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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냐무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배신자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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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두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0
최근연재일 :
2021.08.14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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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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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900

작성
21.08.06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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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2쪽

마탑

DUMMY

19



"돌아가라."


"아버지, 재고해 주십시오."


"돌아가라 했다."


"아버지!"


볼란드는 목에 핏대를 세운 채 말했다.


울려 퍼지는 격양된 목소리가 고조된 분위기에 박차를 가하는 신호탄이었다.


"고위 마법사가 검사 행세를 할 때 충분히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무투 대회에 참가한다는 마법사가 스태프도 안 들고 와?"


"애초에 이런 대회에서 4서클 마법사라뇨! 그걸 누가 예측이나 했겠습니까? 저도! 아버지도! 백작도! 그곳에 있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누가 너한테 고위 마법사를 이기는 것을 바랬나? 전투에 임하는 태도부터 탈락이다."


"그렇다고 국대전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 말도 안 됩니다. 과한 치사입니다! 제국 아카데미 입학도 할 수 없다는 게 말이 됩니까!"


"그만 나가라. 볼란드."


"제가 국대전 참여를 위해서!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서 그간 피나는 노력을 했습니다! 아버지께서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만 가라고 했다."


"평생을, 모두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평생을 희생해왔습니다. 아무리 백작님이라도 제게 이러실 수는 없습니다. 제가 백작님께 잘 말씀─"


"닥쳐라!"


"아버지!"


"닥치라고 했다 볼란드─!"


"······."


"이미 내가···."


"······."


"내가 다 한 말이란 말이다···."


목적어가 생략된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볼란드는 그저 방에서 나올 수밖에 없었다.


"미안하다."


그리고 들을 수 있었다. 굳게 닫힌 방 안으로 조용하게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쾅─!


"벌레 새끼가······. 으아아─!"


쾅─! 쾅─!


용서할 수 없었다.


어릴 적부터 꿈꿔왔던 목표마저 빼앗아버린 마법사를.


'죽일 거다. 반드시 죽일 거야.'


그렇기 위해선 힘이 필요했다.


약육강식.


그것은 대륙의 근간이었으니까.


'국대전? 제국 아카데미? 다 필요 없다.'


스스로의 힘으로 쟁취할 거라 다짐하는 볼란드.


'절대로, 절대로 용서할 수 없다.'


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 불타고 있었다.



***



[ 그랑데시아 포션을 복용했습니다. ]


[ 마력 능력치가 2 상승했습니다. ]

[ 마력 능력치가 2 추가로 상승했습니다. ]


[ 마력량 124/124 ]


"쓰군."


그랑데시아로 만든 포션의 감평이었다. 동시에, 백유현은 자신의 몸에서 마력이 차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버러지. 이곳에서 신분을 만든다는 것이냐?


"네. 마탑에 일원이 되는 것만큼 확실한 신분은 얻기 힘드니까요."


워프를 타고 린델에 도착한 백유현은 곧장 마탑으로 향했다.


린델은 대도시답게 넓었지만, 마탑을 찾는 것은 딱히 어렵지 않았다.


멀리서 보더라도 '여기가 마법의 탑입니다!'라고 외치는 듯하게 생긴 건물이었으니까.


"줄을 서시오, 줄을!"


'여긴가?'


백유현은 마탑 주위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구름과 같은 많은 인파가 모여있었고, 백유현은 직감적으로 이곳이 마탑의 일원이 될 수 있는 일종의 시험을 보는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커뮤니티."


백유현은 곧장 커뮤니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줄이 길어서 꽤 오래 걸릴 듯싶었으니까.


[ 20년 차 플레이어들을 위한 스킬 티어 정리 (37,687) ]


[ 다시 보는 마력과 민첩의 중요성 (1,838) ]


[ 탑 좋은 퀘스트 고르는 꿀팁 총정리 (98,231) ]


[ 최근 정령석을 비롯해 가격이 급등하는 물품들과 그 이유에 대한 고찰 (3,821) ]


[ 흑사자 길드 평판 괜찮은가요? (1,094) ]


[ C급 스킬북 얻었는데 이거 좋은 건가요? (100,613) ]


"검색, 헤일로 미궁."


