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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투기 쓴것] 곰과 뒹굴었던 소년, 챔피언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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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23]하빕 누르마고메도프 ⓒ 게티이미지
러시아는 미국, 브라질과 함께 세계 최고의 격투기 왕국으로 불리는 국가다.

다소 폐쇄적인 성향과 정치 외교적 문제로 인해 메이저 무대서 활동한 러시아 파이터는 많지 않았지만, 인종적으로나 환경적으로나 그들의 강력함은 인정을 받아왔다. ‘지구 최강의 영장류’로 불렸던 레슬러 알렉산더 카렐린이 대표적이다.

러시아가 낳은 최고의 종합 격투가로는 가장 먼저 에밀리아넨코 표도르를 떠올리는 팬들이 많다. 황제라는 별명을 쓰면서 ‘60억분의 1’로 통했던 표도르는 열악한 훈련 환경 속에서도 10여년 동안 MMA 헤비급을 대표하는 최강자로 군림했다.

표도르 시대 이후 적지 않은 러시아 파이터들이 해외 단체에 진출하고 있다. UFC도 마찬가지다. 시작 단계지만 기류가 심상치 않다. UFC FIGHT NIGHT 127에서 전 헤비급 챔피언 파브리시오 베우둠(41·브라질)을 때려눕힌 알렉산더 볼코프, 페더급 차세대 괴물로 꼽히는 자빗 마고메드샤리포프 등 체급별로 쟁쟁한 실력자들이 버티고 있다.

알고도 못 막는다! 러시안 괴물의 압도적 파워

UFC 러시안 세력의 선두 주자는 다게스탄 공화국 출신 괴물 레슬러 ‘독수리(The Eagle)’ 하빕 누르마고메도프(30·러시아). 누르마고메도프의 특별함은 전적이 말해준다. 25번을 싸워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 UFC에 입성해서도 9연승을 질주하고 있다.

타격가, 주짓떼로, 레슬러 등 어떤 유형의 상대와 붙어도 자신만의 파이팅을 흔들림 없이 구사한다. 그런 이유로 누르마고메도프에게는 ‘무패 괴물’이라는 말 외에 ‘압도적’이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는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유년 시절 새끼곰과 장난치듯 레슬링을 겨루는 영상을 통해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맹수인 곰과 엎치락뒤치락 뒹구는 영상을 보면, 이 소년이 얼마나 당차고 기백이 넘치는지 헤아릴 수 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어린 시절부터 훈련을 받은 격투 영재다. 복싱계 전설 플로이드 메이웨더 주니어(41·미국)가 그랬듯 아버지의 남다른 관심 속에서 혹독한 훈련을 견디며 탄탄한 기본기를 쌓았다.

아버지 압둘마납은 어린 누르마고메도프에게 자유형 레슬링은 물론 러시아 특수부대 실전무술 '코만도 삼보' 등 다양한 격투 기술을 닦게 했다. 기량이 올라온 뒤로는 명문팀 ‘AKA(아메리칸 킥복싱 아카데미)’로 보내 쟁쟁한 파트너들과 함께 실력을 키우게 했다.

러시아 파이터들은 특유의 고집 때문에 미국 명문체육관 등에서 기량을 업그레이드 시킬 기회를 외면하고 폐쇄적으로 훈련하는 경향이 짙지만 누르마고메도프는 달랐다.

AKA는 누르마고메도프에게 최적의 체육관이다. 케인 벨라스케즈, 다니엘 코미어, 루크 락홀드 등 최고의 레슬러들이 즐비하다. 헤비급 벨라스케즈, 라이트헤비급 코미어는 이론의 여지없는 최강 레슬러들이다. 락홀드 역시 미들급에서 손꼽히는 레슬링 실력을 자랑한다. 상위 체급 스파링 파트너들과 함께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놀라운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누르마고메도프의 완력은 최고 수준이다. 어떤 상대도 그라운드로 끌려가면 지옥을 맛보게 된다. 케이지 구석에서 포지션을 빼앗긴 상대는 말 그대로 종잇장처럼 구겨진다. 기회를 잡으면 벼락같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기선을 제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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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 곰과 뒹굴며 기량을 닦은 누르마고메도프. 유튜브 영상 캡처
누르마고메도프의 별명은 독수리다. 최고의 맹금류 중 하나인 독수리는 사냥감을 발견하면 큰 날개를 펄럭이며 서서히 몰아가다가 삽시간에 크고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제압한다. 그 기세가 워낙 대단해 사냥감이 된 대상은 꼼짝 못하고 당하기 일쑤다.

누르마고메도프 역시 마찬가지다. 그가 압박을 시작하면 상대는 말 그대로 사냥감 신세가 되고 만다. 괴력을 지닌 누르마고메도프를 맞아 정면에서 맞불을 놓는다는 것은 자살행위라 슬금슬금 피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정된 공간인 옥타곤에서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는 없어 결국 잡히고 만다. 바로 그 순간부터 누르마고메도프의 무지막지한 레슬링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보통 레슬링을 주특기로 하는 선수의 경기는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면제’로 악명 높았던 지루한 경기의 대명사 조르주 생 피에르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누르마고메도프는 다르다. 움직임이 다이내믹하고 힘이 넘쳐 전혀 지루하지 않다. 테이크다운 후 눌러놓는 레퍼토리 도 다양해 경기 내내 상대를 레슬링으로 압박한다 해도 흥미진진하게 경기를 지켜볼 수 있다.

누르마고메도프는 다양한 방식의 테이크다운 기술을 보여준다. 레슬링, 삼보, 유도 등에 모두 능해 그라운드로 끌고 갈 수 있는 무기가 굉장히 많다. 레슬러답게 태클은 기본이고, 허리를 잡고 중심을 빼앗아 넘기는 것은 물론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거나 백을 잡은 채 번쩍 들어 내동댕이치듯 그라운드로 끌고 가기도 한다. 신체 어느 부위든 잡기만 하면 모두 테이크다운의 도구로 사용 가능하다.

누르마고메도프는 8일 UFC 223에서 드디어 라이트급 챔피언 타이틀전을 치른다.

상대는 알 아이아퀸타(31·미국)다. 체력과 맷집을 바탕으로 폭발적 타격 연타가 주특기인 터프가이다. 레슬러 출신답게 테이크다운 방어나 그라운드 움직임도 좋다. 단숨에 상대를 끝낼 수 있는 타격 파워의 소유자라는 점에서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

누르마고메도프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두 번이나 상대가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본래는 오래 전부터 라이벌 구도를 그려오던 ‘잠정 챔피언’ 토니 퍼거슨(34·미국)이 상대였지만 갑작스런 부상으로 또 옥타곤에 오르지 못하게 됐다.

페더급 챔피언 맥스 할로웨이(27·미국)가 퍼거슨을 대체하려 했지만, 갑작스러운 감량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한 뉴욕 주 체육위원회가 출전불허 결정을 내렸다. 우여곡절 끝에 이번 대회서 다른 매치를 준비하던 아이아퀸타가 최종 상대로 낙점됐다.

아이아퀸타는 이름값에서는 분명 퍼거슨, 할로웨이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최근 연승행진 중이다. 레슬링, 타격에서 모두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스타일이라는 점에서 업셋 가능성도 있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사고가 많이 일어나듯 이럴 때 일수록 누르마고메도프는 정신을 바짝 차릴 필요가 있다.

누르마고메도프가 UFC 최초 러시아 챔피언의 역사를 쓸 수 있을지 팬들의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문피아독자 = 윈드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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