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22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18 10:52
조회
16
추천
1
글자
6쪽

5화-푸라고의 마법

DUMMY

"파파, 하늘을 날아본 적 있나요?"


푸라고는 나무 아래에서 깊은 생각에 잠겨있던 파파를 불렀다.


"있긴 하지. 너무 오래 돼서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말이야. 아버지는 어디서 잡아오셨는지 엄청나게 큰 새 한 마리를 보여주셨다네. 어찌나 크던지 양쪽 날개를 펴면 큰 바위를 덮을 정도였으니까 말이야. 당시 내가 워낙 어려서 더 크게 보였을 것 같긴 해. 그래서였는지 그 새는 나 외에는 탈 수 없었어. 이상한 건 녀석이 내 말을 잘 알아들었던 거야. 처음에는 신경질적이긴 했는데 나중에 좀 친해지니까 고분고분해지고 말았지. 덕분에 녀석을 타고 멀리까지 날아다니곤 했어. 안타깝게도 일 년도 살지 못하고 죽고 말았는데 그 후로 그런 큰 새는 본 적이 없었어. 녀석이 죽은 날 아버지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 아주 오랜 옛날에는 용과 비슷한 녀석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었대.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그중 생명이 있는 것들은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 포악한 종족도 있었다고 하시더라고. 자네도 알다시피 그것들을 타고 날아다녔다는 우리 조상들의 전설도 있지만, 나는 그 새를 타면서 꼭 전설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지. 그 후로 삼천 년이 지나도록 그런 새는 본 적이 없어. 아마도 지금 이 세상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더군."


파파는 오랜 기억을 더듬으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의 옛 기억을 듣던 푸라고의 얼굴에는 묘한 자신감 같은게 묻어 있었다.


"다시 날 수 있게 해 드릴게요."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하늘은 난다니 무슨 말도 안 되는..."


파파는 번성했던 왕국에서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꾸며대는 푸라고의 말을 믿지 않았다. 싱거운 농담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푸라고의 표정은 예사롭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라던 그는 탈 것에 달았던 응룡의 짧은 날개를 떼어냈다. 뭔가 중얼거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는 자신의 겉옷을 벗어 날개를 한 짝씩 대고는 짧은 주문을 외었다.


"쌴다르!"


그의 주문에 날개가 옷에 달라 붙었다. 푸라고는 두 날개를 붙인 겉옷을 입고 파파에게 우스꽝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기대하시죠. 이게 안 될 이유는 전혀 없잖아요? 무거운 것들이 없어졌으니까 말입니다."


푸라고는 잠시 머리 위쪽에 시선을 집중하는 듯하더니 서서히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였다. 파파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입을 벌렸다. 깊은 탄성이 흘러 나왔다. 섬보다 조금 높이 올라갔던 푸라고는 다시 천천히 내려와 땅에 닿았다.


"푸라고, 자네는..."


파파는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육지까지 갈 방법을 구상하고 있던 차였다.


"안 될 이유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왕국에는 용의 날개가 없었으니 이런 걸 생각해볼 이유가 없었겠죠. 역시 필요성이 있어야 상상력을 펼치게 되나봐요."


"맞는 말이네. 그런데 날개를 붙이는 건 내가 가르쳐준 주문이니까 그렇다 치고, 떼어내는 주문은 어떻게 알게 된 건가? 그건 나도 모르는데..."


마법으로 붙인 걸 마법이 아닌 방법으로는 절대 뗴어낼 수 없다는 건 상식적인 일이었다. 파파의 질문에 푸라고는 뒷 머리를 긁었다.


"그게 참 신기한게 말이죠. 방금 갑자기 기억난 거예요. 어릴 때 동생하고 뭔가 떼었다 붙였다 하는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무슨 이유였는지 다투기 시작했어요. 티격 태격 다투는 걸 본 아버지는 우리에게 간단한 주문을 하나씩 알려주셨어요. 동생에게는 붙이는 마법을, 제게는 떼는 마법을 말이죠. 그날은 그 마법만 가지고 하루종일 신나게 놀았던 기억이 나요. 돌아 다니면서 눈에 보이는 건 죄다 붙였다 떼었다 했었는데 얼마나 재밌었는지 몰라요."


