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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lephant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 넘어온 강철 골렘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4.03.24 08:47
최근연재일 :
2024.04.01 20:00
연재수 :
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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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041

작성
24.03.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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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5화

DUMMY

갑자기 게이트가 열린 건 대륙과 마찬가지로 이곳 사람들에게도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건 인간보단 마물들이 대부분이었고 게이트가 열리고 초반엔 마물들에 대응하지 못해 지구인의 40% 가량이 목숨을 잃었다고 했다. 마리아노의 가족도 그때 모두 죽었다고 했다. 너무나도 큰 슬픔에 빠져 스스로 목숨을 끈으려고 할 때 그를 구해준 건 전향자 중 한 명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전향자들도 많이 변했어. 뭐 어쩌면 그들이 우리나라에 정착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예견된 일이긴 했지만.”


마리아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지구도 대륙처럼 여러 나라가 있는데 그중에 내가 지금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가 지구에서 가장 힘이 센 나라라고 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있는 전향자들의 영향력은 저절로 강해졌고 지금 그들의 힘이 미국 모험가 협회와 비등할 정도로 강했다.


“우리가 게이트에 자주 못 들어가는 것도 그놈들 때문이야.”

[전향자들이 비각성자들이 게이트 공략을 못하게 막는다고요?]

“그놈들 하는 말이 어느 정도 일리는 있지만... 누구는 각성하기 싫어서 그러는 거냐고!”


마리아노는 전향자들 얘기를 할 때면 목소리 톤이 달라졌다. 사실 전향자뿐만 아니라 모험가 얘기를 꺼내도 그는 한숨부터 내쉬며 불만을 쉴새 없이 불 뿜듯 뿜어냈다.


“이 세상은... 전부가! 모두가! 다 썩어있어!”


그가 술에 많이 취한 날에 입을 열기만 하면 하는 말이었다. 그럴 때마다 난 테메이스 대륙도 여기와 다르지 않다며 달래주었다.


마리아노 덕분에 나의 지구 생활 적응은 순조로웠다. 지구는, 미국은 대륙에서 겪었던 차별이 거의 없었다. 가장 놀랬던 건 지식을 습득하는데 아무런 저항이 없었던 거였다.


“책? 도서관에서 빌려서 봐도 되는데... 하지만 굳이 그곳까지 갈 필요는 없어.”


그러면서 마리아노는 나에게 태블릿이라는 걸 들이밀며 내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모아놓은 전자책이라는 걸 보여주었다.


[이, 이게 책이라고요?]

“엄밀히 말하면 책들을 보관하는 장치라고 할 수 있지.”


마리아노가 으쓱하며 자랑스러워하며 나에게 전자책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려주었다. 정말 간편했고 글자를 손가락질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우선 지구의 역사에 대해 알고 싶어 역사책을 읽었다. 테블릿을 받은 후로는 마리아노가 나에 대한 연구를 하는 시간 빼고는 모든 시간을 전자책을 읽는데 할애했다. 이 세계의 책은 한 나라 또는 한가지 사건이나 전쟁에 대한 책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참 신기하다니까 대륙이나 우리나 단지 포털이 열렸을 뿐인데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말이 통하니 말이야.”


책을 곧잘 읽는 날 보고 마리아노가 한 말이었는데 나도 그의 말에 동의했다. 단순히 게이트를 넘어가기만 했는데 서로가 말이 통하고 문자도 원래 자신이 속했던 세계에서 읽었던 것처럼 술술 읽혔다고 했고 나도 그랬다. 정말 그의 말대로 대륙과 지구는 원래 하나가 아니었을까?


풀리지 않은 의문을 지구의 책을 보다 보면 풀리지 않을까 싶어 역시 책을 읽고 있는데 마리아노가 평소와 다른 얼굴과 목소리로 물었다.


“아젤카...”

[네?]

“넌 어떻게... 그러니까... 음.... 우리가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까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도 될까?”


매번 밝게 나에게 질문하던 마리아노가 한 번씩 어두어진 얼굴로 물으려다 만 질문이 있었다. 술기운에도 하지 않았던 질문을 마리아노가 하자 난 읽던 책을 덮었다.


“아직... 말하기 힘든 거면 말하지 않아도 돼. 하하 참 내가 왜 이런 말을 했는지...”


자신이 잘못을 한 것 마냥 뻘쭘해하며 자리를 뜨려고 할 때 난 그를 잡았다.


[잠시만요.]


마리아노가 내 반응이 아주 의외라는 듯 눈을 아주 휘동그레 떴다.


[음...]


이참에 나의 모든 걸 얘기해줄 요량으로 어느 시점부터 얘기를 해줘야 할지 고민하다 내가 가장 선명하게 기억하는 부분부터 말해주기로 했다.


