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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매드 님의 서재입니다.

마녀모녀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노매드
작품등록일 :
2018.07.04 11:02
최근연재일 :
2018.08.18 07:55
연재수 :
2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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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82
추천수 :
83
글자수 :
165,334

작성
18.07.17 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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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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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의심

DUMMY

동완은 지난번 소희와 세원이 집에 다녀간 이후로 아직까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소희가 깨뜨린 유리창에 새로 갈아끼운 실리콘 자국을 볼 때마다 동완은 유리창이 깨질 당시의 상황이 머릿 속에 떠올랐다.


‘이 엄마와 딸의 정체가 뭐지?’


소희가 유리창을 깨뜨리기 전까지는 두 모녀에 관해서 심상치 않은 점들이 있긴 했어도 그럴 법 하다고 생각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동완과 세원이 처음 만나던 날 넘어지려던 동완을 세원이 받아 준 것도 운동신경이 뛰어나서 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 근육통을 금방 낫게 해 준 것은 직접 만든 호랑이 연고의 효능이 좋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세원이 기절했던 시우에게 알약을 먹여 깨어나게 한 것도 신경계를 자극하고 환기시키는 성분이 포함된 알약 덕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세원이 허공에 대고 불을 피운 것은 전기 라이터를 가지고 장난을 친 것이었음이 밝혀졌다. 소희가 허공에 대고 ‘저리 가’라고 외치는 것도 다람쥐나 들고양이들을 쫒기 위해 소리 친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소희가 비명소리를 지름으로써 유리창을 깨뜨린 것은 좀 달랐다. 소희의 비명소리는 날카롭고 귀와 머리를 찔러 들어오는 것 같은 통증을 느끼게 했다. 그것은 도저히 사람이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 소리에 유리창이 깨진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였다. 그것은 소희가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아이라는 확실한 물증이요 현장증거였다.

더구나 동완의 발바닥에 깊숙이 패었던 상처는 아무리 21세기의 발달된 의학의 도움을 받는다고 해도, 반나절만에 멀쩡하게 낫게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동완은 역으로 그동안 의심스러웠던 일들 모두에 대해서 다시금 의혹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넘어지려는 동완을 받아 일으켜 준 세원의 능력도 초능력은 아닐까? 호랑이 연고나 시우를 깨어나게 만든 알약도 마녀들이 사용하는 만병통치의 포션이 아닐까? 벽난로에 불을 붙인 것도 손가락으로 불을 일으킨 것이 맞는 것이고, 소희가 허공에 대고 쫒은 것은 귀신일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그들은 마녀, 모녀?


세원이 마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자 동완은 안타까왔다.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이 마녀라니.

마녀가 맞다면 더 이상 가까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국판 마녀인 구미호는 남자들을 홀린 다음 간을 빼먹지 않는가. 유럽의 드라큐라는 피를 빨아 먹지 않는가. 세원도 동완과 재원이를 집으로 자주 초대하는데, 이러다 언젠가는 음식에 잠드는 약이라도 탄 다음 잠이 든 사이에 피를 빨아 먹거나 간을 꺼내 먹는 것은 아닐까? 세원은 남들이 안 보는 밤중에는 빗자루를 타고 다닐까? 보름달이 뜨면 무섭게 변하는 것은 아닐까? 13일의 금요일에는···

동완은 갑자기 소름이 오싹하고 끼치면서 온갖 잡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모습의 세원과 함께 있을 때면 동완은 은근히 기분이 좋았다.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즐거웠고, 다른 엄마들의 시샘어린 시선을 받는 것도 은근히 즐겼다. 동완의 인생에서 세원만큼 아름다운 여자와 이렇게 가깝게 지내보긴 난생 처음이었다.

언젠가 아이들 준비물을 산다고 대형 마트에 소희네랑 간 적이 있었다. 앞에서는 재원이와 소희가 장난을 치면서 걸어가고 뒤에서 대형카트를 천천히 밀면서 세원과 나란히 걷게 되자 동완은 무척 기분이 좋았다. 마트 안의 젊은 엄마, 아빠들의 시선이 모두 세원과 세원 옆에 있는 동완에게로 향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시선은 부러움에 찬 시선이었다. 아마도 그들은 세원과 동완을 부부사이로, 재원과 소희를 남매사이로 생각할 것이다. 동완은 그런 오해를 받는 상상을 하는 것이 은근히 기분 좋았다.


