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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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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44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30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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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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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16화-만장굴의 붕괴구간

DUMMY

“수학여행 때 와서 본 거랑은 왠지 다른 느낌인 걸.”


왕파파의 말에 김혜미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이다.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날씨는 초봄과 비슷했다.

동굴 속이라 매우 추울 거라고 생각했었지만 외부 온도와 큰 차이가 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김혜미의 왼손은 왕파파의 다운쟈켓 오른쪽 주머니 안으로 파고 들었다.


“추워?”


“괜찮은데 손이 차가워서.”


김혜미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총 길이 8,928미터에 최대 폭 23미터, 높이는 최대 30미터에 달하는 만장굴은 마치 처음 온 것처럼 생소했다.

왕파파가 기억하는 한 그는 세 번째 방문이다.

가족여행 때 왔던 기억은 그저 넓고 큰 동굴이었고 석순과 종유석이 많았으며 용암이 흐른 자국이 무서울 정도로 장엄했다는 정도였다.


수학여행 때의 기억은 의외로 남아있지 않았다.

여행 코스였기 때문에 오긴 했지만 친구들과 노닥거리느라 만장굴 자체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용에 관해 누구보다 관심이 많았던 그였지만 만장굴이 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곤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오각형과 육각형으로 된 절리들이 눈에 띄게 이색적이었다.

어딜 봐도 화산동굴이 분명했다.

용이 만들어낸 동굴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군데군데 용의 흔적일지도 모를 패턴들이 눈길을 끌었다.

학자들에 의해 용암이 흐르며 만들어낸 자국이라고 판명되었음에도 용의 흔적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하게 만들었다.

김혜미 역시 마찬가지였다.


“원래 이런 곳이었어?”


김혜미의 목소리에 감탄스러운 듯한 느낌이 담겨 있었다.

동굴 구석구석까지 놓치는 눈길이 없었다.


“넌 두 번째지?”


“무슨 소리. 난 벌써 네 번째인데.”


“어떻게?”


“가족여행은 너만 다녔겠냐? 우리도 제주도에 두 번이나 왔었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여긴 제주 올 때마다 왔었어.”


“하긴, 난 전혀 기억이 없네. 처음 온 곳 같아. 만장굴이 용과 관련되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지 뭐야. 넌 여기 보면서 어떤 생각이 들어?”


“글쎄, 용의 흔적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알아볼 수 있는 게 있기나 하겠어? 난 너 혼자 보내는 게 불안해서 따라온 거지, 여기 와서 도움이 될 게 있을 거란 희망은 전혀 없었는 걸.”


“솔직히 말하면 나도 뭔가 발견할 거란 생각은 안 했어. 니가 말한 희망이 내가 생각하는 것과 같다면 여기 만장굴보다 김녕사굴에 있을 수 있겠지.”


“그럴 수야 있겠지만 아까 본 것처럼 김녕사굴 입구는 철조망으로 막혀 있었잖아. 진입로는 완전 정글이던데 뭐. 우리가 갈 수 있는 덴 기껏 입구 정도밖에 더 있어? 그리고 무너졌다는 부분도 그래. 어디쯤 무너졌겠거니 하는 예상하는 수준이지 뭐.”

김혜미에게는 목적 같은 게 애당초 없었던 듯했다. 왕파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허무한 기분은 지울 수 없었다.


“우리가 고고학을 연구한다면 용의 흔적을 찾는데 도움이 되긴 할까?”


왕파파가 물었다. 우연을 기대했던 마음이 거의 사라져버린 듯했다.


“글쎄, 적어도 학술적인 목적을 위해서는 김녕사굴도 개방해준다고 하니 우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 같아. 니가 영국으로 고고학을 공부하러 가겠다고 해서 나도 나름대로 공부 좀 해 봤는데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아.”


“왜?”


