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끼냐무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배신자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싯두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0
최근연재일 :
2021.08.14 14:32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0,458
추천수 :
2,019
글자수 :
129,900

작성
21.07.26 10:07
조회
1,549
추천
84
글자
12쪽

마법사가 되기 위한 조건

DUMMY

“마법사가 되기 위해선 마력을 느낄 수 있어야 해."


검은 머리와 잘 어울리는 하얀색 블라우스.

그 위에 상앗빛 카디건을 걸친 화랑 훈련소 교수.


"마력 없이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던데 꼭 필요합니까?"

"스킬을 사용하는 행위에는 항상 대가가 따르기 마련. 마력이 없거나 느끼지 못할 때에는 활력이 대신 소모돼. 매우 비효율적이고, 그러한 스킬 발현은 한계가 명확하지."


그녀는 작은 강의실에서 신규 플레이어들의 질문을 받는 중이었다.


"그럼 질문은 여기까지.”


폭포수처럼 밀려오는 질문이 귀찮은 듯한 여자.

그녀가 모두의 눈빛을 뒤로하며 물건 하나를 꺼냈다.


"이 모자는 마력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티팩트야."


고동색 빛을 머금은 낡은 모자.

특이한 점이라면 모자 꼭대기에 작은 구슬 하나가 달려있다는 것이었다.


"간단해. 한 명씩 나와서 모자를 쓰고 마력을 느끼면 돼. 제한 시간은 5분. 만약 실패한다면 다시는 내 수업을 들을 수 없어."


말이 끝나자, 좁은 강의실에 당황한 음성이 울려 퍼졌다.


“저기요! 너무한 거 아닙니까?"

“마력도 못 느끼면서 수업을 듣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꼬우면 나가.”

“그래도! 힘들 때, 같은 사람끼리 도와야···!”


그때였다.


쾅─!


허공에서 번뜩이는 마나가 작은 얼음으로 탈바꿈하더니, 말하는 남성의 뺨을 고속으로 스친다.


“크게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손짓 한 번에 다 뒤질 너희들이 사람처럼 느껴질까? 내 눈에는 개미로 보이는데.”


범접할 수 없는 위용에, 모두가 입을 다물었다.


“개미. 니들은 그저 밟아 죽일 수 있는 벌레에 불과해. 내가 여기있는 너희들 다 죽인다고 해서 어떠한 처벌이라도 받을 것 같아?”

“······.”


흰 피부 탓인지, 쭉 찢어진 그녀의 미소는 모두에게 섬짓함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


“그럼, 왼쪽 앞줄부터 차례대로 시작할게."


교수에게 지목받은 긴장한 청년.

그는 주위를 힐끗 보더니 앞으로 걸어나갔고, 침을 꿀꺽 삼키며 힘껏 모자를 눌러 썼다.


“마, 마력을 느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습니까?"

“자연스럽게 알 수 있어. 자연스럽게."


탁─!

손가락을 튕기자, 모자 위에 구슬이 푸른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째깍, 째각.

그렇게 친절하지 않은 수업이 시작됐다.


“······탈락, 다음."


탁─!


"탈락, 다음."


탁─!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남성의 탈락. 이로써 12번 연속 실패였다.


분위기는 나름 진지했고, 간절하기까지 했다.

앉아서 기도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니까.


자세히는 모르지만, 눈앞에 결과가 자신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다들 눈치챈 상태였다.


"다음 나와.”


테스트에서 떨어진 사람 몇몇의 낯이 울상으로 이지러졌을 때, 그녀의 시선은 한시아를 향해있었다.


슈우웅─


"얼굴은 왜 가렸대··· 응? 이미 마력을 느낄 수 있잖아?"


모자를 쓰자마자, 미약한 소리를 울리는 구슬.

교수의 얼굴이 일순 당황으로 물들었다.


“전직했나보네. 클래스가 뭐지?"


"······마법사다."


존댓말을 해야하는 상황인데, 그러지 못했다.


