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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설전-신의 혓바닥을 강탈당했다.(부제: 페르페투스 에타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3.05.14 12:46
최근연재일 :
2024.04.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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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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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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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대나무책자의비밀

DUMMY

영감의 이번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고 서둘러 이 섬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바리스타가 제 역할을 하지못했고, 실험대상으로 데리고 간 인질도 모두 목숨을 잃어 더 이상 머무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


영감이 공항에서 그의 일당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영감님! 한국으로 안녕히 돌아가세요. 이번에는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잘 될 겁니다. 희망을 가지세요.”

“까를로스 고맙네. 다음을 기약하자구. 요즘은 기후변덕이 심해서 어쩌면 가까운 시일에도 다시 올 수도 있을거야. 항상 동굴 상황을 체크해서 보고하게.”


"볼카노프! 바쁜데 먼 곳까지 동행해주어 고맙소. 다음에도 도와주면 감사하겠소.”

“천만에요. 언제든지 불러만 주신다면 달려오겠습니다.”

이윽고 영감의 비행기는 한국을 향해 이륙하고 일당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볼카노프와 까를로스는 서로의 정체를 아는 듯 경계하며, 눈도 마주치지 않고 지나쳤다.

볼카노프가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우리는 귀국하지 않고 까를로스의 뒤를 캐보자. 몇 명은 그 놈을 미행하고. 나는 이 섬의 역사를 자세히 들여다 봐야겠어.”


까를로스는 영감일행과 헤어진 후 밀림속 어디론가 차를 달리고 있다. 반나절 이상 시간이 걸려 도착한 곳.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무리가 마중을 나와있다. 그들의 안내에 따라 이 들의 우두머리로 추정되는 인물을 만난다. 그 사람은 나이가 아주 많아 보였다.


"까를로스 수고했네, 이번에도 그 놈들이 실패했다고?”

“네. 정부군 포로 두 명이 물을 마시자 마자 힘들어하더군요. 어느정도 예상했지만 아쉽네요.”

“3년전 인가? 다 죽어가는 놈들에게 먹였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서고 탈출까지 했지. 다시 잡아들이느라 혼났어.”

“만약 제가 그때 성공한 것으로 착각하고, 영감을 죽이고 물건을 탈취했더라면, 영원히 수수께끼가 풀리지 않고 잊혀 질 뻔했어요.”

“맞아. 까를로스! 자네가 신중히 판단해서 다행이었어. 우리가 찾는 것은 비아그라 따위의 싸구려 약은 아니니까”


“이번에는 영감도 별 기대를 하지 않더군요. 폭포 물 맛보는 놈들이 이전까지는 두 명이었는데, 무슨 일인지 이번에는 한 명만 데리고 왔어요. 오지 않은 친구 한 명은 처음부터 왔던 사람이에요.”

“음! 아마도 이미 죽었거나 왔더라도 제대로 써먹지 못했겠지. 우리도 그 놈들 없을 때 어설프게 따라했다가 몇 명이 죽을 뻔하지 않았나? 고도의 미각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 두사람이 그나마 살아 있는 거지. 하지만 그 일을 10년 가까이해왔으니 이미 죽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아.”

“영감도 이번에는 전혀 물 맛을 보질 않았어요.”

“아마 새로운 혀를 장착하고 상태가 완전하지 않았겠지. 섣불리 혀를 잘못 놀렸다간 자기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고 감각에 손상을 입을 위험도 있어. 오히려 우리 입장에선 그게 나은 편이야. 성공할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해.”

“저도 동감입니다.”


“참. 더 중요한 건 대나무 책이야. 영감이 그걸 가지고 있던가?”

“네. 여전히 멀찌감치 떨어져서 혼자 몰래 보더군요.”

“명심하게. 그걸 우리가 꼭 가져야해. 만약 놈들이 성공하면 결과물을 우리가 덮쳐서 빼앗고, 대나무책까지 가진다면 우리 민족이 지금 겪고 있는 이 고통은 바로 해결돼.”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먼 옛날 조상들의 한을 풀어주는 거고요.”

“상상해봐. 우리가 만약 탈취에 성공하고 그 비밀을 완벽히 풀어낸다면, 비밀의 1프로만 세상에 팔아도 지구상 모든 돈은 빡빡 긁어 올 텐데 무엇이든 못하겠나? 그럴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돈이 많으면 소형 핵무기도 쉽게 구할거야.”

