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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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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40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2.12 20:55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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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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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22화-모래폭풍

DUMMY

사막의 어둠은 어디서도 느껴본 적 없는 공포를 품고 있었다.

어둠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데 해가 진 후 기온 편차가 심해서 그런지 모래바람이 일어났다.

차체를 강하게 때리는 바람은 차를 몽땅 갈아먹으려는 듯 모래로 쓸리는 소리를 냈다.

기이한 소리였다.

GPS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지만 제대로 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전조등은 기껏 십 미터 앞까지만 보였다.

올 땐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돌아갈 때 이런 상황을 만나게 될 줄 몰랐다는 생각을 하던 중 렌터카 회사에서 미리 경고해준 것이 기억났다.

해가 지기 전에 모든 일과를 마무리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말을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던 것이다.

무지함이 만든 위협이었다.


"빨리 좀 가봐!"


조금은 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


"그러게. 그러고는 싶은데 안개 낀 것보다 더 위험한 것 같아. 말로만 들었지 모래폭풍이라는 게 이런 건지 상상도 못 했어. 아무래도 오늘 밤은 차 안에서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는 걸. 이런 상황에 이동하는 건 무리인 것 같아."


모래가 차체를 치는 소리가 귀에 거슬렸던지 왕파파는 카오디오 전원을 켰다.

다행히 블루투스 기능이 있어 스마트폰과 동기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이 작동하지 않아 앱에 등록해 둔 음악을 들을 수 없었다.


"인터넷이 없으니까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는 게 전혀 없네."


왕파파가 라디오로 모드를 바꾸었다.

기상 뉴스라도 들었으면 했다.

이상하게도 FM에서는 잡히는 주파수가 전혀 없었다.

모래바람 때문일 수도 있다.

AM으로 변경하자 몇 가지 주파수가 엉킨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가 고막을 힘들게 했다.


"그냥 끄자. 무섭지 않아."


김혜미가 전원 버튼을 누르며 말했다.


"니가 무서워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지?"


"사실은 조금 무서워. 그냥 무서워하면 너도 겁이 날까 싶어서 그랬어."


"으스스하긴 하지만 무서울 정도는 아니야. 괜찮아. 둘이 같이 있는데 이딴 모래폭풍 같은 게 두려울 리 없잖아?"


모래바람이 아까보다 세어졌는지 차가 조금씩 휘청거렸다.


"차가 날아가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서 집이 날아가는 것처럼 말이야."


김혜미의 표정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불안한 마음은 왕파파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조등에 비치는 거라곤 모래뿐이었다.

그렇다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난 날아가는 것보다 모래에 파묻히는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이야. 그 마을처럼 말이야. 나미비아 정부에서 겨우 관광객 두 명이 실종됐다고 해서 이 넓은 모래사막을 파헤쳐서 수색을 하거나 하지는 않을 것 같거든."


"야! 농담이라도 그런 말 하지 마."


왕파파 가설에 김혜미는 온갖 상상을 하고 있었다.

이렇게 차 안에 앉아서 삶의 마지막을 맞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허무함이 밀려왔다.

다만 왕파파와 함께라니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다.


전조등 불빛은 점점 어두워졌고 모래바람에 마구 흔들리던 차는 조금씩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거센 바람은 잦아드는 듯했다.

그러기를 불과 십 분도 지나지 않아 바람이 죽었는지 소음도 완전히 사라졌다.

유리창에 미끄러지던 모래는 앞유리에 두께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쌓였다.

와이퍼를 작동시켰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설마 했는데 모래에 파묻힌 것 같아."


왕파파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옆 유리창으로는 모래 알갱이가 촘촘히 박힌 벽을 보는 듯했다.


"우리... 이대로 죽는 거야? 정말?"


김혜미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가득 차 있었다.

죽음에 직면했다는 생각이 들자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가는 것만 같았다.

왕파파 역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왕파파는 김혜미의 손을 꼭 잡았다.


"개미야. 우리 어쩌지? 차에서 나갈 수 있을까? 누군가 우리를 구출하러 오기는 할까?"


잠시 긴 한숨 후에 적막이 흘렀다.

두 사람의 손에 땀이 흘렀다.


"산소가 바닥나면 이대로 끝날 지도 모르잖아. 차라리 뭐라도 시도해보는 게 낫지 않을까?"


김혜미의 제안에 왕파파는 옆 유리창을 두드려 보았다.

모래가 조금 쓸려 내려가는 듯했지만 별다른 소득은 없었다.

앞 유리창도 마찬가지였다.


"완전히 파묻힌 것 같아. 네 말대로 정말 산소가 떨어지는 것만 기다릴 순 없지. 문제는 우리 위로 얼마나 많은 모래가 쌓였는지 알 수 없다는 게 문제야. 창문을 열면 모래가 밀려들어올 테고, 모래를 파헤치고 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거야."


갑자기 엔진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더니 푸드덕거린 후 시동이 꺼져버렸다.

엔진으로 유입되던 산소가 바닥나거나 한 것이다.

마음이 급해진 두 사람은 방법을 궁리하는데 집중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그런 경우를 상상해본 적이 없던 터라 딱히 방법이 떠오르거나 하지 않았다.


"이 안에 있는 산소 가지고 우리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왕파파가 물었다.

기억 속에는 공기 중 산소 용존량과 인간의 생존에 필요한 산소량에 대한 것은 없었다.

그동안 배웠던 모든 것들 중에 이런 위기상황에 써먹을만한 것이 없다는 게 한심하다고 생각했다.


"글쎄, 기껏 한 시간이나 버틸 수 있을까?"


김혜미가 말했다.


"왜 그런 생각을 한 거야?"


"그냥, 보통 영화 같은 데서 보면 대략 그렇지 않아?"


"그건 영화니까 그렇겠지. 극적인 효과를 만들어야 하니까."


"지금이 가장 극적인 상황이야. 너도 좀 뭔가 대단한 걸 생각해봐."


다시 적막이 흘렀다.

두 사람의 코에서 새어 나오는 숨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작가의말

모래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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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탈출 20.02.12 10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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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1화-사막에서의 첫 키스 20.02.12 11 1 7쪽
20 20화-밀당의 시작 20.02.06 11 1 6쪽
19 19화-나미비아 20.02.06 9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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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선문대할망 20.01.30 7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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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김녕사굴 20.01.30 10 1 8쪽
14 14화-이무기 20.01.27 11 1 7쪽
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1 1 7쪽
12 12화-전당군 20.01.26 11 1 10쪽
11 11화-용을 좇는 아이들 20.01.23 9 1 8쪽
10 10화-같이 갈래? 영국! 20.01.23 11 1 10쪽
9 9화-용의 눈물 20.01.22 12 1 6쪽
8 8화-왕 파파 20.01.21 14 2 6쪽
7 7화-와이번 20.01.20 11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8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6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6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4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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