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냐람 님의 서재입니다.

Legion(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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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냐람
작품등록일 :
2020.05.19 23:42
최근연재일 :
2021.02.24 23:00
연재수 :
19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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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4
글자수 :
1,226,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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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04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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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군단장 - (5)

DUMMY

무릎을 꿇고 창에 기댄 채 기절하듯 잠이 든 리버티타스는 꿈을 꾸었다. 자신이 에스로 향하지 않고, 특이하고 거대한 마력을 뿜어내는 존재에게로 찾아갔던 꿈을.


그 존재가 나타난 곳은 고저가 명백한 황야의 언덕 지대였고 그 언덕 중에도 낮은 언덕으로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곳이었다.


“저긴가..”


과거를 관측하는 리버티타스와 달리 꿈 속의 리버티타스는 그 날의 기억처럼 그 존재의 모습을 발견하자 곧바로 접근했다.


그 존재는 공간을 찢어버린 듯 거대한 마력의 틈새의 앞에서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고,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는 표정으로 난처해하고 있었다.


“난처하다카이.. 어째 이런 곳으로..”


은발에 커다란 안경을 쓴 여성, 그녀는 안경 너머의 붉은 눈동자로 주위를 살피다가 저 멀리 보이는 마왕성을 보고 흠칫 놀라는 듯 했다. 그리고 혼자 무언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 건틀렛.. 그래.. 보기와는 다르게 말도 안될 정도로 강적이었어. 게다가 뛰어난 무도가였지..’


그녀의 양 손, 아니 양 팔을 덮고 있다는 말이 더 가까울 정도로 거대한 건틀렛을 보자 ‘현실의’ 리버티타스는 그 날 있던 전투가 떠오르는 것 같았다.


“웬 놈이냐. 정체를 밝혀라.”


그 사이 꿈 속의 리버티타스는 그의 앞에 서서 창날을 들이댔다. 그의 목소리에 리버티타스를 바라본 그녀는 뭔가 반가운 듯 해맑게 미소를 짓다가 헛기침을 하며 표정을 다잡고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으! 흠! 나는 드래곤 슬레이어, 델..”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눈동자를 돌려 꿈을 관찰하고 있던 ‘현실의‘ 리버티타스를 쳐다봤다. 그는 순간 꿈 속의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는 사실을 믿지 않고 인상을 쓰고 그녀를 바라봤고, 그녀는 싱긋 웃고는 자신의 앞에 서있는 꿈 속의 리버티타스에게 말을 이었다.


“..델린이라고 한데이~”

“좋다. 델린, 네 말같지도 않은 허풍에 응해주도록 하지.”

“말 같지도 않다니, 무신 소리고..”


드래곤 슬레이어라는 것을 믿지 않는다는 뜻임이 분명했지만, ‘델린’은 당황스럽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것을 지켜보단 ‘현실의’ 리버티타스는 팔짱을 끼고 그녀의 존재에 대해 가만히 추측했다.


‘그녀는.. 내가 아시리아에서 루드라의 목숨과 새크메트의 추적을 두고 고민할 때 나타났던.. 그 드래곤 슬레이어다. 하지만 루드라와 에반은 서로 드래곤 로드와 드래곤 슬레이어라고 본인들을 소개했었지.. 그 둘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은데.’


리버티타스는 자신의 ‘죄책감’인 창의 자아와 자신의 자아가 다시 합쳐진 탓에 쏟아진 감정조차 어느새 잊고 ‘델린’이라는 자의 정체를 추측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그리고 그가 팔짱을 끼고 한참을 고민하던 사이 갑자기 아시리아에서의 그 날처럼 온 세상이 멈춘 것처럼 회색빛으로 바뀌었다.


“이보게나.”

“?!”


그리고 그들을 관측하던 리버티타스의 앞에 갑자기 ‘델린’이 나타나 그녀의 거대한 건틀렛의 사이로 손가락을 내밀어 그의 어깨를 건드렸다.


