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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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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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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2
추천수 :
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1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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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화-용의 시간

DUMMY

용들의 무덤 속에는 시간의 개념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보다 세상이 정한 시간이 그 안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파파는 한참만에 세 번째 걸음을 옮겼다.

절벽 바깥에서 죽음을 앞둔 용은 그들의 조상들이 남긴 역사의 무덤으로 향하는 길을 기다린다.

그러다 조상이 허락한 때가 오면 용은 자신의 삶이 그들에게만 허락된 시간이 적용된 세상으로 갈 수 있다.


용은 죽음으로서 기록이 된다.

파파는 용들의 무덤 속에서 그들 역사를 찬찬히 받아들이고 있었다.


푸라고는 폭풍우 속에서 보았던 용들의 역사를 이 곳에서 복습하고 있었다.

어느 역사서에도 없었고, 누구에게도 들어본 적 없는 용들만의 세상.

어쩌면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을 꿈꿔왔는지도 모른다.

좁아 터진 지구가 아닌 더 큰 우주 밖으로 떠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푸라고, 이제 나가자.]


파파는 네 번째 발걸음을 옮기지 않고 뒤로 돌아섰다.

푸라고는 용들의 세상에 홀려 더 많은 것을 알기를 원했지만 파파의 손에 끌려 되돌아 나왔다.




푸라고는 용들의 무덤을 머릿속에 꾸역꾸역 집어넣었다.

높이는 적어도 백 미터는 되었고 영원히 잠들었을 용의 수는 적어도 천 마리는 될 것이다.

온갖 진귀한 유물들이 가득할 것이라고 상상했던 그곳은 어둡고 침침하며 엄숙하고 진중했다.


무덤 자체는 전혀 꾸며진 바가 없었고 용들의 표정은 우주처럼 편안해 보였다.

모두 눈을 감고 있었으며 서열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남는 자리가 있으면 영원히 누워 잠든 것 같았다.


그중 눈에 가장 띄는 용이 있긴 했다.

살아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붉은용이 그 안에 있었다.


인간들은 성경의 요한묵시룩에 붉은용을 그려 놓았다.

인간이 문자라는 것을 만들어낸 건 붉은용이 세상에 나타난지 수천 년이 흐른 뒤였다.


파파도 붉은용을 보았으며 그의 과제 목록에서 제외됐다.

파파와 푸라고가 해야 할 일이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만큼 앞으로 닥칠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힘이 부족해진 걸 의미했다.


푸라고는 영원의 잠에 든 용들 중 자신들의 과업을 수행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 녀석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들의 숙제를 마무리한다면 예상하지 못했던 힘을 얻게 될 수도 있을 거란 망상도 했다.




동굴 안에서 본 인간의 세상은 역사와 역사 사이를 두고 오가는 관문처럼 느껴졌다.

아주 잠시였지만 파파와 푸라고는 시간이라는 개념에 새로이 눈을 뜬 것이다.

그들이 언젠가 다시 돌아오게 될 기회가 있다면 그 땐 어떤 새로운 용이 영원의 잠에 들었을지 알 수 없었다.




푸아아~

파파는 깊고도 깊은 숨을 내쉬었다.

푸라고와는 뭔가 다른 깨우침이 있었던 것이다.


푸라고의 머릿속엔 그저 용들의 역사만 가득했다.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고 전혀 그렇지 않기도 했다.


"이젠 어쩌실 건가요? 저는 도무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정리가 되질 않습니다. 저 용들 중 대부분은 본 적도 들어본 적도 없는 녀석들이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과업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요?"


푸라고는 기억 속에 빙빙 도는 용들의 역사 때문에 정체성의 혼돈을 느끼고 있었다.


"푸라고, 자네는 또 우리 과업에 대해 의심하는 있는 건가? 나는 말일세, 전혀 의심하지 않는다네. 푸른 불이 일어나던 그날, 나는 결심했어. 다시는 같은 일이 벌어지게 두지 않겠다고 말이야. 그리고 보게나. 이제 우리 둘 외에 누가 또 있는가 말일세."


파파의 말에 푸라고는 먼 바다를 내다 보며 살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해야죠. 우리가 해야죠. 우리 아니면 누가 해내겠습니까? 파파, 요르 저녀석은 어떻게 하실 계획이십니까? 과연 남극까지 따라올 수 있을까요? 자기는 곧 죽을 거라며 여기서 세월을 빈둥거리는 녀석에게 무슨 미래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같이 떠난다 하더라도 말입니다. 중간에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어휴! 생각만으로도 벌써 끔찍하네요."


"그래, 물어보자고. 요르의 의지에 달린 것 아닌가 싶어. 어쨌거나 남극까지만 가면 되니까 말이야."


"또 그러십니다. 하여튼 말씀은 정말 쉽게 하신다니까요."


푸라고가 투덜거리자 파파는 듣기도 싫다는 듯 절벽 아래로 뛰어내렸다.

푸라고는 푸우, 한숨을 쉬고 파파를 따라 뛰었다.






*






"분명히 그 안에 뭔가 있을 거라니까요."


푸라고는 파파에게 용이 무덤을 제대로 확인해야 한다며 설득하고 있었다.

파파는 아직 때가 이르다며 푸라고의 주장을 무시했다.


푸라고는 용의 무덤에서 자신이 봤던 그들의 역사를 제대로 짚어봐야 한다는 의지가 있었다.

