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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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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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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78,080

작성
20.01.19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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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6화-용 사냥꾼

DUMMY

파파와 푸라고는 제일 북쪽에 있는 섬부터 시작해 남쪽으로 내려갔다.

섬 하나를 구석구석 살피는 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었다.

몇 달이 지났고 이십 개가 넘는 섬을 샅샅이 뒤졌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그러자 푸라고는 생각을 고쳐 먹었다.

인간 세상에 호기심이 많았던 그는 설득 끝에 파파의 허락을 받아냈다.

인간들의 소문이나 그들의 옛이야기를 잘 활용하면 수고로움을 덜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최근 들어 부쩍 체력이 떨어진 파파는 푸라고의 제안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불과 십 년 전만 같았어도 절대 허락하지 않았을 일이다.



파파는 요르문간드와 대적하며 체력을 방전한 후로 급격히 노화되고 있었다.

그때 그는 요르문간드의 기억을 읽으며 자신의 기억도 공유해 주었다.

그들은 서로를 공유하며 서로를 이해한 것이다.

요르문간드는 토르와의 전쟁 후로 지칠 대로 지쳤지만 생명의 불은 수 천년이 지나도 꺼지지 않았다.

그가 지친 건 체력이 아니라 정신적인 것이었다.

그들의 조상은 끝내 그를 불러주지 않았다.

애당초 그럴 것이었다면 용들의 무덤 앞으로 부르지도 말았어야 할 것이다.

그는 수천 년간 무덤 앞을 지키며 다른 용들의 그림자를 읽었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던 용들이었다.

요르문간드는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정신은 피폐해지고 삶의 목적도 없이 생명의 불이 꺼지기만 기다리던 요르문간드는 파파를 만났고 드디어 생명을 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요르문간드는 생명의 힘을 얻었지만 그와 반대로 파파는 자신의 생명이 꺼지기 시작했다.

푸라고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과업의 완성을 위해 요르문간드의 생명을 연장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들은 서로의 생명을 조금씩 나눠 가지기로 했다.

푸라고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그들만의 거래였다.






*






잉글랜드 섬을 절반 정도 내려왔을 즘, 파파는 거의 이동이 어려울 정도까지 체력이 떨어져 있었다.

푸라고는 어쩔 방법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다 인간들의 몸에 좋다는 것들을 구해 파파에게 먹였지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인간들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그들에게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었다.

파파는 생명의 끈이 거의 녹아내렸음을 인지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이동한 그들은 인간들이 웨일스라고 부르는 지역에 괴소문이 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북쪽 마을에서 들었던 것과는 좀 다른 내용이었다.

북쪽에서 접한 소문으로는 와이번이 분명했는데 막상 남쪽으로 내려오니 다른 소문인 것이다.

파파는 잉글랜드 땅에 두 마리의 용이 살고 있음을 인지했다.

대개 용들은 넓은 구역을 영역으로 삼기 때문에 작은 땅을 공유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영역만큼은 형제조차 용납하지 않는 습성이 있었다.

그들은 와이번이 아닌 그 용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푸라고는 인간의 집을 빌려 파파를 쉬게 하고 웨일스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향했다.

마음이 급했다. 빨리 이 지역을 정리하고 남극으로 돌아가면 파파가 체력을 회복할 것만 같았다.

서쪽 해안선을 따라 리버풀의 머지 강변을 돌아가니 웨일스의 괴물에 대한 괴소문이 좀 더 현실감 있게 들려왔다.

이제는 용이 확실하다는 확신이 들었다.

푸라고는 발길을 재촉했다.

웨일스의 용을 만난다고 해서 그를 설득하거나 힘으로 제압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을 만나려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남극으로 돌아가자는 푸라고의 간청은 파파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어떻게 해서든 와이번을 만나고 떠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푸라고는 알고 있었다.

대화가 가능하다면 몰라도 힘으로는 그 어떤 용과 싸운다 해도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건 파파도 충분히 알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파파는 믿는 구석이 있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며칠이 걸려 도착한 웨일스 지역에는 괴물 소식으로 흉흉했다.

하지만 직접 목격했다는 인간은 만날 수 없었다.

그들은 누구에게서 들었다는 정도의 소문을 마치 진실인 양 떠들고 다니는 것이었다.