“놀라지 마라, 놀라지 마라 개안타아이가.”


그녀와 더불어 리버티타스의 시야에 들어온 ‘과거의’ 자신이라면 지금 바로 그녀를 향해 창을 휘둘렀을지 모른다. 하지만 의무를 짊어진 채 묵묵히 세상을 떠돌았던 ‘창’의 침착마저 마음 깊이 새긴 지금, 리버티타스는 평정심을 유지하며 그녀를 대할 수 있었다.


“..당신은 어떻게..”

“아, 니 꿈에 간섭하냐꼬? 마.. 설명하긴 어렵지만서도..”


리버티타스에게 별다른 적의를 느끼지 않은 탓인지 그녀는 자신의 건틀렛을 마력으로 거둬들였다. 실재하면서 손쉽게 이공간으로 수납할 수 있는 종류의 무기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니 그 모습에도 리버티타스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델린은 팔짱을 끼고 턱을 매만지는가하면 몇 초동안 자신이 할 말을 정리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돌고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 그녀는 리버티타스를 보며 무언가 눈치를 챘는지 진지한 표정으로 급하게 입을 열었다.


“근디 머스마야. 니 이러고 있어도 되나?”

“그게 무슨.. 말입니까?”

“꿈속에서 이라고 있을 시간에도 니 ‘현실’은 위험해지고 있다카이.”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리버티타스는 자신의 뒤에서 매섭게 자신을 끌어당기는 중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곁눈질로 뒤를 쳐다보자 뒤에선 찬란하고 밝은 빛을 내뿜는 하얀 구체가 자신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결국 아무것도 아닌 과거의 기억이나 떠올린 꿈이었고,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낸 ‘델린’이라는 존재와 이야기를 나눌 뿐인 개꿈이었다. 리버티타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한숨을 쉬며 중력에 몸을 맡겼다.


“아, 잠깐~”


그 때 델린은 급히 손을 뻗어 중력에 의해 빨려들어가는 리버티타스의 손을 붙잡았다.


“이 상황만 가지고, 니가 무신 상황인지 하나도 모르겠다. 근디 먼 훗날의 니가 널 만나거든 이렇게 말해주라 했다.”

“...?”


점점 꿈속에서의 의식이 흐려지는 가운데 델린은 리버티타스의 손을 강하게 붙잡고 큰 소리로 외쳤다.


“자책으로 시간을 버리기엔!! 이미 충분히 벌받았다이가!! 이제 굴 그만 파고 일어나서 ‘엘리자베스시‘로 가거레이!!”


그 말을 끝으로 델린은 리버티타스의 손을 놓쳤다. 그리고 리버티타스의 몸이, 의식이 하얀 구체에 완전히 빨려들어가 그의 정신이 ‘꿈’에서 완전히 떠나버리자 델린은 그가 서있던 자리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뒤돌았다.


“아.. 클났다..”


델린은 멈춰진 시간이 다시 꿈틀대기 시작할 때 작게 말했다.


“그 때는 ‘엘리자베스시’가 아닐긴데..”


그녀는 한숨을 쉬고 다시 건틀렛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이야기’ 속에 멈춰있는 과거의 리버티타스의 앞으로 향했다.


“...하.”


그녀의 외침을 마지막으로 자신의 꿈에서 깬 창은 짧고 강한 숨을 내뱉었다.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자유의 창에 기대있는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자신의 눈물로 움푹 패인 모래사장이었다.


‘울다 잠들다니.. 정말 꼴사납군..’


그는 눈동자만을 움직여 주위를 살폈다.


그의 정신이 세상을 떠돌며 의무를 지키던 ‘창’이든,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고 동굴에 갇혀있던 ‘리버티타스’든 그는 자신과의 싸움으로 인한 흔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참나.. 자유의 집행관이라는 사람이.. 의무나 책임 같은 멋들어진 일을 하려고 하니까, 자신의 자유마저 속박하는 우스운 일이 되는거잖아..”


