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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치지 못한 왕은 주나라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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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시계
작품등록일 :
2022.10.28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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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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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화 갖다 붙이기

DUMMY

565화 갖다 붙이기


권유를 가장한 강제.


이것이 산둥 감찰을 보는 유구국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하지만 그래서 그것이 정말 나쁘고 꺼려지는 것인가 하면 적어도 유구국 왕제 쇼시쓰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유구국에서 살던 시절부터 심양에 와서 지내던 나날을 돌이켜 보면 쇼시쓰는 항상 끌려다니기 일쑤였다.


유구국에서는 사츠마는 물론이고 그들을 추종하는 이들의 눈치를 살펴야 했다.


또한 그의 형인 유구국 국왕 쇼켄이 가라고 하여 말하니 따를 수밖에 없는 처지기도 했다.


물론 후자의 경우는 그래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며 작은 서운함이 있다 뿐이다.


그러나 그가 다른 사람의 뜻대로 휘둘렸다는 건 변함이 없으니 쇼시쓰가 바란 나날은 아니었다.


이후 심양에 와서도 그의 생활은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청나라가 바라는 대로 움직이고 때로는 심복을 자처하는 기소가 말하는 대로 움직인다.


그러니 심양에서 지내던 나날도 쇼시쓰는 여전히 끌려다니는 인생이었다.


이렇듯 그저 바람에 흔들리는 쪽배처럼 주위 사람이며 환경에 흔들린 쇼시쓰였지만 그에게도 가슴에 남은 강렬한 기억이 하나 있으니, 그건 바로 조선에서 온 사람들이 순치제 아이신기오로 푸린이 황위를 이어받을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 그는 어린 마음에 번국은 그저 다 같다고 여겼다.


하여 조선은 되고 유구국은 되지 못하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부러워하며 질투한 바가 있었다.


물론 이제는 세월을 보내며 배운 것이 있으니 그렇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어린 시절의 강렬함은 마음속 깊이 남아서 그를 움직이게 하니 쇼시쓰는 언제고 조선과 같이 되기를 바랐다.


그리고 지금, 산둥 감찰이라는 일은 쇼시쓰가 보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다.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움직이고 조선이 품은 비밀을 알기에 아주 좋은 기회 말이다.


“기소.”

“예, 저하.”


나직하지만 열기가 담긴 부름에 기소는 떨떠름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러나 쇼시쓰는 그런 것에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우리가 무얼 보고 무얼 배울 수 있다고 보시오?”

“······모르겠습니다.”


떨떠름함과 별개로 이 대답은 기소 나름대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한 대답이었다.


산둥 감찰하며 볼 것이야 그저 남들이 기 싸움 하는 일이 다며 배울 것이 있다면 조선이 보이는 처신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 기소였다.


그런 것은 누구에게 더 배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그는 슬쩍 주변을 살피더니 나름대로 충고할 생각으로 말을 이었다.


“저하, 송구하나 저는 지금 이 일을 솔직히 좋다고 보지 않습니다.”

“아, 어려운 일이고 자칫하면 덤터기 쓰기 좋다는 건 나도 압니다.”

기소가 이르는 말에 쇼시쓰가 곧장 대답하고는 눈을 반짝였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라, 이 일을 잘 이용하면 이제 유구라는 이름도 천하 경쟁에 한몫할 수 있지 않겠소이까.”

“천하 경쟁이라니, 유구국에게는 너무나도 버겁고 두려운 말입니다.”


사츠마 하나 감당하지 못하고 빌빌대던 조국을 기억하는 기소다.


전에는 사츠마에, 지금은 청나라에 줄을 대고자 하는 점에서 알 수 있듯 기소는 자국에 대한 기대치가 거의 바닥을 기다시피 했다.


어느 의미 바닥을 뚫고 들어가지 않는 게 용할 지경이니, 그로서는 유구국이 명나라와 청나라가 다투는 자리에서 무언가 할 수 있다고 여기지 않았다.


