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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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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27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20 21:52
조회
10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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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7화-와이번

DUMMY

마을을 벗어나 호수 쪽으로 향하는데 멀리 인간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푸라고는 속도를 늦춰 옆 쪽으로 돌아섰다.


양쪽이 가파른 절벽이라 인간들은 접근하기 어려운 곳이었다.

마침 높은 나무가 있어 올라가 보니 인간들 사이로 커다란 용 두 마리가 죽은 듯 쓰러져 있었다.


푸라고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들의 능력으로 용을 감당한다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들었다.

진실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깨어져 나간 것이다.


'인간이 용을 죽일 수 있다니~' 푸라고는 혼잣말을 했다.

게다가 두 마리의 용을 상대로 인간이 이겼다는 건 더욱 용납할 수 없었다.




파파에게서는 여전히 생각이 전달되어 오지 않았다.

푸라고는 답답한 마음에 동공을 조였다.


용 주위에서 파파의 모습을 찾아보았지만 인간들 외에는 보이지 않았다.

용의 모습을 뜯어보자 와이번이 분명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검푸른 몸에 두꺼운 비늘이 돋보이는 와이번의 두 날개가 깊게 찢어져 있었다.

두 녀석 다 마찬가지였다.


와이번은 원래 힘이 약한 녀석들이지만 마법에는 매우 강한 저항력을 가졌다고 들었다.


푸라고는 와이번의 긴 발톱이 미세하게 꿈틀거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직은 죽지 않은 것이다.


푸라고는 어떻게 해서든 푸라고를 살려 남극으로 데려가야 한다.

어쩌면 와이번과 상대할 자신이 없었던 그에게는 다행인지도 모른다.


푸라고는 파파의 행적 문제로 머리가 아파왔다.

그가 없는 세상을 생각해본 적이 없던 건 아니지만 이런 상황은 상상해본 적도 없었다.


'설마 와이번 두 녀석과 싸우다 죽은 건 아닐까? 와이번의 뱃속에 있는 건 아닐까?'

푸라고는 해서는 안될 생각에 머리를 흔들었다.




푸라고는 밤이 되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가장 큰 나무 위에 앉을 만한 장소를 찾은 그는 동공을 조여 인간들을 살폈다.


길고 두꺼운 창을 가진 덩치가 큰 인간이 와이번 한 마리를 쿡쿡 쑤셨다.

푸라고는 그가 용 사냥꾼 중 한 명일 거라고 생각했다.


예상했던 대로 와이번의 비늘은 창 끝에 흠집도 나지 않았다.

두 와이번의 몸 어디에도 상처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저렇게 된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인간은 창 끝으로 와이번의 비늘 한 겹을 제치고 창 끝을 푹 찔러 넣었다.

푸라고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내었다.


아니나 다를까 와이번은 괴성을 질렀다.

잔잔하던 호수 위에 파도가 일었고 계곡 구석구석까지 비명이 훑고 지나갔다.

숲 속 모든 새는 하늘로 날아올랐고 들짐승들은 어디로 튈지 방향도 잡지 못한 채 이리저리 날뛰었다.

반면 인간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창을 들었던 인간은 깊은 바닷속에서나 볼 수 있을 파란 피가 묻은 창 끝을 하늘 위로 치켜세웠다.

비명을 지를 힘이 남아 있었던 와이번은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푸라고는 그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무엇인지 알 수는 없어도 와이번들은 인간의 독에 취한 것인지도 모른다.


푸라고는 자기가 앉았던 자리의 나뭇가지가 몽땅 타버린 것을 알고 자리를 옮겼다.

파파가 언제나 감정을 잘 다스려야 한다고 해서 한동안 보지 못했던 현상이다.


푸라고는 지금까지 인간을 죽인 적이 없었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와이번을 용 사냥꾼에게 죽게 둘 수 없기 때문이다.




해가 질 무렵 되자 인간들의 축제는 열기가 식어갔다.

절반 이상 되는 인간들은 해가 지기 전에 마을로 돌아갔고 나머지 인간들 대부분도 해가 진 후에 떠나갔다.


와이번 주위로 모닥불을 피어올랐다.

와이번 주위에 이글거리는 모닥불에 비친 용 사냥꾼들의 모습이 사납게 흔들렸다.


다행인지 달은 거의 그믐이었다.

추운 날씨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몇 용 사냥꾼들은 벌벌 떠는 모습을 보였다.

비록 쓰러져 있지만 거대한 몸집의 와이번의 위용은 보잘것없는 인간에게 두려울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넓은 구름이 바람에 날려 흐르다 와이번 위를 가리자 그나마 비치던 달빛과 별빛이 가려지고 없었다.

와이번의 가는 숨소리는 계곡을 얇게 흐르고 있었다.

와이번의 눈은 감겨 있었지만 의식은 있을지도 모른다.


푸라고는 바람에 몸을 실어 숲의 가장자리로 향했다.

그런데 푸라고와 가까운 위치에 있던 와이번의 발톱이 짧게 두 번 까딱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역시 의식이 있었고 푸라고의 존재를 인지한 것이다.


용 사냥꾼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푸라고는 그들을 기절시키기로 맘먹었다.

상황에 따라서 사냥꾼들 중 죽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이미 각오한 일이었다.




용 사냥꾼들은 푸라고의 일격에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가 코 앞에 나타났다는 걸 인지하면 그걸로 끝이었다.

용 사냥꾼들은 비명 한번 못 질러보고 쓰러졌고 푸라고가 예상했던 대로 기척을 느낀 예민한 용 사냥꾼들은 푸라고에게 공격을 가하다가 그 자리에서 죽임을 당했다.




