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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님의 서재입니다.

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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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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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5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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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1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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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2쪽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DUMMY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내게 소식이 있다? 어디의 누구에게서 말이오?”


자신에게 소식이 있다는 말에 산둥 감찰 좌량옥은 의아한 얼굴로 되물었다.


그에게 소식을 보낼 이가, 그리고 간절히 소식이 오기를 기다리는 이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좌량옥이 생각하기에 그 소식이며 사람이 산둥 아문에 보낼 리는 만무했다.


그렇다면 다른 이가 연락을 보냈다는 말인데, 그럴 만한 사람이 도통 떠오르지 않으니 좌량옥은 이것이 혹여 조선에서 자신에게 무언가 신호를 보내는 것인기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


허나 곧이어 들려온 대답에 좌량옥은 다른 방향으로 의심을 향하게 되었다.


“심양에서 왔는데, 대군자가께서 황주라는 분을 대신하여 보내셨다고 합니다.”

“!?”


심양에서 연락이 오고 그게 조선의 대군이 보낸 것인데, 그 부탁하여 보낸 이가 제가 보낸 황주라는 말이 귀에 들어온 순간 좌량옥은 너무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


이어서 그의 머릿속에 여러 생각이 드니 가장 먼저 드는 것은 황주가 그를 등진 것인가 하는 의심이었다.


‘황주 이놈이 설마?’


의심이 마구마구 피어올랐지만 조선 사람을 앞에 두고 함부로 격분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좌량옥은 애써 참으며 바들거리는 입술을 어렵게 떼었다.


“무, 무슨 소식인지 말씀해 주시지요.”

“저는 잘 모릅니다. 서신이 도착하여 전하여 드릴 뿐이니 아문으로 직접 오셔서 받아 가시길 권하는 바입니다.”


아문 관리는 그렇게 말하고는 깜빡할 뻔했다는 얼굴로 말을 덧붙였다.


“참, 첨정께서 직접 전해주시고자 기다리고 계십니다.”

“!?”


산둥 아문 첨정 송시열이 서신을 건네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는 말에 좌량옥은 눈이 튀어나올 듯이 놀랐다.


품계로 따지면 첨정은 종4품에 불과하며, 지금은 유명무실하나 예전에 있던 관습을 생각하면 명나라에서 보기에는 코웃음이 나올 정도로 낮은 직책이다.


좌량옥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 만약 그가 청나라가 대두하기 전에 조선에 발걸음하였다면 조선의 종4품 따위, 이름을 기억하여 달라고 해도 어지간한 성의가 없으면 무례하다고 호통치며 물렸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음은 물론이고 산둥에 머무르며 이곳 권력구조가 어떻게 되는지 면밀하게 파악한 좌량옥은 할 수 있다면 자신의 왕작과 산둥 아문 첨정 자리를 바꾸고 싶을 정도로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좌량옥이 보기에 산둥 아문 첨정은 구색으로는 위에 여러 사람이 있다고 하나 사실상 산둥의 지배자, 과장 좀 보태면 산둥을 봉토로 받은 왕이나 다름이 없었다.


고작 개봉 하나, 그것도 직접 탈환해야 하는 좌양옥의 왕작에 비하면 너무나도 탐이 나는 자리라 할 수 있었다.


허니 좌량옥에게 있어서 지금 부름은 사실상 친왕의 부름 혹은 그렇게 미워하는 내각 대학사 겸 병부상서 양사창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이가 청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보통 이런 청함은 그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은 적이 없었다.


‘제길, 걸렸나?’


이번에는 황주의 배신이 아니라 그가 실수하여 조선에 잘못 걸린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좌량옥은 발뺌할까 생각했다.


황주라는 사람을 모른다고 주장함으로서 말이다.


하지만 이 생각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황주가 부관으로서 개봉 전투를 자신과 함께했음을 모르는 이는 남경에 없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본디 그러한 점도 고려하여 낮은 황주를 골랐음을 생각하면 이는 부질 없는 일이었다.


