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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님의 서재입니다.

파파스 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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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파고
작품등록일 :
2020.01.16 22:32
최근연재일 :
2020.02.12 20:56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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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78,080

작성
20.01.16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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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화-용들의 무덤

DUMMY

바닥은 보이지만 영원히 가까워질 것 같지 않은 깊은 절벽이다.

절벽 아래로 뛰어내린 푸라고는 바닥의 지형지물이 익숙하지 않아 고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눈에 익숙한 것이 있을지 살폈지만 그럴 만한 것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고민하던 푸라고는 먼저 뛰어내린 파파의 모습을 찾으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곧장 불안함을 떨쳐 내었다.


다른 대륙에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시커먼 폭풍은 순식간에 수 킬로미터 근처까지 다가왔다.

번개가 만든 강한 섬광은 먹구름 아래로 짙어져가는 바다 위 어둠을 밝히곤 했다.

섬광 아래 고래등이 보이기도 했다.


푸라고는 절벽 바닥을 확인하기 위해 매처럼 동공을 조았다.

눈동자가 좁아지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 노란 연기와 함께 바다 쪽으로 튕겨져 나가는 파파의 모습이 보였다.

파파의 반탄력으로 파란 빛이 강하게 발하고 있었지만 빛이 뿜어내는 강렬함이 평소같지 않았다.

앞쪽으로는 요르문간드의 머리 부분이 절벽 끝부분에 간신히 걸쳐 보였다.


[공격할까요?]


푸라고는 바람을 일으킬 준비를 하며 파파에게 생각을 전했다. 어차피 속도를 줄이기 위해 사용해야 할 힘이었으니 요르문간드를 향해 사용하면 일거양득인 셈이다.


[내가 싸우는 것처럼 보여? ...... 난 아직 괜찮아. 이 녀석 마음이 아직 열리지 않았을 뿐이야...... 좀 더 다스려 봐야겠어.]


푸라고는 파파가 생각조차 원활히 전달하지 못하자 그의 힘이 달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파파의 성격을 잘 아는 푸라고는 착륙 위치를 바꾸기 위해 바람을 뿜었다.

그의 손에서 회오리 같은 바람의 소용돌이가 절벽 옆을 스쳤다.

하얀 물보라 같은 바람의 소용돌이였다.

푸라고는 먼저 위치에서 백 미터 이상 멀어졌다.


한참을 떨어져 내리자 동공을 조으지 않아도 파파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번에는 바닥을 향해 바람을 내뿜었다.

추락하던 속도는 서서히 줄어들었지만 절벽이 너무 높아 너무 느리게 느껴졌다.

가속이 많이 붙어서 그런 듯했다.

바닥에 떨어지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힘을 더 불어넣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푸라고는 순식간에 체력이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살짝 어지럽기까지 했다.


파파는 푸라고보다 훨씬 높은 페론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파파 역시 이정도 체력을 쓴 상황이라면 페론을 원활하게 운용할 수 없을 것이다.

파파의 반탄력이 아무리 강하다 해도 요르문간드를 상대로 장시간 버티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푸라고가 그의 체력을 올려줄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푸라고는 불안한 마음이 일었다.

그래도 힘을 남겨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푸라고의 몸은 바닥에 내동댕이 치다시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력은 거의 바닥에 가까웠다.

절벽 위에서 예상했던 대로 파파의 판단은 너무 무모했던 것이다.


푸라고의 눈에 요르문간드와 맞선 파파의 모습이 보였다.

요르문간드 역시 파파와 대적함에 있어 그다지 여유롭게 보이지 않았다.

황산 비슷한 냄새가 나는 깊은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노란 입김이었다.


[파파, 어떻게 할까요? 저도 공격을...]

[아니! 그냥 내버려 둬. 저녀석 눈을 봐. 예전같지 않아.]


푸라고는 요르문간드의 눈을 보았다. 놈 역시 푸라고에게 한눈을 팔고 있었다.

푸라고는 요르문간드가 두 사람을 동시에 대적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을 알고 있었다.


[힘으로 제압해도 될 것 같습니다.]