그리고 이들은 최소한 아직까지 동완과 재원에게 해를 입히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경계를 늦추긴 이르지만, 이들이 동완이나 재원에게 해를 입힐 계획이었다면 벌써 의심스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그들은 그러기는 커녕 오히려 동완과 재원을 도와주는 일을 했다. 특히 세원은 자신의 능력이 들통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비의 연고를 동완에게 주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었다. 그리고, 동완이 세원에게서 느낀 느낌으로는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만약 동완이 세원에게 소희의 비밀에 관해 캐묻거나 두 모녀를 의심하는 행동을 한다면 아마 세원은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는 대신, 곧바로 연락을 끊고 이사를 가는 쪽을 택할 것이다.

소희네가 자기 집 근처에 있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먼 이곳까지 등교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일 것 같았다. 즉, 자기네들의 비밀이 탄로났거나 아니면 탄로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세원은 재원이네 말고는 특별히 친한 친척이나 친구도 없는 것 같았다. 동완이 세원과 함께 있을 때 세원의 핸드폰이 울린 적은 한번도 없었다.

그들은 마치 유목민처럼 낯선 곳으로 이동해서 그곳에서 사람들과 교류를 나누다 자기들의 비밀이 의심받거나 탄로날 무렵이 되면 또다시 어디론가 이주하고 그곳에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 동완은 생각했다.

그렇다면 오랫동안 소희네가 떠나지 않고 동완과 재원의 곁에 있도록 하는 방법은 간단했다.


이들 모녀의 기행을 못 본 척 하는 것이다!


동완이 세원이나 소희의 신비한 행동이나 능력에 대해서 궁금증을 가지고 추궁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한, 세원은 번거롭게 그동안 개척해 온 삶의 환경을 굳이 바꾸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에 대해 궁금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건 세원에게 묻지 않아도 동완 스스로 찾아 나가면 될 것이다. 재원이는 아직 초등 1학년이고 시간은 충분하다. 천천히 파악해 나가면 된다.


결국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동완은 자기가 목격한 의심스러운 일들에 대해 세원에게 묻지 않기로 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동완의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다음 날 아침,

동완은 재원이 세수를 시키면서 말했다.


“재원아, 어제 우리 집에서 있었던 일, 소희한테 물어보거나 하지 말자, 알았지?”

“왜?”

“소희가 말하기 싫거나, 부끄러울 수도 있잖아.”

“맞어. 유리창을 깨뜨렸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그냥 잊어버리고 넘어가자?”

“응. 아빠.”

“왜?”

“오늘 아침은 뭐야?”

“아침 식사?”

“응.”

“늘 똑같지 뭐. 계란 후라이, 토스트, 시리얼, 방울 토마토···”

“그게 다야?”

“거기다···.., 햄과 치즈도.”

“햄 많이?”

“햄 많이!”

“!”


재원이는 엄지손가락을 치켜 들었다.



* * *



세원은 소희가 재원의 집에서 비명을 질러 유리창을 깨뜨리고 난 뒤, 다음날 학교에 가면 분명히 동완이 전날의 일을 캐물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뭐라고 변명을 해 볼 여지도 없는 것이었다.


‘뭐라고 둘러대지···?’


생각해 둔 레파토리는 있었다. 병원에 가보니 소희가 특이한 성대를 타고 나서 초음파에 가까운 음성을 낼 수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정도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의 허술한 이야기를 동완이 믿을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세원이 걱정하는 것은 소희의 괴성 뿐만이 아니었다.

그동안 세원은 그녀답지 않게 너무 많은 것들을 일반 사람들에게 노출시켰다. 특히 동완의 주변에 있다보면 그가 위험하거나 불편한 상황이 되었을 때 도와주지 않고는 못 배겼다. 그가 빙판길에서 넘어질 때도, 허리 근육이 놀랐을 때도 그냥 두어도 되는 건데, 이상하게 돕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오지랖도 넓지···, 이러다 금새 노출되면 또 다시 이사와 전학을 가야 하는데···’


늘 이런 작은 것들이 노출되고 축적되다 보면 어느새 주변에는 세원과 소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시선들만 남게 되고 그 때가 소희네가 이사를 가야하는 시점이 되는 것이다.


