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선약은 허무하게 사라졌다)
동굴의 천장에서 떨어지는 수은이 처음엔 이슬비처럼 조금씩 내리더니 이내 방울이 꽤 굵어졌다.
‘하늘에서 불벼락이 내린 다는 것이 저거였군, 곧 엄청난 수은이 머리를 덮칠 거야.’
“인호야! 저기 작은 동굴로 뛰어가. 진숙씨! 진숙씨도 인호를 따라가세요.”
하지만 임진숙은 정신이 딴 곳에 팔려 있었다. 그녀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영감과 닥터 박 세 명의 시선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것은 까를로스가 가지고 있던 가방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가방에 있는 선약을 꺼내고 싶었으나 그 주위로 총알이 빗발치자 무서워서 손을 대지 못하고 있을 뿐이었다.
“정신차려요. 피해야 돼요.”
다시 장철웅은 임진숙에게 주의를 주고 그녀의 팔을 잡아챘다.
하지만 임진숙은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다시 싱싱한 젊음을 되찾는 순간 그동안 겼었던 사건은 모두 잊어버렸다.
“놔요. 날 내버려둬요. 이것 봐요. 다시 아름다워진 내 몸 내 피부, 봉긋 솟아오른 가슴. 이제는 이걸 영원히 간직해야겠어요. 저 약이 내게 필요해.”
“제발요. 곧 천장이 무너진다고요. 피하지 않으면 죽을 수도 있어요.”
장철웅이 계속 임진숙을 잡아당겼지만 그녀는 완강히 버티었다. 젊음을 가질 수만 있다면 빗발치는 총알 따위도 두렵지 않았다.
장철웅은 할 수없이 그녀를 놓아주었고, 인호와 몸을 피했다.
총소리가 잠잠해졌다. UDT가 거센 저항을 했으나 절대적인 숫자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부상을 입었는지 바위 뒤에 숨어서 경계만 하고 있었다.
까를로스도 총을 맞았는지 신음소리를 내고 쓰러져 있었다.
동굴천장에서 “으르렁” 불길한 소리를 내며 물방울이 점차 굵어지고 있었다.
“구궁~”
동굴 천장이 무너지는 듯한 굉음이 들리자 장철웅과 인호는 동굴 안으로 간신히 몸을 구겨 넣었다.
총격전이 잠시 멈추고 잠잠하자 영감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저기 있다.”
먼저 영감이 달려가 배낭 안을 뒤졌다.
“찾았어”
영감이 기쁨에 찬 표정으로 선약이 담긴 주전자를 꺼내 들더니 벌컥벌컥 마셨다.
뒤를 이어 닥터 박도 가세했다.
“내가 이 순간을 얼마나 개고생을 했나?”
닥터 박도 처음엔 조심스럽게 한 모금 마신 후 다시 들이켰다.
“제 것도 남겨줘요.”
어느새 임진숙이 그들 옆으로 달려왔다.
약효가 올라오는지 선약을 마신 영감과 닥터 박이 몸부림을 치며 바닥에 쓰러졌다.
하지만 다시 총격전이 이어졌다. UDT가 부상을 입은 것을 알아차린 볼카노프와 그의 부하들이 맹렬히 공격했다.
“탕탕. 꽝 꽝”
“구구궁. 콰광”
갑자기 천장이 무너지며 돌무더기가 영감이 있는 곳 덮쳤고, 세 사람의 모습이 모습이 사라졌다.
“도망쳐”
위험을 직감한 볼카노프와 부하들이 동굴 입구로 도망쳤다.
“쏴아~”
하지만 천장에서 거대한 수은의 물결이 이들을 향해 덮쳤다.
“아악~”
수은은 이들의 몸을 순식간에 녹일 정도로 강력했다.
여름 홍수철에 제방이 터지듯이 엄청난 수은이 동굴 안을 휘감았다.
볼카노프도 몰아치는 수은을 피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피해보고, 바위 위로 뛰어보지만 거대한 물결에 휩싸여 사라지고 말았다.
장철웅과 인호는 미리 동굴안으로 몸을 숨긴 덕에 돌무더기와 수은으로부터 안전했다.
“안타깝군. 임진숙씨를 구했어야 했는데.”
“자신의 젊어 진 모습에 이성을 상실했어. 그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을 거야.”
“이제 어떻게 여기를 빠져나가지? 이미 바닥은 수은으로 가득차 있어.”
“저기를 봐.”
장철웅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은 동굴의 천장 부근이었다. 거기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처음에는 새들이 겨우 들락날락할 정도로 아주 작은 크기였으나 동굴이 무너지면서 제법 큰 공간이 생겼다. 무너진 돌들을 밝고 올라가면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 날 구멍이 있다는 말은 여기에 딱 맞는 군.”
인호가 미소를 띄우며 말을 던졌다
1년 후
서해의 한적한 바닷가에 자리 잡은 작은 돈까스집과 카페.
여행객들에게 반드시 가봐야 하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직 점심시간이 한참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여기가 그 유명한 장철웅 그 사람이 하는 곳 맞지?”
“응. 맞대. 카페는 섬에서 발견된 바리스타가 주인이래.”
“근데, 아직 그 영감인가 하는 사람이 왜 그들을 잡아서 가두었는지, 밝혀진 것이 없다며?”
주방에는 장철웅과 인호가 열심히 요리에 몰두하고 있다.
죽음의 문턱에서 생환한 이들에겐 하루하루가 소중하며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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