[저는 사실...]


####


“아르망!!”


아젤카가 눈을 떴을 때 들었던 이름은 지금 그가 알고 있는 이름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를 창조한 이에게 이름은 중요하지 않았다.


“아르망...내가 누군지 알아보겠느냐?”


아르센은 술식을 행한 강철 골렘이 움직이자 그에게 재빨리 다가와 물었지만 입 없는 강철 골렘은 그냥 그를 보기만 할 뿐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아... 흑흑흑!”


아르센은 이번에도 실패인가 싶어 다시 울음을 터뜨렸고 아젤카는 아르센이 우는 모습을 한참 동안 지켜봤다. 그러다 슬픔을 온 몸에 두르고 있던 아르센을 안아 주었다.


“아르망~! 흑흑흑.”


분명 차가운 금속으로 이루어진 강철 골렘이었지만 아르센은 아젤카의 품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면서까지 만든 아젤카였기에 아르센은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 자신이 예상했던 결과와 많이 달랐지만 아르센은 아젤카를 보며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냈다.


처음에는 말도 잘하지 못했던 아젤카는 아르센의 보살핌 덕에 짧은 시간만에 의사소통이 가능해 진 것을 넘어 사람다운 사고와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이에 아르센은 아젤카에게 자신의 약초 지식과 의학 지식을 가르첬고 아젤카는 시간이 생길 때마다 아르망이 하던 것처럼 책과 공부를 하며 점점 발전해 나갔다.


아젤카에게서 아르망의 모습을 본 아르센은 지금은 그가 기억을 하진 못하지만 그의 안에는 분명 아르망이 존재한다고 믿고 있었다. 언젠가는 자신이 아젤카를 만든 이유를 그가 알아 줄 거라 생각하며 하루하루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아르센의 집은 인적이 드문 마을 외곽에 있었다. 그가 짐에서 약을 만들면 마을에 있는 약국에 납품했기에 누군가 집을 직접 찾아와 약을 구매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어쩌다 급한 누군가가 집을 찾아와 아젤카를 보고 놀랄 때면.


“아르망이 떠나고 워낙 힘들어 마법사에게 일손을 도와줄 크리처를 부탁했는데 이놈을 주더군.”


라며 그럴 듯한 말로 사람들을 속였다. 하지만 마을 밖에 홀로 사는 늙은이가 골렘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은 느리긴 했지만 퍼지기 시작했다. 그들의 평화가 위협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원래 골렘이나 정령 같은 건 마법사들의 전유물이었다. 그렇기에 일반인이 일손이 부족하다고 골렘을 부리는 걸 못 마땅해하게 보는 이도 당연히 있었다. 브루스도 그중 하나였다.


“그 영감이 골렘을?”

“네 골렘을 보려고 일부러 찾아가서 약을 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다고 합니다.”

“그렇단 말이지~”


집안에서 안 그래도 골칫덩어리였던 브루스가 이번에 또 무언가를 꾸미고 있다는 걸 감지하자 하인은 그를 말렸다.


“도련님 그래도 거기에 가지 않는 게...”

“뭐라고?”

“죄, 죄송합니다.”


순간적으로 브루스의 표정이 무섭게 변하자 하인은 하염없이 고개를 숙이며 용서를 구했다.


“그냥 골렘만 구경하고 올 거야 구경만.”


하지만 하인은 구경만으로 끝날 것 같지 않을거란 걸 직감하고 있었다. 이일을 브루스의 아버지인 영주에게 알려야 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브루스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한번 가보자.”

“정말... 거길 가실 생각이십니까?”

“말했잖아? 구경만 간다고 구경만.”


브루스의 섬뜩한 미소에 하인은 결코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걸 느꼈다.


“도, 도련님 주인 어르신의 가택 연금이 이제 막 풀렸는데 지금은 몸을 사리셔야.”


짝 소리와 함께 하인의 뺨이 빨갛게 물들었다.


“야 내가 몇 번이나 말해야돼?? 아니면 내가 그 쓰잘데기 없는 귓구멍 막아라도 줄까?”


섬뜩한 브루스의 말과 얼굴에 하인은 아연질색하며 손사레 첬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도련님 용서해 주십시오!”


하인은 허리 숙여 용서를 구했지만 브루스는 신경쓰지 않고 그에게 명령했다.


“가서 말 준비해.”

“네... 알겠습니다.”


맞은 곳이 얼얼했던 하인은 뺨을 어루만질 생각도 하지 못하고 말을 준비하러 떠났다.


****


[아버지 나귀잎이 다 떨어졌습니다.]


