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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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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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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17 11:3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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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4화-푸라고의 일기

DUMMY

푸라고가 만든 탈 것은 파파를 놀라게 만들었다. 배도 아니고 새도 아닌 이상한 물체였다.


만약 인간들이 본다면 괴물이라고 할 것이다.

소문이 과하면 새로운 용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아도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파파의 기억이 맞다면 앞에 달아놓은 용의 이빨은 분명 레비아탄의 것이다.

어차피 다시 자랄 거라는 것을 알고 그랬겠지만 파파는 탐탁지 않았다.


날개는 중국에서 발견한 응룡의 것이고 바닥에 달아 놓은 비늘은 스모크의 것이다.

어쩌면 용도에 딱딱 들어맞는 용들의 분신을 잘도 떼어온 것 같다.

이빨이나 비늘이야 시간이 지나면 또 자라겠지만 날개는 상황이 달랐다.


파파는 용에게서 떼어낸 것들을 원 상태로 만들 수 있겠냐며 걱정스러워 하자 푸라고는 다 방법이 있다고 호언장담 했다.

파파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푸라고는 몇 세기가 지나도 자기가 만든 탈 것보다 좋은 건 없을 거라고 했다.

왠지 자랑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덕분에 남극을 빠져나오는 것 말고는 예상했던 것만큼 오래 걸리지 않았다.


레비아탄의 이빨은 그들의 앞을 막는 얼음을 녹였다.

푸라고의 주문에 따라 레비아탄의 이빨은 엄청난 기운을 냈다.


응룡의 짧은 날개는 탈 것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앞으로 나아가게 했으며 스모크의 비늘은 탈 것이 미끄러지듯 나아갈 수 있게 만들었다.


파파는 푸라고에게 왜 이제야 이런 것을 만들었냐며 물었다.


푸라고는 인간의 문명이 발전하는 것을 보며 생각해낸 것이라고 했다.

그의 뇌도 조금씩 세상 물정을 익혀가는 듯했다.




눈과 얼음이 가득한 남극을 빠져나와 밤낮으로 태양이 뜨거운 적도 부근을 지났다.

다시 더위가 식혀지는가 싶더니 켈트해로 접어들었고 다시 추위가 시작되었다.

곧 매서운 추위를 앞둔 계절이었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요즘은 추위가 예전 같지 않네."


파파가 옷깃을 스미며 말했다.


"농담하십니까? 파파. 남극에 있을 때만 해도 춥다는 소리 한번 못 들어봤는데 겨우 이런 날씨에 춥다니요."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적도를 넘어서면서부터 몸에 전에 없던 이상한 기운이 도는 느낌이야."


파파는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푸라고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애써 모른 척했다.


파파는 인간의 나이로 벌써 사천 년이 넘었다.

푸라고가 파파의 일을 돕기 시작한 건 불과 천 년 하고도 겨우 이십이 년이다.


푸라고는 파란 불이 일어나던 날 파파를 따라가라던 아버지의 명령을 떠올렸다.

불과 몇 분만 지체했더라면 그 역시 파란 불 속에서 흩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들의 왕국은 재 조차 남지 않았다.

원래 없었던 것처럼 흔적 조차 남지 않은 것이다.

파란 불이 왜 일어난 것인지 파파도 푸라고도 알지 못했다.


파파는 푸라고를 만나기 전에도 왕국의 과업을 수행하고 있었다.

파란 불 후에도 과업을 수행했다.


그는 왕조를 다시 일으킬 방법은 오직 과업을 수행하는 것 외에는 기대할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로부터 이천 년이 넘는 시간이 흐르면서 희망을 잃어가고 있었다.

그저 그냥 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파파는 가끔씩 과업을 수행하는 게 의무같은 거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푸라고는 파파가 스스로를 다스리기 위해서 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제 그들의 왕국이 존재했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들 뿐이다.


푸라고는 파파의 건강이 걱정됐다.

만약 그가 사라진다면 이 세상에는 오로지 그만 남는 것이다.

상상을 안 해 본 건 아니었다.

그런 지독한 외로움이 몰려온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들은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없다.

푸라고는 몇 번이고 인간 사이에 어울려 보았지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할 수 없었다.

지독한 외로움이 몰려올 것에 대비하고 싶었던 건 뿐이었다.


파파는 전부 부질없는 짓이라고 했지만 푸라고는 듣지 않았다.

어쨌든 결과는 같았지만 말이다.






*






인간들이 픽트족이라고 부르는 민족이 모여 사는 지역이다.

