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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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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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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0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2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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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10화-같이 갈래? 영국!

DUMMY

왕파파는 대학에 입학하자마자 휴학계를 냈다.

대학에 가게 된 것도, 꼭 남들 하듯이만 살아달라는 엄마의 유언 때문이었다.

엄마의 유언은 약속과 같아서 중퇴를 하고 검정고시를 보려던 생각도 접었다.

하는 수 없이 친구들과 같은 과정을 겪으며 입시 시험을 봤다.


시골학교에서 천재가 났다며 군수까지 왕파파를 업고 다녔다.

어쨌든 그는 모두가 예상했던 대로 서울대에 합격했다.

세상에 공부처럼 쉬운 건 없다고 생각하던 왕파파의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담임은 좋은 학과를 선택하라고 당부했지만 그는 끝내 고고학을 고집했다.

하지만 그가 원한 학문이 서울대에는 없다는 것을 알고 휴학을 결정했다.


그가 원하는 학문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고고학이라는 전공도 그저 형식적인 것일 뿐, 왕파파의 목표는 세상의 용의 존재를 밝혀내는 것뿐이다.


"야! 왕파파!"


뒤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또 냄새 맡은 건 아니겠지?' 그는 버릇처럼 걸음 속도를 높였다.

하지만 어릴 때처럼 달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중학생이 된 후로 매미는 절대 그를 추월하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매미가 왕파파 앞을 가로막아야 대화가 시작됐다.


"이젠 대학생인데 어른처럼 살면 되겠니? 안 되겠니?"


김혜미는 왕파파 앞에 서서 그의 두 볼을 쭉 잡아 늘렸다.

언젠가부터 생긴 그녀의 습관이었다.

워낙 어릴 때부터 그래서 그런지 왕파파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이젠 대학생인데 너도 나한테 그러면 되겠니? 안 되겠니?"


왕파파가 김혜미의 두 손을 떼어내며 목소리를 흉내 냈다.


"너 휴학했다며?"


"어떻게 알았어? 누가 그래? 정말 귀신이 따로 없구나. 그래서? 너도 휴학하려고?"


왕파파는 김혜미를 살짝 밀치고 걸음을 옮겼다.


"알다시피 말이야, 나도 너처럼 당당하고 싶은데. 난 그랬다가는 우리 아빠한테 맞아 죽어. 우리 아빠 성격 알잖아. 그런데 너는 왜 갑자기 휴학이야? 군대 가려고요? 외로워서 그래? 내가 있잖아. 내가 놀아주면 되잖아. 너 때문에 내가 얼마나 죽기 살기로 공부한 줄은 알기나 해?"


김혜미는 따다다 마을 쉬지 않았다.


"하긴, 니 머리로 공부를 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냐? 아무리 생각해도 니가 서울대 합격한 거 자체가 미스터리야. 미스터리."


"좋아 죽네. 짜식! 내가 대학까지 따라갈 수 있을 줄은 몰랐지?"


"뭐? 그깟 농대? 농대는 서울대에서 가장 턱걸이해서 가는데라는 걸 대한민국 누가 모르냐?"


"어쭈? 니가 아직 잘 모르나 본데, 이제 세계는 농업을 무시하면 안 되게 되어있어. 세계는 농업의 신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인공지능이 농업을 관리하는 시대야. 왜 그러셔? 내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가 뭔 줄 알기나 해?"


"글쎄, 나?"


"웃기시네. 난 시골에서 태어나서 자란 게 세상에서 가장 자랑스럽고 행복해. 인류의 식량을 걱정하는 엄마 같은 마음. 얼마나 멋지냐? 너도 언젠가는 내가 개발한 슈퍼푸드를 먹게 될 거고. 그러면 맨날 내 생각 날 거고."


김혜미의 속사포 같은 입놀림에 왕파파는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러자 그녀는 주머니에 찔러 넣은 왕파파의 팔에 손을 끼어 넣었다.


"야, 이제는 이러지 말어. 동네에서 말 나와. 니네 아버지 보시면 기절하신다."


