "

김기남이 약간의 거부감을 보였다. 이제야 쳇바퀴같은 회사생활을 마무리 지었는데 다시 그런 생활로 돌아가라는 말은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런 오해는 사장이 아니라 일반 직원으로 들어가라는 말로 들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굳이 정정해 주지 않는 지민은 그들의 결정을 기다렸다.

" 왜요. 소소한 일거리라도 해야죠. 아직 우리 아이들이 대학도 졸업하지 못한 상태이니.. "

김기남은 주윤희와 만나 결혼을 한 나이가 결코 적은 나이대가 아니었기에 두명의 자식들은 모두 이십대 초반에 불과했고 아들은 아직 군대에 있었기에 이후에 나갈 지출이나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물론 그런 것들을 미리 다 준비를 해뒀겠지만 사람의 일은 모르는 것이다. 언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랐고 그때를 위해서 대비를 해둘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도 아직 김기남은 정정했고 활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큰 비용을 들여 자신의 사업을 하는 것은 리스크가 너무 컸다. 만약에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 동안 모아놓은 자금을 날리는 건 한순간이라는 것은 주변의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 후우, 이거 새로운 딸을 만나려는 자리에서 이야기가 이상하게 흐르네. 도움을 주려는 자리에서 도움을 받는 자리로 바뀌었네. 크음.. "

" 부담은 가지지 않으셔도 돼요. 저는 단지 추천해주는 것일뿐이니까요. 나머지는··· 그쪽의 역량에 달려 있는거에요. "

" 그래. 일단은 조금더 생각을 해볼께. "

긍정적인 답변이었다. 아마도 빠른 시일내에 결정을 내릴 것이다.

" 여기 제 명함을 받으세요. 이걸 들고 대운유통이란 회사로 가시면 간단한 면접을 보시면 될꺼에요. "

자신의 전용명함. 순은으로 만들어져 있는 명함으로 특이하지만 그런 명함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재질을 알아보지 않는 이상 그냥 평범한 은색 명함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명함이 주는 권위를 알아보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 비서실장? 직위가 꽤 높네. 처음 들어보는 회사인데··· 아, 오해는 하지 말아. 내가 워낙 식견이 짧아서, 하하하··· "

당연한 반응이었다. 재계 서열이 높은 그룹의 핵심인물들만 겨우 BW그룹에 대해 대략적으로 짐작하고 있을뿐 한국내에서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없는 실정이었다.

" 괜찮아요. 많이 알려진 그룹이 아니니까요. "

" 좋고 나쁜 기업은 없단다. 그 오너의 생각만 올곧다면 규모의 크기가 크고 작은건 의미가 없어. 네가 선택한 그 기업 역시··· "

김기남이 최대한 자신이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을 하려고 노력했지만 지민에겐 의미없는 말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그의 모습에서 가족의 모습을 옅볼수 있었다.

백원을 제외하고는 자신을 걱정해주는 사람을 처음 만났기에 낯선 기분이었다.

" 이이는.. 여기서 그런 잔소리를··· "

그녀의 입장에서는 잔소리로 느껴졌는지 김기남의 옆구리를 찌르며 흘겨본다. 지민의 눈에는 그런 모습들 하나하나가 낯설었지만 한편으로는 부러웠다.

띠링. 그때 지민의 휴대폰에서 알림음이 들려왔다. 대화 중 휴대폰을 쳐다보는건 예의가 아님을 알지만 BW그룹의 모든 결제와 운영시스템은 디지털화되어 있어 언제든지 확인하고 결제를 할 수 있게 되어 있었기에 중요한 내용이 아니면 결제가 올라오지 않기에 확인을 해야 했다.

시간을 가리지 않는 이유 역시 비슷했다. 가장 많은 사업들이 벌어지는 곳이 한국이었지만 최근 미국, 남미와 유럽쪽에서도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이유때문에 핸드폰을 들어 슬쩍 확인을 하니 CMA CMG그룹에서 신형 가스운반선 수주를 결의했다는 내용과 함께 그와 관련한 발주사항이 자세하게 올라와 있었다.

총 5만톤급 가스운반선 5척을 순차적으로 발주하는 내용으로 총 발주액 4조원에 달하는 계약이었다. 이 수주결의가 중요한 이유와 지민이 신경을 쓰고 챙긴 이유는 최근 백원이 신경쓰고 있는 분야 중 하나가 전세계 유통망이었고 그 일부로 직접 배를 만들 수 있는 기업의 인수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 물망에 오른 기업은 과거 세계에서 손가락안에 들던 기업이었지만 최근들어 여러가지 사정이 겹치면서 급격하게 무너져내린 현진중공업이었다. 이번 발주를 현진중공업이 따내기만 한다면 기사회생 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기에 직접 챙기고 있는 지민이었다.

그런 기색을 읽었는지 앞 좌석에서 음식을 깨작거리던 주윤희가 말을 건냈다.