─말 걸지마라, 미천한 계집.


이와 같은 말이 나오지 않게 막은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터.


"튜토리얼에서 마법사라. 통과. 너는 그냥 제자리로 돌아가도 돼."


다행히 그냥 넘어간 여자.

처음으로 테스트에서 통과하자 주변에서 힐끔힐끔 쳐다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질투, 경외, 호의 등등. 여러 감정이 담긴 시선들.


"다음, 너. 나와."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교수의 무덤덤한 목소리가 넓은 강의실에 울려 퍼진다.


그날.

합격자는 120여 명 중에 단, 11명이었다.


"탈락자는 지금 로비로 가서 다른 수업을 신청하면 돼."

"···젠장!"

"5분이라니, 너무 촉박한 거 아니야?"

“교수는 지랄. 뭔 이딴 수업이 다 있어?”

“···야, 그냥 다른 수업 신청하자."


교수는 완곡한 태도를 유지했고, 몇몇 사람들이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불평을 쏟아내며 방에서 나갔다.


좁았던 강의실이 순식간에 넓어진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진짜 수업을 시작할게."


교탁 위에는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투명한 수정 하나가 방석과 함께 올려져 있었다.


“사용자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마력 계열을 알려주는 수정이야. 10명중 8명은 무속성 계열이니까 낙담하지 말고. 오른쪽부터 한 사람씩 차례로 나와."


교수의 말이 끝나자, 오른쪽 앞자리에 앉아있던 남성이 일어나 교탁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수정 위에 손을 올리면 돼."


웅─ 웅─

남성의 떨리는 손이 수정 위로 포개지자, 수정이 울리며 붉은빛으로 변해갔다.


“축하해. 화염 계열이야. 다음."


웅─ 웅─


“무속성. 다음."


시간이 제법 흐르자 한시아의 차례가 됐고, 교탁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또한, 딱히 긴장하지도 않았다.


'전격으로 나오겠지.'


이미 계열을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마지막 차례야. 혹시 튜토리얼에서 계열을 알려줬니?"

“······전격계열."

"······전격 계열이라고? 어디 한 번 손 올려봐."


교수가 못 믿겠다는 어투로 말하자, 주변에서 약간의 소란이 일었다.


"전격 계열?"

“반응 보니까 뭔가 말도 안 되는 거 같은데?"


잦아든 소란에 한시아는 수정에 손을 올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웅─ 웅─ 웅─


웅혼한 울림이 장내로 번진다.

예상대로 전격 계열을 상징하는 노란색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맑고 투명한 색깔이 점차 진해지기 시작했다.


······예상과 많이 다르다.


어느새 진해진 노란색은 유려하고 도도한 잔광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금, 금색?"


교수의 놀란 기색은 역력했고, 뒷자리에까지 전해졌다.


확실히, 전격 계열은 아니었다.



***



웅─ 웅─ 웅─


궤를 달리하는 수정의 웅장한 울림.

모두의 망막을 물들이는 황금색의 빛무리.


섬광을 연상시키는 빛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진해지고, 또 짙어졌다.


‘아슈레이 특성 때문에 전격으로 판명날 줄 알았건만.’


가장 잘 어울리는 속성을 알려준다길래, 전격 계열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마, 금빛의 원인은 초감각.

다른 속성의 통제가 힘들어지는 아슈레이의 페널티 따위로는 초감각을 가릴 수 없는 듯했다.


"저, 저게 뭐야?"


교수의 놀란 표정과 심상찮은 수정의 반응은 모두의 시선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황금색? 황금색이 무슨 계열인데?"

"좋은 건가?"

"교수 봐봐. 입 떡 벌어지게 열고 있는 거 보니까 엄청 좋은 거 같은데?"

"딱 봐도 좋아 보이네. 으리으리하잖아?"


소란스러운 분위기를 잠재운 건 교수였다.


"크, 큼.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바로 기숙사로 돌아가서 쉬어도 되고 어디를 가도 상관없어. 자유야. ···그리고 내일은 간단한 기초 평가 테스트가 있으니까 로비에서 꼭 숙지하고."


