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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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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48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2.06 12:27
조회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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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8쪽

18화-새로운 크립티드

DUMMY

눈동자는 불에 타는 듯 이글거렸다.

마치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잔뜩 경계한 기운이 쏟아져 나왔다.

여차하면 공격을 시도할 모양새이지만 순전히 방어의 성격이 강한 자세일 뿐이다.

둔 손은 세상 그 무엇도 그보다 차가울 수 없을 것만 같은 푸른 기운이 품고 있었다.

몸에 걸친 것이라고는 하반신과 가슴께를 묘하게 덮은 갑옷과 팔뚝에 찬 한 뭉치의 금속뿐이었다.

그 외에는 모두 재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가슴 부분에 박힌 보석은 연기 사이로 빛에 발해 묘하게 빛났다.




불과 한 시간 전까지만 해도 평화롭던 부락은 모두 잿더미로 변한 채 생명체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다.

백 명이 넘는 주민들이 살고 있던 곳이다.

수확한 곡식을 절구에 빻던 아낙도, 새로 선물 받은 축구공으로 공놀이를 하던 아이들도 모두 산화되었다. 원래 생명체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있을지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다.

인근의 생명체라고는 기껏 수 킬로미터 넘는 하늘 위에 선회하던 매 한 마리가 먼 산 언저리로 쏜살같이 날아간 것이 전부였다.

태어난 이래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낀 매는 최대한 멀리 달아났다.




다만 마을에서 십 킬로미터는 넘게 떨어진 절벽 위에서 숨을 죽인 채 핸디캠으로 그들을 촬영하는 인간 한 명이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곳이 아니라면 그 역시 다른 생명체들과 마찬가지로 그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을 것이다.




분명 다리는 네 개인데 박쥐의 것처럼 체구에 비해 과대하게 커 보이는 두 날개를 가진 생명체였다.

누구도 그것이 용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용이라고 주장할 근거도 없다.

이 땅의 어떤 전설 중에도 표현된 적이 없는 모습이다.

새의 모습을 했지만 인간들이 그려놓은 악마를 상상하게 만들었다.

만약 불을 뿜어내지 않았다면 돌연변이 공룡 정도로 표현됐을지도 모른다.

물론 공룡이 현시대에 나타날 가능성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의 존재는 상상조차 불가능한 것이었다.

비현실적이고 초현실적인 존재가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을 증명할 것은 핸디캠에 촬영된 영상뿐일 것이다.

그저 괴물이라 하기에는 용에 가깝다고 하는 것이 설명이 편할 듯해 보였다.




그것은 날개를 활짝 펴고 날개 끝을 바닥에 박아 넣었다.

한쪽 날개의 끝에는 인간보다 큰 바위 하나가 걸쳐 있었는데 송곳처럼 뾰족한 것이 바위를 뚫고 박아 넣은 상태였다.

용의 날개는 지금껏 인간들의 전설에 그려졌던 것과는 전혀 달라 보였다.

만약 불사조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바로 이 용의 날개를 빗대어 그려냈을 가능성이 높다.

날개 끝이 파고든 돌은 아주 서서히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용암이 흐르는 듯했다.

용의 두 눈은 십여 미터 앞에 선 인간을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용 역시 그에게 공격을 시도하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한바탕 전투를 벌인 후 서로의 상태를 살피는 중이었던 것이다.


"가자!"


그가 말했다.


"애송이! 너 까짓게 나를 찾아낸 건 인정해 주지. 나를 이길 수 있다면 죽여서라도 끌고 가 보던가."


둘 사이의 대화는 인간도 동물도 알아들을 수 없다.

이제는 인간의 과학으로는 잡아낼 수 있는 음역대지만 특이한 주파수대인 데다 인간이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는 아니었다.


"내가 아니라 파파였더라도 이렇게 했을까? 파파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지 않나?"




그날의 기억이 방금처럼 살아났다.

파파는 체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소진된 상태였다.

물론 용 역시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전설 어디에도 등장한 적 없던 크립티드인데 파파 선임이었던 에리지 역시 용에게 죽임을 당했다.

그들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는지는 전해지는 것이 없었다.

파파는 새로운 방법이 아니라면 용을 설득할 방법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고 대화의 타이밍을 기다렸다.

당시 용 앞에서 그토록 당당했던 파파의 모습에서 과업의 숙명을 다시 느끼기도 했다. 파파는 용에게 그들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했다.

당시 그는 그게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다가 불과 삼십 년 전쯤에야 알 수 있었다.

아주 우연한 기회였다.




