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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님의 서재입니다.

설전-신의 혓바닥을 강탈당했다.(부제: 페르페투스 에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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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밍파파
작품등록일 :
2023.05.1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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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4.10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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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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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왔다.

DUMMY

영감이 눈을 감고 70여년전을 회상하고 있다.

태평양전쟁에 참전한 그때 그 기억.

‘나까무라. 지옥에서 날 기다리고 있겠지. 너와 나 누가 더 나쁜 놈일까?’


일본군에 입대하여 내가 배치된 소총소대. 소대장은 나까무라 중좌. 거의 불가능한 임무도 어떻게 하든 해내고 마는 놈이었다. 한번은 절벽을 타고 적의 고지로 침투하여 후방을 교란하는 작전이었다. 절벽을 기어오르다가 만약 누군가 떨어지면 본능적으로 비명을 지를 것이었고, 나까무라 중좌는 적에게 발각될 것을 우려하여, 소리를 지르지 못하도록 모든 소대원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작전을 수행한 놈이었다.


육군사령부까지 나까무라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급기야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 특별임무를 부여받았다. 투입된 지역은 필리핀 섬이었다. 사령부에서 내린 작전명은 “페르페투스 에타스(Prepetuus aetas).”


작전명령서를 읽어본 나카무라는 혼잣말로 투덜대었다.

"뭐 이런 엉뚱한 작전지시를 내리는 거지? 장군들도 계속 전투에서 지더니 머리가 비었군. "


작전명 “페르페투스 에타스(Prepetuus aetas)”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눈으로 직접 보고서도 믿을 수 없는 신비로운 광경을 목격하고서 알아챘다. 나까무라는 동굴속에 감추어진 신비한 능력을 단순히 구경한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마을의 지도자를 협박하여 기어코 비밀을 알아내었다.


탈취한 대나무책자를 부대원에겐 보여주지 않았다. 밤새 혼자 보는 듯했다. 하긴 그 엄청난 광경을 목격한 사람은 나와 나카무라 둘 뿐이었으니 다른 부대원은 관심도 없었다. 오직 거울 속에 비춰진 자기 모습을 보고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나까무라는 그 책자를 기밀문서와 같이 금고에 보관했다.

금덩어리처럼 다루었고 가끔 혼자 들추어보고는 희죽 희죽 웃었다.

내가 몰래 지켜보다가 마음 같아서는 확~ 총으로 갈겨버리고 빼앗아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부대원들이 득실대고 있으니 참아야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미군이 우리 부대를 발견하고 폭격을 감행한 것이다.

나카무라는 퇴각을 명령했고, 부대원들은 목숨을 건지느라 뿔뿔히 흩어졌다.

나카무라는 금고를 열어 기밀문서는 먼저 불태웠다. 대나무책자를 품에 넣고 달리는 그를 뒤쫓아갔다.

미군 보병과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고, 기회를 보던 나는 불이 붙은 지프차 속으로 그놈을 뒤에서 힘껏 발로 차 처넣어 버렸다.

온몸에 불이 옮겨붙고 땅에서 뒹굴다가 잠잠해진 그의 몸을 뒤졌다.

대나무 책을 드디어 손에 넣었으나 아뿔싸 거의 반정도가 불에 타버렸다.

그때 만해도 비밀을 푸는 것이 이토록 어려울 줄은 몰랐다.


###


장철웅이 실의에 잠겨 이곳 감방 생활에 젖어들 때.

평소와는 달리 복도에서 여러 명의 발자국 소리가 분주하게 들렸다.

"철컹" 문이 열리며 "장철웅씨! 몸은 어떻소?"

덩치 큰 두 놈 뒤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영감이었다.

장철웅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 서고 방어자세를 취했다.


“뭘 그리 놀라나? 불편한 사안은 없나? 나를 위해서도 자넨 건강해야 해. 내 친구도 같이 왔으니 인사나 하게. 서로 아는 사이지?”

곧이어 “헬로”하며 거대한 덩치의 외국인이 방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누구지? 안면이 있어 보인다. 맙소사 러시아마피아 두목 불카노프야.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고? 돈을 갚지 못했다고 내 목을 가지러 왔나? 영감하고 친구라고? 그럼 영감이 나를 불카노프에게 밀고했나? 뭐지?’

장철웅이 화들짝 놀라 구석으로 바짝 몸을 피했다.


영감이 그를 안심시켰다.

