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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미디어 쓴것] '고독한' 이방지, 세상이 그를 살수로 만들었다

SBS 창사 25주년 특별기획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극본 김영현 박상연, 연출 신경수)가 화제다. <육룡이 나르샤>는 혼돈의 고려 말과 조선 초를 배경으로 여섯 인물의 야망과 성공 스토리를 다룬 픽션 사극이다. 5일 첫회가 방영된 가운데 현재 4회까지 안방극장에 선보였다.

이성계, 정도전, 이방원 등 실존인물과 이방지, 무휼, 분이 등 가상캐릭터들이 엮여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프리퀄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육룡이 나르샤>는 다양한 인물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정도전(鄭道傳)은 문신의 눈으로 혼탁한 세상을 한탄하며 이성계(李成桂)는 엉망진창인 시국에서 무인의 피가 끓는다. 이인겸(李仁謙), 길태미(吉太味)는 나라야 어찌 돌아가건 자신의 이익만이 최우선이며 홍인방(洪仁訪)은 힘없는 정의의 무력감을 느낀 후 변절해 간신배가 되고 만다.

이와 달리 힘없는 백성으로 태어난 이방지(李方地)와 무휼(無恤)은 애당초 아무런 욕심도 없었다. 대다수 백성들이 그렇듯 그저 식구들과 함께 끼니걱정만 안 하고 살면 만족하는 인생이었다. 하지만 혼란한 세상은 이들을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엉망진창인 시대에서 백성들의 소박한 꿈(?)은 이뤄지기 힘들었고 결국 살기 위해 세상과 부딪힌다. 훗날 얻게 되는 '삼한제일검'과 '조선제일검'이라는 명성은 스스로 원한 것이라기보다는 세상이 만들어버린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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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방지의 인생은 지키지못한 것들에 대한 회한으로 점철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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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던 이방지, 세상을 향한 분노의 칼을 들다

이방지는 본래 무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선천적으로 장사에다가 호기 넘쳤던 무휼같은 경우 어느 정도는 무인의 피가 흐른다고 할 수 있었지만 이방지는 정반대였다. 또래들 중에서도 힘이 센편이 아니었으며 매사에 소극적이고 성품 역시 유약하기 짝이 없었다.

이방지를 살수겸 무사로 만든 것은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 실종된 어머니를 찾아다니며 여동생 분이와 살고 있던 이방지의 유일한 낙은 고향 동무 연희였다. 그녀는 엄마 잃은 이방지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것은 물론 여동생 분이까지 챙겨주며 이방지와 살뜰하게 사랑을 키워나간다. 빛이라고는 한점없는 듯한 이방지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권문세족의 야욕에 의해 마을이 습격당하던 날, 연희가 어여쁜 외모를 눈여겨 본 가노들에 의해 겁탈을 당한다. 어린 이방지는 그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겁에 질려 연희를 구하지 못한다. 결국 이방지에게 실망한 연희는 싸늘하게 그 곁을 떠나고, 여동생 분이마저 "같이 죽었어야지! 바보야!"라며 무력했던 오빠 가슴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사건이 있기 전 이방지는 숨겨진 고려 최고의 은거 고수 길선미(吉善味)와 인연을 맺게 된다. 홍륜을 제압하고 '삼한제일검'의 명성을 얻은 길태미(吉太味)의 쌍둥이 형으로 이방지의 어머니와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이방지에게 어머니에 대한 얘기를 듣고 있던 길선미는 고려를 찾은 의문의 중국노인과 마주친다. 노인은 자신의 제자를 꺾은 정체불명의 고수를 찾고자 고려에 왔다.

