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이끼냐무님의 서재입니다.

소설 속 배신자가 되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싯두
작품등록일 :
2021.07.26 10:00
최근연재일 :
2021.08.14 14:32
연재수 :
24 회
조회수 :
30,456
추천수 :
2,019
글자수 :
129,900

작성
21.07.27 20:01
조회
1,335
추천
96
글자
13쪽

천마

DUMMY

009



'······1. 다음은 6인가.'


헤일로 미궁.


소설 속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던전이었기에, 나름 신경 써서 계획했던 기억이 난다.


어느정도였냐면, 실제로 지도를 그리면서 제작했을 정도로 애착을 뒀던 미궁.


'······묘하군.'


자신이 직접 만들었던 미궁을 돌파하는 기분은 상당히 미묘했다.


어느덧, 백유현은 마지막 갈림길을 돌파하고 있었고.


[ 헤일로 미궁을 돌파하셨습니다! ]


[ 퀘스트 완료 - 헤일로 미궁 탈출 ]


마지막 통로에서 거대한 단(壇)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정사각형의 제단.


온갖 기하학적인 문양으로 각인된 제단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찾았다.'


제단 가운데 은색의 탁자.


그 위에 고고하게 놓여있는 한 권의 책.


제단에 다가가자 은빛으로 일색이던 제단의 색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고, 낡은 책 한 권과 대면할 수 있었다.


'사무엘의 전직서.'


역대 최악이라고 불리는 미궁. 보상은 그 명예에 걸맞았다.


천재 마법사 사무엘.


'그의 후예로 전직할 수 있는 유니크 등급의 전직서.'


기대에 벅찬 마음으로 책을 집자, 떠오르는 알림창은 백유현을 놀라게 하기 충분했다.


[ 헤언트의 전직서를 획득하셨습니다. ]


[ 전직하시겠습니까? ]


'······헤언트?'


생소한 이름.


그것이 벅찬 마음을 깨부수는 불순물이었다.


헤언트.


들어본 적도, 쓴 적도 없는 낯선 이름.


"전직하겠다."


그러나, 백유현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이름은 바뀌었지만, 천재 마법사라는 설정은 그대로겠지.'


지금 살아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사무엘보다 더 대단한 마법사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전직은 제단에서 해야 했기에 별다른 수가 없었기도 했다.


[ 축하합니다! 헤언트의 후예로 전직하셨습니다. ]


슈웅─


축하 알림창이 떠오름과 동시에, 제단 위로 알 수 없는 인형이 어리기 시작했다.


반투명한 모습을 띠는, 아마도 헤언트의 영혼.


"···임시로 빚어진 형상인가."


범접할 수 없는 장엄한 울림.


들려오는 목소리로부터 형언할 수 없는 위엄과 압박이 느껴졌다.


미간에 잡혀있는 깊고 깊은 주름살.


각 좋은 턱선과, 날카로운 눈매.


초연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윽한 눈동자.


연륜이 느껴지는 생김새.


···그 무엇보다, 우람한 체격.


'······천재 마법사라고?'


혹시나 드는 의심.


아니, 합리적인 의심을 거두지 못한 백유현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르신께서 천재 마법사 맞으십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군, 난 검사다."


"···네?"


백유현은 진심으로 당황했다.


'뭐라는 거지? 노망이 난 건가?'


하지만 노인의 반응은 더없이 진지했고, 더욱이 마법사와는 거리가 먼 생김새가 노인의 말에 신빙성을 더했다.


'진짜 검사라고?'


"왜 놀라는 거지? 네놈도 검사 아니더냐."


"···아닙니다."


"상관없다. 근접계열이겠지."


"근접계열도 아닙니다."


"···마법사가 미궁을 통과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울 텐데. 마법사인가?"


"네, 어르신."


"뭐? 근데 마력량이 왜 이래."


슈웅─


"······?"


부드럽게 스미는 바람.


그 소리와 맞물려 헤언트의 영혼이 사라졌다.


[ 마력을 모두 소모했습니다. ]


[ 마력량 0/84 ]


서로 묻고 싶은 것이 많은.


서로 원하는 것이 엇갈린, 짧은 만남이었다.



