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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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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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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7.05.31 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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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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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위험한 임무

DUMMY

우리가 도착했을 때, 바르테인 군의 분위기는 상당히 암울했다. 아르만시아의 무시무시한 위용은 그들에게 결코 지울 수 없는 공포심을 심어주었고, 자신들 곁에 왕과 기사단장이 없다는 사실은 그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몇몇은 시체도 찾을 수 없는 동료들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다. 그런 만큼 돌아온 여왕을 맞이하는 그들의 기쁨은 더욱 컸을 것이다.

“여왕님이 돌아오셨다!”

환호성이 번져나가려는 순간 나는 급히 손가락을 입에 가져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다행히 병사들도 그 이유가 악마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라는 걸 눈치 챘는지 즉시 목소리를 낮추고 작은 목소리로 동료들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전파하기 시작한다.

돌아올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는데도 나의 전용 천막은 진채 한 가운데에 지어져 있었다. 아예 죽을 각오로 아르만시아를 유인했던 나에게는 이 자그마한 것조차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 그 커다란 천막 안에 들어간 나는 즉시 기수들을 소집했다.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회의를 강행하기로 한 것이다.

“무사하셨군요, 여왕님.”

잠시 후 기수들이 모두 모였다. 그들 또한 나의 귀환에 반가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서둘러 그들에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악마들은 아군의 위치를 찾고 있을 거예요. 어제 있었던 첫 번째 전투에서 느끼셨겠지만.... 가급적 그들과의 전투는 피하고자 합니다.”

그 끔찍했던 기억을 떠올린 걸까? 기수들의 표정이 하나 같이 어두워졌다. 물론 그들 중 악마와의 전면전을 주장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따라서 그들에게 발각될 수 있을만한 행동은 최대한 자제해야 해요. 휘하의 병사들에게 전달하세요. 큰 소리를 내서는 안 되며 소란을 피워서도 안 된다고. 악마들에게 들킬 수 있으니 날이 저물어도 불을 피워서는 안 됩니다. 이는 아군의 안위가 걸린 중요한 문제에요. 엄격히 단속하셔야 해요.”

기수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누군가 정적을 깨고 나에게 질문했다.

“그런데, 그렇게 조심한다고 악마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아무리 통제하려 해도 작은 기척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보다, 바르테인군은 주변 일대 수천 평의 지역에 걸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를 악마들이 못 보고 지나칠 수 있을까요?”

당연히 나와야 할 질문이었다. 이에 나는 준비하고 있던 대답을 해주었다.

“있어요. 이곳에 가만히 있는다면 말이에요. 이 많은 바르테인 군이 만들 수밖에 없는 흔적들.... 그것들이 일정 수준까지는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두었거든요.”

의구심에 가득 찼던 기수들의 표정이 한 순간에 밝아진다. 그 중 한 명이 반가운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그건 드래곤님의 마법입니까?”

나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그 질문은 푸른 드래곤이 죽었다는 사실을 새삼 상기시켜 주었고, 나는 다시 커다란 슬픔에 휩싸이게 되었다. 나의 어두운 표정에서 뭔가 눈치 챘는지 이번에는 다른 기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런데 왜 드래곤 님과 함께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드래곤 님은 어디 계시죠?”

얼굴에 와 닿는 기수들의 간절한 시선이 느껴진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것 같다. 그들은 하이아온이 악마에게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들이 본 것은 하이아온이 포효만으로 마수들을 내몰아 악마와 싸우게 만드는 광경뿐이었다. 난생 처음 보는 강적을 맞이하게 된 지금, 하이아온만이 자신을 위기에서 구해줄 유일한 구세주라고 믿고 있을 터였다.

“....그는 떠났어요.”

고민 끝에 나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차피 하이아온은 돌아오지 않을 테니 금방 들통 날 거짓말을 할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진실을 말하면 그들의 사기가 크게 떨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단지 떠났다는 말만 들었는데도 크게 낙담하는 기수들의 표정을 보니 이는 현명한 결정이었던 것 같다.

“이유가 뭐죠? 드래곤님은 왜 떠난 겁니까?”

질문을 던지는 사람의 얼굴은 이미 절망으로 물들어 있었다. 앞서 보인 나의 표정 때문에 하이아온이 쉽사리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걸 눈치 챈 모양이었다.