[ 아르티아 역사로 예측하는 헤일로 미궁의 모습 (64) ]


[ 헤일로 미궁 관련된 가능성 높은 추리 (2,492) ]


[ 헤일로 미궁은 님들이 생각하는 그런 미궁이 아닐 듯? (11) ]


검색 결과는 생각보다 많았고, 백유현은 가장 댓글이 많은 게시글을 확인했다.


[ 헤일로 미궁 관련된 가능성 높은 추리 (2,492) ]


작성자 : 좀비머쉬룸


다들 어제 오후쯤에 떠오른 월드 메시지는 봤을 거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유니크 클래스로 전직했다는 메시지.


즉시 커뮤니티에서는 유니크 클래스 전직자가 누구인지 한창 토론을 했고, 가장 신빙성 높은 게 이거임.


다들 아래 사진 봐라.


「 8560위 고인물

( 3층, 2100 포인트 < 지구, 20년차 > 」


랭킹 8560위, 2100 포인트.


여기까진 이상한 게 없지.


근데, 탑 몇 층인지 보이냐? 3층인데 업적이 2,100점이다.


시발.


게다가 20년차, 즉 며칠 전에 튜토리얼을 끝낸 사람이라는 거임.


정황상. 아니, 확정이지.

고인물이라는 플레이어가 탑 2층에서 헤일로 미궁을 돌파했고, 보상으로 유니크 클래스로 전직한 거 같음.


이게 아니라면 말이 안 되는 사간 차이임.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유력한 사람은 고인물임. 본인 등판하지 않는 이상 굳혀지는 사실이지.


그렇다면 고인물에대해 떠돌아다니는 루머는 뭘까?

커뮤니티를 다 뒤져보면서 그나마 목격자가 많고, 자주 거론되는 것만 모아봤음.


1. 튜토리얼에서 250만 포인트를 달성했다.


2. 대한민국 사람이며 화랑 아카데미를 다녔다. 그 평가 테스트에서 오브를 사용했고, 4서클 마법 라이트닝을 사용했다.


3. 마력 계열 판단 수정에서 황금빛이 나옴. 대마법사의 재능을 지녔다고 함.


추리면 이 정도인데, 말도 안 되는 것 앎. 뜬소문이니까 참고하라고.



─ 운빨 진짜 씨발이네. 솔직히 존나 부럽다. 인생 역전했네.


┖ 당연한 거 아님? 근데 너는 운도 없고 실력도 없잖아 ㅋㅋ


─ 와 유니크 클래스 미쳤네. 그걸 또 안 팔고 사용하는 것도 나같이 평범한 사람은 이해가 안 된다.


┖ 상식적으로 그걸 어떻게 파냐? 팔려고 보여주는 순간 암살당할 텐데?


┖ 만약 판다면 얼마일까?


┖ 부르는 게 값이겠지. 유니크 아이템도 수억 코인 하는 마당에 전직서면 감도 안 잡힌다야.


┖ 경매장에 올라온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수십억은 충분히 넘을 거라고 봐.


┖ 수십억 코인이면 ㅅㅂ 영지 하나 사서 귀족 라이프 씹가능 아니냐?


┖ ㅂㅅ.


─ 저건 진짜 회귀한 수준 아니냐? 아니면 말이 됨?


┖ 니 능지 수준이 더 말이 안 됨. 회귀는 무슨, 그냥 천재인 거겠지. 서도준이랑 알렉스 테건을 봐라.


┖ 걔들도 초반에 이 정도는 아니었잖아. 넘사벽임 그냥.


┖ 저건 천재라고 해서 납득할 수있는 수준이 아님. 250만 포인트? ㅇㅋ 납득.

근데 시발, 오브는 아니지. 말이 되려면 S급 히든 퀘스트를 깨서 대마법사의 영혼이 깃들었다? 그러면 인정.