“필리핀 정부놈들도 아마 우리에게 잘 보여야 할 겁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우리가 빼앗는 것도 아니야. 원래 우리의 물건이었어.”


까를로스와 대화중인 늙은 반군 지도자는 태평양전쟁때 유일하게 마을에서 생존한 사람이었고, 그의 할아버지가 마을의 추장이었다. 나까무라는 추장을 협박하여 동굴의 비밀을 알아내었고 대나무 책자를 탈취하였다. 추장은 숨을 거두기전 동굴과 책자에 얽힌 사연을 어린 손자에게 이야기해주었고 반드시 찾아서 제자리로 돌려 놓으라는 유언을 남겼다.


한편 볼카노프와 부하들이 모여서 무언가 일을 꾸미고 있다.

“보스! 까를로스란 놈에 대해 조사해보았는데, 역시나 민다나오 반군 간부입니다. 뒤를 따라가 보았더니 반군 일당과 접촉하더군요.”

“그럼 그렇지. 뭔가 수상했어.”

“아주 악명 높은 고문기술자입니다. 포로를 잡으면 맨 처음 그놈에게 데리고 가는데 기술이 워낙 좋다 보니 아무도 견디질 못했답니다.”

“반군이 왜 여기에 그런 우수한 자원을 심어 놓았을까?”

“아무래도 동굴에서 벌어진 일과 관련이 있어 보여요. 밖에서 지키고 있을 때 총소리 들렸잖아요.”

“맞아. 포로 두명을 거기에서 총살시킨 것 같은데?”


“반군기지에서 가끔 포로들 몇명을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서, 어떤 경우는 돌아오고 어떤 경우는 그길로 사라지고 하여튼 그런답니다. 그런데 몇 년 전에 언제 죽을지 모르는 비실비실한 두명이 살아서 돌아와서는 갑자기 초인이 되었는지 경비병들을 때려눕히고, 밀림으로 탈출했나봐요. 그 놈들 잡느라 반군 대 여섯 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비실대던 놈이 힘이 팔팔하게 되었다면, 신종 마약인가? 동굴에 가서 실험하나?”

“마약이라면 굳이 먼 곳까지 데려가서 먹일 필요는 없어요. 1년마다 한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요. 좀 더 알아보겠습니다”


“알았고. 다른 특이한 정보는 없나?”

“수천년전 중국 황제가 동굴에 보물을 숨겨 놓았다는 전설이 내려온답니다.”

“중국황제? 여기까지 멀리? 그냥 외계인이 숨겨놓고 갔다고 이야기하지. 큭큭.”

“그런데 그 보물이 책이랍니다.”

“더욱 가관이구먼. 책이 보물이라니. 하하하.”

‘아니야. 잠시만? 비행기에서 영감이 무언가를 자세히 살펴보는 것 같았어.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는 듯 혼자 구석에서. 책은 아니던데?’

볼카노프가 진지한 모드로 바뀌더니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음~ 여러 가능성을 열어 두고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해. 책이든 뭐든 그러다 보면 중요한 내용이 걸릴 수 있어. 필요하면 모스크바 쪽에 도움도 구해보고.”


###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안에는 영감, 의사, 바리스타, 그리고 부하 몇 명이 타고 있다.

의사는 옆 눈으로 영감의 눈치만 살피고 있고 분위기가 침울하다. 항상 섬으로 갈 때는 이번에야말로 완벽히 비밀을 풀어낼 것이라 잔뜩 기대에 부풀지만, 돌아올 때는 매번 땅이 꺼져라 한 숨을 쉬는 게 일반적인 풍경이었다.

하지만 영감은 항상 그랬듯이 열심이다. 책자를 조심스럽게 넘기며 열중하고 있다.

무언가 마음이 들지 않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돋보기로 책자의 구석구석을 살피고 있다.


영감이 실패의 사유를 곰곰히 생각해보고 있다.

‘갈 때마다 매번 동일한 행위를 반복하는데, 왜 다른 결과가 나오지? 대나무 책의 불탄 부분에 그 내용이 나올텐데 아쉬워. 하긴 지금 남아 있는 부분도 제대로 이해못했으니 변명의 여지가 없군.’

‘어차피 글을 다 해독하기는 어려워. 지워져서 알아보기 힘든 부분도 있고, 지금 글자와 모양도 다르고, 의미도 다르게 해석되는 부분이 많아.’


‘핵심이 무엇일까? 그 장치를 만든 사람은 무슨 의도였을까?’혹시 자기도 모르는 무언가 있거나, 제어 못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자기도 제어 못하는 것? 시간? 날씨?’

