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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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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31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30 23:45
조회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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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17화-선문대할망

DUMMY

“아얏!”


김혜미의 낮은 비명이 들렸다. 왕파파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느낌과 동시에 뒤를 돌아보았다.

김혜미가 두 손으로 왼쪽 눈을 가리고 있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뭐야? 왜? 무슨 일이야?”


왕파파는 기관총 쏘듯 질문을 쏟아부었다.


“에이씨. 니 몸에 튕긴 나뭇가지가 눈을 때렸어.”


“괜찮냐고!”


왕파파는 김혜미의 손을 걷어 얼굴을 살폈다.

눈꺼풀 위로 세로로 길게 나뭇가지 부딪힌 자국이 보였다.

벌써 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눈을 찌르거나 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눈썹 끝에 투명한 눈물 한 방울이 아슬아슬하게 맺혀 있었다.

따가운지 김혜미가 눈을 만지려 했다.


“손 치우고 눈 좀 떠봐. 어떤지 좀 보게.”


“눈은 괜찮은 것 같아. 눈두덩이가 좀 따갑다. 이건 순전히 니가 때린 거야. 고의적인 것 같아.”


“지금 농담이 나오냐? 눈 다쳤으면 어쩌려고 그래.”


김혜미의 눈꺼풀을 들어 올리자 맑고 큰 까만 눈동자가 보였다.

왕파파는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김혜미의 눈이 이렇게까지 예쁜지 몰랐던 것 같았다.

가늘게 접힌 속눈썹도 처음 본 것 같았다.

흰자위는 약간 빨갛게 충혈되어 실핏줄도 보였다.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모래바람이 불어 눈 안의 모래를 입으로 불어 빼려 했던 기억이 났다.

기억엔 아예 없던 것인데 어제 일처럼 또렷했다.

과거의 오랜 기억이 이렇게까지 명확하게 기억난 적은 없었다.


“너 눈이 이렇게 예뻤구나.”


왕파파는 자기도 모르게 감탄사를 냈다.


“짜식. 이제 알았어? 그나저나 내 눈은 어때?”


“눈은 괜찮은 것 같아. 그보다 우리 김녕사굴 들어가는 건 너무 무모한 것 같아. 입구까지 가는 것도 이렇게 불안한데 저 안에 들어가서 뭘 어쩌려고? 이까짓 노끈 하고 랜턴만 달랑 가지고 들어가는 건 무모한 짓이야. 우리가 동굴탐사 장비를 준비한 것도 아니고 말이야. 괜한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 여기서 이렇게 된 건 우리의 치기 어린 생각을 닫게 하려는 아빠의 마음인지도 몰라.”


왕파파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김녕사굴이 궁금하지 않거나 하는 건 아니었다.

어쩌면 아빠의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긴 했었다.

아빠가 집을 떠난 지 십 년이 훌쩍 넘어 그리움 같은 건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일기를 통해 아빠를 찾을 수 있다는 기대가 상당했다.

하나도 늙지 않은 아빠의 모습.

왕파파는 그새 청년이 되었지만 아빠는 예전 모습 그대로일 것이라고 생각하면 기억 속 모습 자체라는 것으로는 고맙지만 다른 생각들은 많은 장애물을 만들고 있었다.

아빠의 나이는 대략 이천 년은 넘을 것이고 앞으로도 몇 천 년을 더 살 것이다.

엄마는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을까?

아빠에게 다른 여자들이 있었을까?

없었을 거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적으로는 말이 안 될 것이다.

배 다른 형들이 이 세상에 얼마나 되는 나이로 살고 있을 것인가?

혹은 천 년 전이 될지도 모르는 시절에 아빠와 결혼했던 여자에게서 태어난 누군가의 자손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을 것 같았다.

그럴 가능성이 다분하다. 엄마는 그걸 알고도 결혼했을까?

아빠는 그걸 이해시켰을까?

갑자기 엄마가 느꼈을 외로움 같은 게 느껴졌다.

아빠는 늙지도 않고 엄마는 시들어갔을 것이다.

어쩌면 서로 합의하여 헤어졌을 수도 있다.

엄마는 외로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마음에 병이 들어 죽음을 맞았을 수도 있다.

왕파파는 엄마가 너무 불쌍했다.


“우리 그냥 가자. 제대로 배워서 시작하자. 아빠를 찾으려면 그 수밖에 없어. 이런 무모한 짓은 하지 말자고. 부모님 걱정하시게 만드는 것도 그래. 나는 괜찮지만···”


왕파파는 말끝을 흐렸다.