" 바쁜 모양이네. 우린 신경쓰지 말고 먼저 일어나. "

" 그래, 담에도 시간이 되면 연락을 하고. 이 사람이 많이 기다릴꺼야. 네가 추천한 그 회사는 꼭 가보도록 하마. "

그렇게 몇마디 더 나눈 그들은 후일을 기약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김기남의 손바닥에는 은색으로 빛나는 지민의 명함이 들려져 있었다.


부아앙!

지민과의 만남이 끝나고 돌아가는 차안은 차가운 바깥과 달리 따뜻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 생각보다 괜찮은 만남이었어. "

" ··· 당신도 노력해줘서 고마워요. "

" 뭘, 또. 이미 받아들이기로 한 이상, 남자가 두말을 하겠어. 하하하.. "

운전을 하고 있는 김기남이 고개를 돌려 따스한 눈빛으로 자신의 아내, 주윤희를 바라보았다. 처음 이런 사실을 고백했을때 느끼는 감정은 배신과 원망, 그리고 분노였지만 그녀가 오랜세월동안 얼마나 자신에게 헌신을 했고 아이들에게 좋은 엄마였는지 알고 있기에 용서를 했다.

그리고 난 이후 오히려 동정과 연민의 감정이 그 자리를 대신했고 종국에는 그녀가 버린 딸을 찾는 일도 열심히 도와주었다. 다행스럽게도 무탈하게 자라 성인이 된 자신의 아이들도 그런 엄마를 이해해주었고 그럼 부모를 응원했다.

" 당신과 아이들, 모두가 고마워요. 정말로.. 흑. "

다시금 울보가 된 아내를 다독이는 김기남은 지갑속에 들어간 지민의 명함을 생각하며 생각에 잠겨들었다. 비서실장이란 직함은 기업마다 그 역할이 천차만별이었다. 특히나 지민과 같은 예쁘고 젊은 아가씨의 경우는 그 기업 사장의 애첩이거나 정부의 역할까지 한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성급하게 입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 휴우,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자. 지민에게서는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으니까. '

불행한 삶을 살게 되는 경우는 어떻게든 외부로 그런 사실이 들어난다. 하지만 지민은 기세가 날카롭기는 했지만 불행함이 옅보이지는 않았다.

어쨌거나 지민은 홀로 자란 아이 특유의 음울함이나 엇나감이 없어보여 그녀나 자신에게도 다행이었다. 혹여 금전적인 보상을 원한다면 해줄 의향까지 있었기에 고민이 많았다.

아직 자신들의 아이들이 각각 22살과 20살로 얼마후부턴 들어갈 등록금만도 만만치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재취업을 권하는 지민의 권유는 김기남으로써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이유가 되었다.

그런 사실은 평생을 가정주부로 살아온 아내에게 털어놓기가 쉽지 않았기에 그저 침묵만 유지할 뿐이었다.

" 그나저나 지유는 오늘도 늦게 귀가한데? "

김기남이 주제를 자연스럽게 이제 막 스무살이 된 딸내미에게로 돌렸다.

" 네, 이제 대학생이니 좀 늦게까지 놀게 놔둬요. "

" 어휴, 녀석도.. 그래도 여자얘가 너무 늦게 돌아다니는건 위험할 수 있으니 신경 좀 써. 진수도 몇 달 후면 제대를 하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말야. 술도 좀 적당히 마시라고 하고. "

" 네, 여보. "

그렇게 어두워진 거리를 달려가고 있을때 조용한 실내를 울리는 전화소리가 들려왔다.

- 당신은 나의 동반자~ 나의..

" 응? 처음보는 전화번호인데··· 누구지? "

" 왜? 받어봐. "

김기남의 독촉에 찜찜한 표정의 주윤희가 폰을 들었다.

" 여보세요? 네?! 뭐라고요? 네, 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갈께요. "

혼란스런 표정으로 통화를 마친 주윤희를 힐끗 본 김기남이 빨간 신호등에 서서히 차를 세우며 물었다.

" 무슨 일이야? 표정이 왜 그래? "

" 휴우, 여보. 지금 차를 돌려야겠어요. 지유가.. 지유가 지금 파출소에 있다네요. 지 친구들이랑 같이··· "

"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천천히 정확하게 말해봐. "

" 술집인지 클럽인지, 지유가 거기서 시비가 붙었데요. 그래서 지금 파출서에 있다고··· 어떡해요. 네? "

두서없는 아내의 말을 들은 김기남이 그녀를 다독이며 말했다.

" 걱정마, 그 나이때는 저런 일도 그런 일도 일어나는 법이니까. 일단 파출소로 가자고. 일단 데려오고 나서··· "

그들은 그 길로 운전대를 돌려 파출소로 달려갔고 곧 딸, 김지유를 만날 수 있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마스카라가 번진 상태로 산발이 된 머리카락으로 달려와 안겨드는 딸내미를 안으며 주윤희가 경찰에게 시선을 돌렸다.

