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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설전-신의 혓바닥을 강탈당했다.(부제: 페르페투스 에타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추리

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3.05.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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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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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9 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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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동굴에서 벌어진 일

DUMMY

영감의 70여년전 기억에 대한 회상이 끝나갈 무렵 까를로스가 도착을 알렸다.

“일년 만인가? 이번엔 어떤 모습으로 날 반겨줄지 궁금하군.”

영감이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주위를 둘러보았다.


영감의 일행은 각자 해야 할 임무에 익숙한 듯, 차에서 내려 지체 없이 동굴의 입구로 향하였다. 볼카노프와 그의 일당들만 이곳이 처음인지라 어리둥절했다. 눈치 빠른 볼카노프도 동굴안으로 들어가는 듯했으나 영감이 재빨리 막아섰다.

“볼카노프 자네는 입구에서 기다리게. 누가 접근하면 들어오지 못하게 잘 막아.”

“옛, 영감님! 철통같이 지키겠습니다”

볼카노프는 궁금증이 더 커졌다.

‘쳇! 처음부터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군. 도대체 이 안에 뭐가 있다는 거야?’


동굴의 입구는 캄캄하며 음산하다. 마치 겁쟁이면 여기서 돌아가고, 자신 있으면 들어와보라는 듯이 웅~ 웅~ 소리를 내는 것 같기도 했다. 영감과 부하들은 일제히 헬멧에 부착되어 있는 랜턴을 켰다.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물은 줄기를 형성하여 더 아래에 있는 큰 하천과 합해져 저지대 지역으로 내려가고 있다. 입구에서 100미터 정도 들어서자 갑자기 급경사의 내리막길이 출현하였다. 수년 전 영감이 미리 암벽에 쇠를 박아서 설치해 놓은 밧줄이 없었다면 자칫 낭떠러지로 추락할 수 있을 정도로 위험했다.


‘오늘은 더하구먼. 바닥의 물도 제법 발목까지 차있어. 건기에는 말라있는 게 정상인데 말이야. 그래도 이렇게 라도 들어갈 수 있는 게 어디야. 출입이 가능한 시간은 길어봐야 일주일 정도이지만 감사해야지.'


영감이 문득 오랜 기다림 끝에 이곳에 처음 당도한 그때가 생각났다. 동굴의 비밀을 풀기위해서 일생동안 뼈 빠지게 돈을 모았고, 여러 곳을 헤맨 끝에 섬을 찾아내었다. 하지만 내전 때문에 한 발자국도 접근을 못하였다. 그러다가 종전 소식을 듣고 달려왔으나 한창 우기철이었다.

'잠수부와 헤엄쳐서 들어가려 했다가 물 속의 소용돌이에 나도 죽을뻔했어.’


두 개의 내리막길과 언덕을 통과하여 한 시간을 걷다 보니 동굴 안을 지배했던 어둠이 물러가고 장엄한 광경이 펼쳐졌다. 천장 어느 틈에서 여러 줄기 빛이 들어와 내부를 비추고 있다. 동굴 천장의 높이는 100미터 이상은 되어 보이고 전면의 벽에는 아주 큰 크기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한문처럼 보이나 오래전에 만들어졌는지 색이 바래져 자세히 알아볼 수는 없다. 그 바로 아래에는 식탁크기의 돌판 두 개가 있다. 벽에는 작은 폭포가 8개가 있고 거기에서 물이 흘러나와 주위를 지나가는 큰 물줄기와 합류하여 아래로 내려가고 있다.


영감이 기쁜 표정으로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고 있다.

“페르페투스 에타스(Prepetuus aetas) 다시 와서 반가워”

의사 역시 미소를 짓고 따라 말한다.

“페르페투스 에타스(Prepetuus aetas)”


하지만 잠시 후 영감의 표정이 곧 심각해진다.

“서두르자고. 며칠 남지 않았어. 시작해”

까를로스가 바리스타의 두건을 벗기고 폭포 앞으로 데려갔다.


작은 컵을 그의 손에 쥐어 주고 빨리 하라는 듯 성난 표정으로 손을 흔들었다.

영감은 돌판으로 접근하여 대나무책자를 쓱 펼쳤다.

“빨리 하시요. 어떻게 하는지는 여러 번 해보았으니 알 것이고 협조하지 않으면 까를로스가 예전처럼 발톱을 뺄 것이요. 소믈리에가 없이 혼자 힘들겠지만 시간 끌면 당신만 손해요.”