“쯧쯧, 걱정 마. 안 잡아가요. 나 하고는 오래된 동업자 관계이니까. 특별히 내가 잘 말해 두었지. 딴 생각만 안 한다면 건드리지 않을거야. 여하간 여기서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말고 몸 간수나 잘하게. 이번엔 아니지만 다음에는 나와 어디에 가야 하니까”


장철웅의 머리 속에서 반짝거리는 의구심.

‘저 두 사람이 평소부터 잘 아는 사이라면 처음부터 내가 저 두 놈에게 놀아난 것인가?’

“하나만 묻겠소. 내가 불카노프에게 빌린 돈. 그 돈 처음부터 영감 당신 호주머니에서 나온 거요?”


“바보는 아니구먼 이 정도 힌트에서 알아챘으니.”

영감이 빈정거리면서 답을 했다.

“그럼 파리 식당에 불이 난 것도, 공장에서의 사고도 당신이 꾸민거야?”

“공장 일은 내가 한 거는 맞아. 얘들 시켜서 돈 좀 풀었지. 하지만 파리 식당에 불이 난 건 나하고 상관없어. 식당이 망하도록 어떻게 하든 방해는 했겠지만, 누가 내 수고를 덜어준 셈이지. 결국 너는 지금 요 모양 요 꼴.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운명이야. 너의 능력만 믿고 까불어 댄 결과이지. 그 능력도 엄밀히 따지면 네가 노력해서 얻은 결과도 아니면서.”

영감이 경멸의 눈초리를 쏘아붙인 후 문 밖으로 사라졌다.


장철웅은 무릎을 털썩거리며 주저앉고 머리를 감싸 쥐었다.

곧이어 바리스타 방의 문이 열리면서 와장창 소리가 들리고 한바탕 난리법석이다.

복도로 끌려 나오는 바리스타가 외친다.

“그만해 이 놈들아! 그만큼 써먹었으면 되었지. 도대체 얼마나 더? 혀가 썩어 문들어 가고 있다고. 소믈리에는 곧 죽을거야.”

덩치 큰 몇 놈들이 바리스타의 입을 틀어막고 황급히 사라졌다.


뒤이어 영감의 목소리가 철문 밖으로 들렸다.

"어서 다음 방 열어봐"

문이 열리고 수군수군 소리가 들리고 곧 문이 닫혔다.

“내가 그렇게 당부했잖아. 죽으면 안된다고. 일을 마치기 전에는 이 두 놈이 꼭 필요하다고.”

“네. 그건 저희들도 아는데요. 그렇다고 의사를 부를 수도 없고 해서요. 당장 소문이 퍼지면 여기가 발각될 수도 있잖아요?”

"그건 그렇군. 아무래도 얼마 못 버틸 것 같아. 하기야 그럴 만도 하지. 대략 10년간 잡아 두고 일을 시켰으니까. 몸에 독성이 축적되었으면 나을 방법은 없겠어. 숨이 끊어지면 그때 조용히 처리하게. 대신 저 새로 온 놈은 잘 관리해야 해. 털끝 어디 하나라도 다치면 안돼. 만일 무슨 일이 생기면 너희들 모두 물고기 밥 되는 줄 알라고.”

영감이 부하들에게 단단히 지시하였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근데 소믈리에 놈이 어차피 죽을 거면 지금이라도 쇠줄로 말아서 바다에 던져버릴까요?"

"멍청한 소리! 이 섬에 요즘 낚시꾼이 부쩍 많이 늘었어. 처음 여기 자리 잡았을 때만 해도 무인도라서 한 놈도 얼씬 대진 않았는데, 지금은 바닷가에 나가서 무슨 일을 벌이면 눈에 띌 가능성이 높아. 숨을 거두면 거적에 싸서 늦은 밤에 양지 바른 뒷산에 묻어 주라고. 아무리 내가 나쁜 놈이지만 산채로 땅에 묻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영감과 부하들이 잠시 대화를 나눈 후 사라졌다.


장철웅은 한동안 방 구석에 앉아 눈만 깜빡일 뿐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

허탈감, 자책, 미안함, 어리석음, 그리고 복수심

‘반드시 여길 탈출해서 영감에게 복수해야 해’

하지만 되돌이켜보면 영감의 발언 중 일부는 수긍이 갔다.

천지 분간을 못하고 까불었던 지난날을 후회하고 참회했다.