용의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면 우주의 시간도 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의 책을 본 기억이 난 것이다.


파파 역시 그 책을 알고 있었다.


푸라고가 봤다고 하는 용의 역사는 파파의 기억 속에 명확히 정리되어 있었다.

푸라고가 태어나기 전에 용의 역사서는 사라지고 없었기 때문에 푸라고에게는 생소한 내용이었던 것이다.


"푸라고, 내가 하나만 알려줄게. 용의 무덤은 이제 그곳에 있지 않아. 용의 시간은 용의 공간과 같아. 어쩌면 우리가 그 곳에 갈 수 있었던 건 요르 덕분이었던 것인지도 몰라. 녀석은 자신의 남은 생명을 포기하려다 우리를 돕기로 마음을 돌렸어. 용의 무덤으로 가는 길이 열리려던 순간이었는데 마침 우리가 나타나서 방해를 한 거지. 요르는 꺼져가는 생명에 다시 불을 지핀 거야. 녀석에게 그런 의지가 없었다면 어떻게 그 넓은 바다를 건넜겠어."


하지만 푸라고는 용들의 무덤 속에는 그들이 꼭 찾아내야만 하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었을 거라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푸라고는 곧 죽을 것만 같던 요르문간드가 벌떡 일어나 바다로 뛰어들던 모습이 떠올랐다.

파파와의 대화 후에 피곤한 모습으로 누웠던 녀석이 돌변한 것이다.


요르문간드는 파파와 푸라고를 등에 태우고 바다를 거침없이 헤엄쳤다.

요르문간드가 나타나자 바다의 모든 생명체가 자취를 감추었다.


바다에서 요르문간드 이상의 천적은 거의 없다.

시 서펜트를 잡아 가두기 전까지는 그랬다.

요르문간드와 시 서펜트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했다.

먹을 것은 풍부했고 하늘이나 대지보다 자유롭고 다른 녀석들의 공격에 있어서도 안전했기 때문이다.


파파는 시 서펜트보다 요르문간드를 훨씬 높게 생각했다.

삶은 경험이라 했던가?

어쩌면 토르가 그를 그렇게까지 성장시켜 놓은 게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요르문간드는 남극까지 쉬지 않고 헤엄쳤다.

오죽하면 요르문간드의 몸이 너무 길어 세상을 한 바퀴를 돌아 자기 꼬리를 물 수 있을 정도라는 소문이 돌았을까.

세계 뱀이라는 요르문간드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남극까지 거의 하루 정도 남겼을 무렵 우리는 다음 목표를 발견했다.

구름 속에 숨어 흘러가던 와이번의 그림자를 목격한 것이다.

잉글랜드나 유럽에 있어야 했던 녀석이 그 먼 남아메리카 대륙 끝까지 날아왔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그날 파파는 '이제 절반 정도 남은 건가?'라며 혼잣말을 하는 것을 푸라고가 들었다.

그리고 그는 '절반 같은 소리 하시네요. 새로운 녀석이나 발굴하지 마시지요. 제발.'이라며 푸념을 늘어 놓았다.


파파는 알려지지 않은 기록을 찾기 위해 구할 수 있는 모든 자료를 끌어 모으고 있었다.

덕분에 얼마 전부터는 유럽에는 용 사냥꾼을 자처하는 못난 인간들까지 나타났다.

그들은 창과 칼로 용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무모한 용기를 탑재하고 있었다.


인간들 사이에서는 용을 잡겠다는 자들을 기사라 칭하며 높은 대우를 해주는 듯했다.

푸라고는 그들을 비웃었지만 파파는 인간에게 그런 용기마저 없었다면 지구에서 존재할 수 없었을 거라고 했다.






*






남극까지 갈 땐 불과 삼 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요르문간드는 삼일 밤낮을 쉬지 않고 헤엄친 것이다.


몇 년 전에 남극에 끌어다 놓았던 배는 꽁꽁 얼어 붙었고 바다에는 얼음이 둥둥 떠 다녀 빠져나올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파파는 푸라고에게 좋은 아이디어를 요구했지만 온통 눈과 얼음만 가득한 곳에서 새로운 탈 것을 만들라는 요구는 그냥 죽으라는 것보다 심한 것이었다.


며칠 후 푸라고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하나 떠올릴 수 있었다.

지하 깊은 얼음동굴의 문을 열고 들어간 그는 한참 만에 용의 이빨 두 개를 꺼내왔다.


푸라고의 몸은 시뻘겋게 달궈진 상태였다.

바닥에 용의 이빨을 던져 두자 눈과 얼음이 녹으며 흙이 드러났다.

불과 일 초도 걸리지 않았다.


푸라고는 씨익 웃으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얼음동굴로 들어가더니 몇 번을 들락날락 했다.

흙 위에는 용의 분신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이거면 못 만들 게 없겠네."


푸라고는 피식 웃더니 용의 분신들을 조합하며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다.

파파의 모습은 푸라고의 작업이 끝나기까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작가의말

읽기 불편하다 하시는 분이 계셔서 줄바꿈을 해서 올립니다.
어제 10화까지 써 뒀는데 그래도 연재니까 천천히 올려 보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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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2 1 7쪽
12 12화-전당군 20.01.26 11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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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왕 파파 20.01.21 14 2 6쪽
7 7화-와이번 20.01.20 11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8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6 1 8쪽
» 3화-용의 시간 20.01.16 17 1 9쪽
2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4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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