‘부디 등을 돌리는 일만은 아니 하였기를 내 간절히 바라마.’



***



배반하기 가장 어려워 돌아서기 사람을 골랐건만 한번 깃든 의심은 단단히 자리잡아서 좌량옥을 흔드니 그는 산둥 아문으로 향하는 내내 여러 가정을 머리에 그렸다.


그러나 정작 송시열을 만난 자리에서 들은 말은 그 어떤 가정에도 없던 말이었다.


“무슨 연유인지는 잘 모르나 심양에 계신 대군자가께서 사람을 하나 도왔다고 하시며 전갈을 보내셨습니다.”

“그, 그렇습니까?”

“낙오한 이들이 있다고 듣기는 했는데 설마하니 길을 잘못 들어서 심양까지 가다니,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변명 같지 않은 변명에 좌량옥은 제가 댄 것도 아닌데 괜스레 얼굴을 붉히게 되었다.


그런 좌량옥을 가만히 바라본 송시열은 미리 준비하여 둔 서신을 내밀었다.


“받으실 서신입니다. 내용은 모릅니다.”


그러나 부끄러움도 잠시, 제대로 밀봉된 서신을 받은 좌량옥은 한시라도 빨리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험험, 이 일 말고 별다른 일이 없다면 이만 돌아가도 되겠습니까? 이 황주라는 자는 제가 전부터 아끼던 자로 안 그래도 며칠이고 기다려도 소식이 오지 않아 걱정하던 참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짧은 대답과 함께 빙긋 웃으니 좌량옥은 마치 송시열에게 이런 말을 들은 기분이 들었다..


-네가 그렇다면 그렇다고 해주마. 다 알지만 말이다.


“크흠, 크흠.”


물론 송시열은 그런 말은 한마디도 입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러나 보면 볼수록 자꾸 그런 기분이 드니 좌량옥은 재빨리 자리를 떠나고자 약간의 결례를 범하기로 했다.


“안위가 궁금하나 이곳에서 보면 산둥 아문이며 조선에 괜한 오해를 살지도 모르니 가보겠습니다.”


말을 내고 허락을 받기도 전에 좌량옥이 몸을 일으키니 송시열은 순간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러나 이내에 표정을 푸니 송시열은 친절하게 말을 건넸다.


“살펴 가시지요. 오늘 감찰 일정은 오후로 잡도록 하겠습니다. 그전에 무언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사람을 보내든 찾아오시든 좋을 대로 하십쇼.”


송시열의 말에 좌량옥은 크게 안도하며 왔던 길을 돌아갔다.


그리고는 제가 빌리고 있는 거처에 든 그는 급하게 서신을 개봉하여 살폈는데, 모두 읽은 후에 남은 것은 후련함이나 기쁨 혹은 분노나 배신감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남은 것은 어리둥절함이었으니 특히나 황주가 서신 말미에 남긴 말이 특히나 그를 그렇게 했다.


[······하여 소인은 한발 앞서 남경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대인께서는 보중하시길 바라며 남경에서 뵙겠습니다.]



***



“허참.”


멀리 남경이 보이기 시작하니 황주는 저도 모르게 입맛을 다셨다.


“갈 때는 그 고생고생을 하고 시간도 아주 오래 걸렸거늘, 올 때는 이리도 편하며 빠르다니.”


조선에서 도움을 준다고 한 것이 거짓이 아니라고 하듯 황주는 갈 때에 비하면 대단히 빠르고 편하게 남경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 속도며 편함이 비교를 불허하니 황주는 그간 제가 했던 고생은 대체 무엇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도 잠시, 이제 나가서 만날 사람들이며 제가 해야 할 말들이 간단하지 않음을 기억한 황주는 떨리는 마음을 진정코자 가슴에 손을 올렸다.


‘후우.’


속으로 숨을 고른 황주는 결연한 얼굴로 곧 만날 사람의 이름을 입에 담았다.


