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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님의 서재입니다.

마녀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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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7.04 11:02
최근연재일 :
2018.08.18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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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5,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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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31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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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일루미나티

DUMMY

“제가 소희 아빠를 만난 건 루마니아에서 였어요.”


자꾸 재원 엄마 얘기만 물어보는 것이 미안했던지 세원은 자신의 전 남편, 즉 소희 아빠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루마니아에는 동방 정교회 관련 유적이 많아서 고고학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 6개월간 방문한 적이 있었거든요. 그 때 현지 가이드 역할을 해 주었던 사람이 바로 소희 아빠였죠. 소희 아빠는 교포 2세였어요. 한국말도 잘 했죠. 거기 머무는 6개월 동안 불같은 연애를 하고 덜컥 소희를 임신했어요. 함께 한국에 와서 결혼식을 올렸지만, 소희 아빠가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어요. 결국 소희 아빠는 루마니아로 돌아갔고 얼떨결에 주말 부부가 아니라 연말 부부가 되어 매년 연말에 제가 소희를 데리고 루마니아로 가서 한달 정도씩 지내기를 3년간 지속하다가 결국은 이혼했어요. 이미 그 사람은 루마니아에 돌아간 지 일년 만에 애인을 사귀어 동거를 하고 있었더라고요.”

“세원씨도 쉽지 않은 삶이었군요···”


두 사람은 다시 한번 맥주캔으로 건배를 하고 맥주를 한 모금씩 마셨다.


“그런데···, 재원이 외가가 미국이라면 재원 엄마는 언제 한국에 오신 거에요?” 세원은 자신의 이야기를 어느 정도 하고 나자 다시금 재원 엄마에 관한 질문을 시작했다.

“은영이는, 아 재원 엄마 이름이 은영이거든요. 후후~ 암튼 고등학교 때 한국에 왔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고국에 가서 살고 싶어져서 장인어른께 떼를 썼다고. 한국에 아는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닌데, 혼자 들어와서 고등학교 마치고 대학까지 갔더라구요. 그러고 보면 재원 엄마도 참 강단이 대단한 사람이긴 했어요. 미국에서 자라서 독립심이 강한 건지.”

“고등학교 때부터 혼자서 지내셨다면 은영씨도 정말 대단하시네요. 미국에서도 대개 고등학교 때 까지는 부모님 밑에서 지내잖아요.”

“그러게요. 아니면 집에 있는 게 싫었을 수도 있겠지요. 장인 어른은 특별히 까다롭거나 나쁜 분 같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뭐 집에서 지내는 게 따분해서 독립하고 싶었을 수도 있겠죠.”

“호호~ 추측을 하시는 걸 보니 은영씨가 어릴 때 얘기를 별로 안 하셨나봐요?”

“네. 실은 어린 시절 이야기나, 절 만나기 전 시절 이야기를 별로 안 했어요. 제 생각에 몸에 문신도 새긴 걸 보면 미국에 있을 땐 좀 논 것 같기도 한데. 후후~”

“문신이요?”

“네. 큰 건 아니고, 왼쪽 팔 안쪽 겨드랑이 부분에 정삼각형 안에 사람의 눈이 그려진 그런 문신이 있더라구요. 처음 봤을 때 물어보니 그냥 미국 있을 때 친한 친구들이랑 타투샵에 가서 하나씩 새긴 거라고만 하길래 그 이후에는 묻지 않았어요.”

“어머 동완씨, 그런 작은 문신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여자들도 많이 해요. 저도 하나 있는걸요? 훗~”

“하하~ 그러세요?” 동완은 너털웃음을 웃었다. 동완은 오늘 기분이 좋았다. 드디어 소희 엄마, 재원 아빠가 아니라 서로의 이름으로 부르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했다. 두 사람이 아이 엄마, 아이 아빠로서가 아니라 각각 남자와 여자로서 만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동완은 생각했다.

두 사람의 전 배우자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으로 거리낌 없이 나누게 된 것도 동완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대해 자연스럽게 말 할 수 있다는 것은 이제 자유롭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동완은 죽은 은영에 대해 이야기 한 것이 후련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동완은 문신 이야기를 했을 때 아주 잠시 동안 세원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해가 지자 세원과 동완은 야외에 벌여 놓은 저녁 식탁을 함께 정리했다. 모든 정리를 마친 다음 네 사람은 거실에서 보드게임을 몇판 하다가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기로 했다. 동완은 대리기사를 불러 재원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재원이는 차에 타자마자 잠이 들었다.

소희도 낮에 열심히 뛰어 논 탓인지, 재원이네가 가고 나서 곧바로 샤워를 하고는 곯아 떨어졌다.