물론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나, 그래도 지금 유구국에서 청나라 수군이 오가는 일을 돕는 정도가 최선이라고 여겼다.


‘때로는 옆에 있다는 게 죄거늘, 왕제께서는 아직 철이 없으시구나.’


재수 없는 놈 옆에 있으면 된서리를 맞는다는 걸 잘 아는 기소는 쇼시쓰가 부디 마음을 바꾸어 먹고 이 일에 대충 소극적으로 어울리며 장식처럼 지내다가 끝내기를 바랐다.


허나 쇼시쓰는 그럴 마음이 조금도 없었으니, 마침 다가오는 이에게 인사하는 것부터 그런 기색이 역력했다.


“아, 쵸소카베 장군이 아니시오. 무언가 사전에 논할 것이 있소이까?”

“흠흠, 말씀은 감사하나 저는 아직 시마라는 성으로 불림이 마땅합니다.”


말을 몰아서 다가온 청나라 버일러이자 시마가 가주 요스케는 쇼시쓰가 건넨 인사에 입꼬리가 자꾸 올라가는 걸 애써 달래며 말을 이었다.


“다만 말씀하신 것 가운데 후자는 옳으니, 슬슬 조선에서 세운 산둥 아문이라는 곳에 도착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더군요.”


이는 쇼시쓰도 이미 들은 바가 있는 말이었다.


당연한 말을 굳이 한다고 함은 이어질 말이 당연하지 않음을 시사하니 쇼시쓰는 기대를 담아서 요스케의 말을 기다렸다.


그 시선에 응하듯 요스케가 이어서 한 말은 그를 실망케 하지 않았다.


“들으니 명나라도 맞추어서 도착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오면 청나라 사람이라 할 저며 다른 사람들은 사사건건 신경전을 벌이며 살피는 일이며 돌아다니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말인데, 왕제 전하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내게 무슨 힘이 있다고 그러시오?”


쇼시쓰의 말은 진심이었다.


하지만 말과 별개로 기대는 하였으니 요스케와 같이 외부에서 와서 청나라에 정착한 경우라면 자신에게도 타산지석으로 삼을 만한 일이 있을지 모른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왕제 저하께서는 왕제 저하만의 장점이 있으십니다.”


간단한 요스케의 말 앞에는 생략된 것이 있었다.


‘직접 용력을 쓰는 일이며 권세 부리는 일이라면 나도 당신에게 말하진 않았겠지.’


드러내어 말하진 않았으나 요스케도 이제는 청나라 실세에 가까우니 그만한 이유가 있다면 당연히 정친왕 아이신기오로 지르가랑이든 아니면 정반대 파벌이라 할 예친왕 아이신기오로 도르곤이든 만날 수 있는 위치였다.


그러니 정말 용력이나 권세 혹은 금력이 필요한 일이었다면 쇼시쓰는 만나서 도움을 청할 순위에서 한참 아래였다.


어지간하면 거기까지 갈 일이 없고, 간다면 정말 온갖 곳에서 끌어모아야 하는 상황이거나 그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고 보아도 무방했다.


그 정도로 쇼시쓰는 요스케가 보기에 솔직히, 정말 예의며 배려를 배제하고 생각하면 대단치 않았다.


허나 언제나 그렇듯 상황에 따라 사람의 가치는 일변하는 법.


지금 요스케가 보기에 산둥에서 가장 쓸모 있고 도움이 되는 사람은 쇼시쓰였다.


“유구국은 제가 듣기로 조선과 마찬가지로 명나라와 친밀하였던 번국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랬지요.”


선선히 대답하나 그 내심은 조금 달랐는데, 번국을 칭하여 딱히 얻은 것이 무엇이 있었나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론 유구국 역시 조공을 통하여 얻은 이득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리저리 휘둘린 시절을 겪은 쇼시쓰에게 있어서 명나라는 그저 거짓으로 덕을 베푸는 척하는 졸부 같은 나라에 불과했다.


