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elephant 님의 서재입니다.

이세계에서 넘어온 강철 골렘 이야기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퓨전

특급코끼리
작품등록일 :
2024.03.24 08:47
최근연재일 :
2024.04.01 20:00
연재수 :
8 회
조회수 :
39
추천수 :
0
글자수 :
39,041

작성
24.03.24 20:00
조회
6
추천
0
글자
12쪽

1화

DUMMY

“잡아라!!”

“절대 놓치지 마!!”


점점 우리를 쫒아오는 소리들이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나를 놓고 먼저 가...”


거친 숨을 몰아쉬는 아버지는 결국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럴 순 없어요! 어서 업히세요!]


나는 아버지쪽으로 등을 내밀어 반강제로 아버지를 업었다.


“이대로 가다간 너도 죽어....”


아버지의 미안한 마음을 같이 느끼긴 싫었다. 지금은 오직 도망치는 것만 생각했다. 조금 지체 되어서인지 점점 우리를 쫒아오는 이들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린다.


“저기 있다.”


이제 곧 따라잡힌다는 압박감에 열심히 뛰었지만.


“죽어!”

“억!”


누군가 쏜 화살에 아버지를 관통하여 화살촉이 나의 등에까지 닿았다.


[아버지!!]


나는 발을 멈추고 아버지를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았다. 아버지 얼굴에 남아있는 흔적이 마지막에 느꼈을 아버지의 고통을 대신 말해주었다. 차마 감지 못한 아버지의 시선은 천천히 걸어오는 인간들을 향해 있었다.


“잡았다. 이 고철덩어리 후우~ 후우~”


인간들을 저마다 숨을 고르며 무기를 들고 나를 둘러쌌다.


“도망가봤자 우리 손아귀인데 뭐하러 이렇게 힘들게 하냐?”


이지역 영주 아들이자 언제나 아버지를 잡아먹지 못해 안달이던 브루스가 칼 끝으로 내 머리를 통통 친다.


“언제까지 네가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 괜히 사람 힘만 빼게 만들고 말이야.”

[우리...우리 아버지는 너희들에게 어떤 피해도 주지 않았어! 그런데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마울(양손 망치)이 내 얼굴을 강타했다. 아프진 않다. 내가 그 마울보다 더 강력한 재질로 만들어졌으니까 오히려 그 강도 센 마울이 찌그러져 못쓰게 됐다.

“아이씨...이거 만든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마울을 휘두른 브루스의 왼팔인 이고르가 안타까워했다.


“너네 아버지는 인간으로서는 해선 안될 짓을 저질렀어! 그러니 당연히 벌을 받는 거고.”

[그러면 너희들은!! 너희들은 왜 아르망을 죽인 벌을 받지 않는 건데!!]


나의 외침에 브루스와 이고르, 다미앙이 몸을 움찔 거렸다.


“이, 이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버지의 아들, 아버지가 나의 몸에 심으려고 했던 존재 아르망. 아니! 내가 이 고철 몸에 들어오기 전 나의 정체.


“진짜 아르센 그 양반이 보통 인간은 아니긴 아니었던 모양이야. 깡통에다 죽은 제 새끼의 영혼을 불어넣은 걸 보면 말이야.”


역시 브루스는 나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솔직히 난 네가 누군지 무엇인지 관심 없거든? 하지만 아르센 영감이 인간이길 포기하면서까지 만든 게 너라는 걸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 없지.”


브루스가 소름끼치게 입가에 미소를 띄운다. 아르망의 기억속에 있던 무서웠고 외로웠던 순간이 온몸을 감싼다.


“하지만 걱정하지마 이번엔 예전과 다를거야. 네가 죽으면 여러모로 곤란하거든?”


브루스 뒤에 있던 이고르의 손에 어느샌가 쇠사슬이 있었다.


“묶어.”

[크윽!!]


너무 화가 났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다시 생기는 걸까? 싸늘하게 식어가는 아버지를 보니 더욱 내 처지가 처량했다.