바리스타가 처음엔 화난 표정을 짓고 잠시 반항하는 듯했으나, 까를로스의 살기어린 눈빛을 보고는 기가 팍 죽는다.

‘어쩔 수 없어. 영감 원하는 대로 하다간 일찍 죽겠지만 저놈의 고문을 견디는 것이 더 힘들어. 반항하면 내 발톱을 뽑겠지. 아~ 그건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야.’


“먼저 독이 들어간 것부터 찾아”

영감의 말이 떨어지자 바리스타는 8개의 작은 폭포 왼쪽부터 컵에 물을 받아 조금씩 조심스럽게 맛을 보고 뱉어내었다.

물 맛을 보고 나서는 까를로스가 준비한 생수통의 물로 입을 헹구어 낸 후, 다시 다른 폭포의 물 맛을 보았다.


세번째의 물을 맛보고는 이내 찡그리며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입안의 물을 뱉어내었고,

급한 듯 생수통의 물로 입을 여러 차례, 아주 많이 헹구고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이거요. 세번째요”

“확실해? 틀리면 까를로스가 가만히 안 둬. 알지?”

“맞아요, 확실해요”

“알았어. 이제 두번째 단계 시작”

영감이 다른 지시를 하였다.


다시 바리스타가 맛을 본다.

이제는 독이 들어 있는 세번째 폭포의 물은 걸러 내었으니 안전하다는 듯, 음미하면서 천천히 식도안으로 넘겨 맛을 본다. 더 자세한 맛을 찾는 듯했다.

물을 두 세번 음미하고 “쓴맛” 이라고 바리스타가 말했다.


이에 영감은

“쓴 맛? 산(山)이요 간(艮)이다”

두번째 맛은 바리스타가 “무거운 맛”이라고 말하자.

“천(天)이요 건(乾)이다”라고 흥얼거리며 종이에 기록했다.

이런 식으로 차례차례 물맛을 보고 바리스타가 이야기하면, 영감이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덧붙이며 작업을 하였다.

다만 바리스타가 중간에 몇 번은 자신이 없는 듯, 처음 호명했던 맛을 바꾸는 바람에 영감이 짜증을 내었다.

"에잇. 똑바로 못해. 정신 안차릴거야."

‘다음에는 반드시 장철웅을 데려와야 되겠어. 소믈리에는 이미 끝났고, 바리스타 이놈도 수명이 다했구나.’


영감은 바리스타가 알려준 맛을 종이에 기록하였고, 수수께끼의 대나무 책자의 내용과 상세히 대조하였다.

그 결과 8개의 컵에 8개의 물을 따로따로 담고 작업은 끝이 났다.

영감이 무얼 하는지 확실치 않지만 꽤 오랜 시간이 소요되었다.

이윽고 “휴”하며 영감이 이마의 땀을 닦는다.

‘겨우 마쳤어. 바리스타가 긴가민가 어려워하는 것은 내가 맛을 보고 결정을 지어야 하는데, 수술 후 얼마되지 않아서 못하는 것이 아쉽군.’

‘파보면 파볼수록 오묘하고 신기해. 수천년 전 만들어진 팔괘(八卦)가 이렇게 강력한 힘을 발휘할 줄이야. 과학자들은 미신이라고 비웃지만 현대 과학으로도 증명할 수 없어.’


의사가 부하들에게 지시하여 8개의 컵을 조심스럽게 옮겨 돌판 위에 올려놓았다.

영감은 컵에 담긴 물이 각자 정해진 자리가 있는 듯.

“이것은 단맛. 화火 리離. 음~ 어디지? 찾았다. 여기 군”

돌판 위에 뚫려 있는 구멍으로 컵에 담긴 물을 흘려 넣었다.

폭포의 갯수도 8개, 돌판의 구멍도 8개이다. 각 구멍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다.

“다음은 톡쏘는맛, 뇌雷 진震. 어디지? 매 해마다 음(陰) 양(陽)의 조합이 달라지면 모든 위치가 바뀌게 되지. 어렵군 어려워.”


이윽고 돌판의 모든 구멍에 물을 흘려 넣었고, 영감과 의사는 초조한 마음과 기대하는 눈빛이 교차하며 돌판의 아래에 있는 구멍을 한참 주시했다.