[아니, 이번에는 대화로 끝내자고. 될 것 같아. 둘 다 세월이 너무 흘러서 그런지 힘도 예전같지 않아. 요르 녀석, 그동안 생각이 많았던 모양이야. 라이벌이 없어져서 그런 걸까? 많이 약해졌어.]


푸라고는 파파의 고집을 꺾는 걸 포기하고 등 뒤에 있는 바위 하나를 찾아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

파파의 생각을 믿고 기다려 보기로 한 것이다.


폭풍은 절벽 위로 남아있던 파란 하늘마저 집어삼키고 말았다.

빛은 쪼그라들어 완벽한 암흑의 세상으로 변했다.

절벽 아래 대적하고 선 파파와 요르문간드의 모습은 마치 수천 년은 된 조각상 같았다.

요르문간드의 나이가 얼마나 됐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수천 년의 세월을 비슷한 모습으로 살아왔을 것이다.

파파는 지난 두 번의 대결 후로 요르문간드의 에너지가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었다.

파파는 어쩌면 놈의 의지가 약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요란한 대기 속에 무시무시한 섬광이 일어났다.

절벽도 무너뜨릴 기세였다.

잠시후 콩알만 한 빗방울이 절벽을 때리며 절벽 사이사이에 수직의 폭포를 셀 수 없이 만들었다.

다시 거대한 섬광이 터지자 절벽에 용들의 조각이 꿈틀거리는 듯했다.

한두 마리가 아니었다. 푸라고는 자기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지금까지 누구도 절벽에 용들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파파가 요르문간드와 대치하던 사이 푸라고는 섬광에 비친 용들의 역사를 기억에 담기 시작했다.

폭풍이 지나면 역사가 사라져버리고 말 것 같았다.

천둥 소리는 용들의 포효처럼 들렸다.

한 가닥 번개가 절벽 위를 때렸지만 절벽은 당연한 듯 모조리 흡수해 버리고 말았다.

번개를 맞아 습기가 증발한 절벽 중간 쯤에 작은 동굴 하나가 드러났다.

원래 있었던 것인지 번개가 빨려 들어가며 생긴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더이상의 메시지 같은 것이 없어지자 암흑 같았던 절벽 아래도 점차 빛이 들기 시작했다.

끝없이 길 것만 같던 폭풍이 육지에 닿으며 급격하게 소멸한 것이다.


불과 한 시간도 안 되는 짧은 시간, 푸라고는 수천 년도 아닌 수만 년의 용들의 역사를 머리에 담았다.

그곳은 용들의 무덤이었던 것이다.


파파는 요르문간드와 그대로 대적하고 있었다.

폭풍이 지나가서 그랬을까?

파파와 요르문간드는 서서히 페론을 줄이기 시작했다.

서로 약속한 듯, 신의를 지킬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 듯 페론을 줄였다.

파파의 반탄의 빛은 완전히 소멸했고 요르문간드는 자세를 고쳐 잡았다.

머리를 앞발에 괴고 바닥에 누워버린 것이다.


[끝난 건가요?]


푸라고가 물었다.


[그렇게 된 것 같네. 요르는 죽어가는 중이었어.]


파파의 목소리에는 힘이 없었다.

체력 문제가 아니었다. 요르문간드에게서 생명의 아련함을 느낀 것이었다.


푸라고는 파파에게 걸어갔다. 요르문간드는 푸라고에게 아무런 적대감을 느끼지 않았다.


"이제 우리 친구가 된 건가요?"


푸라고가 요르문간드를 넘겨다 보며 말했다.


"다 토르 때문이야. 그놈의 고집 때문이지. 요르는 생명을 정리하려 이 곳에 온 거야. 하지만 녀석이 생각했던 것보다 자기 생명이 질긴 거야."

"둘이 그 상태로 이야기를 하신 거였군요. 다툰 게 아니고요."


푸라고의 어이없다는 표현에 파파가 가볍게 웃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군. 대화에 너무 빠져든 탓이었을까? 요르가 기억을 열어줬어. 잠시 그의 기억을 더듬어 봤지. 아픔이 많은 녀석이었더군. 어쩌다 우트가르다로키에게 잡혀서 고양이로 변신하는 수모까지 당했으니 요르의 모멸감이 어느정도였겠나? 저 자존심 센 녀석이 그런 일을 겪고 토르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지."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이제 요르도 죽어버리고 나면 일이 점점 더 복잡해지네요. 생각했던 게 죄다 수정되어야 하는 판인가요?"