“양사창 대인이라면 이걸 이해하여 주실 것이다.”


말은 그렇게 하였으나 정작 믿음은 들지 않으니 황주는 제 말이 참으로 공허하다고 느꼈다.


우습게도 이 공허함을 보충하는 경험은 심양에서 병부시랑 진신갑과 만났기 때문에 생긴 것이기도 했다.


자신이 아무리 머리를 굴리고 노력하여도 전혀 생각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는 경험은 여러모로 황주로 하여금 매사에 의구심을 품게 하기 충분했다.


‘그저 연만 이어둘 생각이었는데 말이야.’


좌량옥이 그에게 내린 명령이며 기대한 것은 사실상 딱 그 정도 수준이었다.


북경이 멀쩡하던 시절부터 충신으로 승장이라 할 수 있는 진신갑을 뒷배, 혹은 동료로 두어 양사창의 행동을 제약하는 것이면 충분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 정도로 판세를 뒤엎기란 무리지만 그래도 아주 불리한 처지나 불합리한 일을 당하지 않고 저항할 정도는 된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어째 생각 이상으로 성과를 거둘 수도 있는 길이 열린 듯싶었다.


‘잘될 거야.’



***



“좌량옥 그자가 미적거린다 싶었더니 심양까지 사람을 보냈었나?”


남경에 들어온 황주는 곧장 양사창을 찾아갔으니 좌량옥의 이름이 아닌 진신갑의 이름을 댄 덕분에 만남은 쉬이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행운은 거기까지였으니, 양사창이 황주를 바로 알아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래, 주어진 책무도 마다하고 심양까지 간 이유는 뭐지?”


이유를 물은 양사창은 대답을 바라지 않는다고 하듯 날카로운 시선으로 말을 이었다.


“아, 그렇군. 이제 왕작도 얻었겠다, 말이 좀 통할 사람들이며 급이 비슷한 이들에게 앞으로의 일에 조언을 얻고자 한 것인가? 아주 훌륭해.”


왕작을 받은 사람들이라면 응당 세 번국인 양나라와 순나라 그리고 대리국을 다스리는 이들을 칭함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그들을 두고 좌량옥과 급이 맞다고 하기에는 세 살배기 아이라고 한들 이상하게 여길 것이니 그들을 말하지 않음은 명백했다.


그렇다고 양사창이 하는 말을 황주가 알아듣지 못한 것은 아니니 조금 전에 심양에 대한 것을 맞추어보면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을 알아듣기란 어렵지 않았다.


지금 양사창은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가서 왕작을 받은 한인들, 이성왕들과 같이 되고 싶은 거냐고 묻고 있었다.


‘아예 낙인을 찍고 있구나.’


심지어 그 말에 확신이 있으니 황주는 여기서 말 한마디 잘못하면 고대로 목이 날아가는 것은 물론이고 그 죄목은 반역죄가 될 게 뻔히 보였다.


그렇게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니 황주는 바로 땅에 머리를 박으며 미리 들은 대로 입을 놀렸다.


“양 대인! 말씀하시는 것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감히 말하자면, 선후가 바뀌었다고 말씀을 올리고자 하니 부디 고정하시고 대명을 위하여 시랑 대인이 목숨을 걸고 행한 것을 살펴주십쇼!”

“······좌량옥이 아니라 진신갑이라고?”


미심쩍은 얼굴이나 당장에 사람을 불러서 끌어낼 마음은 사라진 양사창의 물음에 황주는 곧장 말을 이었다.


“그러합니다! 산둥 감찰로 간 소인이며 좌량옥 대인이 무엇을 하러 심양에 관심을 두겠습니까? 그러나 그럴 수밖에 없음은 진 대인께서 반드시 남경에 전해야 할 일이 생겼기 때문이니, 이를 위해 소인은 오해와 위험을 무릅쓰고 산둥을 떠나 조선 그리고 심양으로 갔습니다!”