─ 고인물님. 분명히 이 글을 보고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마탑 은행 계좌 352 0337 5663 632. 저는 하루하루가 먹기 힘듭니다. 마나가 역류하는 병에 걸렸기 때문입니다. 저도 한때는 검으로 세상을 지키는 사람이 되고 싶었지만, 거대 길드에게 사기를 당해······.


─ 근데 얘 왜 아직도 3층이냐?


┖ ㅋㅋ 니가 뭔데?


게시글의 댓글은 내려도 내려도 끝이 없었고, 고인물에 관한 게시글 아직도 활발하게 올라오는 상태였다.


그렇게 커뮤니티의 다른 글을 읽어 내려가고 있을 때, 앞에서 한 여자아이가 말을 건네왔다.


"너는 긴장이 안 되는 거야? 신기하네."


"?"


"오늘 결과에 따라 너의 인생이 뒤집어질 수도 있는데 말이야. 다들 긴장한 기색으로 역력한데, 그쪽만 평온한 게 신기해서."


백유현은 그제야 커뮤니티에서 눈을 떼고 주위를 둘러봤다. 10대 아이들이 주를 이뤘고 확실히 다들 긴장한 것을 넘어서, 간절하기까지 한 모습이었다.


"너는 어느 지방에서 왔어?"


"···세르딘."


"세르딘? 세르딘이라면··· 아! 그 북부 지방? 엄청 먼 곳 아니야? 완전 촌동네라고 알고 있는데, 맞아? 그런 곳에서 산다면 당연히 돈이 많을 리는 없으니 워프를 탈 수는 없었겠고. 마차를 타고 왔다 하더라도 몇 달이 걸렸을 텐데··· 남자의 로망 같은 건가?"


"···그래."


돈 많아서 워프타고 왔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기에, 그저 수긍하기만 했다. 별로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귀찮게 굴 게 뻔했으니까.


"내 이름은 셀리나라고 해. 너는 이름이 뭐야?"


"백유현."


"백유현···? 너, 말로만 듣던 이방인이구나! 무림인이야? 아니면 지구인?"


"지구인."


"지구라는 곳은 어떤 곳이야? 진짜 마법이 없었어? 탑도? 몬스터도? 듣기에는 과학이라는 것으로 문명을 발전시켜왔다던데, 사실이야?"


"······."


"처음 대륙으로 전송됐을 때, 기분이 어땠어?"


"······."


"너는 꿈이 뭐야? 취미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는 백유현이였지만, 그런 반응이 마음에 든다는 듯 셀리나는 온갖 질문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야, 저기 봐 봐."


셀리나의 손이 향한 곳은 맨 앞에 후줄근한 옷을 입고 있는 나이 든 남성이었다.


"아는 사람이 그러는데, 이곳에서 나이가 많아 보이는 사람은 모두 이룰 수 없는 꿈을 망상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랬어, 참 멍청해 보이지 않니?"


백유현은 여전히 답이 없었고, 그 반응에 약간의 오기가 생긴 셀리나는 백유현에게 다시 한 번 말을 걸었다.


"···야, 가까이 와 봐."


"?"


"가까이 와보라고. 더 가까이."


백유현이 셀리나에게 가까이 갔다. 정확히는 셀리나가 백유현에게 다가왔다.


"이거 비밀인데, 나 사실 마법사다?"


셀리나는 두르고 있는 망토로 주변의 시야를 차단했고, 한 손으로 작은 불꽃을 피어 올렸다.


화륵─!


"······."


"······? 반응이 왜 그래? 마법사, 마법사라고."


백유현은 셀리나가 왜 이런 반응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줄을 선 사람은 모두 3서클 이상의 마법사일 텐데, 저런 기본적인 마법으로 득의양양하는 거지?


'내가 모르는 조건이라도 있나?'


의심이 들었다. 확실히 이상했다.


세계관을 창조한 백유현이었지만, 진짜 현실이 된 대륙에는 모르는 것이 훨씬 더 많았기에.


"다음! 얼른 나오시오! 우물쭈물 대지 말고!"