왕파파가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말했다.


"미친. 우리가 이러고 다닌 게 뭐 하루 이틀이냐? 그리고 이러고 다닌 거 못 본 사람은 일도 없을 거다. 뭐라 하라면 하라지. 어쨌든 난 너하고 결혼할 거니까."


"적당히 좀 하시지. 넌 나하고 평생을 붙어 다녔으면서도 지겹지도 않냐? 어휴! 난 너 얼굴만 보면 달달 외운 교과서 같아서 흥미도 안 간다고."


"원래 익숙한 게 제일 좋은 거라잖아. 그나저나 휴학은 왜 한 거야? 진짜 설마 나 버리고 군대 가려는 건 아니야?"


김혜미는 왕파파의 옆구리를 푹푹 찔러댔다.


"군대는 아니고, 음~ 뭐 비슷한 거라고 할 수도 있지."


"군대랑 비슷한 거?"


동그란 뿔테 안경을 쓴 김혜미가 놀란 눈을 하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왕파파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185가 훌쩍 넘는 왕파파도 작은 편은 아니지만 170은 되는 김혜미는 왕파파에게 제법 어울리는 상대로 보이긴 했다.

투명한 립스틱이 발라진 김혜미의 입술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왕파파는 대충 흘려 봐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너 드디어 여자가 되기로 했구나? 안 하던 짓 하면 니네 집 개가 놀란다."


"미친, 우리 집에 개가 어딨냐?"


"아무튼, 아무튼, 예쁘다고."


왕파파의 말에 기분이 좋았는지 김혜미는 작정하고 그의 팔뚝에 매달렸다. 언제나 같은 행동이었지만 왕파파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빨리 알려줘. 진짜 하려는 게 뭐야? 정말 용을 찾으러 떠나겠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겠지?"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왕파파는 걸음을 멈추고 잠시 아무런 말도 없이 있었다.

김혜미는 왠지 불안한 마음이 일었다. 정말 그 일이 닥칠 것만 같았다.


"나 영국 가려고.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선 안 될 것 같아. 너무 미개해. 용에 대한 자료라고는 그냥 벽화나 신화뿐이야. 옥스퍼드에는 지원서 넣어놨어. 우리가 쓴 논문으로."


왕파파의 말에는 결단력과 진중함이 배어 있었다.

지긋이 김혜미를 보던 왕파파의 말이 이어졌다.


"너도 나랑 같은 생각일 거라고 생각해. 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알다시피 책은 사람이 만든 게 아니야. 그렇다면 용은 진실일 수 있어. 그리고 사실 너에게 숨기고 있었던 게 있어."


"뭐?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을 수가 있었어?"


김혜미가 말을 자르고 들어왔다. 왕파파는 두 손을 김혜미의 두 어깨에 살며시 올렸다.


"개미야, 잘 들어. 너에게 비밀로 하려던 건 절대 아니니까 오해는 하지 말아 줘. 서울대 합격 소식을 들었던 그 날이었어. 우리 헤어지고 나서 집에 갔는데 내 방에 불이 켜져 있더라고. 난 아빠가 돌아오신 줄 알고 뛰어 들어갔는데 집에는 등이 켜져있지 않았어. 내 방 문 사이로 빛이 새어 나오길래 문을 열었는데 역시 아빠의 모습은 없었어. 그런데 빛의 원천은 전등이 아니었어. 그게 뭐였는지 알면 내가 왜 결심하게 됐는지 알게 될 거야."


"뭔데 그래, 호기심 자극하지 말고 빨리 말 좀 해봐."


김혜미의 눈동자에 빛이 났다.