“그 이유는 말할 수 없어요.”

왜냐하면 그는 이미 죽었으니까. 다시 한 번 차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나는 겨우 대답했다. 이 때 벨포트가 제대로 해명하지 못한 나 대신에 보충설명을 해준다.

“그것은 여왕님의 사적인 일입니다. 여기서 자세한 내막을 밝힐 수는 없습니다.” 덕분에 기수들은 의구심과 아쉬움이 가득 남은 표정을 하면서도 이 이상 캐물을 수가 없게 되었다. 대강 분위기가 수습된 후 나는 다음 의제로 넘어갔다.

“현재 이곳의 서남쪽에 아덴트의 유민들이 있어요. 아까 말한 조치 덕분에 아군은 조심만 하면 악마들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지만.... 그들은 달라요. 아군을 찾으려는 악마들에게 발각 당해 공격당할 수 있어요. 그래서 나는 그들을 이곳으로 데려오려 해요.”

“그들은 여왕님께 서슴없이 반기를 들었던 배신자들입니다. 왜 그들을 구하려 하십니까?”

“경의 말이 맞아요. 얼마 전까지 그들은 우리 바르테인 군에 맞서 싸웠던 적이었죠. 하지만 그건 티프에게 속았기 때문이었어요. 이제 그들은 그가 악마의 하수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고 자신들이 진정 섬겨야 할 군주가 누구인지 깨달았을 거예요. 단 한 명의 전력이라도 아쉬운 이때에, 그들이 합류하면 우리에게 큰 도움이 될 겁니다.”

이런 말로 기수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건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단호한 표정으로 이 결정을 번복할 마음이 없다는 걸 보여 주었다.

“하지만.... 여왕님께서는 악마들이 우리를 찾고 있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공연히 아덴트 주민들을 이동시키려다간 틀림없이 들키고 말 겁니까.”

“악마들이 1차적으로 파견한 척후병들은 이미 오는 길에 처리했어요. 지금 당장 주변에 악마가 없다는 것도 확인했고요.”

이 말을 듣는 순간 기수들의 눈빛이 달라진다. 공포의 대상인 악마를 쓰러뜨렸다는 말이 그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다. 이제 내가 무사히 귀환했다는 사실이 그들에게 새삼 새로운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척후병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마들이 깨닫기까지는 시간이 있어요. 그래서 더욱 서둘러야 해요. 더욱 많은 병력이 이쪽으로 파견될 테고 그 전에 아덴트 주민들을 데려와야 하니까요.”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기수들은 영 내키지 않는 얼굴들이었다. 언제 악마들이 다시 들이닥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면서 반역자들을 구하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그런데 여왕님께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모두가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란드 경이 입을 열었다. 그의 이름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가 사사건건 나에게 비협조적으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하이아온이 있는 동안에는 제법 고분고분한 체 했었는데, 그가 사라지자마자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어제 악마들과 처음 조우했을 때, 여왕님은 드래곤을 타고 떠나셨습니다. 수많은 병사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아군을 뒤에 남겨두고 말입니다. 어째서 그런 행동을 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겉으로는 공손한 척 하고 있지만 내심 불만이 가득 담긴 말이었다. 나의 그 행동이 그의 눈에는 혼자만 살기 위해 도망친 것으로 비춰졌던 모양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 하나만이 아닌 것 같다. 몇몇의 심상치 않은 표정을 보니,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그런 이야기가 오갔던 모양이었다.

“정말로 알고 싶소?”

분위기를 파악하느라 잠시 대답이 지체되었는데, 그 새를 참지 못하고 벨포트가 란드에게 말했다. 그의 무례한 태도에 적잖이 화가 났는지 흥분한 목소리였다.

“그것은 숭고한 희생이었소. 여왕님께서는 당신들을, 바르테인 군 전체를 구하려 하셨던 것이오.”

“왜 그 행동이 숭고한 희생이라는 겁니까? 저는 도무지 알 수가 없군요.”

“여왕님께서는 악마들이 노리는 게 본인 하나뿐이라는 걸 아시고 계셨소. 그래서 위험을 무릅쓰고 악마들을 유인하셨던 것이오. 심지어 죽음까지 각오하셨단 말이오! 당신들이 무사히 퇴각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여왕님 덕분이었소.”