###


장철웅은 언론매체에서 “신의 혓바닥”을 가진 신비한 인물로 소개되곤 했다. BBC 방송국의 요리경연대회에서 우승하자 그의 명성은 하늘 높이 치솟았다. 두바이, 서울 특급호텔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였으나 그는 그의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었고, 우승상금으로 파리에 식당을 오픈했다. 그런데로 영업은 잘 되었으나 규모가 너무 작았다. 그는 파리 샹젤리제 중심가에서 번듯한 규모로 식당을 확장하고 싶었고, 마침 적당한 점포가 있어 덜컥 계약을 해버렸다.

동업자이자 친구인 이인호가 뒤늦게 알고 상의 없이 결정했다고 화를 내었다

"아직 우리는 젊어. 너무 성급하게 덤비지 말고 차근차근 하나씩 쌓아가자."


그러나 이미 점포 계약은 해버렸고 가진 돈은 턱없이 부족했다. 자칫하면 점포계약금만 날릴 상황에서 구세주가 나타났다. 투자자의 이름은 볼카노프. 고향이 동유럽이라 그런지 덩치가 크고 무섭게 생겼으나 성격은 시원시원했다. 오직 장철웅의 신용만으로 거액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게다가 3년내에 원금을 갚으면 되고 이자만 매월 지급하는 조건이었다. 그와 계약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다만 이인호는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

"다시한번 생각해봐. 사람 앞날은 모르잖아? 무슨 변수가 생기면 위태로울 수 있어. 볼카노프라는 사람. 어딘가 인상이 고약해."

장철웅의 통장으로 약속한 자금이 들어왔고 다른 일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식당오픈을 일주일 남긴 어느 날 레스토랑에 화재가 났다. 겨우 사람만 빠져나왔고 모든 것이 불타서 사라졌다. 그래도 다친 사람은 없었으니 다행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장철웅은 당장 볼카노프에게 이자를 내야 하는데 돈을 구할 수 없었다. 만나서 사정을 하면 이해해 주리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어느 날 집 앞에서 장철웅과 이인호는 납치를 당했고, 머리에 보자기를 덮어쓴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도착한 곳은 인적이 드문 시골의 도축장이었다. 그들 앞에는 볼카노프가 인상을 찡그리며 앉아있었고, 아무 말없이 살아있는 돼지의 목을 따는 끔찍한 광경만 보여주었다. 볼카노프. 그의 뒤를 조사해보니 러시아 마피아였다. 목숨을 부지하려면 영업을 시작해 돈을 벌어야 하는데 복구비용이 없었다. 꼼짝없이 끌려가서 목이 따이는 순간이 서서히 다가오는데 어디에선가 도움의 손길이 나타났다. 프랑스 한국대사관을 통하여 어떤 한국인이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그 한국인의 이름은 최인섭. 처음에는 영감이 천사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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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드디어 신비한 동굴을 찾았다 24.04.03 4 0 11쪽
26 서복의 두번째 출정 24.04.02 4 0 10쪽
25 아주 오래전 황제의 이야기 24.04.01 6 0 10쪽
24 작전실패 23.09.26 9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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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23.09.26 4 0 10쪽
21 의사의 목숨을 구하다. 23.09.26 3 0 10쪽
20 악당들의 다툼 23.09.26 4 0 9쪽
19 스파이 침투성공 23.09.26 3 0 9쪽
18 페르페투스 에타스의 정체 23.09.26 3 0 11쪽
17 늙어버린 그 여자 23.05.30 8 0 10쪽
16 한여름밤의 할로윈파티 23.05.29 8 0 10쪽
15 영감에게 발각되다. 23.05.27 10 0 9쪽
14 그리웠다. 친구야! +1 23.05.26 12 1 9쪽
13 두더지가 되었다. +1 23.05.25 16 2 10쪽
12 어디서 들어보았던 단어-페르페투스 에타스 +1 23.05.24 17 2 11쪽
11 탈출할 수 있을까? +1 23.05.23 17 2 10쪽
10 바리스타의 사연 +1 23.05.22 21 3 10쪽
9 대나무책자의비밀 +1 23.05.20 22 3 10쪽
8 동굴에서 벌어진 일 +3 23.05.19 26 2 10쪽
7 이상한 섬 +2 23.05.17 28 3 10쪽
» 영감은 천사의 얼굴로 다가왔다. +1 23.05.17 28 2 10쪽
5 감옥에 갇힌 또 다른 사람 +2 23.05.14 42 3 9쪽
4 수수께끼의 영감 23.05.14 45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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