"그 책에서 빛이 나고 있었어. 책장에 꽂혀 있는데 얼마나 빛이 강한지 신기하더라고. 이걸 말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이야. 따뜻하면서도 가볍고 빛에서 깊이가 느껴졌었어. 왠지 옛날에 원래 기억에도 없는 건데 알 것도 같은 편안함 같은 것도 있었어.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 건지도 모르겠고 꼭 붕 떠 있는 기분도 들더라고. 그러고 얼마나 있었는지 몰라. 그냥 편안했거든. 빛이 사그라들면서 잠에서 번뜩 깨어나는 기분이 들더라고. 그 책에 빠져 들었다가 나온 듯했어. 머리에 차곡차곡 쌓였던 책의 내용들이 선명해졌다면 이해가 될까? 아무튼 빛이 완전히 없어지기 전에 책을 집어 들었어. 책장의 한 페이지가 빛을 흡수하는 건지 빛을 냈던 건지 모르겠는데 빛이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줄어들었어. 얼른 그 페이지를 열어 보았는데 거기는 우리가 읽었던 마지막 페이지가 아니었어."


왕파파는 말을 멈추고 김혜미의 표정을 살폈다.

이미 이야기에 푹 빠져 있었다.


"빨리!"


김혜미가 재촉했다.


"아빠는 살아있었어."


"정말? 그걸 어떻게 알아? 그리고 그 책하고 니네 아빠가 무슨 상관인데. 그 빛은..."


김혜미는 황당하다는 듯 물었다. 하지만 속으로는 왠지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싹트고 있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에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빠의 이야기였어. 몇 페이지부터 아빠의 이야기였는지 알 수 없지만 말이야. 내 느낌에는 푸라고라는 사람이 아빠 같아."


"그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잖아. 판타지 소설 속에난 나올 만한 이야긴데 그걸 어떻게 믿을 수가 있어? 그럼 우리는 판타지 소설 속에 있는 거야? 믿고 싶지만 믿어지지 않아. 믿을 수도 없고."


"그럼 그 책을 어떻게 설명할 건데? 너도 이제는 그 글을 읽을 수 있잖아. 세계 어디에도 그런 언어나 문자는 존재하지 않아. 그걸 현실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어? 게다가 언젠가 우리가 책을 읽다가 콜라를 쏟은 적이 있었잖아. 기억하지?"


왕파파의 질문에 김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젖지도 않고 뭐가 묻지도 않는 이상한 책이라는 건 사실이야. 찢어지지도 않고 뭐가 써지지도 않고 때도 안 타고, 표지도 이상하고."


"말 잘했다. 바로 그거야. 그날 표지가 움직였어. 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보석의 위치도 바뀐 게 분명해."


김혜미는 이 만화 같은 사실을 믿어야만 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고 믿지 않을 방법이 없었다.


"그래서 그 나머지 페이지에는 어떻게 쓰여 있었는데? 안 되겠다. 그냥 집에 가서 그 책을 확인해야겠다. 빨리 가자."


김혜미가 왕파파의 팔을 끌고 앞장 서려했지만 왕파파는 움직이지 않았다.

김혜미가 뒤돌아 왕파파의 표정을 살폈다.


"왜 그래?"


"그건 안 보는 게 낫겠어."


"왜 안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이건 내가 풀어야 할 일이라는 걸 알게 됐어. 아빠는 내가 파파의 과업을 이어가라는 의미에서 같은 이름을 지어주신 거야. 니가 책에서 본 내용을 어디까지 믿는지는 모르겠는데 난 그게 진실이라고 생각해. 과학적으로는 절대 믿을 수 없는 일이지만 난 그 책의 존재 자체만으로도 그 세상을 믿어."


"진짜 결정했구나?"


왕파파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도 없잖아. 아빠는 돌아오지 않고, 이젠 엄마하고의 약속은 지켰으니 이젠 내 마음대로 살아도 될 것 같아."


"그럼 나는? 나는 뭔데? 그런 걸 어떻게 나하고는 상의도 없이 결정할 수 있어?"


김혜미는 눈물을 똑 흘리고는 뒤돌아 뛰려 했지만 왕파파의 손에 어깨를 잡히고 말았다.


"개미야, 같이 갈래?"


작가의말

같이 갈까요? 말까요?

확 보내버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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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2화-전당군 20.01.26 10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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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와이번 20.01.20 10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5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6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5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5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3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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