길선미와 노인의 대화에서 익숙한 이름이 나온다. 길선미는 노인의 제자를 해치운 인물이 척준경의 후손 척사광일 것이라는 의견을 내어놓는다. 실존했던 '고려제일검' 척준경(拓俊京)은 시대를 뛰어넘어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고수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황해도 곡산출신인 그는 칼 한 자루를 들고 홀로 수십, 수백 명의 적을 베어 넘기는 무협 소설같은 활약을 펼친 것으로 유명하다. 고구려 맹장 연개소문, 백제의 혼 흑치상지(黑齒常之), 금강야차 이의민, 이의민의 라이벌 두경승, 신궁 이성계, 무등산 의병 김덕령, 오도류 검객 김형언, 검신 김체건, 검선 김광택, 야뇌 백동수 등 역사상 최고로 꼽히는 강자들 중에서도 최고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길선미와 대화를 나누던 중국 노인 역시 엄청난 거물이었다. 노인은 다름 아닌 장삼봉(張三峰)이었다. 무협소설을 좋아하는 대한민국 남성들에게 장삼봉은 굉장히 익숙하다. 구파일방(九波一榜)중 소림사(少林寺)와 쌍벽을 이루는 거대문파 무당파(武當派)의 창시자로 이유극강(以柔克剛: 부드러움으로 굳센 것을 이김), 연정화기(煉精化氣: 고요함으로 움직임을 제압한다)의 권법 태극권(太極拳)을 만들어낸 인물로도 유명하다. 김용의 무협소설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에서도 최고수중 한명으로 꼽힐 만큼 실제 역사와 신화를 오가며 많은 전설을 만들어냈다.

길선미는 장삼봉에게 제자의 원수를 알려주는 대신 이방지를 지켜줄 것을 부탁한다. 이에 장삼봉은 이방지가 자신을 스스로 지킬 수 있게 무술을 알려주게 된다. 장삼봉은 마음에 큰 상처를 받고 자살하려던 이방지 앞에 나타나 그의 스승이 된다. 남들은 평생가도 그림자조차 구경하기 힘든 인물의 제자가 된 것이다. 천하장사 무휼같은 경우 상남자 이미지인지라 무사의 길이 맞았을지 모르지만 이방지는 정말 세상의 풍파에 휩싸여 무인이 된 케이스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이또한 이방지의 숙명일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4회까지 진행되지 않아 추후의 스토리를 제대로 알기는 어렵지만 연관된 작품 <뿌리깊은 나무>와 비춰봤을 때 이방지는 굉장히 고독하고 슬픈 인물이다. 자신을 '삼한제일검'으로 만들어준 무인의 명성조차 그가 원한 길은 아니었으며 늘 '작은 행복'을 추구하지만 끝내 얻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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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한제일검' 이방지가 평생 지키고자했던 그녀. 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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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나무>에서 이방지는 자신의 주군인 정도전을 지켜주지 못한다. 자신이 연모하고있던 정도전의 아내를 이방원의 수하들이 인질로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구해주라고 외치며 스스로 칼에 몸을 던져 죽고 나서야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정도전을 향해 달려간다. 하지만 때는 늦어 이미 정도전은 죽은 후였다. 이방지는 자신의 주군도, 연모하던 여인도 지켜내지 못했다.

자신이 목숨 바쳐 사랑했던 여인이자 정도전의 아내라는 것을 유추해 봤을 때 <육룡이 나르샤>에서 정도전의 연인이 되어버리는 사람은 첫사랑 연희가 아닐까 짐작된다. 연희 때문에 살수가 된 이방지는 끝내 아무것도 지키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일까, <뿌리깊은 나무>에서의 이방지는 항상 고독하고 우울하다. 이방지는 자신 못지않게 아픔이 많은 마지막 제자 강채윤에게 각별한 애정을 쏟았다. 더불어 강채윤은 만큼은 평범한 가정을 꾸려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랬다. 강채윤은 자신의 사부가 그랬던 것처럼 첫사랑 소이(다미)를 지켜주는데 모든 것을 걸었다. 때문에 소이가 간절히 원하는 훈민정음의 탄생이라는 대업을 완성시키고 싶었다.

그런 강채윤에게 이방지가 말한다. "이놈아! 소중한 것을 얻으려면 또 다른 소중한 것을 포기해야 되는 거다"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던 허울뿐인 '삼한제일검'의 고단한 삶이 묻어나는 아픈 한마디였다.
 
-문피아 독자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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