‘아젤카! 넌 누구보다 강한 아이다. 이런 모습으로밖에 만들어 주지 미안하다. 하지만 거친 겉모습과 달리 안에는 그 누구보다 강하고 선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


아버지 그런데 그게 과연 좋은 걸까요? 전 다시 이렇게 절 괴롭히던 놈들에게 당하게 되었는데요. 만약 눈에 눈물샘이 있다면 나의 눈에는 엄청난 눈물이 쏟아져 나왔을 것이다.


“브루스 그냥 마법사들에게 넘길 거야?”

“왜?”

“영주님께 직접 보여드리고 네가 처리한다고 하면 영주님이 더 흡족해하시지 않을까?”


다미앙의 말에 브루스가 그의 숨은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잠시 행동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야! 무슨 소리야? 이놈을 마법사들에게 넘겨줘야 우리가 그 공로를 인정받아 브루스가 영주님께 더 인정받지?!”


이고르가 브루스의 눈치를 보면서 말했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브루스님!맞습니다! 저런 건 그냥 브루스님 손으로 없애야 합니다.”

“네 그렇고 말고요! 저 저주받은 걸 직접 없애 주세요 브루스님!”


나를 둘러싼 마을 사람들이 서로 목청이 터져라 날 죽이라고 외첬다. 이제 나에 대한 처분은 브루스에게 달렸다.


“ㅅㄲ 이번 일에 제일 못 마땅해 하던 놈이 킥킥.”


브루스가 다미앙을 향해 말하자 다미앙이 뻘쭘하게 웃으며 시선을 피했다. 기분이 더 좋아진 브루스가 더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며 말한다.


“봤나? 아르망? 넌 살아서도 죽어서도 이 마을에서 절대 환영받지 못할 존재야. 네가 이 세상에서 살아갈 가치가 없는 놈인건 인간일 때나 고철일 때나 마찬가지야.”


비열하게 웃으며 조용히 말한 후 다시 나에게서 멀어진다. 분했지만 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하고 아버지와 눈이 마주첬다. 제발 누가 아버지의 눈을 감겨줘 부탁이야...


“어차피 지금 우리가 가진 무기로는 이놈을 어떻게 할 수 없다. 마을로 돌아가 아버지께 보고한 뒤 대장간의 용광로로 녹인다.”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를 묻어줘...]

“뭐?”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기에 운명을 직감하고 난 순순히 그들을 따르려했지만 아버지를 이대로 놔둘 순 없었다.


[아버지를 묻어달라고.]


나의 말에 당황한 이고르가 브루스를 본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브루스는 끔찍한 벌레를 보는 눈으로 날보며 말했다.


“네 아버지는 끔찍한 짓을 저질렀어. 인간으로서 해선 안될 짓을 했는데 뭐? 땅에 묻어주라고? 착각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그러면서 피식 웃으며 다시 가던 길을 갔다.


순간 나는 내 안에 있던 무언가가 끈어진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이제까지 내가 겪지 못했던 무언가였다.


[다시 말해봐...]

“이게 자꾸 뭐라고 중얼거리는 거야?”

[다시 말해보라고!!]

“어? 어?!!”


난 온 힘을 다해 브루스에게 달려갔고 몸으로 부딪혔다.


“아악!!”

“브루스!!”

“브루스님!”

[아버지가 뭐가 어쨌다고?!! 네가 죽였잖아! 네가 그의 아들을 죽였잖아!! 네 아버지가 그의 죽음을 숨겼잖아!! 너희들이 한 짓은 인간이 할 짓이었어?!! 네놈들이 나와 우리 아버지에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어!!!]

“야 좀 말려봐!!”

“쇠사슬을 잡아!!”


넘어진 몸을 가까스로 일으켜 세워 쓰러져 고통스러워 하는 브루스쪽으로 가려고 했으나 마을 사람들이 힘을 합처 나를 구속한 쇠사슬을 잡아 당기는 바람에 나는 앞으로 더 나아갈 수 없었다.


그제야 난 내 안에 무언가가 끈어진 것이 인내라는 걸 깨달았고 동시에 분노라는 게 이런 것이라는 걸 알았다. 그리고 분노는 쉽게 사드라 들지 않는다는 것도.


“브, 브루스!”

“왜?!!”

“저, 저, 저게 뭐야?”