***



[ A급 퀘스트 달성을 확인했습니다. ]


[ 세상을 바꾸는 발걸음, 서사 업적에 찬사를 보냅니다. ]


[ 업적 포인트 1,000을 획득했습니다. ]


[ 보유 업적 포인트가 2,000을 넘어 랭킹에 등록됩니다. ]


[ 랭킹을 확인하시겠습니까? ]


"그래."


[ 랭킹 ]


1위 에버그란트

( 49층, 21,150 포인트 < 대륙 > )


2위 란 체스터

( 49층, 12,980 포인트 < 대륙 > )


3위 가르츠 헤임

( 49층, 12,130 포인트 < 대륙 > )


4위 사공천

( 49층, 8,200 포인트 < 무림, 1년차 > )


5위 서도준

( 49층, 7,300 포인트 < 지구, 3년차 > )


6위 백렴

( 49층, 7,210 포인트 < 무림, 6년차 > )


7위 사무엘 리둠

( 49층, 6,910 포인트 < 대륙 > )


8위 알렉스 테건

( 46층, 3,830 포인트 < 지구, 1년차 > )


9위 시무라 켄

( 46층, 3,730 포인트 < 지구, 4년차 > )


10위 레종데르트

( 46층, 3,710 포인트 < 대륙 > )

·

·

·

8559위 하네다 유이치로

( 39층, 2,150 포인트< 지구, 1년차 >


8560위 고인물

( 3층, 2,100 포인트 < 지구, 20년차 >


'···랭킹은 내가 아는 그대로군.'


1위부터 10위까지.


나에게는 모두가 익숙한 이름이었다.


'지금은 저들에게 개미만도 못한 존재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언젠가는 만나서 꼭 쓰러트려야 할 적이다.'


특히······.


띠링!


[ 탑 외부로 나가시겠습니까? ]


"···그래."


[ 2층 클리어를 축하드립니다. ]


[ 고인물 플레이어의 현재 계층은 3층입니다. ]


백유현이 탑 밖으로 나갈 때, 모든 사람들에게 한 가지 메시지가 떠올랐다.


[ 알 수 없는 누군가가 유니크 클래스로 전직했습니다. ]


그날.


커뮤니티는 헤일로 미궁과 유니크 클래스를 주제로 불타기 시작했고.


그 불길은 사그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



[ 생각보다 빨리 왔군. ]


"길을 헤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면 텔레포트 좀 빨리 해줬으면 하는데."


백유현은 탑에서 나온 후, 곧장 북쪽 설맥으로 향했다.


리치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세르딘으로 온 것이니까.


[ 경치 좋지 않나? 구경하는 줄 알았건만···. ]


듣기 싫을 정도로 갈라지는 목소리.


"악취미군. 그 종이에 원하는 것을 적어놨다."


백유현은 고막이 난도질당하는 곳에서 얼른 벗어나고 싶었지만, 뒤돌아 열 걸음을 채 걷기도 전에 우뚝 멈춰 서고 말았다.


[ ······회귀자, 백유현. ]


들려오는 소리는 같은 쇳소리지만, 좀 전과 사뭇 다른 무게감.


[ ···세르아, 내 동생. ]


극도로 저조하게 형성되는 분위기.


그 분위기는 더없이 고요하고, 끝없이 가라앉기 시작했다.


[ 동생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


[ 그 감정에 평생을 시달리고, 괴로워했다. ]


"······."


[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봉인해둔 기억. ]


[ 그 역린을 알려줄 정도로, 너와 친했단 말인가? ]


말을 거듭할수록, 의도가 무엇인지 뚜렷해져 간다.


[ ···어쩌면, 진짜 어쩌면. ]


[ 네가 범인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


"······."


[ 모든 정황을 아는 자. ]


"회귀자거나, 관련 있는 자거나."


미묘한 정적.


그 적막함이 어색한 둘 사이를 가른다.


[ ······묻겠다, 백유현. 나의 의심은 합당한가? ]


"그래."


[ 그렇다면 증거를 가져와라. 네놈이 내 친우라는 증거를. ]


증거?


백유현에게 증거가 있을 리 만무했다. 리치와 친우가 아니었거니와 회귀를 하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백유현에게는 리치를 설득할 방법은 많았다.


리치, 드 므와브르에 대한 설정은 가슴속 깊은 곳에 남아있었기에.