척박한 땅은 아니지만 강한 추위 때문에 인간의 수가 많지 않다.


가파른 절벽이 융기한 해변은 흡사 요르문간드와 마주쳤던 절벽과 비슷하다.


벌써 세 번이나 왔지만 푸라고는 올 때마다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번에는 얼마나 머무를지 모른다.


푸라고는 이곳에서 용들의 무덤을 다시 만날 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기대를 했다.


푸라고는 동공을 조여 육지 해변가를 살폈다.

제법 큰 인간들의 배 두 척이 항구에 정박하고 있었다.

파도가 높아 해안선 일대에는 고기를 잡는 어부들도 보이지 않았다.

높은 파도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탈 것은 가뿐하게 넘나들었다.


"정말 이 곳에 와이번이 있을까요?"


푸라고는 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던 파파에게 물었다.

파파는 눈 한번 깜짝하지 않은 채 하늘만 보았다.


"글쎄, 알 수 없지. 하지만 그날 녀석은 이쪽 방향을 향했어. 와이번은 장거리 비행을 할 때면 정확한 방향을 잡고 그대로 날기만 해. 다른 녀석들과는 달리 고도로 발달된 방향감각을 가지고 있거든."


"파파 역시 와이번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그런 걸 아시는 거죠?"


"책이지 뭐. 나라고 별 수 있겠어?"


파파는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푸라고는 입맛을 쩍 다시고는 해변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다.


푸라고는 파파가 보았다던 책들을 모두 읽고 싶었지만 이미 왕국과 함께 사라져 버리고 없었다.


파파의 뒤를 따라나설 때 그의 품에는 아버지의 일기 한 권이 있었다.

푸라고는 품 속에서 일기를 다시 꺼냈다.

일기 표지에는 스물두 가지의 보석이 박혀 있었다.

보석은 얇은 표지 위에 그려진 듯 박혀 있었다.

너무 얇아서 입체감도 없었다.

표지는 이해할 수 없는 문양으로 여러 공간이 그려져 있었고 가끔씩 그 공간이 검은색으로 변하기도 했다.


그런 류의 책은 어릴 때부터 흔히 봤기 때문에 어색하지는 않았다.

왕국이 만든 활자는 일기에 쓰인 것이 마지막이다.


푸라고는 파파와 글을 나눌 일이 없기에 사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혹시라도 글자를 잊을까 싶었던 그는 틈만 나면 아버지의 일기를 펼쳤다.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기적이 일어나 일기장이 살아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일기장은 겨우 절반 정도만 채워져 있었다.

푸라고는 나머지 절반이 왕국의 기록이 되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만약 그래야만 했다면 왕국은 앞으로도 수억 년은 더 존재해야만 했다.


푸라고는 일기를 써볼 생각으로 빈 공간에 글을 써 봤지만 전혀 기록되지 않았다.

어떤 염료든 닿으면 미끄러졌다.


"얼마나 남았어? 이걸 타고 들어가면 인간들이 기겁을 할 텐데. 어디 숨겨둘 곳을 찾아야 하지 않겠어?"


푸라고는 탈 것이 파도를 올라탈 때마다 주변을 살폈다.

수십 번 넘게 파도를 타고 올라서야 푸라고의 눈에 작은 섬 하나가 눈에 띄었다.


동공을 조여 섬을 자세히 살폈지만 인간의 흔적 같은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너무 작은 섬이라 인간들이 관심을 가질 이유도 없어 보였다.


푸라고는 탈 것을 작은 섬 쪽으로 돌렸다.

얼마 되지 않아 동공을 조이지 않아도 볼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던 검푸른 바다가 비취색 바다로 바뀌었다.

수심이 얕아진 것이다.


섬이라 하기에는 너무 작다.

걸어서 해안선을 걷는다면 십 분도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간혹 검은 바위도 보였는데 너무 뾰족해 인간들의 배로는 진입할 수 없다.

군데군데 파도가 높게 출렁인다.

확인조차 불가능한 암초가 인간의 발길을 거부했을 것이다.


푸라고는 탈 것을 숨기기에 더 이상 좋은 곳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을 태운 탈 것은 그 위를 사뿐히 넘어 해변의 작은 모래사장에 앉았다.

작은 숲 속에 무리 지어 있던 늙은 새들은 그들이 하는 행동을 지켜볼 뿐 날아오르지 않았다.


작가의말

탈 것의 이름을 지어줄 걸 그랬나요?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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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와이번 20.01.20 10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7 1 6쪽
»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6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5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4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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