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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라 돌아라 강강수월래

왕녀의 외출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어스름달
작품등록일 :
2014.12.01 23:43
최근연재일 :
2017.11.24 03:18
연재수 :
41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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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2,122
추천수 :
14,829
글자수 :
1,880,019

작성
17.04.07 01:35
조회
511
추천
10
글자
9쪽

마음에 안 드는 여자

DUMMY

티프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게 된 우리는 어베레드 성을 점령하고 있는 붉은 바위족의 위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는 명목 하에 에산토의 시민들을 전부 아덴트로 이주시켰다. 이는 일인이역을 수행해야 하는 일로스의 편의를 위해서였다.

이 시점에서 나는 실종된 것으로 했다. 그 이유는 완벽한 거짓말을 위한 나의 기묘한 집착 때문이었다.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내가 일로스에 의해 구금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티프가 신경 쓰였다. 멀쩡히 내가 외부활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티프가 내 실체를 눈치 챌 수도 있었다. 물론 감옥 속에 갇혀 있는 그가 밖에서 벌어지는 일을 알 수는 없을 테지만.... 어쩐지 마음에 걸렸다. 그가 내 본모습을 알게 하고 싶지 않다. 조그만 가능성도 남겨두고 싶지 않다. 그래서 나는 답답한 비밀 방에서의 생활을 계속 하는 것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나의 이 용의주도한 안배는 적절한 조치였다. 티프를 동굴 밖을 데리고 나갈 일이 생긴 것이다. 아덴트 시내에는 탈출한 실험체 하나가 활보하고 있었다. 티프가 추격하고 있던 바로 그 검은 거인이었다. 우리는 티프를 동원해 그 실험체를 처치한 후, 아덴트 시내에서 흉흉하게 떠도는 검은 거인에 대한 소문을 철저히 수습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티프는 일로스가 시키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는 자신의 처지를 점차 받아들이게 되었다. 저항하기를 단념한 후 그는 일로스에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첫 번째는 물론 나를 악마로 개조하지 않는 것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악마로 만들지 말라는 요구였다.

“이미 너는 나를 얻었다. 더 이상 무고한 사람들을 납치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우리는 이미 속성으로 제조한 악마들은 시저를 잃을 경우 커다란 재앙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래서 예전과 같이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최면을 통해 악마를 제작하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티프의 요구사항을 들은 즉시 우리는, 아니 실질적으로 일을 주도하고 있던 나는 한 순간에 그 계획을 철회해버렸다.

“우리에게는 아르만시아에게 대항할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자질을 지닌 악마 하나만 있으면 돼요. 이제 티프가 있으니 더 이상의 전력은 무의미할 거예요.”

그러나 이 말이 무색하게도 시험 측정한 티프의 역량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었다. 기존의 실험체들보다는 확실히 더 뛰어났지만 진짜 악마들에게 비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시저의 평가였다.

“이상하네. 티프는 알케니아가 궁극적으로 원하던 악마가 되었잖아?”

“그게 문제야. 생각해보니 알케니아는 강한 악마를 바란 적이 없었어. 놈이 집착한 건 단지 자신의 눈을 즐겁게 해줄 커다란 날개뿐이었지.”

즉 티프의 진화는 전투에 최적화된 형태가 아니라는 의미였다.

“차라리 저 날개 대신 운동성에 집중했다면 게차무스와도 견줄 수 있었을 텐데.... 티프의 재능만 아깝게 되었군.”

말이 나와서 하는 이야기인데 당시 우리는 게차무스와 폭언과 협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무리 그에게 윈더민 성에서 반란이 일어나 왕이 바뀔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해보아도 그는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인간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었다.

“충분한 시간을 주었건만 아무 것도 진척된 것이 없구나. 당장 뭔가 하란 말이다, 하찮은 인간들아! 행여 나와 아르만시아님을 속이고 있다면 너희에게 가장 끔찍한 죽음을 내릴 것이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정말로 우리를 살려두지 않을 기세였다. 두려움에 떨며 물러난 우리는 아르만시아에게 대항할 전력을 확보할 궁리보다 그와의 약속을 어떻게 이행할 지 고민하게 되었다. 다행히 위대한 기사 노드의 반란은 빠른 시일 내에 진압되었고 우리는 목표를 고정할 수 있게 되었다.

휘렌델 바르테인. 나는 아무 이유 없이 그녀가 싫었다. 왕가의 마지막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내가 꿈꾸던 것을 거저 얻은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하필 그 인물이 나와 같은 여자라는 점이 경쟁심을 자극한 것이다.

틀림없이 어리숙한 햇병아리에 미련한 년일 것이다. 그 충직한 노드가 반기를 들 정도로 말이다. 티프가 되어 아덴트의 영주 행세를 하고 있는 일로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처럼 그녀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영주가 한 둘이 아닌 것 같다.

