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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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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339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22 00:53
조회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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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쪽

9화-용의 눈물

DUMMY

남자아이는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을 귀에 걸친 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여자 아이는 삽화를 머릿속에 그리며 영상을 생산할 준비를 마쳤다.




<두 와이번은 크립티드를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와이번은 용 중에서도 가장 수준이 낮은 등급인데 둘이 힘을 합친다 하더라도 응룡 한 마리를 이길 수 없다. 크립티드의 존재는 그날까지 세상에 알려진 바가 없었다. 인간 세상의 픽트 족, 웨일스인, 콘월인, 브루타뉴인, 게일인들의 역사 속에 간신히 숨어 살던 용이다. 전세가 불리해진 와이번은 수차례 양쪽에서 협공을 시도했지만 훨씬 빠르고 날렵한 크립티드는 번번이 공격을 피했다. 와이번은 하늘 위에서도 땅 위에서도 크립티드 하나를 어쩌지 못했다. 체력이 떨어져 가는 와이번들은 위기를 느끼고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크립티드는 금세 그들을 따라왔다. 약간 뒤처졌던 와이번은 크립티드가 휘두르는 꼬리에 맞아 바닥에 떨어졌고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온 몸이 뻣뻣하게 굳어 버렸다. 크립티드 꼬리에 난 몇 개의 뿔에는 스치기만 해도 죽음 앞에 이르게 하는 맹독이 흐르고 있었다. 인간 같은 생명체들은 냄새만 맡아도 살이 녹아내릴 무시무시한 독이다. 나머지 와이번은 몇 차례 공격을 피하기는 했지만 역시 크립티드의 연속된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바닥에 추락했다. 그때 갑자기 나타난 파파는 최후의 공격을 가하기 위해 맹렬하게 쏘아 내려오던 크립티드를 그대로 안고 스노우도니아 호수로 떨어졌다. 어찌 된 일인지 물에서 더욱 강력한 힘을 낼 수 있었던 크립티드는 다시 떠오르지 않았다. 파파 역시 그 후로 모습을 감추었다. (나는 그가 죽었을 거라는 와이번의 말을 믿지 못했다.)


......


심장을 찔려 죽어가는 와이번과 나는 다른 녀석이 깨어나기 전에 작전을 구상했다. 날이 밝으면 용 사냥꾼들과 전날 왔던 인간들이 몰려올 것이 분명했다. 만약 그들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더 많은 인간들을 몰고 올 것이란 건 뻔히 예상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두 와이번은 한 줌의 재로 변하고 말 것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 와이번을 구출해 내야만 했다. 동이 트자 예상대로 인간들이 나타났다. 하지만 우리의 예측을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인간들의 숫자는 엄청나게 불어나 있었다. 심장을 찔린 와이번과 싸움에 그다지 능력을 발휘하지 못했던 내가 그들을 상대한다는 건 용의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드는 것과 같았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와이번은 전투가 시작될 때쯤 되어 갑자기 눈을 떴다. 그는 엄청난 수의 인간들을 보자 정신을 번쩍 차리고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앞쪽에 나섰던 용 사냥꾼들이 가장 먼저 재가 됐다. 무기를 들지 않았던 인간들은 반대 방향으로 뛰었지만 철로 몸을 감싼 무지렁이들은 생명의 존엄을 모르는 파리처럼 달려들었다. 심장을 온전히 쓰지 못하는 와이번은 무지렁이들조차 감당하지 못했다. 성한 와이번 역시 자기 몸을 건사하기 바빴다. 몇 차례 긴 창에 찔린 와이번은 자기를 죽이고 달아나라고 재촉했다. 아니, 부탁했다. 한참을 싸웠지만 인간들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어디선가 더 많은 인간들이 모여드는 것 같았다. 심장을 다친 와이번은 불조차 뿜어내지 못했다. 그의 입에서는 파란 연기만 뿜어져 나왔다. 그는 형제라도 살아야 한다며 인간 쪽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그리고는 큰 날개를 활짝 폈다. 그 위세에 놀란 인간들이 잠시 주춤했지만 셀 수도 없는 많은 창과 화살들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대부분 비늘에 튕겨 나갔지만 몇 개는 비늘 사이를 뚫고 피부를 관통했다. 왼쪽 눈에도 긴 창 하나가 박혔고 그의 고통이 온 천지를 흔들었다. 인간들은 어디서 그런 용기를 얻었는지 더 큰 함성을 지르면 한 걸음씩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그는 다시 재촉했다. 형제로서 남아 달라며...


우리는 하늘로 떠올라 불을 뿜었다. 그는 있는 힘껏 불을 내뿜었다. 수백 명 정도 되는 인간들이 파란 불길 속에 비명을 질러댔다. 일부는 뒤로 일부는 아무 데로나 뛰었다. 그들은 뛰면서 재로 변해갔다. 그 모습을 본 인간들은 모두들 살기 위해 뛰었다. 나를 등 뒤에 태운 와이번은 자신의 형제를 향해 불을 뿜었다. 그는 비명 한번 지르지 않고 자신의 형제를 보았다. 한쪽 눈엔 핏물을 한쪽 눈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우리는 인간을 향해 한 차례 불을 내뿜은 후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나는 그의 눈에서 굵은 비가 흐르는 것을 보았다. 저 아래 살아남은 인간들 중에는 용의 눈물을 맞은 자가 있을 것이었다.>




남자아이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가 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여자 아이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네. 개미 너 지금 우는 거야?"


남자아이가 어깨를 툭 치며 물었다.


"울긴, 그냥, 그냥..."


"그냥 뭐? 넌 대체 사람이 불쌍해서 우는 거니, 아니면 죽은 와이번이 불쌍해서 우는 거니? 그것도 아니면 여기 나오는 파파가 불쌍해서 우는 거니?"


남자아이의 질문에 여자 아이는 고개를 들어 눈을 째려보았다.


"너도 여기 나오는 파파처럼 확 죽는 수가 있어."


"어떻게? 개미한테 밟혀 죽으라고? 내가 그깟 개미한테 죽을 순 없지."


남자아이가 방을 뛰쳐나가자 여자 아이도 한달음에 달려 뒷덜미를 잡았다.

달려가던 힘에 어쩔 수 없어 미끄러지듯 넘어진 두 아이는 그 상태로 바닥에 누워 하늘을 보았다.


"저게 정말 소설이니 다행이지, 실제로 저런 일이 있다면 얼마나 무서울까?"


여자 아이가 하늘을 보며 말했다.


"그보다 난 우리 아빠가 보고싶다. 얼마 안 걸린다더니 벌써 오 년이 넘었잖아. 우린 책을 절반이나 읽었는데 말야."


아이들의 눈에 멀리 독수리 같은 새가 그들 위로 선회하는 것이 보였다. 아주 높이 높이 날고 있었다.


작가의말

무섭나요? ㅋ

이 작품은 어때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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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김녕사굴 20.01.30 10 1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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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1 1 7쪽
12 12화-전당군 20.01.26 11 1 10쪽
11 11화-용을 좇는 아이들 20.01.23 9 1 8쪽
10 10화-같이 갈래? 영국! 20.01.23 11 1 10쪽
» 9화-용의 눈물 20.01.22 12 1 6쪽
8 8화-왕 파파 20.01.21 14 2 6쪽
7 7화-와이번 20.01.20 11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8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6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6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4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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