기초 평가 테스트.


'분명 초반에 그런 게 있었지.'


꽤나 중요한 이벤트였는데 잠시 잊고 있었다.


"할 말이 있는데 따라와 줄 수 있니?"


상념에 잠겨있던 중, 교수가 다가와 나긋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무슨 말을 할지 예상되지만, 굳이 거절할 필요는 없겠지.’


한시아는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입을 열었다간 분명 미천한 계집이니 뭐니 같은 단어가 나올 터.


다물고 있는 게 정답이다.



***



“또, 궁금한 건 없니?"


교수와 동행하던 한시아는 몇 가지 궁금증을 물었고, 한가지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다.


아르티아.

지구의 모두가 30회차에 거쳐 대륙으로 납치된다는 설정의 하드코어 게임.


치트를 써도 클리어하지 못한 헬 난이도의 게임이 현실이 됐다.


아직도 꿈이겠지 하며, 패닉에 빠져있는 노인.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채, 방에서 꺼억꺼억 절규하는 여자.


빠르게 적응하여 정보를 수집하고 미래를 도모하는 청년까지.


저들 하나하나가 고성능의 인공지능 따위가 아닌.

지구에서의 기억이 있고, 생각을 할 수 있으며, 감정을 느끼는 하나의 진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것이 선사하는 바는 하나.


‘······죽으면 끝이다.’


세이브나 재시작 따위는 없다.

가뜩이나 극한의 난이도를 자랑하는 게임이었는데, 코인은 하나 뿐이란다.


‘미치겠군.’


동시에, 떠오르는 한 가지 궁금증.


‘설정을 짤 때 세계관을 촘촘하게 쓰는 편이었다지만.'


아무래도, 현실세계에서의 괴리감은 존재할 수밖에 없었기에.


'개연성 때문인가.'


아는 인물들은 모두 실존했지만, 모르는 인물들이 더욱 많았다.

즉, 설정 속 공백에 새로운 내용이 채워진 것이다.


‘···방심하면 안된다.'


알고 있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욱 많았고, 게임에서 보고 느낀 것과 육안으로 접하는 것은 차원이 달랐다.


방금 수정만 해도 처음 본 아티팩트였지 않나.

그렇게 상념을 정리했고, 커뮤니티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 닉네임 핵폭탄 확인했습니다. ]


[ 대한민국 채널에 접속합니다. ]


탑, 길드, 인물, 아이템 등등 수많은 이야기가 올라오는 커뮤니티.


정보의 정확성이나 전문성이 낮더라도, 커뮤니티는 주기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좋다.


'게다가 미래가 어떻게 바뀌는지 파악해야 하니. 주기적으로 확인해야겠지.'


그렇게 한시아는 커뮤니티의 인기글들을 하나씩 확인하기 시작했다.


[ 길드, 문파, 가문 특징 및 관계 정리 (42,371) ]


[ 혼란스러울 21회차 플레이어들을 위한 글 (123,456) ]


[ 다른 건 모르겠고 은호 길드랑 화산파가 의리는 확실함 (987) ]


[ 가장 효율적인 스텟 배분. 창술사는 필독! (1,450) ]


[ 레빈델은 그냥 거품입니다 (259) ]


[ 니들 이번 경매에서 환수의 알 나오는 거 아냐? (1,181) ]


[ 시발!! 드디어!! 애들아, 오러 인증한다! (9,889) ]


[ 커여운 뉴비들 얼른 보고 싶다 ㅎㅎ (128) ]


[ 애들아 튜토리얼에서 200만 포인트 사건 아냐? (189) ]


[ 탑 10층 보스 왜 이렇게 빡세냐 시발 (1,251) ]


[ 니들 알렉스 테건 레이드 영상 봤냐? 개 지린다 진짜 (511) ]


'200만 포인트?'