"···갈색 단발머리, 주근깨가 잘 어울리는 아이."


[ ······? ]


"라프렌 꽃을 좋아해, 항상 품에 들고 다니던 아이."


[ ······. ]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웃는 모습이 정말 예쁜 아이."


[ ······. ]


"우울한 표정을 지으면, 빨리 늙는다던 아이."


[ ······. ]


"항상. 웃으며, 나는 커서 오빠와 결혼할─"


[ ···그만 됐다! 인정하지. 네놈은 회귀자가 맞고, 내 친우였다는 것을. ]


"······."


리치, 드 므와브르는 제자리에 서서 한동안 입을 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에 잠긴 듯이.


날카로운 쇳소리가 다시 들려온 것은 한참 뒤였다.


[ 원하는 게 뭐지? 역겹의 세월을 사는 자가, 친우의 부탁을 들어주도록 하지. ]


"정말인가?"


[ 그래. ]


"그렇다면, 남아있는 마나 포션이 있나?"


[ ······? 그거뿐인가? ]


리치는 정말로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붉은 안광을 뿜어내는 섬뜩하기만 한 두개골을 갸웃거렸다.


"좋은 거 달라 해도 어차피 안 줄 거잖아?"


[ ···크크. 의심할 여지가 없이 내 친우가 맞군. 잊으려던 기억을 건드린 너에게 작은 복수를 하고 싶었거든, 꽤나 괴로웠어서 말이야. ]


"···그 악취미, 꼭 고치길 권하지."


[ 큭, 그래. 혹시, 내 제자가 될 생각은 없나? 레어 클래스를 보장할 수 있는데. ]


"미안하군."


[ ···그래, 뭐. 회귀자니까 알아서 하겠지. 이제 그만 가도 된다. ]


"미래."


[ ······? ]


"미래가 궁금하지는 않나?"


나는 진심을 담아 물어봤다.


이성이 있는 존재란 예외없이 미래를 알고 싶어 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물어볼 것을 대비해 할 말도 미리 생각해두었는데.'


[ 나는 미래의 일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틀림없이 오기 마련이니까, 또한. ]


"···?"


[ 정해져 있지 않은 미래. 하물며 친우가 회귀까지 했는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인가. ]


"······그렇군. 가겠다."


[ 잠깐. ]


돌아가는 발걸음을 다시 한 번 멈춰 세운 리치가 담담하게 말했다.


[ ······하나만 물어보지. ]


"그래."


[ 나는 어땠는가. ]


무언가에 절여진듯한, 나지막한 쇳소리.


동시에, 이해하기 어려운 말.


그럼에도 리치가 물어보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회귀하기 전, 너는."


드 므와브르가 물어본 것은 미래가 아닌.


"······복수하지 못한 채 죽었다."


지나간 과거.


말을 하고 나왔고, 대답은 끝내 들려오지 않았다.



리치.


그들은 과거에 대한 집착으로 이루어진 존재였다.



***



꿀꺽, 꿀꺽.


[ 마나를 회복합니다. ]


마나가 차오르자, 사라졌던 헤언트의 영혼이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마법사라더니, 마력량은 왜 쥐꼬리만 한 것인가?"


[ 마력량 78/84 ]


1초에 마력이 2씩 줄어든다.


'42초 스승, 뭐 그런 건가.'


< 플레이어 정보 >


▶ 이름 : 백유현


▶ 레벨 : 8


▶ 종족 : 인간


▶ 클래스 : 헤언트의 후예 (Unique)


▶ 성향 : 질서


▶ 가변 능력치

[ 체력 - 10 ] [ 근력 - 10 ] [ 민첩 - 10 ] [ 마력 - 17 ]

능력치 포인트 : 0


▶ 불변 능력치

[ 재생 - 10 ] [ 감각 - 11 ] [ 행운 - 11 ] [ 항마력 - 10 ]


▶ 업적 및 칭호 (0)


▶ 특성 및 재능 (2)

[ 대자연의 축복 ]

- 마력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 모든 속성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 뇌신 아슈레이의 후예 ]

- 전격 속성을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습니다.

- 전격 속성을 제외한 다른 속성을 다룰 수 없습니다.