거의 이십 명은 되는 용 사냥꾼들은 푸라고에서 모두 제압당하고 말았다.

푸라고는 한숨을 푹 쉬고 발톱을 까딱였던 와이번에게 다가갔다.

그가 생각을 전했지만 푸라고에게서는 아무런 답이 없었다.


눈꺼풀을 들어 보았지만 눈동자엔 힘이 없었다.

아무래도 뭔가에 취한 듯했다.


푸라고는 날이 밝기 전에 와이번을 인간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방법이 없었다.

인간들이 몰려오면 푸라고 혼자 그들을 상대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선한 인간들을 죽음에 몰아넣는 짓을 하기도 싫었다.


궁리하던 푸라고는 아까 인간이 창을 찔러 넣던 모습을 기억해냈다.

그는 비늘을 당겨 상처를 살폈다.

그리고는 상처에 손을 쑤셔 넣었다.


역시 예상했던 대로 와이번의 깊은 신음이 터져 나왔다.

푸라고는 손을 더 깊이 밀어 넣었다.

이미 두꺼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있었고 손을 펼치자 피부와는 다른 물컹한 것이 느껴졌다.

깊은 뜨거움이 느껴졌다.


와이번의 장기 중 하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미 그곳에는 구멍이 나 있었다.

용 사냥꾼의 창에 상처 입은 것이다.


푸라고가 상처를 확인할 생각으로 더듬자 와이번의 꼬리가 살짝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푸라고는 와이번이 깨어나기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기절한 용 사냥꾼들이 스스로 깨어난다면 다시 기절시키면 될 일이다.

그보다 해가 밝기 전에 어떤 방법이라도 찾아내야 한다며 머리를 굴렸지만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동이 트려면 기껏 한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사이 두 명의 용 사냥꾼이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기절했고, 기절한 척하며 눈치를 보던 한 명도 다시 재워버렸다.

푸라고는 조급한 마음에 이리저리 발걸음을 옮겼다.

파파에게서는 아직도 아무런 생각이 전해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와이번에게서 크르릉하는 기묘한 소리를 들었다.

밤새 눈치만 보던 새떼들이 반대쪽 하늘로 날아가 버렸다.

호수 얕은 곳에서 먹이를 찾던 물고기들도 깊은 곳으로 숨었다.


푸라고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와이번을 살폈다.

아까보다 기운을 차린 듯했다.


[너를 해칠 생각은 없어. 그저 너를 깨울 목적이었던 것뿐이야. 그런데 네 상처가 심각한 것 같아.]


푸라고는 생각을 전했다.


[네 마음은 이미 느꼈다. 난 이미 살 수 없어. 거긴 내 심장이야. 이제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와이번의 목소리는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노래하는 듯하면서도 음성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 같기도 했다.

생명체의 목소리라고 할 수 없는 묘한 이질감이 있음에도 따뜻함이 녹아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용 사냥꾼들이 너희들을 이렇게 했을 거라고는 생각지 않아.]


[크립티드. 욕심 많은 크립티드. 우리의 땅을 빼앗으려 했어.]


푸라고는 며칠 전 봤던 용을 떠올렸다. 와이번은 이미 푸라고의 생각을 읽었는지 그렇다고 답했다.


[둘이 그 한 녀석을 당해내지 못한 건가?]


[아니야. 네 친구 파파가 녀석을 호수 바닥으로 끌고 들어갔어. 그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크립티드의 먹이가 됐을 거야.]


푸라고는 쇳덩어리가 머리를 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어코 두려웠던 그 일이 터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정말 혼자인 걸까?


[미안하지만 파파가 물 속으로 들어간 게 언제야?]


[네 마음이 느껴져. 아쉽지만 그가 살아있을 확률은 없다고 생각해.]


[그러니까 그게 언제냐고.]


[어젯밤. 오늘이 그 후로 두 번째 밤이야.]


푸라고는 망연자실했다.


[크립티드는 파파도 모르는 존재였어. 너희들은 어떻게 크립티드를 알고 있었던 거지? 아무리 그래도 파파가 너희를 살리겠다고 스스로 목숨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아.]


[너희도 모르는 존재는 아직 많아. 우리도 모르는. 아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멍청한 짓이야. 그리고 파파는 갑자기 나타나서 순식간에 사라졌어. 우리가 어쩔 수 있거나 할 상황도 아니었고. 미안해.]


[알았어. 네 말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거야. 그런데 네 친구는 상태가 어떤 것 같아?]


[독이 퍼졌지만 곧 해독이 될 거야. 그때까지만 네가 좀 지켜줬으면 좋겠어.]


[스스로 독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군. 그렇다면 너는 어떻게 되는 거지? 고칠 수 없어?]


[용 사냥꾼이 내 심장을 찌르지 않았다면 나도 살 수 있었을 거야. 하지만 심장까지 독이 퍼지고 말았어. 나도 이젠 어쩔 수 없어. 넌 이제 내 형제야. 우리 형제를 보살펴주기를 바래.]


작가의말

용들의 싸움에 인간과 그들이 휘말린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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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김녕사굴 20.01.30 10 1 8쪽
14 14화-이무기 20.01.27 10 1 7쪽
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0 1 7쪽
12 12화-전당군 20.01.26 10 1 10쪽
11 11화-용을 좇는 아이들 20.01.23 9 1 8쪽
10 10화-같이 갈래? 영국! 20.01.23 11 1 10쪽
9 9화-용의 눈물 20.01.22 10 1 6쪽
8 8화-왕 파파 20.01.21 14 2 6쪽
» 7화-와이번 20.01.20 10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7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6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5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4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2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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