세상엔 자신을 걱정해줄 가족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엄마는 고아라고 했기 때문에 친척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족은 있을 수도 있지만 없는 거나 마찬가지다.

과거의 기억을 자꾸 꺼내려는 노력 때문인지 기억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 같은 기억들이 흐릿하게 잔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원래는 없던 것들인데 백지 위에 새로 그려낸 듯 존재감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김혜미의 눈에 낀 모래를 불어주던 기억이 또렷하게 떠올랐던 것 같은 것일 거라고 생각했다.




제주도에서의 삼일 동안 김혜미의 상처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녁만 되면 김혜미의 아빠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방은 따로 잡고 자라, 왕파파를 조심해라, 같은 류의 조언 같은 말이었다.

물론 아빠의 부탁과는 달리 한 방을 썼지만 그들 사이에는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어쩌면 한국에서의 마지막 여행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둘은 제주도의 풍경을 꾸역꾸역 가슴에 담았다.

파란 바다도, 하얗게 부서지는 깊은 파도도, 눈 덮인 한라산 백록담의 모습도, 밀림 같은 곶자왈도, 볼록볼록 아담하고 솟아오른 오름도, 쭉 뻗은 이차선 도로도, 가슴을 저리게 하는 깊은 석양도, 마을에서도 보기 힘든 불빛 하나 없는 적막한 밤도 모두 꾸역꾸역 담았다.


김녕사굴 외에도 제주도에는 이무기에 관한 전설이 많이 있었다.

용과 관련된 지명이야 대한민국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지만 제주도에서도 지명 자체만으로도 용을 상기하게 만드는 용두암에도 이무기에 관한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고 있었다.

용이 승천하려다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전설로 보아 이무기를 목격했었을 가능성도 있으나 용두암 자체가 용머리 모양이기 때문에 지명이 붙은 것 같았다.


제주도의 부속섬인 섶섬에도 이무기 전설을 담고 있었다.

다른 곳과는 달리 제법 구체적인 형상을 묘사한 전설인데 귀가 크고 새빨간 뱀이 이무기가 됐다고 한다.

뱀은 용두암의 이무기처럼 용이 되고자 했으며 용왕에게 기도를 드려 섶섬과 지귀도 사이에 숨겨둔 야광주를 찾아 용이 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야광주를 찾으러 간 뱀은 워낙 암초가 많은 그곳 바다에서 상처를 입고 빠져 죽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었다.

비가 오려고 하면 섶섬 정상에 안개가 끼자 사람들은 죽은 뱀의 조화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서귀포 산방산에도 이무기가 살았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산방산 아래 용머리라는 곳이 있다.

조선 숙종 때 제주 목사 이형상이 길을 가는데 발이 떨어지지 않아 무당을 불러 굿을 하니 이무기가 나타났고 칼로 이무기의 목을 베어 죽인 후 제주의 사당 오백 채와 사원 오백 채를 없애고 무당을 관노로 삼았다고 전해진다.

이무기가 죽으면서 불길이 하늘로 치솟았으며 이무기가 그 불길에 타며 탄내가 진동했다고 한다.




우연히 찾은 기록 중에는 의심을 살 만한 것도 있었다.

한라산의 활동과 우도의 탄생비화에 관한 것이다.

게다가 제주도 신화 중 선문대할망 신화는 성경의 창세기와 비슷한데 시기적으로는 성경보다 한참 앞서 있었다.


작가의말

웹소설로 부족함이 많다는 조언을 주신 분이 계셔서 찬찬히 다 뜯어볼 생각입니다.

종이책 위주로 글을 쓰다보니 모르는 게 너무 많네요.

그래서 오늘 <판타지 유니버스 창작가이드>라는 책을 한 권 사왔습니다.

판타지를 모르고 판타지를 쓰겠다는 모험을 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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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새로운 크립티드 20.02.06 9 1 8쪽
» 17화-선문대할망 20.01.30 7 1 7쪽
16 16화-만장굴의 붕괴구간 20.01.30 10 1 7쪽
15 15화-김녕사굴 20.01.30 10 1 8쪽
14 14화-이무기 20.01.27 10 1 7쪽
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1 1 7쪽
12 12화-전당군 20.01.26 10 1 10쪽
11 11화-용을 좇는 아이들 20.01.23 9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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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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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6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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