휘렌델은 분노하는 자들 토벌 당시 자신의 군대에 정면으로 대항한 반역자이자 추첨제를 통해 임관된, 평민이나 다름없는 비천한 인물인 메담 스피어를 왕궁기사단장으로 임명했다. 노드의 반란을 진압하는데 공을 세웠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 주변의 반대가 엄청났지만 그녀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한심하기 짝이 없는 만행이었지만 어쨌든 이는 우리에게는 기회였다. 그의 기사단장 즉위식에 참여한다는 구실로 그녀에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나는 윈더민 성에 일로스를 보내면서 티프를 데려가게 했다. 물론 절대로 진실을 말할 수 없게끔 금제를 걸어두고 말이다. 그를 외부에 노출시키는 위험까지 감수한 건 휘렌델에 대한 나의 증오심 때문이었다.

“기회를 봐서 티프가 휘렌델을 죽이게 해요.”

휘렌델을 죽이는 건 물론 나의 개인적인 소망이기도 했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이기도 했다. 아르만시아가 왕을 원하는 이유는 그의 몸에 모여 있는 엄청난 마력을 얻기 위해서이다. 이것을 티프가 얻는다면 아르만시아를 능가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악마들의 하수인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알았어.”

일로스는 믿음직스럽게 대답한 후 떠났다. 우습게도 티프와 일로스는 각각 아덴트와 에산토의 영주 자격으로 즉위식에 참여했지만, 두 사람의 역할은 뒤바뀐 상태였다.

나는 밀실 안에서 시저가 귀고리로 보내주는 영상을 통해 그들의 여정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일로스가 여왕을 대면할 때 처음으로 휘렌델 바르테인을 보게 되었다. 예상했던 대로 그녀는 왕위에 어울리는 인물이 결코 아니었다. 반란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는지 얼굴에는 그늘이 져 있었고, 만사에 의욕이 없어 보였다. 이는 나를 더 화나게 했다. 내가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왕위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저런 표정을 하고 있다니.

‘지금이에요. 티프에게 그녀를 죽이라는 명령을 내리세요.’

일로스와 인사를 마친 휘렌델이 티프 쪽으로 방향을 돌리는 순간 나는 일로스를 다그쳤다. 그러나 일로스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못하겠어.’

이렇게 얼빠진 일로스의 목소리를 듣는 건 실로 오랜만의 일이었다. 아덴트의 영주가 된 이래로는 듣지 못했는데.... 수도인 윈더민 성의 거대함와 웅장한 위용에 압도당해 다시 예전의 소인배로 돌아간 모양이었다.

‘티프가 여왕을 죽이면 저 많은 기사들이 전부 다 달려올 거야. 그와 동행한 나에게도 죄를 물으려 하겠지.’

‘그게 무슨 걱정이에요? 티프가 여왕을 죽이면 아무리 많은 기사가 와도....’

‘확실하지 않잖아? 티프는 진짜 악마가 아닌데.... 정말로 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어.’

물론 이는 위험을 감수하기 싫은 일로스의 변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의 지적이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내가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동안 나는 가설을 세우면 반드시 실험을 통해 그것이 맞는지 확인해보았다. 하지만 실험체도 진짜 악마처럼 살인을 통해 마력을 흡수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해본 적이 없었다.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보라고 티프에게 시킬 생각은 차마 하지 못했던 것이다.

‘알았어요.’

나는 너무나도 쉽게 휘렌델을 죽일 생각을 단념해 버렸다. 정말로 티프가 마력을 흡수할 수 없다면 일로스만이 아닌 그도 위험에 처하게 되기 때문이다. 빌어먹을 휘렌델 년. 그 하얀 얼굴이 피로 물든 꼴을 꼭 보고 싶은데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이렇게 된 이상 아르만시아의 계획을 진행시킬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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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예니토 : 저 기능 참 탐나는데.... 귀고리로 분리할 수 있는 정령검이라니....

사자 대가리검 : 지는 변신 정령검이면서....-_-;;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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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곡예 드래곤 +7 17.05.22 472 11 8쪽
350 미끼 +6 17.05.20 533 10 10쪽
349 새로운 꿈 +10 17.05.03 439 13 13쪽
348 깨진 동맹 +8 17.05.01 448 12 10쪽
347 절대신 +6 17.04.29 421 11 9쪽
346 추락 위기 +2 17.04.27 455 10 10쪽
345 밀서 +4 17.04.25 476 9 8쪽
344 물증 +6 17.04.23 441 9 8쪽
343 기적의 사나이 +4 17.04.19 449 8 9쪽
342 이별 예감 +4 17.04.18 493 10 8쪽
341 심판 +4 17.04.16 444 10 6쪽
340 진실과 거짓 +4 17.04.14 452 8 10쪽
339 내통 +4 17.04.12 475 10 10쪽
338 도발 +4 17.04.09 442 10 9쪽
» 마음에 안 드는 여자 +6 17.04.07 512 10 9쪽
336 과도한 몰입 +4 17.04.04 486 8 6쪽
335 반란 진압 +4 17.04.01 565 8 9쪽
334 최강의 실험체 +4 17.03.29 467 6 8쪽
333 결심 +4 17.03.28 453 8 11쪽
332 빗나간 예상 +6 17.03.26 436 9 9쪽
331 증인 +4 17.03.24 500 7 9쪽
330 새로운 희망 +4 17.03.21 522 9 10쪽
329 교대 +4 17.03.19 527 8 10쪽
328 진상을 찾아서 +8 17.03.17 483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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