10분정도 지나자 마침내 “치익”소리가 나며 희뿌연 연기와 함께 돌판의 아래 구멍에서 정체모를 물이 흘러나왔다.


바로 앞에서 준비하고 있던 의사가 재빠른 솜씨로 그것을 실험용 비이커에 담고 마개로 봉함을 하였다.

마치 한 방울이라도 놓치기에는 아깝다는 듯이 정성스러운 손놀림이다.

투입된 물에 비하면 나온 결과물은 그것의 10분의 1도 안되었기 때문이다.


“까를로스! 데리고 와” 의사가 지시를 내렸다.

복면을 씌운 두남자를 무릎을 꿇리고 대기시켰다.

이들은 반군이 잡고 있던 정부군 포로들이다.

까를로스가 거칠게 복면을 벗기고 물이 담긴 비이커를 건넸다.

“마셔” 두 남자는 공포에 질린 채로 벌벌 떨고 있다.


총을 그들의 이마에 바짝 붙이는 까를로스.

황급히 두 남자는 비이커에 담긴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궁금해하며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대략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고 있다. 지금까지 여러 번 똑같은 일을 해왔으니까.


다음 전개될 장면은 세가지 중 한가지이다.

첫번째는 물을 마신 사람들에게 아무 이상이 없는 경우다. 이럴 때는 인질들을 까를로스가 자기 아지트로 데려간다. 며칠간 진행상태를 살펴보고 영감에게 보고를 한다. 대부분 아무 변화가 없다.

두번째는 거품을 물고 피를 토하며 괴로워한다. 이런 경우는 빨리 고통을 끝내주려는 듯

까를로스가 주저하지 않고 바로 총을 쏘아 저 세상으로 보낸다.

세번째는 물을 마신 사람들에게 격렬한 변화가 일어난다.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지만 고통의 경련이 아닌 희열에 찬 경련에 가깝다. 축 처져 있던 몸에 커다란 뱀이 꽈리를 틀 듯 불끈불끈 근육이 꿈틀거린다. 굶주림과 전쟁에 피골이 상접한 얼굴의 피부가 갓난아기처럼 보송보송 탱글탱글하게 변한다. 하지만 세번째의 광경은 지금까지 딱 두 번만 있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성공인지 모르고 멀뚱멀뚱 보기만 하고 지나갔다. 영감과 의사는 땅을 치고 후회했다. 그 아까운 것을 바닥에 흘려보냈으니까.

두번째는 성공을 직감하는 순간 영감과 의사가 같이 어께동무를 하고 덩실덩실 춤을 추었다. 뜻 모를 말 페르페투스 에타스(Prepetuus aetas)라고 크게 외치며.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번에는 두번째 장면이 연출되었다.

“탕” 까를로스가 미련없이 그들의 고통을 마감해주었다.

영감은 이미 결과를 예상한 듯 별로 실망한 표정은 없다.

‘어차피 이번에는 내년을 위한 모의고사 정도였어. 내가 회복되고 장철웅이 합세한다면 충분히 해볼만 해’

“일단 이번에는 이것으로 끝낸다. 실험대상자 두 사람도 이미 죽었고 바리스타도 시원찮으니 더 이상 의미가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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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악당들의 다툼 23.09.26 4 0 9쪽
19 스파이 침투성공 23.09.26 3 0 9쪽
18 페르페투스 에타스의 정체 23.09.26 3 0 11쪽
17 늙어버린 그 여자 23.05.30 8 0 10쪽
16 한여름밤의 할로윈파티 23.05.29 8 0 10쪽
15 영감에게 발각되다. 23.05.27 10 0 9쪽
14 그리웠다. 친구야! +1 23.05.26 12 1 9쪽
13 두더지가 되었다. +1 23.05.25 16 2 10쪽
12 어디서 들어보았던 단어-페르페투스 에타스 +1 23.05.24 17 2 11쪽
11 탈출할 수 있을까? +1 23.05.23 17 2 10쪽
10 바리스타의 사연 +1 23.05.22 21 3 10쪽
9 대나무책자의비밀 +1 23.05.20 22 3 10쪽
» 동굴에서 벌어진 일 +3 23.05.19 26 2 10쪽
7 이상한 섬 +2 23.05.17 28 3 10쪽
6 영감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왔다. +1 23.05.17 27 2 10쪽
5 감옥에 갇힌 또 다른 사람 +2 23.05.14 42 3 9쪽
4 수수께끼의 영감 23.05.14 4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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