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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설전-신의 혓바닥을 강탈당했다.(부제: 페르페투스 에타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3.05.14 12:46
최근연재일 :
2024.04.10 07:31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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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46,725

작성
24.04.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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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여자를 구해야 한다.

DUMMY

평소와 마찬가지로 장철웅과 이인호, 닥터 박은 도청기를 켜놓고 밥을 먹고 있었다.


[아악~]

그런데 갑자기 들려오는 여자의 비명.

지금까지 영감의 집안에서 여자의 음성은 한번도 들려온 적이 없었다.

게다가 어디 선 가 들어본 듯한 목소리였다.

장철웅은 입안에 있던 음식물을 다 삼키지 못하고 화들짝 놀라 입을 열었다.

“아뿔싸! 임진숙이야. 영감에게 잡히고 말았어. 제발 서울을 벗어나서 한참 동안 몸을 숨기라고 주의를 주었는데.”

“어쩌지! 영감이 가만히 두지 않을 건데. 휴~쯧쯧”

평소 인정머리라고는 전혀 없는 닥터 박도 안타까워했다.


계속해서 영감과 임진숙의 대화내용니 흘러나왔다.

언제부터 장철웅을 다시 만나게 되었으며 닥터 박이 협조한 정황을 영감이 캐물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장철웅이가 어디 사는지 당장 불어.]

[말씀드렸잖아요. 저는 몇 번 만난 사실밖에 없어요. 그날 집에 들어올 때 제가 나서서 잠시 도와준 것밖에 없어요. 그리고 그전에 집 위치를 알려준 것 말고는.]

[뭐라고! 그 놈에게 내 집 위치를 알려준 게 네 년이란 말이지. 그래 모든 불행의 씨앗은 너로부터 시작되었어. 벌을 내려야지.]

[볼카노프! 이년 손가락 하나 잘라.]

[제발요! 아악~]


장철웅은 자기 때문에 죄 없는 여자가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쓰렸다.

“어떡하지. 그냥 그대로 두면 정말 죽일 것 같아.”

계속 여자의 고함소리는 계속되더니 잠잠해졌다.

임진숙이 죽은 건 아닐까 도청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걱정되나? 장철웅이. 그리고 친구녀석. 참! 닥터 박도 거기 있지? 내 목소리 잘 들리지?]

세 사람의 머리카락이 동시에 주삤섰다. 의사가 겁에 질려 집 밖으로 도망치려는 걸 간신히 잡았다.

“여기 이 장소 저놈들은 몰라요. 그건 안심하세요.”

영감을 습격한 후에 원래 있던 아지트에서 한참 멀어진 곳으로 이동한 것이다.

그 다음에는 일체 외부출입을 삼가 한 사실을 깨닫고 닥터 박은 자리로 돌아왔다.


영감의 목소리가 차갑게 들려왔다. 특유의 쉰 목소리와 또박또박 문장을 끊어 읽는 말투.

[제법이더군. 닥터 박을 빼돌린 솜씨 하며. 기어코 혓바닥도 되찾고. 거기 다가 어떻게 알고 책까지 나한테서 가져가고.]

“뭐야! 장철웅씨가 책을 가졌어? 왜 나한테는 비밀로 했지?”

닥터 박이 장철웅을 째려보았다.

“그게 아니라. 처음 선생님 구해드리고 한참 이야기하던 중에 책에 대해서 여쭈어 보았는데, 전혀 모르신 내용인 것 같아서요. 겨우 목숨을 부지하시고 힘드신 상황에서 괜히 머릿속을 복잡하게 해드릴 필요 없잖아요.”

닥터 박은 분하고 원통했다.

‘아이고. 그럴 줄 알았으면 훔쳐서 이미 달아났을텐데.’

[장철웅이! 걱정하지 말게. 임진숙이는 아직 살아있네. 단지 기절했을 뿐이야. 그리고 손가락도 10개 다 멀쩡해. 엄지 손톱 하나 뺐을 뿐인데 저렇게 호들갑이네.]

장철웅이 휴하고 몸에 긴장을 조금 풀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임진숙 목숨은 너에게 달려 있어. 몇 시간 여유를 주지. 지금이 오후 1시. 5시까지 이곳으로 와. 책은 당연히 가지고 와야겠지. 만약 그 시간까지 오지 않으면 임진숙의 목을 날릴 거야.]


장철웅은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말은 없었지만 눈 동자가 쉴 틈 없이 위로 움직였다가, 눈을 깜빡이는 것으로 봐서 무언가 일을 구상하는 것 같다.

드디어 입술을 지긋이 깨물더니 말을 던졌다.


“아무래도 제가 가야겠어요.”

“그래. 네 성격에 가만히 있는 건 아니지. 하지만 분명히 너를 해치겠지.”

“이제는 내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야겠어.”

“어떤 의미이니? 경찰서로 바로 달려가서 도움을 청 하려고?”