소희가 잠들고 나자 세원은 꼼꼼히 집안의 문단속을 했다. 열려진 창문과 현관문을 모두 잠그고 창틀과 현관문 입구에는 마당에서 꺾은 페퍼민트 가지를 하나씩 떨어뜨려 두었다. 거실 탁자 위에 올려 놓은 티라이트 캔들 홀더에는 불을 붙였다. 이 캔들 홀더는 예전에 세원이 동완에게 선물했던 것과 똑같은 것으로 마노석 절편으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나서 세원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상의를 벗은 세원은 옷을 벗다 말고 자신의 왼쪽 팔 안쪽을 거울에 비춰 보았다. 거기에는 정삼각형 안에 사람의 눈이 그려진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은영, 즉 재원 엄마에게 있었다던 것과 똑같은 문신이었다.


따뜻한 욕조 물에 몸을 담그고 세원은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 나갔다.

은영은 제 13지파 족속이 확실하고, 더 나아가 비밀결사인 일루미나티 요원이었음이 분명했다. 삼각형 안에 눈이 들어있는 문양은 일루미나티의 상징이었다. 일루미나티는 장미십자회에 대항하여 제 13지파 족속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 진 조직이다.


은영씨는 어떤 임무를 맡고 있었을까. 그리고, 어쩌다 놈들에게 당한 것일까? 세원은 궁금했다. 사실 세원 역시 일루미나티였지만, 그녀는 임명되고 난 후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임무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 항상 그에게 하달되는 메시지는 ‘지시가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은영이 일루미나티였음이 확실한 이상, 그녀의 교통사고 역시 장미십자회의 소행임이 분명했다. 은영은 장미십자회로부터 끔찍한 교통사고를 당했다. 참혹하게 살해 당했다는 것은 역으로 그만큼 그녀가 중요한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는 뜻이 된다. 대기발령 중인 세원은 잠깐 동안 은영이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을까? 제 13지파의 흥망을 좌우할 만 한 그런 임무였을까?


장미십자회는 은영의 정체를 알았고 그녀를 죽였음에도 재원과 동완은 그대로 남겨 두었다. 그 두 사람을 살려둔 이유는 간단했다. 이들을 미끼로 해서 이들과 접촉하는 제 13지파 사람들을 더 찾아내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덫에 세원과 소희도 걸려 든 셈이다. 지금쯤이면 장미십자회의 감시 대상 리스트에 세원과 소희가 들어있을 확률은 100% 였다. 장미십자회가 D데이로 설정한 날이 되면 소희네도, 재원네도 한꺼번에 이 세상으로부터 사라질 것이다. 세원은 아랫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토록 숨어다녔는데, 그토록 조심했는데,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던 가족이 하필이면 같은 제 13지파였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했다. 그동안 세원은 자기들 때문에 재원네 식구들이 위험에 처할 것을 염려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재원네 때문에 자신과 소희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애초에 세원은 재원네 식구들이 제 13지파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은 제 13지파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평범했다. 동완은 보통 사람이니 그렇다 치더라도 재원이 역시 처음 봤을 때 아무런 능력도 발휘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지금은 겨우 수정의 진동수를 약간 증폭할 수 있는 정도지만 그 나이에 비해서 발현이 너무 약하다. 물론 사람마다 능력이 각성되는 시기는 다르다. 하지만, 아무리 그걸 감안 하더라도 재원이는 소희에 비해 너무 발달이 늦는 것 같았다. 그 덕에 세원도 재원이가 제 13지파라는 사실을 감지하지 못했고.


아무래도 모든 의문의 열쇠는 은영씨가 쥐고 있다,라고 세원은 생각했다. 세원은 내일 아침, 소희를 학교에 라이드 해 주고 나서 은영의 일루미나티 시절 기록을 찾아보기로 마음 먹었다.



* * *



“야식 왔습니다.”


한 남자가 버거킹 마크가 찍힌 커다란 종이백을 하나 들고 거실에 들어섰다. 거실은 물론 집안 전체는 불을 켜지 않아 깜깜했다.


“좋았어. 그동안 저 친구들 고기 구워 먹는 거 보면서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원.”


두명의 남자가 다가오더니 핸드폰 불빛을 비춰가며 햄버거와 후렌치후라이 그리고 커피를 하나씩 받아서는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앉아 먹기 시작했다.


“별다른 움직임은 없었습니까?”

“없어.”

“언제까지 감시만 해야 하는 겁니까? 이러다 얘네들 어느날 갑자기 사라져 버리는 거 아니에요?”

“그럴수도 있지. 그래도 검거하려면 상부의 지시가 있어야 하니까···”

“위에서는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에요?”

“한명이라도 더 노출되길 바라는거지. 한동안 잘 잡히던 놈들이 요즘에는 바퀴벌레처럼 싹 숨어들어서 도대체 보이지를 않으니... 그리고, 감시하는 동안 어느 놈이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지도 면밀히 관찰해 두고 말이야.”