‘나와 나까무라가 목격했던 그때, 70년전의 환경은 어땠을까? 1942년 10월? 아니야. 음력으로 바꿔야겠지.

영감이 갑자기 무릎을 탁치며 소리쳤다.

“맞아. 음력이야”


의사가 소리를 듣고 냉큼 왔다.

“드디어 중요한 걸 알아내셨군요? 음력 양력이 어떻다구요?”

“으흠~ 별거 아니야. 자리로 돌아가서 앉게.”

‘저 놈 한텐 비밀이야. 알려주면 당장 책을 훔쳐 도망갈 수도 있어.’

영감은 아무 일도 없는 척 의사에게 시치미를 떼었다.


이륙하고 한시간이 지나자 영감이 자고 있다. 오랜 시간 강행군 탓에 체력 좋은 그도 지쳤나 보다. 아니면 중요한 힌트를 찾았다는 안도감에 경계심이 흐트러졌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의사는 영감이 지쳐서 잠에 빠지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책에 대한 부스러기라도 주워야겠어.’

‘흥! 혼자만 알짜 정보를 가질려 하고, 만약 내가 내용을 알면 배신할까 봐 두려운 거지. 처음 같이 일을 시작할 때만해도 그럴 마음이 추호도 없었는데, 자꾸 나를 의심하고 경계하니 나쁜 마음이 생긴다고. 이 영감탱이야.’

‘영감이 세상 모르게 자고 있네. 앗! 손에 책자를 들고 있어. 마침 모두 자고 있고 깨어 있는 사람은 나 밖에 없어.’


의사가 고양이처럼 살금살금 다가가 영감의 무릎에 살포시 놓여 있는 책자를 살짝 들었다. 영감은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잠에 빠져있다.

의사는 옆자리 의자에 책자를 펼친 후 핸드폰을 꺼냈다.

‘단 몇장이라도 찍어서 나도 연구해보자.’

“찰칵. 찰칵”

대 여섯번 소리가 났을까? 기분 나쁜 기계음에 영감이 눈을 떴다.

“이 나쁜 놈~~” 영감이 격노하여 소리를 질러댔다.


부하들이 잠에서 깨어 우르르 달려왔다.

머쓱해진 의사가 머리를 긁적거리며 가만히 서 있다.

“대체 무슨 목적으로 핸드폰으로 사진까지 찍고 있소?”

“영감님! 불손한 마음을 품는 게 아니라 제가 무슨 도움이라도 될까 해서요. 혹시 압니까? 제가 중요한 내용을 찾을 수 있을지?”


“핸드폰 이리 내시오.”

핸드폰을 받자 마자 영감은 사진을 조회하여 모두 지워버렸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라오.”


영감이 대나무책을 돌려받으며 헤어질 결심을 하였다.

‘아직까진 살려둔다, 하지만 성공하는 순간 여기 섬에 묻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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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아주 오래전 황제의 이야기 24.04.01 6 0 10쪽
24 작전실패 23.09.26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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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23.09.26 4 0 10쪽
21 의사의 목숨을 구하다. 23.09.26 3 0 10쪽
20 악당들의 다툼 23.09.26 3 0 9쪽
19 스파이 침투성공 23.09.26 3 0 9쪽
18 페르페투스 에타스의 정체 23.09.26 3 0 11쪽
17 늙어버린 그 여자 23.05.30 8 0 10쪽
16 한여름밤의 할로윈파티 23.05.29 8 0 10쪽
15 영감에게 발각되다. 23.05.27 10 0 9쪽
14 그리웠다. 친구야! +1 23.05.26 12 1 9쪽
13 두더지가 되었다. +1 23.05.25 16 2 10쪽
12 어디서 들어보았던 단어-페르페투스 에타스 +1 23.05.24 17 2 11쪽
11 탈출할 수 있을까? +1 23.05.23 17 2 10쪽
10 바리스타의 사연 +1 23.05.22 21 3 10쪽
» 대나무책자의비밀 +1 23.05.20 22 3 10쪽
8 동굴에서 벌어진 일 +3 23.05.19 25 2 10쪽
7 이상한 섬 +2 23.05.17 28 3 10쪽
6 영감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왔다. +1 23.05.17 27 2 10쪽
5 감옥에 갇힌 또 다른 사람 +2 23.05.14 41 3 9쪽
4 수수께끼의 영감 23.05.14 4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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