“허면 명나라에서도 전에 있던 인연을 생각하여 어지간하면 말로 통하고자 할 것입니다.”

“그것은 명나라에서 오는 사람의 품성에 달린 문제에 가깝습니다.”


쇼시쓰가 하는 말에 요스케는 이해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그것이 가장 큰 문제일 겁니다. 하지만 그래도 제가 나서서 하는 것보다는 덜하지 않겠습니까.”

“그렇긴 하겠지요.”


천천히 수긍하는 말을 한 쇼시쓰는 문득 이 일에 주도권이 자신에게 어느 정도 있음을 깨달았다.


‘나도 무언가를 정할 수 있다. 정할 수 있어!’


그것을 깨달은 순간 가슴 깊은 곳에서 욕망이 크게 솟아오르니 쇼시쓰는 그걸 가리려고 부던히 애쓰며 물었다.


“바라시는 건 알겠습니다. 쵸소카베 장군이 아니라 제가 주도하여 감찰을 하되, 그 일을 그대가 바라는 쪽으로 하여주길 원하는 거지요?”

“흠흠, 아직은 시마입니다.”


기분이 좋은 걸 숨기느라 급급하며 대답한 요스케는 깊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바라는 것은 그저 산둥 구석구석을 살피는 일이면 족합니다. 남은 것은 왕제 저하 뜻대로 하시면 됩니다.”


공손하게 하는 대답에는 지극히 단순한 조건이 담겨 있으니 쇼시쓰는 마음이 크게 동하는 걸 느꼈다.


“저하.”


그런 쇼시쓰를 나직이 부르는 소리가 있으니 그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기소였다.


“말씀하시오.”

“······우리 유구국은 청나라에 친하게 지내며 번국이 되었다고 하나 청나라 사람이 아닙니다. 그리고 산둥은 청나라 땅이니 저하께서 나서시는 건 예에 어긋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에둘러 하지 말 것을 권하자 쇼시쓰는 잠시 생각하더니 요스케를 보면서 물었다.


“이 일을 받아들이면 우리에게 무엇을 줄 수 있소?”

“무엇을 바라십니까?”


줄 것을 물으니 마치 무엇이든 줄 수 있다고 대답한 요스케는 슬쩍 말을 덧붙였다.


“아쉽게도 재물이며 권세며 저는 대단하지 못한 자입니다. 그렇지만 여러 높으신 분께서 부족한 저를 좋게 보시니 그것으로 갚아드릴 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개라. 만나고자 하면 나도 못 만날 사람이 없는데.”


쇼시쓰가 하는 말은 틀리지 않았으나 요스케도 그 정도는 알았다.


“물론 왕제 저하께서는 귀한 분이니 마땅히 저보다 더한 연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심양에서 멀리 계신 분이나 심양에서도 가장 비처에 있고 만날 이유가 없는 분이라면 어떻습니까?”

“호오.”


요스케가 가리키는 것이 전자는 정친왕 지르가랑이고 후자는 정비 도쿠가와 오키코임이 명백했다.


쇼시쓰 역시 그 정도는 알아들었으니 이만하면 쓸만하다고 여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일이나 되었습니다. 내가 그렇게 연을 이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나중에 그대도 내가 곤란할 때 작은 도움을 주면 족합니다.”


그러나 나온 대답은 어느 쪽도 고르지 않는 대답이었으니 요스케는 묘한 얼굴로 쇼시쓰를 살폈다.


‘빚으로 두겠다?’


썩 달가운 결론은 아니었으니 요스케는 조심스럽게 조건을 달았다.


“송구하나 이런 것을 제하고는 보답이 어려울 것입니다.”

“나도 다른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소이다. 하지만 당장은 정하고 싶지 않으니, 그러한 연이 나중에 필요하다면 청하고자 합니다.”