"파파? 예상했던 대로였군. 그때 그 어린놈이 너였단 말이지? 그렇다면 더 이상은 대화가 필요 없겠군."


용은 날개를 휘익 저으며 하늘로 날아오를 준비를 하려는 듯했다.


"잠깐, 대화를 마친 후에 가도 늦지 않아. 그리고 난 너를 순순히 떠나도록 할 생각도 없고 말이지."


"네가 말한 것처럼 나는 파파와 약속한 것이지 너 따위와 거래를 할 생각은 없다. 정 필요하다면 파파를 데려오지 그래."


용은 한쪽 날개를 접더니 그를 향해 맹렬하게 쏘아내듯 펼쳤다.

날개 끝에 묻었던 녹은 돌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하지만 그가 내민 손 앞쪽으로 녹은 돌이 가루가 되며 바닥으로 흩어졌다.


"제법이군. 그건 파파에게서도 보지 못했던 것인데. 너희 왕국은 이미 소멸되고 없을 텐데, 어떻게 그런 걸 배운 거지? 애송이!"


그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겨우 이런 정도를 가지고 놀라서야 쓰나? 우리는 너희들과의 거래를 마쳐야 영면에 들 수 있는 존재다. 우리 왕국은 잠시 긴 잠을 자고 있을 뿐, 과업이 완수되기 전까지는 그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


"정신 나갔군. 하는 꼴을 보니 파파는 이미 죽은 것 같군. 너 혼자서 그 일을 마무리하겠다고? 그게 가능하다고 보나? 그냥 때를 기다려 자살하는 게 낫지. 그까짓 과업이란 게 지켜질 거라고 생각하나? 너희 왕국도 결국 잔뜩 흐물흐물해지더니 결국 사라지고 말았잖나. 허튼짓 하지 말고 나처럼 사는 게 현명하지."


"너처럼 사는 게 현명하다고? 그게 사는 건가? 이젠 인간들 눈을 피해 숨어 사는 게 지겹지도 않아? 어차피 때가 되면 너 역시 세상 밖으로 뛰쳐나올 수밖에 없을 걸. 인간에게서는 용케 숨었지만 그들의 눈에서 영원히 숨어 지낼 수는 없을 거야."


"나는 인간들이 언어를 가지기도 전부터 이 땅에 살아왔다. 내 손에 죽은 용만 해도 수백은 될 것 같군. 너희 왕국 놈들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너를 포함한 모든 놈들이 내게 그날을 준비하자고 했지만 역시 오지 않았어. 네놈의 그 파파 역시 그랬고. 그래도 파파는 믿을 만했는데 죽고 말았군. 그리고 말이야, 네가 말한 그 날은 아직도 오지 않았고 영원히 오지 않을지도 몰라. 그들 역시 소멸되고 말았는지도 모르지."


"절대 그렇지 않아. 우리 왕국이 한 번은 이겨냈다는 걸 알고 있지 않나? 당신의 조상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어. 사실은 당신도 믿고 있으면서 왜 거부하려는 거지? 그때도 그날이 올 거라고 믿었던 자는 아무도 없었지만 우리 왕국은 절대 잊지 않았기 때문에 버텨낸 거란 말이야."


"무슨 헛소리를. 그럼 너희 왕국은 왜 사라진 거지? 그 날이 온 것도 아닌데 말이야."


용의 말에 그는 입술을 악물더니 잠시 눈을 감았다.

그리곤 잠시 후 침을 꼴깍 넘기고는 입을 열었다.


"솔직히 모르겠어. 파란 불이 일어났어. 우리 역사에 파란 불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이번엔 파파와 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소멸되고 말았지. 당신이 말한 것처럼 흐려지거나 희미해지거나 한 것이 아니었어."


"너희 과업의 명이 떨어졌다는 것이군. 하지만 너희들은 오래전부터 과업을 진행하고 있었잖아. 그래서 파파와 함께 나를 찾아왔던 것이고. 그 과업을 너 혼자 이뤄낼 수 있다고 생각하나?"


"아니! 난 이미 혼자가 아니야."


작가의말

한동안 생각의 혼선이 생겨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제 스타일 대로 가기로 작정했습니다.

쓸데없는 고집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판타지는 제 나름의 세계입니다.

다만 판타지 소설을 미스터리와 섞어서 끌고 나가는 게 조금 다른 부분일 수는 있겠죠.

그것 역시 제 글의 스타일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예쁘게 봐 주세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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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화-새로운 크립티드 20.02.06 1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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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김녕사굴 20.01.30 10 1 8쪽
14 14화-이무기 20.01.27 12 1 7쪽
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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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8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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