‘어쩔 수 없지 뭐. 그 정도 변명에도 계속해서 동완씨가 물고 늘어진다면 야반도주를 하는 수 밖에···’


다음 날 오후, 세원은 그렇게 마음 먹고 소희를 데리러 집을 나섰다.

요즘은 일부러 다른 엄마들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 하교시간보다 한시간 쯤 늦게 나온다. 세원이 운동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운동장은 소희와 재원 밖에 없었고 엄마들도 각자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모두 사라지고 난 뒤였다.


“소희야!”


세원이 소희에게 엄마가 왔음을 알린 후, 운동장 벤치에 앉자 곧바로 조금 있다가 동완이 어슬렁 어슬렁 운동장에 나타났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저보다 일찍 오셨네요. 하하”

“안녕하세요? 저도 방금 왔어요. 훗”


동완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편안하게 웃으며 말했다. 살짝 걱정했던 세원도 다소 안도했다.


“녀석들 참 잘 어울려 놀고 있네요.”

“그러게요. 둘 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에요.”


동완은 들고 있던 에코백에서 꾸러미를 하나 꺼냈다.


“어제 경황이 없으셔서 이거 놓고 가셨더라고요.”


어제 재원이네 집에서 동완이 세원에게 선물했던 물고기 모양의 목각이었다.


“어머, 참. 죄송해요. 귀한 선물 주셨는데, 깜빡 잊고 놓고 가 버렸네요.”

“하하, 아닙니다. 잊어버리실 수도 있죠, 뭐.”

“···”

“소희가 어린데도 목청이 아주 잘 트였더군요. 성악이나 창을 시켜도 되겠어요. 하하하”

“네? 아, 네에···”

“소희는 좀 말랐던데, 가리는 음식은 없나요?”

“마르긴 했는데, 가리는 건 없어요. 그냥 자기 먹을 양만 딱 먹고는 숫가락 놓는 스타일이에요.”

“우리 재원이는 식탐이 좀 있어서요···, 살도 통통해서 저희 끼리는 ‘젖살’이라고 표현하는데, 이제 초등학생이니 젖살은 절대 아닐 것 같고···, 슬슬 재원이 체중관리 좀 시켜야 할 것 같아요. 하하.”

“지금은 통통해도 괜찮아요. 초등 3,4학년 되면 키로 쑥 자랄거에요.”

“그럴까요···?”

“그럼요.”

“그럼 계속 먹여야겠네요. 이 녀석이 워낙 고기를 좋아해서···”

“맞아요. 재원이 고기 참 좋아하던데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제가 애 고기 하나도 못 사다 먹이는 아빠로 알겠어요. 하하하.”

“호호호.”


동완과 세원, 두 사람의 대화는 다시 예전처럼 스스럼 없어졌다.

세원은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동완도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다시 자연스러워진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세원은 동완의 발에 난 상처가 잘 나았는지는 묻지 않았다. 동완도 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금새 나았다는 말도, 좋은 약을 주어 고맙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멀리 운동장을 가로질러 아이들은 술래잡기를 하더니 이제는 모래사장에서 놀고 있었다.



“우리 아빠가 어제 우리집에서 있었던 일 너한테 물어보지 말래.”

“그래···?”

“물어보면 싫지?”

“괜찮아···” 소희는 열심히 두꺼비집을 만들며 대답했다.

“너 이상한 게 많은 거 같아. 머릿 속에 꿈도 심어 줄 수 있구, 소리 질러서 유리도 깨뜨릴 수 있구···”

“···”

“너, 사람 맞아?”

“아니···”

“그럼 모야···?”

“··· 마녀야.”


재원이는 놀라 갑자기 눈이 확 커졌다.


작가의말

선호작 등록과 추천은 글을 쓰는 저에게 큰 힘이 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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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재원의 정체 +4 18.07.27 116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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