아르센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아젤카는 어느 순간부터 그를 아버지라고 불렀다.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아젤카 안에 있는 아르망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 같아 몸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감격했다.


‘그래... 천천히, 천천히 지켜보자.“


인내심을 가지고 아르센은 아젤카가 내면만큼은 완벽한 아르망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음... 다행히 오늘은 더 이상 필요 없겠구나. 어차피 나귀잎은 우리 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에 있으니 내일 아침 일찍 따오면 되겠다.”


아젤카는 또 다른 약초가 없는지 확인하려고 할 때 노크도 없이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장사 아직 하고 있지?”


언제나 평온하고 온화했던 아르센의 마음에 높디 높은 감정의 파도가 덮첬다. 최대한 막아보려 했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걸 막는 건 끝내 무리였다.


[아, 아버지...]


평소의 모습과 매우 다른 아르센의 모습에 아젤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킥킥 아주 신기한 종업원을 고용했다고 들었는데 저건가 보네.”


브루스가 작게 웃으며 아젤카를 가리키자 아르센은 온 몸으로 아젤카 앞을 가로 막으며 소리첬다.


“당장 나가주십시오!!”

“실례가 지나치십니다 약사 양반! 이분이 누구신지 모르십니까?”


지금은 볼이 원래 살색으로 돌아온 하인이 한 발짝 앞을 나오며 아르센을 꾸짖었다.


“아니 왜 그렇게 흥분하고 있어? 난 그냥 저놈 구경만 하러 왔다니까?”


브루스와 아젤카의 거리가 점점 좁혀졌다.


“영주님께서도 여기 오시는 걸 아십니까?”


아르센이 독기 어린 눈빛으로 묻자 브루스의 걸음이 멈추고 동시에 그과 하인의 얼굴이 굳었다.


“이만 나가주십시오.”


브루스의 약점을 말하며 아르센은 최대한 정중하게 그에게 권했다.


“거참 성질 급한 건 여전하시네. 난 그저 새로운 종업원 얼굴이나 한 번 보러 온 것 뿐인데 쯧쯧 알았어 바로 나가 줄게.”


브루스는 곧바로 표정을 풀고 능글맞게 실실 웃으며 몸을 돌렸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집엔 꽤 재미있는 장난감들이 많단 말이야.”


브루스의 말에 잘 억눌러왔던 아르센의 분노가 최대치가 되었다. 손에든 가위를 꽉 쥐었고 살짝만 건들이면 마치 브루스를 죽일 기세였다. 그때 갑자기 아젤카가 두통을 호소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아아아!!악!]

“왜 그러냐!”


아젤카의 비명소리를 듣고 정신을 차린 아르센이 곧장 아젤카에게 갔다.


“오늘 재미있는 장면을 오늘 많이 보네?”


아젤카의 귀에 브루스의 즐거워하는 목소리가 들렸지만 결코 그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안된다는 말을 들은 것처럼 철저히 브루스를 외면하려 했다. 의식적으로 한 행동이 아니었다. 그와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는 아젤카 내면의 어떤 목소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아르망 괜찮느냐!”

“뭐?”


아르센의 입에서 엉뚱한 이름이 나왔고 브루스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아르...망?”


자신이 혹시나 잘못 들었나 싶어 하인을 봤는데 하인 또한 적지 않게 놀란 상태인걸 확인하고 자신이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걸 깨알았다.


아르센은 브루스의 그런 모습을 볼 겨를 없이 아젤카를 계속 걱정했고 아젤카의 고통은 곧바로 사라졌다.


[이제 괜찮아요 아버지.]


브루스는 아젤카의 말에 다시 한 번 놀랬다.


‘아버지...? 이 영감 설마?’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세차게 떨처 버렸다. 그런 일은 존재할 수 없고 존재해서도 안 되었다.


‘약사가, 약사 주제에 금지된 마법을 사용한다고? 말도 안 되지 그건. 몬스터와 인간이 부자 연기를 한다? 그런 일이 아주 없는 것도 아니지만.’


브루스는 재미있는 일이 생긴 것 같아 즐거워지기 시작했고 그건 그의 얼굴에서도 드러났다.


“다음에 또 오자.”


아르센과 아젤카 쪽을 보지도 않고 브루스는 웃음을 머금은 채 돌아갔다. 아르센은 자신의 말 실수를 깨닫지 못하고 아젤카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젠 더 이상 널 혼자 두지 않을 거다 내가 계속 너의 곁에 있을 거니까 겁 먹지 않아도 돼 아르망.”

[아버지...]


아르센은 아젤카를 오랫동안 끌어 앉았다. 아젤카는 아르센의 품이 따뜻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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