이 말을 들은 기수들은 하나 같이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가 하이아온을 타고 날아간 그 순간 악마들이 일제히 나를 따라가는 광경을 목격했으니까.

“이 임무가 얼마나 위험한지 알고 있어요. 경들이 주저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겠죠. 그래서 나는 여기서 나의 의지가 얼마나 결연한지 보여주고자 합니다.”

그리고 나는 허리에 찬 칸딘을 뽑아 높이 들며 외쳤다.

“나부터 이 임무에 참여 하겠어요. 만약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면 혼자서라도 다녀 올 겁니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건 안 됩니다!”

기수들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입을 모아 말했다. 그런 그들에게 나는 내가 반드시 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아덴트 주민들은 아직 그들이 용서받을 수 있을지 확신을 못하고 있어요. 따라서 왕인 내가 직접 가지 않는 이상 쉽사리 이쪽의 말을 믿지 못할 거예요. 그리고 나에게는 이 정령검이 있어요. 만약에 내가 너무 늦어 악마들이 먼저 아덴트 주민들에게 도달해 있다면.... 이 정령검이 그 사실을 먼저 나에게 말해 줄 거예요. 또한 악마들에게 들키지 않고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줄 거고요.”

무모하다는 건 알고 있다. 하지만 왕이 아군을 버리고 도망쳤다는 의심은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것이었다. 이번 기회에 깨끗하게 그들을 납득시킬 필요가 있었다.

말을 마친 뒤 나는 란드의 표정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그의 표정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었다. 이윽고 결정을 내린 듯 그는 엄숙한 표정으로 선언했다.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듣고만 있던 옐러도 뒤이어 손을 들며 이야기한다.

“기사된 자로서 어찌 여왕님을 홀로 사지로 내몰 수 있겠습니까? 저도 데려가 주십시오.”

두 기사가 시작이었다. 특히 공공연히 나에게 반목하던 란드가 먼저 지원하자 분위기가 급반전되었다. 기수들은 앞 다투어 이 위험한 임무에 자원했고, 곧 그 수는 칸딘이 감당할 수 없는 정도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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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벨포트 : 왜 메담은 대사가 한 마디도 없는 거지? 혹시 저 자리에 없었던 거 아냐?

메담 : 아직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중....ㅠㅠ

벨포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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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7 별 일 아냐 +6 17.06.04 503 10 10쪽
356 재현 +6 17.06.01 491 9 9쪽
» 위험한 임무 +6 17.05.31 592 11 11쪽
354 일침 +6 17.05.29 458 8 8쪽
353 척후병 +6 17.05.26 543 10 12쪽
352 인간과 드래곤 +8 17.05.24 497 12 10쪽
351 곡예 드래곤 +7 17.05.22 472 11 8쪽
350 미끼 +6 17.05.20 533 10 10쪽
349 새로운 꿈 +10 17.05.03 439 13 13쪽
348 깨진 동맹 +8 17.05.01 448 12 10쪽
347 절대신 +6 17.04.29 421 11 9쪽
346 추락 위기 +2 17.04.27 455 10 10쪽
345 밀서 +4 17.04.25 476 9 8쪽
344 물증 +6 17.04.23 441 9 8쪽
343 기적의 사나이 +4 17.04.19 449 8 9쪽
342 이별 예감 +4 17.04.18 493 10 8쪽
341 심판 +4 17.04.16 444 10 6쪽
340 진실과 거짓 +4 17.04.14 452 8 10쪽
339 내통 +4 17.04.12 475 10 10쪽
338 도발 +4 17.04.09 442 10 9쪽
337 마음에 안 드는 여자 +6 17.04.07 511 10 9쪽
336 과도한 몰입 +4 17.04.04 486 8 6쪽
335 반란 진압 +4 17.04.01 565 8 9쪽
334 최강의 실험체 +4 17.03.29 467 6 8쪽
333 결심 +4 17.03.28 453 8 11쪽
332 빗나간 예상 +6 17.03.26 436 9 9쪽
331 증인 +4 17.03.24 499 7 9쪽
330 새로운 희망 +4 17.03.21 522 9 10쪽
329 교대 +4 17.03.19 527 8 10쪽
328 진상을 찾아서 +8 17.03.17 48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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