▶ 스킬 (1)

[ 아슈레이 오브 (B) ]

- 아슈레이의 오브를 생성합니다.


▶ 업적 포인트 : 1220 AP


'하아···.'


클래스가 노말 클래스에서 유니크 클래스로 수직 상승했지만, 정작 백유현은 걱정으로 가득했다.


'망했네, 진짜.'


아슈레이의 오브를 얻어 마법사의 길을 걷는데, 하필이면 클래스가 검사 클래스지 뭔가.


또한, 유니크 클래스라서 바꾸지도 못한다.


─ 아아, 들리나?


영혼은 어느새 모습은 감추었고, 남는 건 뇌리에 울리는 목소리였다.


─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마나가 적게 소모되는군. 그나저나, 지난 300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설명해라.


나는 헤언트가 잠들어있는 동안 대륙에서 벌어진 일들을 설명했고.


─ ···버러지 주제에. 감히, 감히 날 능욕하다니!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다!


이해시키고, 또 납득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주변 사람들이 혼자서 떠드는 미친놈으로 봤지만, 상관은 없었다.


얼굴을 가리고 있었기에 창피함이 덜했으니까.


"···영감님. 스킬은 왜 없습니까?"


─ 나에게 직접 배워야 한다.


"뭔, 그딴···!"


─ 그래서 싫으냐?


"······."


─ 버러지가, 전설인 나에게 배움을 받는 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알아야 하거늘.


슬며시 흘러나오는 기세에, 백유현은 어떠한 대꾸도 하지 못했다.


'···미치겠네.'


실제로 백유현이 느끼는 불만과 괴리감은 매우 컸다.


원래의 보상. 즉, 천재 마법사 사무엘의 경우에는 별명이 '아낌없이 주는 사무엘'일 정도로 상당히 인자한 성격의 소유자였으니까.


─ 그나저나, 지금 어디로 가는가?


"···클레이셜."


─ 버러지. 말이 너무 짧군.


"그곳으로 가기 위해 워프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영감님."


─ 그렇다면서 왜 한 곳을 빙빙 돌고 있는가?


'···슬슬 됐는데.'


세라딘 마을 중앙광장.


백유현은 그곳을 하염없이 맴돌고 있었고.


'찾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없었던 한 여인을 찾을 수 있었다.


한없이 깊은 눈동자가 매력적인 아름다운 여인을.


─ ······버러지, 저 여자 조심해라. 심상치 않은 자다.


'당연하지.'


저 소녀는, 천마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소설 속 배신자가 되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변경사항 안내 (08/11) +2 21.07.30 1,129 0 -
24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 +11 21.08.14 430 23 10쪽
23 화석 +8 21.08.11 487 32 12쪽
22 메를린 카스트로 +4 21.08.10 494 29 14쪽
21 월드 퀘스트 +5 21.08.09 560 36 16쪽
20 전격 계열 +13 21.08.07 640 41 11쪽
19 마탑 +10 21.08.06 676 46 12쪽
18 국대전 +9 21.08.05 749 43 12쪽
17 파이어볼? +4 21.08.04 822 49 13쪽
16 그랑데시아 +12 21.08.03 872 46 12쪽
15 아르펜 폰 그레이스 +4 21.08.02 891 54 12쪽
14 경매 +4 21.08.01 895 58 15쪽
13 전생자 코스프레 +6 21.07.31 940 54 17쪽
12 선술집 +1 21.07.30 1,029 62 12쪽
11 천재 코스프레 +1 21.07.29 1,157 73 13쪽
10 발렌시아 폰 그레이스 +3 21.07.28 1,272 79 14쪽
» 천마 +3 21.07.27 1,336 96 13쪽
8 회귀자를 다루는 법 +14 21.07.26 1,586 114 11쪽
7 평가 테스트 +1 21.07.26 1,561 90 11쪽
6 마법사가 되기 위한 조건 +5 21.07.26 1,549 84 12쪽
5 훈련소 +1 21.07.26 1,594 80 13쪽
4 오브 +3 21.07.26 1,756 98 12쪽
3 회귀 +5 21.07.26 2,071 207 10쪽
2 일회용 마법사 +10 21.07.26 3,108 236 11쪽
1 게임 속 빌런으로 살아남는 법 +9 21.07.26 3,968 289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