어느덧, 감독이 셀리나의 차례를 가리켰다.


셀리나는 그제서야 '앗차차!'하며 피어오르던 불꽃을 끄고, 단상 앞으로 올라갔다.


"잘 보라고. 이 누님의 위대함을."


셀리나는 자신감이 가득 찬 발걸음으로 나아갔고, 거대한 수정 위로 손을 얹었다.


웅─


그러자 수정이 마력 반응을 일으켰다. 그 마력 반응은 작은 소음을 동반하며 파동을 일었다.


"···마력 친화도 C 등급! 축하하네!"


작은 소음을 동반하는 마력 파동이었지만, 주위의 반응은 백유현이 예상하던 반응과 많이 달랐다.


"C, C급이라고?"


"쟤는 앞으로 먹고 살 걱정 없겠네. 진짜 부럽다, 시발."


"와···. 수정 울리는 것 보소."


"빌어먹을 더러운 세상. 누구는··· 캭, 퉤!"


'···?'


주변의 반응은 뭔가 심상치 않았다. 셀리나는 내 쪽으로 되돌아오며 '봤냐? 내가 이 정도야'라는 듯, 의기양양한 걸음으로 다가왔다.


"다음 나오시오!"


백유현은 이런 상황에 의구심이 들었지만, 의심을 풀어낼 시간도 없이 감독은 백유현을 지목했다. 그렇게 앞으로 나왔고, 거대한 바위에 손을 올렸다.


그때였다.


우우우우웅─!


방금 전과는 궤를 달리하는, 아니. 차원이 다른 수정의 울림.


그 강대한 파동에 일대가 진동하고, 흔들렸다.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뭐, 뭐야?"


"지, 지진이오! 다들 도망치시오!"


"꺄아악─!"


"밀지마! 밀지말라고 시발롬들아!"


"일단 저기로 도망쳐요!"


우우웅─! 우우웅─! 우우웅─!


"야! 얼른 안 도망가고 뭐해!"


"수정을 봐봐."


"수정? 설마, 수정 반응이야?"


"뭐?"


"······?"


시간이 흐르자, 사람들의 반응은 믿을 수 없다로 귀결된 상태였다.

감독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력 감응도··· A급?"


주변은 난장판이었지만, 백유현이 느끼는 혼란은 궤를 달리했다.


거대한 혼란이, 똬리를 틀었다.


뭔가, 많이 잘못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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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메를린 카스트로 +4 21.08.10 494 29 14쪽
21 월드 퀘스트 +5 21.08.09 560 36 16쪽
20 전격 계열 +13 21.08.07 640 41 11쪽
» 마탑 +10 21.08.06 676 46 12쪽
18 국대전 +9 21.08.05 749 43 12쪽
17 파이어볼? +4 21.08.04 822 49 13쪽
16 그랑데시아 +12 21.08.03 872 46 12쪽
15 아르펜 폰 그레이스 +4 21.08.02 891 54 12쪽
14 경매 +4 21.08.01 895 58 15쪽
13 전생자 코스프레 +6 21.07.31 940 54 17쪽
12 선술집 +1 21.07.30 1,029 62 12쪽
11 천재 코스프레 +1 21.07.29 1,157 73 13쪽
10 발렌시아 폰 그레이스 +3 21.07.28 1,272 79 14쪽
9 천마 +3 21.07.27 1,335 96 13쪽
8 회귀자를 다루는 법 +14 21.07.26 1,586 114 11쪽
7 평가 테스트 +1 21.07.26 1,561 90 11쪽
6 마법사가 되기 위한 조건 +5 21.07.26 1,549 84 12쪽
5 훈련소 +1 21.07.26 1,594 80 13쪽
4 오브 +3 21.07.26 1,756 98 12쪽
3 회귀 +5 21.07.26 2,071 207 10쪽
2 일회용 마법사 +10 21.07.26 3,108 236 11쪽
1 게임 속 빌런으로 살아남는 법 +9 21.07.26 3,968 289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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