푸라고는 소문의 진원지를 몇 군데 정리해 찾아가 온 신경을 집중하고 용의 흔적을 찾아보았지만 어디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용을 찾는 걸 거의 포기할 무렵, 그림자마저 녹색인 괴물이 하늘을 쌩 하고 지나가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다리가 네 개 달려 있었지만 날개는 보이지 않았다.

가장 짧은 날개를 가진 응룡보다 더 작은 날개라도 달려있어야 정상이지만 분명히 날개 같은 건 없었다.

푸라고가 눈동자를 조일 틈도 없었다.

용이라기보다는 뱀에 가까운 형체였다.

예상했던 대로 웨일스의 용은 와이번은 아니었다.

진행 방향은 파파가 머물고 있는 쪽이었다.

푸라고는 당장 길을 떠났다.

올 때 삼 일이 걸렸으니 가는 것 역시 아무리 빨리 가도 이틀은 걸릴 여정이다.



겨우 하루를 뛰다시피 걸었지만 절반도 가지 못했다.

인간들이 타는 말보다 빠른 속도였다.

푸라고는 육지의 초원 어딘가에서 풀을 뜯고 있을 그들의 말이 그리웠다.

그 어떤 말보다 빠르고 며칠을 쉬지 않고 달려도 지치지 않는 녀석들이 부러웠다.



한참을 달리는데 파파의 생각이 전해져 왔다.


[와이번이 나타난 것 같다. 드디어 용 사냥꾼들에게 잡힌 모양이야. 최대한 빨리 도착해야 해. 그들이 와이번을 죽이기 전에.]


[파파, 몸은 어떠세요? 괜찮으신 거죠?]


푸라고는 파파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감지했다.

평소의 그였다면 직접 와이번에게 달려가서 해결을 하고 말지 푸라고에게 빨리 오라고 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파파는 괜찮다고 했지만 푸라고는 심장이 벌렁벌렁 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심지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에 달했다.

마치 심장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하는 수 없이 푸라고는 달리기를 멈추고 잠시 쉬기로 했다.

거친 호흡이라도 정리되면 다시 뛸 생각이었다.



호흡이 안정되자 푸라고는 긴 숨을 내쉬고 다시 뛸 준비를 했다.

그런데 푸라고의 눈에 뭔가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가 기척도 없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림자조차 없고 그가 살아왔던 삶 중에는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움직임이었다.

보았다고 할 수도 없는 것이 그저 느낌만 있었기 때문이다.

푸라고는 인정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파파에게 빨리 돌아가야 했다.

어쩌면 그에게 변고가 발생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순간 언젠가는 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외로움이 당장 닥쳐온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불안함이 그를 잡아먹기 시작했다.






*






파파를 쉬게 했던 마을로 들어섰지만 파파에게서는 어떤 생각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게 푸라고의 답답함을 더했다.

설마 벌써 죽음을 맞이하거나 한 건 아니리라.

푸라고는 저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아닐 거야. 절대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어.'

푸라고는 강하게 마음먹기로 했다.



아직 해가 중천인데 마을 초입은 물론 마을 한복판에도 인간이라고는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푸라고의 마음이 더욱 조급해졌다.

빠른 속도로 파파의 숙소로 갔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파파와는 아무런 소통도 되지 않았다.

마을을 헤집고 다니던 푸라고는 마침 밥을 먹는 것만 빼고는 거의 거동을 할 수 없는 늙은 인간이 나무 등걸이 있는 의자에 기대어 앉은 것을 발견했다.

그는 푸라고의 모습을 보고도 별로 놀라거나 하지 않았다.

인간의 눈에는 푸라고의 움직임은 거의 귀신이나 다름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푸라고는 그동안 익힌 인간의 그 지역 언어로 말을 걸었다. 도저히 인간들과는 소통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물어 물어 깨우친 것이다.

용을 찾기 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용 사냥꾼이 용을 잡았대요."


늙은 인간이 손가락으로 가리킨 쪽에는 깊은 호수가 있다.

푸라고는 귀신처럼 빠른 속도로 호수를 향했다.

잠시 봤었지만 그의 기억에는 동공을 조여도 깊이를 알 수 없었던 검은 물이었다.


작가의말

파파의 계획은 성공한 것 같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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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왕 파파 20.01.21 14 2 6쪽
7 7화-와이번 20.01.20 10 2 10쪽
»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7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5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5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4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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