쇼시쓰가 하는 말에 요스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좁혔다.


이는 다시 말해 나중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한번은 소개를 위해 움직여야 할지도 모르는 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는 당신이 좋습니다.”

“······예?”


그렇게 고민하던 요스케의 귀에 생각지 못한 고백이 들려오니 그는 크게 당황하여 몸을 뒤로 물렸다.


그 모습에 쇼시쓰는 손을 내저으며 말을 보탰다.


“사랑한다는 그런 말이 아닙니다. 들으니 장군은 일본을 떠나 밑바닥에서 시작하여 성공하였지 않습니까. 나는 당신을 보면 유구국도 그렇게 될 수 있겠다고 희망을 얻습니다.”

“하하, 과한 말씀입니다.”


요스케가 슬쩍 빼는 말을 입에 담았으나 쇼시쓰는 쉬이 물러나지 않았다.


“과하다니요. 누가 용병으로 바다를 건너고 공훈을 세울 생각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인정받은 끝에 황제의 충신이 되다니요. 이만하면 참으로 대단하다고 하겠습니다.”


쇼시쓰는 이렇게 말한 후에 한층 더 말했다.


“그러니 그대를 존경하고 배우고자 하니, 부디 이번 연을 소개 한 번으로 끝나지 않게 해주시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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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0 569화 사소함에 숨겨진 진실 +1 24.05.04 103 14 13쪽
569 568화 가운데 나라 +5 24.05.03 105 14 15쪽
568 567화 성공은 열기를 지핀다 +4 24.05.02 108 15 13쪽
567 566화 잡을 수 없는 기회 +4 24.04.28 119 16 13쪽
» 565화 갖다 붙이기 +2 24.04.27 116 15 11쪽
565 564화 배움의 완성 +3 24.04.26 119 14 12쪽
564 563화 누구나 가진 것은 +1 24.04.25 116 16 12쪽
563 562화 외지 +3 24.04.24 107 11 12쪽
562 561화 말이 품은 가치 +2 24.04.23 120 12 12쪽
561 560화 달콤한 독 +3 24.04.21 115 12 12쪽
560 559화 한번 엮인 인연은 끊기 어렵다 +1 24.04.20 117 14 12쪽
559 558화 누구나 자신이 옳다고 말한다 +5 24.04.19 116 14 11쪽
558 557화 번왕의 조건 +3 24.04.18 133 14 12쪽
557 556화 죽은 말 +2 24.04.17 130 14 13쪽
556 555화 없으면 만든다 +1 24.04.16 121 14 13쪽
555 554화 경쟁은 예정을 뒤튼다 +1 24.04.15 129 14 12쪽
554 553화 선택할 자유 +2 24.04.14 119 14 12쪽
553 552화 진위는 때때로 필요에 따라 정해진다 +2 24.04.13 125 12 13쪽
552 551화 사성 +2 24.04.12 122 15 13쪽
551 550화 무엇을 잇고자 하는가 +1 24.04.11 119 13 12쪽
550 549화 그들은 가지고 있다 +2 24.04.10 127 15 14쪽
549 548화 사람을 보는 순서 +1 24.04.09 132 16 13쪽
548 547화 알아서 골치 아픈 일 +3 24.04.08 126 15 11쪽
547 546화 부탁하는 방식은 가지가지다 +2 24.04.07 126 13 12쪽
546 545화 끝없는 궁리 +1 24.04.06 136 14 13쪽
545 544화 족적을 남기는 것은 대의만이 아니다 +2 24.04.05 138 13 14쪽
544 543화 꾸며낸 형상 +2 24.04.04 127 13 12쪽
543 542화 후일을 준비하는 사람들 +3 24.04.03 128 14 11쪽
542 541화 원로 +1 24.04.02 132 14 12쪽
541 540화 세 경쟁자 +2 24.04.01 140 1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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