“섣불리 경찰서를 찾았다가는 나만 잡히고 영감은 빠져나갈 수 있으니까, 증거를 잘 잡아야지. 아니면 현장을 직접 경찰에게 보여주던가? 우리가 도청한 파일이 있지만 그게 증거가 될 수는 없잖아?”

“나는 어떻게 하지? 경찰에서 알면 감방 행인데.”

닥터 박의 양 눈썹이 축 처진 난처한 표정으로 말을 던졌다.

“이제 가고 싶은 데로 갈 길을 가세요. 저희들이 진술하는 내용에는 가급적 선생님 이야기는 빼고 이야기할게요.”

“그래주겠나? 그러면 감사하지. 그동안 고마웠네. 내 목숨을 살려준 은혜는 잊지 않겠네. 몸 조심하게. 그리고 말이야, 부탁이 하나 있는데 영감에게서 가져온 그 책 말이야. 잠시 보여주면 안되겠나?”

닥터 박은 아직 미련이 남았다. 만약 영감이 경찰에게 잡혀 간다면 자기가 어부지리로 선약을 차지할 수 있다고 잠시 행복한 상상을 해보았다.

‘장철웅은 그 섬 근처에도 가보지 않았으니 찾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더구나 경찰서에 들락 날락 한다면 거기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거야. 혹시나 사진 몇 장이라도 내가 찍어가면 좋겠는데.’

하지만 장철웅의 대답은 실망스러웠다.

“책이요? 지금 저희에겐 없어요. 여기서 멀리 떨어진 은행의 대여금고에 보관되어 있어요. 혹시 우리가 영감에게 잡히면 그게 우리 목숨 줄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아 그래? 뭐 꼭 보고 싶은 건 아니야. 그럼 두 사람 무사하길 바라네. 나는 이만 떠나겠네.”

닥터 박은 이별을 고하고 아지트를 빠져나왔다.


계속해서 장철웅과 인호는 머리를 맞대었다.

이제 약 2시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니 더 이상 지체하면 임진숙의 목숨이 위태로웠다.

“일단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경찰서와 방송국에 알려야겠어. 나의 동영상을 촬영해서 보내면 믿겠지?”

“난리가 나겠군. 근데. 요즘은 AI로 화면조작을 쉽게 할 수 있으니 경찰이나, 방송국에서 누가 장난쳤는지 의심할 거라고.”

그 때 장철웅은 TV를 지켜보다가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직접 경찰서를 찾아가면 즉시 감금 당할 것이고, 이를 피하면서 자기의 생존 사실을 알릴 생각이었다.

화면에서 나오는 뉴스 앵커의 멘트를 그대로 따라하는 장철웅의 모습이 촬영되었다.

[오늘 23년 XX월 XX일 주요 뉴스입니다. ***대통령께서는 일본 총리와 회담을 가졌습니다. ······. 오늘 날씨는 가끔 흐리고 비가 옵니다.]

[저는 장철중이라고 합니다. 약 1년전에 불미스러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고 세상에 알려진 적이 있지요. 하지만 이렇게 멀쩡히 살아 있습니다. 여러가지 복잡한 일이 있었습니다. 믿기 어려운 사건이 연속해서 일어났습니다. 누구의 꾀임에 빠졌습니다. 이제 그 사실을 자세히 밝히겠습니다.]

[아래 제가 불러드리는 주소로 경찰 관계자 분과 방송국에서 나와 주시면 전모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서울 성북구 XX로 21가. 여기에 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장소도 하나 더 알립니다. 남해 어느 외딴 섬에 어떤 분이 갇혀 있습니다. 그분을 구해주세요.]


“이 정도면 믿겠지?”

“음~ 화면이 아주 잘 나왔어. 이제 남은 건 내가 잘 전달해야 하는 것. 결정적으로는 경찰하고 방송국에서 늦기 전에 와 줘야겠지.”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그 여자는 살려야 해. 영감도 나를 바로 죽이 진 않겠지. 죽이더라도 수술이 끝난 후에 하겠지. 그 때 경찰이나 방송국에서 오면 게임 셋이야. 뭐 어때. 조금 늦어도 상관없어. 영감에게 한 방 먹이고 그녀가 무사하기만 한다면.”


어느새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갔다. 15분만 있으면 영감이 정한 데드라인 5시이다.

“이제 가야겠어.”

“혹시나 우리 만남이 마지막은 아니겠지?”

“별 재수 없는 소리. 다시 말하지만 넌 영감 집에 얼씬도 하지마! 와봐야 별 도움이 안돼.”

장철웅은 가방에 두루마리 책을 넣고 영감의 집으로 떠났다.


“딩동!”

영감의 집에 벨이 울렸다.

“왔군. 5시 정각에 딱 맞추어 왔네. 나가 봐. 손님 맞이 해야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임진숙이 안도의 한숨을 쉬고 눈물을 흘렸다.


UDT가 문을 여니 장철웅의 모습이 나타났다.

집에 데리고 오자 마자 UDT가 장철웅의 턱을 날렸다. 무릎을 끓고 쓰러지는 장철웅.