" 죄송합니다. 우리딸이··· "

" 아, 네. 그게··· 우리에게 그렇게 말하실 필요는 없구요. 저기··· 저 사람들이랑 합의를 해야··· "

그제야 파출소 상황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는데 총 세부류의 민간인들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 부류는 김지유가 속해 있는 젊은이들이었고 그들과 대치하고 있는 이들 역시 비슷한 나이대의 남자들로만 이뤄진 부류였다. 마지막 부류는 경찰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들로써 몇몇 경찰들과 제법 친분이 있는지 건들거리는 모습으로 희희낙낙하며 이런저런 말을 나누는 모습이었다.

" 그러니까 사건의 발단은··· "

담당 경찰이 말하는 사건 경위는 단순했다. 흔하게 발생하는 주취난동, 패싸움 중 하나였다.

단지 장소가 클럽이었기에 일이 커진 케이스였다. 시발점은 남자패거리들이 지유네 여학생들에 꽂혀 헌팅을 해오면서 벌어지게 되었다.

그렇게 테이블과 테이블을 오가면서 술과 음악을 즐기던 그들 사이에 감정이 격해지는건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사소한 일에도 자존심을 세울 나이대 였기에 클럽 관리자들의 대처도 능숙했다.

그렇게 남자들 사이에 몇번의 주먹이 오갔지만 특별히 중상을 입거나 상해를 입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그 남자들의 자존심이 결국 경찰서까지 이 일을 끌고 오게 만든 것이었다.

" 너, 이 새끼들! 일 제대로 처리안해?! 우리가 맞았다고! 엉! "

책상을 탕탕 두르리며 소리치는 남자는 덩치가 있었고 그 일행들의 우두머리인지 혼자 나서서 큰소리를 치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는 그의 부모가 파출소로 들이닥치자 알 수가 있었다.

" 형우야! 아니 이놈아, 또 무슨 일로··· 크음. 여기 담당 경찰은 누구요? "

척봐도 졸부처럼 보이는 똥배가 남산처럼 나온 남자가 그 덩치의 청년에게 다가와 묻고서는 경찰을 데리고 한쪽으로 가서 뭔가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런 모습을 불안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기남이 딸을 향해 물었다.

" 넌 잘못한 거 없지? "

" 흐흑.. 우린, 그냥 술 마시고.. 춤추고 놀고 있었는데··· 저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

이제 대학교 생활을 막 시작한 딸이 클럽 문화를 모르고 갔다가 이런 일에 얽혀 들었다 생각하니 답답한 마음뿐이었다. 그런 딸을 감싸며 다독이는 아내 역시 불안한 얼굴이었다.

" 아니, 경찰양반. 하루이틀 장사하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밥먹고 살아야 하잖소. 그만 여기서 마무리 합시다. 예? "

" 우리도 그렇게 하고 싶지. 저기 저 양반, 유명한 양반이야. 시청이랑 관공서에 민원폭탄을 넣기로 유명한 박사장이라고··· "

한쪽에서 경찰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던 삐끼 출신의 가드가 인상을 팍 쓴다.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면 클럽의 이름에도 똥칠을 하는 격이라 큰형님이 이 사실을 알면 그냥 넘어가지 않을께 뻔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대충 합의를 보고 풀려나는 경우가 많았지만 오늘은 재수가 없었다.

학생들의 부모들이 하나둘씩 파출소로 입장을 시작하자 안그래도 좁은 장내가 바글바글해졌다. 너도나도 한마디씩 하기 시작하자 시장떼기에 온듯한 풍경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런 소동을 일시에 잠재운 인물은 막 도착한 허름한 옷차림의 중년남자였다. 혼자 세월의 풍파를 맞은 듯한 그 남자는 강력계에서 십수년을 구르고 구른 포스를 뿜어내며 일갈했다.

" 모두 조용!! 관련자 외에는 모두 밖으로 모셔! 뭐해? 니들? "

어떤 경찰이 인원요청을 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형사가 들어오면서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정리해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사장이라 불린 배불뚝이 아저씨가 오히려 맞고함을 쳤다.

" 당신 누구야!? 어, 여기 피해자들이 엄연히 있는데 빨리 가해자들부터 조사를 안하고! 민중의 지팡이라는 것들이! "

박사장이 고함을 치자 상대방 부모들도 다시 들불처럼 일어나기 시작했고 경찰들이 모두 나서서 떼어놓고 하나둘씩 밖으로 끌어내는 소동이 벌어졌다. 그 와중에도 박사장의 목청은 쩌렁쩌렁 온 장내를 울리고 있었다.

왜 그를 공무원들이 학을 떼는지 알 수 있는 모습이었다.

그들 덕분에 파출소 안과 밖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을 무렵 한대의 차량이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어울리지 않는 외국제 세단이 들어서자 모든이들의 시선이 집중이 되었다.

그 모습에 가장 먼저 뛰쳐나간이는 클럽의 가드들과 웨이터 둘이었다.

" 큰형님 오셨습니까? "

거의 이미터에 달하는 덩치의 가드가 구십도로 허리를 숙이자 소란스럽던 장내가 일시에 고요해졌다. 더불어 앞문이 열리며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내리면서 뒷문을 열어주자 양복을 입은 덩치의 사내가 차문 밖으로 발을 내디디며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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