과거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제외하고는 누구에게도 속박당하지 않았다. 게다가 저스티티아 역시 그의 ‘자유’를 존중해주었으니 그는 그야말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푸하하하하!!! 하하.. 하..”


어떠한 ‘의무’나 ‘책임’에서도 자유로웠던 그가 에스 최후의 날에 있던 충격 탓에 자신의 ‘자유’를 억압하는 일이 되어버렸으니 돌이켜보면 우습고도 슬픈 일이었다.


[자책으로 시간을 버리기엔!! 이미 충분히 벌받았다이가!! 이제 굴 그만 파고 일어나서 ‘엘리자베스시‘로 가거레이]


꿈은 자신이 만들어내는 세상, 리버티타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묘하게 현실적이었다. 마치 창으로서 여정을 할 때 꿈에서 보고 들었던 저스티티아의 목소리처럼.


‘..미래의 내가 전해달라고 했다고..?’


리버티타스는 그의 인생에 가장 다양한 존재들과 만났던 창으로서의 최근 1년을 떠올리며, 그런 일도 있을 수 있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미래의 자신이 이 일을 되돌아본다면 그만 딛고 일어나라고 할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엘리자베스시 가 어딘데 대체.. 그 이름은..’


떠올리려해봐도 그 이름과 연관된 것은 리버티타스와 저스티티아의 딸의 이름뿐이었다. ‘엘리자베스’라는 이름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것은 역시 ‘에스’, 지금은 ‘에드시’라고 불리는 라비의 한 도시였다.


어쩌면 무의식 중에 자신이 그 곳으로 향해야 한다는 것을 떠올린 것일지도 모른다. 리버티타스는 정신을 차리고 주술로 만들어진 개미지옥의 틈으로 들어오는 빛을 확인했다.


‘빛이 희미하군.. 밤인가..?’


스스로와의 싸움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바깥에서 흘러들어오는 옅은 빛만으로 지금이 밤이라는 사실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리버티타스는 오랜 시간 갇혀있던 동굴을 한 번 둘러보고 동굴의 중심에서 주술을 해제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에서는 다시 푸른 연기가 새어나와 공간을 덮었고, 이내 공간은 푸른 빛을 내며 사라져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리버티타스가 다시 눈을 떴을 때, 그는 사막의 한가운데 서있었다.


그런데 무언가 이상했다. 밤이라기에는 주변의 공기가 미적지근했고, 사막을 덮고있는 어둠 역시 무언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리버티타스는 이질적인 어둠에 쌓인 사막을 둘러보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리고 그가 느낀 어색함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군단장님, 돌아오셨군요.”

“리버티타스, 자기야. 안에서 있던 일을 물어보고 싶긴 한데, 상황이.. 꽤 안 좋은 것 같아.”


그 순간 리버티타스의 뒤에서 군단병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버티타스에게 말을 건 에콸리스와 저스티티아는 리버티타스가 하늘을 올려다본 채 대답이 없음을 눈치 채고 조용히 기다렸다.


“내가.. 내가 동굴에 들어간지 얼마나 지난거지..?”

“약 보름 정도 시간이 흘렀어요.”

“...그렇군.. 그럼 저건 대체 뭐지..?”


리버티타스가 올려다본 하늘, 그 곳에는 태양을 집어삼킨 달이 떠있었다. 시기적으로 보름달이 떠야할 때였기에 일식은 말이 안되는 상황이었다.


“..그녀가 강림하기 시작한거야.”

“그녀..?”


저스티티아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서 리버티타스에게 말했다.


“세크매트 말이에요.”


리버티타스는 태양이 삼켜진 방향을 바라보고 방패를 높이 들어올렸다. 그의 뒤를 따르던 군단병은 한 줌의 빛이 되어 방패로 흡수되었고, 그는 온 몸에 푸른 연기를 내뿜으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가 점점 속도를 붙여 가속하는 도중 그의 머리 위로 거대한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

“그렇게 뛰어서 언제 도착하냐, 멍청한 인간아!”