이미 예상한 바라 별로 겁이 나지는 않았다.

‘인호가 일을 잘 처리해주면 나도 살고, 저 여자도 살 수 있어.’


“그동안 잘 먹고 잘 지냈는 모양이지. 처음 볼 때보다는 살이 많이 붙었군, 내 물건은 잘 있나? 아가리 벌려봐.”

영감이 장철웅의 턱을 들어 입안을 살펴보았다.

방금 UDT로부터 구타를 당한 탓에 입술에서 피가 흘렀다.

“야~ 배를 때려야지. 왜 여기에 손을 댔어. 책은 가져왔나?”


장철웅은 말없이 가방을 열어 책을 건네 주었다.

이것을 건네 받은 영감이 꼼꼼히 살펴보고는 흡족해 했다.

“이상 없군. 모서리가 조금 부서진 것 말고는.”

“이제. 약속대로 저 여자는 풀어주지.”

장철웅이 부탁을 했다.

“풀어준다고? 나는 그런 약속을 한 적은 없는데? 살려준다고 했지.”

“뭐야! 이 나쁜 놈!”

장철웅은 영감을 쏘아보며 고함을 질렀다.


“자 이제. 수술할 시간이야.”

영감이 신호를 하자, 흰색 가운을 입은 젊은 의사가 나타났다.

“닥터 박대신에 후임자를 구했지. 대부분은 기계가 알아서 하겠지만 돌발 상황에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야.”

UDT가 장철웅을 수술실로 끌고 갔다.


한편 이인호는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고 있었다.

먼저 마포경찰서 XXX경위를 수배했다.

그는 사건의 시작 장소. 장철웅이 투숙했던 호텔로 달려와 최초로 현장을 접수했던 마약반 형사였다.

현장에서 유력한 용의자를 놓치는 바람에 감봉을 맞은 후 교통계로 전근조치 되었다.

치욕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에게 의문의 남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xxx 형사님! 되시지요?”

“이제 형사 아닙니다. 경위입니다. 근데 누구시지요?”

“장철웅씨 기억나시나요.”

“아이씨~ 재수없는 이름 왜 씨부려요. 이제 다 잊었고. 고생할 만큼 했단 말이야. 어디 방송국 기자야? 또 취재하려고?”

“지금 형사님 핸드폰으로 그가 살아 있다는 증거를 보낼 테니까 살펴보세요. 잘 하면 이번에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될 겁니다.”

“x발 누구야. 재수 없게. 전화 끊어.”

xxx형사는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았던 아픈 상처를 생각하니 원통해서 참을 수 없었다.

밖으로 뛰쳐나가 담배를 피우며 하늘로 연기를 날려 보내다가 문득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핸드폰을 뒤적였다.

그리고 10초 20초 시간이 흐르자 핸드폰 액정을 주시하던 눈동자가 확장이 되더니 몇 번이나 파일을 돌려보았다.

“살았다. 살았어”

고함을 지르면서 경찰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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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방송국에 날아든 의문의 파일 24.04.06 5 0 10쪽
» 여자를 구해야 한다. 24.04.05 6 0 11쪽
28 영감이 정신을 차렸다. 24.04.04 4 0 11쪽
27 드디어 신비한 동굴을 찾았다 24.04.03 4 0 11쪽
26 서복의 두번째 출정 24.04.02 4 0 10쪽
25 아주 오래전 황제의 이야기 24.04.01 6 0 10쪽
24 작전실패 23.09.26 9 0 9쪽
23 영감의 뒤통수를 치다. 23.09.26 5 0 10쪽
22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23.09.26 4 0 10쪽
21 의사의 목숨을 구하다. 23.09.26 3 0 10쪽
20 악당들의 다툼 23.09.26 4 0 9쪽
19 스파이 침투성공 23.09.26 3 0 9쪽
18 페르페투스 에타스의 정체 23.09.26 3 0 11쪽
17 늙어버린 그 여자 23.05.30 8 0 10쪽
16 한여름밤의 할로윈파티 23.05.29 8 0 10쪽
15 영감에게 발각되다. 23.05.27 10 0 9쪽
14 그리웠다. 친구야! +1 23.05.26 12 1 9쪽
13 두더지가 되었다. +1 23.05.25 16 2 10쪽
12 어디서 들어보았던 단어-페르페투스 에타스 +1 23.05.24 17 2 11쪽
11 탈출할 수 있을까? +1 23.05.23 17 2 10쪽
10 바리스타의 사연 +1 23.05.22 21 3 10쪽
9 대나무책자의비밀 +1 23.05.20 22 3 10쪽
8 동굴에서 벌어진 일 +3 23.05.19 26 2 10쪽
7 이상한 섬 +2 23.05.17 28 3 10쪽
6 영감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왔다. +1 23.05.17 28 2 10쪽
5 감옥에 갇힌 또 다른 사람 +2 23.05.14 42 3 9쪽
4 수수께끼의 영감 23.05.14 4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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