한시아는 글을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 애들아 튜토리얼에서 200만 포인트 사건 아냐? (89) ]


작성자 : 킹득구


오늘 신규 플레이어 들어오는 날이잖아?


길드에서 뉴비 드잡이 일하고 있는데, 항상 튜토리얼 1위를 따로 확인해두거든?


이번 플레이어 튜토리얼 1등 포인트가 몇인지 아냐?

200만 포인트임 ㅋㅋㅋㅋ


물론 처음에는 다들 안 믿었지.


길드에서 계속 조사 중인데, 지금 500명 넘게 전부 같은 말 하는 중.


이름은 핵폭탄이고 정확히는 250만 포인트 조금 넘었대.


이게 말이 되냐?


댓글


─ 이제는안녕 : 망상 자제 좀. 개극혐이네; 네 닉네임 내가 분명히 기억한다.


┖ 킹득구 : ㄹㅇ임 ㅂㅅ아. 지금 웬만한 길드는 다 아는 사실인데 병신인증하죠?


┖ 이제는안녕 : ㅂㅅ은 아직도 촌동네에서 길드 뒷바라지하는 네가 ㅂㅅ이고 ㅋㅋ


┖ 011211 : 200만ㅋㅋㅋㅋㅋ포ㅋㅋㅋㅋ인ㅋㅋㅋㅋㅋ트ㅋㅋ


┖ 진라면매운맛 : 핵폭탄? 이름이 핵폭탄이라고? 닉네임 아님?


┖ 강은석2 : ㅋㅋㅋㅋㅋㅋ 에버그란트가 튜토리얼에서 120만 포인트였고, 백렴이 80만 포인트였나 그랬었는데, 250만 포인트? 지랄하네.


┖ 여긴어디냐고진짜 : ···님들. 방금 길드원한테 소식 들었다. 진짜인 거 같은데?


예상대로, 커뮤니티에서 정보가 조금씩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아마, 주강혁도 내가 회귀했다는 것을 알아챘겠지.’


전생의 린 하드로 한시아는 튜토리얼에서 4위였다.


근데.

4위였던 한시아가 랭킹에 없고, 처음 보는 닉네임이 랭킹 1위다?


···주강혁.

그 괴물이 눈치 못 챌리 없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설 속 배신자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변경사항 안내 (08/11) +2 21.07.30 1,129 0 -
24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11 21.08.14 430 23 10쪽
23 화석 +8 21.08.11 487 32 12쪽
22 메를린 카스트로 +4 21.08.10 494 29 14쪽
21 월드 퀘스트 +5 21.08.09 560 36 16쪽
20 전격 계열 +13 21.08.07 640 41 11쪽
19 마탑 +10 21.08.06 676 46 12쪽
18 국대전 +9 21.08.05 749 43 12쪽
17 파이어볼? +4 21.08.04 822 49 13쪽
16 그랑데시아 +12 21.08.03 872 46 12쪽
15 아르펜 폰 그레이스 +4 21.08.02 891 54 12쪽
14 경매 +4 21.08.01 895 58 15쪽
13 전생자 코스프레 +6 21.07.31 940 54 17쪽
12 선술집 +1 21.07.30 1,029 62 12쪽
11 천재 코스프레 +1 21.07.29 1,157 73 13쪽
10 발렌시아 폰 그레이스 +3 21.07.28 1,272 79 14쪽
9 천마 +3 21.07.27 1,336 96 13쪽
8 회귀자를 다루는 법 +14 21.07.26 1,586 114 11쪽
7 평가 테스트 +1 21.07.26 1,561 90 11쪽
» 마법사가 되기 위한 조건 +5 21.07.26 1,550 84 12쪽
5 훈련소 +1 21.07.26 1,594 80 13쪽
4 오브 +3 21.07.26 1,756 98 12쪽
3 회귀 +5 21.07.26 2,071 207 10쪽
2 일회용 마법사 +10 21.07.26 3,108 236 11쪽
1 게임 속 빌런으로 살아남는 법 +9 21.07.26 3,969 28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