“루드라..? 네가 여길 어떻게?”


루드라는 아주 빠르게 마치 리버티타스에게 박치기라도 하듯 땅에 내려앉았고, 그 탓에 사방팔방으로 퍼지는 모래에 리버티타스는 팔로 얼굴을 가렸다.


“...”


리버티타스가 인상을 쓰고 루드라를 노려보자 루드라는 ‘왜, 뭐?’ 하는 표정으로 리버티타스를 쳐다보고 자신의 날개를 내려 리버티타스에게 향했다.


“...뭐하는거냐?”

“..보면 모르냐? 타라고.”

“...?”


리버티타스는 창이었던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루드라가 자신을 태워준다는 사실 자체를 믿지 않으려했다.


“루드라, 무슨 꿍꿍이냐..”

“아 진짜..! 급하니까 기껏 선심써서 나보다 약한 너를 태워준다는거잖아, 이 느려터진 인간아!!”

“뭐? 푸하하!”


오래간만에 루드라와 만났기 때문일까, 아니면 창이었던 자신의 기억 속에서 루드라를 호의적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일까, 리버티타스는 제법 호쾌하게 웃었다.


“뭘 웃어, 이 멍청한 인간아!”

“아냐아냐, 고맙다 고마워.”


리버티타스가 웃음 탓에 나온 눈물을 닦으며 그의 날개에 오르자, 루드라는 심술이 난 듯 날개를 퉁겨 리버티타스를 자신의 등 방향으로 넘어트렸다.


“얌마, 가만히 있어!”

“시끄럽다, 걸음도 못 뗀 인간아. 그럼 똑바로 걷던가~”

“참나..”


루드라는 리버티타스가 자신의 등에 완전히 올라탄 뒤, 자리를 잡은 것을 확인하고 크게 포효했다. 그리고 하늘 높이 날갯짓으로 올라간 뒤 리버티타스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로 똑똑히 말했다.


“꽉 잡아,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날아갈거니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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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3 후회하지 않기 위해.. (1) 21.01.05 86 2 14쪽
»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군단장 - (5) 21.01.04 78 2 12쪽
161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군단장 - (4) 21.01.01 84 2 13쪽
160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군단장 - (3) 20.12.31 82 2 13쪽
159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군단장 - (2) 20.12.30 86 2 15쪽
158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군단장 - (1) 20.12.29 75 2 13쪽
157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드래곤 슬레이어 - (2) 20.12.28 78 2 14쪽
156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드래곤 슬레이어 - (1) 20.12.18 81 2 13쪽
155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드래곤 - 20.12.17 85 2 14쪽
154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시온 - (2) 20.12.16 73 2 13쪽
153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시온 - (1) 20.12.15 85 1 13쪽
152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아시리아 - (2) 20.12.14 85 2 14쪽
151 마지막 밤이 오기 전에 - 아시리아 - (1) 20.12.11 101 2 14쪽
150 에콸리스 (2) - 잘못된 전쟁 스토리 끝 - 20.12.10 77 2 14쪽
149 에콸리스 (1) 20.12.09 78 1 13쪽
148 에스 최후의 날..(5) 20.12.08 79 2 13쪽
147 에스 최후의 날..(4) 20.12.07 77 3 12쪽
146 에스 최후의 날..(3) +2 20.12.04 83 2 13쪽
145 에스 최후의 날..(2) 20.12.03 78 2 13쪽
144 에스 최후의 날..(1) 20.12.02 80 2 14쪽
143 창(4) 20.12.01 82 2 13쪽
142 창(3) 20.11.30 82 2 14쪽
141 창(2) 20.11.27 79 2 14쪽
140 창 (1) 20.11.26 80 2 15쪽
139 다섯 번째 밤(3) 20.11.25 85 2 14쪽
138 다섯 번째 밤(2) 20.11.24 87 2 13쪽
137 다섯 번째 밤(1) 20.11.23 67 2 14쪽
136 목숨을 건 도박 (4) 20.11.20 68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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