“허면 조선에서는 몰랐다는 이야기냐? 그건 이상하구나.”


이상하다고 한 양사창은 서늘한 눈빛으로 물었다.


“네놈이 이곳에 온 방법은 내 듣기로 제물포에서 오는 배를 탄 것이라고 하였다. 한 번이라면 운이 좋다고 치부하겠지. 허나 그 조선이 두 번이나 네놈이 몰래 지나가는 걸 몰랐다고? 그렇다면 너는 실로 좌량옥 그자보다 재주가 있다고 하겠다.”


좌량옥이며 산둥 감찰에 포함된 이들은 잘 몰랐지만 양사창을 비롯한 몇몇은 알고 있었다.


산둥을 통제하는 조선의 방식은 일견 자유로운 듯 하나 사실은 대단히 촘촘하여 놓침이 없다는 걸 말이다.


그걸 벗어났다면 조선이 녹슬었거나 황주에게 말이든 술수든 대단한 재주가 있다고 할 수 있었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처음에는 아니나 나중에는 조선에서 알고 불쌍히 여겨 손을 빌려주었습니다.”

“불쌍히 여겼다고? 너를 말이냐?”

“제가 무어라고 조선에서 신경을 써주겠습니까? 제가 아니라 시랑 대인을 안타깝게 여기신 것이니, 그들이 이르길 시랑 대인은 실로 충성스러운 사람이라 기회 한번 없이 역신으로 불리는 일은 가당치 않다고 하였나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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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4 583화 말의 무게 +1 24.05.18 95 15 12쪽
583 582화 의무는 누구의 것인가 +1 24.05.17 94 13 12쪽
582 581화 본으로 삼을 나라 +4 24.05.16 94 15 12쪽
581 580화 너무나 큰 승리 +3 24.05.15 98 16 12쪽
580 579화 수적질 +2 24.05.14 92 13 13쪽
579 578화 모두가 거래한다 +2 24.05.13 103 13 12쪽
578 577화 감춰진 칼 +3 24.05.12 97 15 12쪽
» 576화 순서가 바뀌면 이야기가 바뀐다 +3 24.05.11 105 16 12쪽
576 575화 필요에 의한 존재 +2 24.05.10 95 12 14쪽
575 574화 아직 돌아갈 수 없는 사람 +2 24.05.09 98 16 13쪽
574 573화 사람은 언제고 떠나야 한다 +3 24.05.08 104 13 13쪽
573 572화 움직이기 위한 조건 +2 24.05.07 112 14 12쪽
572 571화 부르지 않는 호칭 +1 24.05.06 109 13 12쪽
571 570화 화를 부르는 선의 +3 24.05.05 104 14 13쪽
570 569화 사소함에 숨겨진 진실 +1 24.05.04 108 14 13쪽
569 568화 가운데 나라 +5 24.05.03 110 14 15쪽
568 567화 성공은 열기를 지핀다 +4 24.05.02 114 15 13쪽
567 566화 잡을 수 없는 기회 +4 24.04.28 124 16 13쪽
566 565화 갖다 붙이기 +2 24.04.27 120 15 11쪽
565 564화 배움의 완성 +3 24.04.26 125 14 12쪽
564 563화 누구나 가진 것은 +1 24.04.25 119 16 12쪽
563 562화 외지 +3 24.04.24 117 11 12쪽
562 561화 말이 품은 가치 +2 24.04.23 126 12 12쪽
561 560화 달콤한 독 +3 24.04.21 119 12 12쪽
560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1 24.04.20 122 14 12쪽
559 558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5 24.04.19 121 14 11쪽
558 557화 번왕의 조건 +3 24.04.18 136 14 12쪽
557 556화 죽은 말 +2 24.04.17 137 14 13쪽
556 555화 없으면 만든다 +1 24.04.16 126 14 13쪽
555 554화 경쟁은 예정을 뒤튼다 +1 24.04.15 135 1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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