"글쎄, 아직은. 일단은 데리고 가자고. 견뎌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죽음을 각오한 요르가 그정도 쯤이야 견디지 않겠나 싶어. 어차피 우린 때를 기다려야 하는 입장이니까 말이네."


파파는 힘 없이 삶의 끄트머리 지점에 놓인 요르문간드를 애처로운 눈빛으로 보았다.

요르문간드는 그들을 지켜보는 것도 귀찮다는 듯이 눈을 감아버렸다.


"파파, 그보다 아까 폭풍우 때 엄청난 것을 봤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요르가 여기를 죽음의 장소로 선택한 이유가 있습니다. 여기는 용들의 무덤이었습니다. 게다가 절벽에는 용들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건 요르 기억 속에서 봤어."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파파의 말에 푸라고는 힘이 빠진 표정을 지었다.


"쳇, 좋다 말았군요. 조금 신이 나는 상황이었는데 말입니다."


"용들의 역사는 어떻던가?"


"그걸 모두 기억하는 건 어려웠지만 대부분은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보다 파파, 혹시 저 위에 동굴이 있다는 건 아십니까?"


푸라고는 절벽 위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파파는 동공을 조으며 푸라고의 손끝을 따라가 보았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동굴 비슷한 것이 보이기는 했다.

푸라고는 파파에게 동굴을 발견하게 된 경유를 설명했다.

둘 다 그곳에 그들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용들의 숨은 전설이 기록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긴 또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요? 힘이 온전히 다 남아있어도 힘들 것 같은데요."


푸라고는 묘수가 없을까 하여 이리저리 머리를 굴렸다.


"요르가 도와주면 가능할 것 같은데. 녀석 꼬리로 우리를 튕겨 올려주면 무리없을 것 같은데. 어때? 푸라고?"


파파의 제안에 푸라고는 딱 하고 손바닥을 마주쳤다.


"캬~ 역시 우리 파파님은 천재셔."



*



요르문간드는 두 사람을 절벽 쪽으로 높이 튕겨 주고 다시 눈을 감았다.

요르문간드의 꼬리는 두 사람을 정확하게 동굴 앞에 던져 주었다.

그들의 노력은 전혀 필요없었다.

동굴 앞에 선 두 사람은 서로 어깨를 치켜 세웠다.

기대 이상이어서 황당할 뿐이었다.


파파는 절벽 끝부분에 머리 부분만 보이는 요르문간드를 내려다 봤다.

요르문간드가 얼마 남지 않은 생명의 끈을 놓아버릴까 조바심이 난 것이다.


절벽 중간의 동굴은 번개 때문에 생긴 곳은 아니었다.

번개가 어떻게 그 안으로 쓸려 들어갔을 지는 도저히 알 수 없는 미스터리였다.

입구에서 생각했던 것과 달리 동굴 속은 절벽 바깥 해변보다 넓었다.

두 사람은 두 발짝도 걸을 수 없었다.


위대함, 엄숙함 같은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게가 그들을 눌렀다.

그곳에는 어둠과 빛이 공존하고 있었다.

가공할 신도 존재할 수 있었고, 우주를 새로 창조할 파괴력도 존재할 수 있었다.

동굴 속 바닥에는 전설에도 없었던 드래곤이 피부까지 원 상태로 보존된 채로 있었다.

요르문간드가 절벽 밖에 머물렀던 것은 그가 드래곤의 무덤 속으로 들어올 준비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


작가의말

제가 지금 제대로 쓰고 있는 건지 모르겠네요. ^^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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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이무기 20.01.27 12 1 7쪽
13 13화-표지의 보석 20.01.27 12 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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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와이번 20.01.20 11 2 10쪽
6 6화-용 사냥꾼 20.01.19 16 0 8쪽
5 5화-푸라고의 마법 20.01.18 18 1 6쪽
4 4화-푸라고의 일기 20.01.17 16 1 8쪽
3 3화-용의 시간 20.01.16 17 1 9쪽
» 2화-용들의 무덤 20.01.16 25 1 11쪽
1 1화-요르문간드 20.01.16 74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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