“알면서 뭘 물어. 영국은 대영제국 시절 식민지를 뒤져 국보급이 됐든 뭐가 됐든 가리지 않고 희귀하고 값진 것들은 모조리 영국으로 실어 갔어. 사실은 약탈이나 마찬가지 아냐? 아무튼 그렇게 가져다 놓은 것들을 박물관에 몽땅 모았고 학술적 연구를 지속해왔다고 하더라고. 아무리 니가 머리가 좋다고 한들 수백 년 동안 뛰어난 학자들이 연구한 것들을 뛰어넘을 수는 없을 거야. 그들의 자료에서 분명 아저씨에 대한 자료를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파파에 관련된 자료도 있을 거고, 운이 좋다면 아저씨의 사라진 왕국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지 않겠어? 아저씨 일기 내용에서처럼 아저씨도 용을 찾기 위해 인간의 기록을 참고했다고 하는 걸 보면 지금은 아저씨나 우리나 같은 입장일 거야. 어쩌면 우리가 더 유리한 입장일 지도 모르잖아. 적어도 우리는 고고학을 공부할 것이고 학술자료들을 마음껏 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야.”

만장굴 구석구석을 사진과 기억 속에 담은 그들은 렌터카를 타고 김녕사굴 앞으로 돌아왔다. 머릿속에는 김녕사굴 입구와 만장굴 안의 모습이 엉켜 하나의 굴이 연상되는 듯했다. 무너졌다는 구간을 차로 지나오면서 발 아래 이무기가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했다. 어쩌면 이무기는 499년째 잠을 자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 김녕사굴 안에 들어갈 볼까?”


김혜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장난기가 묻어 있었지만 그냥 던진 말 같지는 않았다.


“농담이지?”


왕파파가 설마 하는 마음으로 물었지만 김혜미는 코웃음을 쳤다.


“가보자. 뭐 어때? 보는 사람도 없는데.”


“미친 거 아냐? 그 어두운 데를 들어가서 어쩌려고. 깊이가 칠백 미터가 넘는대.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죽을 수도 있어. 휴대폰도 안 터질 거야.”


왕파파는 무모한 생각을 하는 김혜미의 제안을 눌러버리려 했다.

하지만 김혜미의 표정엔 강한 의지가 묻어 있었다.


“진짜야? 너 정말 겁도 없이···”


“겁이 없는 게 아니야. 확인하고 싶은 거야. 김녕사굴에 대한 자료는 인터넷에도 거의 없어. 이유가 뭔지 넌 알아?”


왕파파는 기억 속의 김녕사굴에 대한 자료를 뒤적였다.

거의 없다시피 했다.


기껏 인터넷으로 검색해본 게 전부였지만 만장굴과 하나였다는 김녕사굴에 대한 연구자료가 남아있지 않다는 게 의심스럽긴 했었다.

만장굴과 김녕사굴은 거문오름 용암동굴계라고 했다.

총 연장 길이는 십육 킬로미터에 달하고 김녕굴을 기껏 칠백 미터가 조금 넘었다.

만장굴 길이가 거의 구 킬로미터이니 붕괴된 구간은 무려 육 킬로미터가 넘는다는 계산이다.

푸라고의 일기에서 봤던 용들이 뿜는 불의 온도는 가히 용암의 온도에 버금간다.

불길에 녹아내리지 않는 것은 없다시피 했다.

인간의 갑옷조차 재가 되거나 녹아버렸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만약 이무기가 용이 되어 승천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이무기의 불길이면 동굴을 만들지 못할 이유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이무기는 인간이 찾을 수 없게 스스로를 은신한 것인지도 모른다.


왕파파는 차창 밖 제주바다를 바라보는 김혜미의 모습을 보았다.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알 수는 없지만 그녀와 함께라면 아무리 어두운 동굴 속이라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앞으로 용을 찾아가는 어떤 험난한 길도 김혜미와 함께라면 겁날 것이 없을 거란 믿음이 생기고 있었다.


작가의말

설마 김녕사굴에 들어갈까?ㅋ

확 보내요? 말아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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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화-만장굴의 붕괴구간 20.01.30 11 1 7쪽
15 15화-김녕사굴 20.01.30 10 1 8쪽
14 14화-이무기 20.01.27 11 1 7쪽
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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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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