동완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

대리기사는 아파트 주차장에 얌전히 주차를 시키고 돌아갔다. 동완은 자고 있는 재원이를 안고 집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재원의 몸무게가 점점 무거워져서 조금만 더 지나면 더 이상 이렇게 자고 있는 재원이를 안아서 옮겨주는 것은 불가능해 질 것 같았다. 겨우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재원이를 침대에 던지듯 눕히고 나서야 동완은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동완은 집안의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두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잠옷으로 갈아 입은 다음 열어 둔 창문들을 닫고 커튼을 쳤다.

원래는 술도 좀 마셨겠다, 샤워만 하고 바로 자려고 했었는데, 막상 샤워를 하고 나니 정신이 말똥말똥해 지는 것을 느꼈다.

동완은 냉수를 한잔 따라 마시면서 소파에 앉아 오늘 세원네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복기해 보았다.

오늘 동완과 세원은 이제 앞으로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것은 분명 관계의 진전을 의미한다. 긍정적인 신호였다.

오늘 동완은 죽은 재원 엄마에 관한 말을 많이 했다. 술이 좀 취하기도 했고, 재원 엄마 이야기를 털어 놓음으로써 세원과 좀 더 가까와 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몇시간 전의 일들을 뒤돌아 보고 있노라니, 웬지 부자연스럽고 껄끄러운 기분이 드는 것을 느끼는 동완이었다.

오늘 이야기의 대부분은 세원이 묻고 동완이 답하는 식이었다. 세원은 왜 그렇게 재원 엄마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았을까?

잠재적인 경쟁자라서?

이제 서로 이름으로 부르기로 한 사이에 남자의 죽은 전처를 경쟁자로 생각한다는 것은 나가도 너무 나간 이야기였다.

세원의 말대로 재원이의 엄마이기 때문에 재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알고 싶어서?

재원이에 대해서 관심을 가져주는 것은 고마웠지만, 아무리 딸 아이의 친구라도 이 정도까지 신경을 쓰는 것은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만큼 오늘 세원의 재원 엄마에 대한 궁금증은 대단히 컸고, 조금 과장하자면 필사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였다.

동완은 오늘 거의 취조 당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동완은 완전히 술이 깨고 말았다.

그렇다면 왜 세원은 재원 엄마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을까?

동완은 서재방으로 가서 PC를 켰다. 그리고, 웹브라우저를 연 뒤 잠시 생각에 잠겼다.


triangle, eye, logo


동완은 구글 검색창에 위 세개의 단어를 입력해 보았다. 그러자, 재원 엄마 즉 은영의 왼쪽 팔 안쪽에 새겨져 있었던 문신과 같은 그림이 검색되었다. 그리고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은 ‘신의 눈(Eye of Providence)’ 또는 ‘모든 것을 보는 눈(All-seeing Eye)’라고 되어 있었다.

은영의 팔에 있던 문신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도 쉽게 검색이 되는 문양이라는 점에서 동완은 다소 안도했다. 은영도 고등학교 때 별 생각 없이 인터넷에서 검색한 그림으로 문신을 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아내가 특별히 이 그림에 매료되었는지는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생전에 한번 쯤 물어볼걸.’


동완은 새삼스럽게 자기 아내에 대해 의외로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는 점에 놀랐다.



30분쯤 후, 동완의 아파트 거실 불이 꺼졌다. 그리고 그것을 멀리서 누군가가 지켜보고 있었다.

잠시 후에는 동완의 침실 스탠드 불빛이 켜졌다가 다시 꺼졌다. 동완을 지켜보는 남자가 있는 곳은 동완의 아파트 맞은편에 있는 동의 같은 층에 있는 아파트였다. 아파트 전체는 비워져 있었고 불이 꺼져 깜깜했다. 거실 한가운데 덩그러니 탁자가 하나 놓여 있고 그 위에 망원경이 설치되어 있었다.

동완의 침실 불이 꺼지는 것을 지켜보던 남자는 핸드폰을 열고는 전자캘린더에 '11시 05분 취침’이라고 입력했다. 그 바로 윗칸에는 ‘9시 25분 귀가’라는 글씨가 입력되어 있었다.


남자의 전자캘린더에는 동완과 재원의 일거수일투족이 빼곡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작가의말

선호작 등록과 추천은 글을 쓰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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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루미나티 +2 18.07.31 103 4 13쪽
17 셋 만의 비밀 +4 18.07.30 107 4 12쪽
16 재원의 정체 +4 18.07.27 116 3 13쪽
15 장미십자회 +2 18.07.26 95 2 12쪽
14 의문의 사건들 +4 18.07.25 94 2 13쪽
13 생일파티 +4 18.07.24 110 3 12쪽
12 작은 복수 +4 18.07.20 117 3 14쪽
11 겁먹은 재원이 +4 18.07.19 124 4 13쪽
10 비밀의 방 +4 18.07.18 142 4 15쪽
9 의심 +4 18.07.17 113 5 11쪽
8 학교에서 +4 18.07.13 145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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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집으로 초대 2 +2 18.07.11 161 4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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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소희 엄마 +4 18.07.05 259 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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