파파는 마법사의 집안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배운 게 거의 없어 안타까웠는데 마침 필요한 마법 하나라도 알고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그가 제대로 마법사의 길을 걸었다면 그들의 과업은 좀 더 수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






밤이 깊은 육지에는 다양한 생명체가 드글거리고 있었다. 밝은 달빛은 해변의 모든 생명체에 힘을 공급하고 있었고 생명을 가진 모든 것들은 너도나도 달빛을 숭배하고 있었다. 해변 수풀에 몸을 숨길 곳을 찾아 어렵게 둥지를 지은 새들도 달빛을 받으려 고개를 빼꼼 내어놓고 있었다.


갑자기 달빛을 가린 시커먼 그림자가 대지를 덮었다. 모래밭 구멍 위에서 양 눈깔을 이리저리 돌리던 크고작은 게들은 본 적 없는 날짐승의 공격을 눈치채고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고개를 내밀었던 새들 역시 머리를 쳐박고 숨을 아껴 쉬었다. 그림자의 정체는 파파와 푸라고였다. 응룡의 날개를 단 푸라고 앞에는 파파의 몸이 달라붙어 있었다. 둘은 빠르지도 느리지 않은 속도로 바다를 건넜고 달빛에 그을린 해안선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며 육지에 닿았다.


"쌴피!"


푸라고의 주문에 푸라고의 몸에서 파파가 분리되었다. 파파의 얼굴은 빨갛게 상기된 상태였다. 그는 하늘을 다시 날았다는 것만으로 다시 없을 추억 여행을 한 것이다.


"그나저나 응룡의 날개를 어디에다 감춰두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큰 걸 가지고 다닐 수도 없고. 괜히 인간들 눈에 띄면 피곤할 수도 있잖아요."


푸라고의 말에 파파는 마법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푸라고는 눈을 굴리며 고민을 하나 싶더니 주변의 큰 나무 하나를 찾아 날아가더니 나무 아래 땅을 밟았다. 그리고는 나무 둥치를 타고 올라가 최대한 윗쪽에 응룡의 날개를 붙여 두었다. 낙엽이 많이 떨어졌지만 유심히 보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발견한다 하더라도 마법으로 붙인 날개는 누구도 떼어갈 수 없으니 걱정할 일도 아니다.


그들이 떠난 뒤 새들과 게들이 달빛을 받으며 원래 하던 일을 시작했다. 그들 뒤로 정체 모를 그림자 하나가 쉭 하고 지나갔지만 새들도 게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작가의말

그림자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파파스 드래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23화-탈출 20.02.12 10 1 6쪽
22 22화-모래폭풍 20.02.12 8 1 6쪽
21 21화-사막에서의 첫 키스 20.02.12 11 1 7쪽
20 20화-밀당의 시작 20.02.06 11 1 6쪽
19 19화-나미비아 20.02.06 9 1 7쪽
18 18화-새로운 크립티드 20.02.06 8 1 8쪽
17 17화-선문대할망 20.01.30 6 1 7쪽
16 16화-만장굴의 붕괴구간 20.01.30 9 1 7쪽
15 15화-김녕사굴 20.01.30 10 1 8쪽
14 14화-이무기 20.01.27 10 1 7쪽
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0 1 7쪽
12 12화-전당군 20.01.26 10 1 10쪽
11 11화-용을 좇는 아이들 20.01.23 9 1 8쪽
10 10화-같이 갈래? 영국! 20.01.23 11 1 10쪽
9 9화-용의 눈물 20.01.22 10 1 6쪽
8 8화-왕 파파 20.01.21 14 2 6쪽
7 7화-와이번 20.01.20 10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5 0 8쪽
»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7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5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5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3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2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