“먼데 그래!!”


자신을 일으키려는 다미앙의 팔을 뿌리치며 스스로 일어나며 브루스는 짜증냈다. 그리고 눈이 다미앙의 시선을 따라가 다미앙과 같은 곳을 보더니 아주 놀란 짜증난 얼굴은 풀어져 놀람을 넘어 경악한 얼굴로 변했다.


“저, 저거 뭐야?”


이젠 모든 사람들이 한 곳을 집중해서 보고 있었다. 사람 반 만한 크기의 구 형태 흰색 빛이 점점 커지고 납작해지면서 사람 두 세명은 한꺼번에 지나갈 수 있을 만큼 크기의 원으로 변했다.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이야?“

”엄청 밝은데?“


저마다 호기심이 들어 한마디씩 했지만 누구하나 그 근처로 가는 이는 없었다.


”혹시 이거 게이트 아냐?“

”뭐라고?“


마을 사람들 틈에서 들리는 말에 브루스가 격하게 반응했다.


”그... 도련님 있잖아요 몇 년전부터 대륙에서 이방인들이 들어온다는 게이트 말이예요... 혹시 그거 아닐까요?“

”게이트?“


모두가 의아하다는 얼굴로 다시 밝은 빛 쪽을 응시했다.


”그렇다면 저기서 누군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잖아?“

”도련님 빨리 도망 칩시다! 게이트에서 나온 놈들은 모두 무자비한 놈들이래요!“

“나도 들은 적 있어. 브루스 일단 도망가자! 가서 기사단에게 말하고 다시 오자.”


다미앙이 침착하게 설득했지만 브루스는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게이트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만약 저게 정말 게이트라면 우리가 아니, 네가 게이트 최초 발견자가 되는 거야. 그건 저놈을 잡은 것보다 훨씬 큰일이 될 수도 있어.”


그 말에 브루스가 살짝 반응한다.


“브루스! 일단 자리를 뜨자! 어서!”


다미앙의 다급한 말에 결국 브루스는 결단을 내렸다.


“모두 마을로 돌아간다.”

“브루스 이놈은 어떻게 하고?”


이고르가 날 노려보며 찌그러진 마울로 다시 내려칠 기세로 물었다.


“그냥 놔두고 가자.”

“뭐?”

“어차피 이놈이 도망칠 곳은 없어. 여기서 게이트에서 나오는 놈들에게 어떻게 되든지 여차해서 살아 남는다고 해도 다시 찾아내면 그만이야.”


그런 굴욕적인 말을 듣고도 난 자리에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가 틀린말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두 서둘러 마을로 돌아가라!”


그 말을 끝으로 마을 쪽으로 브루스가 먼저 뛰자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마을 쪽으로 달렸다. 그 와중에 이고르는 마울로 내 머리를 한대 치고 실실 웃으며 달렸다.


“헤헤 또 보자 아! 아니지 어쩌면 이제는 볼 일이 없을 수도? 키키.”

[으아아아아!!!!!]


멀어지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지만 분노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하아... 달라진 건 없잖아...]


밝게 빛나는 게이트를 보며 변함없는 내 처지를 한탄했다.


게이트에서 나오는 이방인들은 자신들을 지구인들이라고 했는데 그들에 대한 소문은 좋지 않았다. 대부분 게이트는 테메이스 대륙 곳곳에 퍼져 있는 던전에 주로 열렸는데 마을이나 큰 도시에도 종종 열렸었다. 그때마다 항상 대륙인들과 마찰이 생겼고 어떨 때는 유혈 사태는 물론 게이트로 대륙인들을 납치하는 일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 눈앞의 게이트에서 나올 지구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겠지?


[아버지....]


멀리서 차갑게 식어있는 아버지의 시신을 보며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기로 했다.


[곧 다시 만날 수 있겠네요. 그곳에선 우리 행복하게 살아요. 어머니와 함께.]


인간의 몸이었다면 지금쯤 눈에서 눈물이 펑펑 쏟아졌겠지만 내 몸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게이트쪽으로 몸을 겨우 일으켜 앉아 나의 운명을 기다리고 있는데 게이트에서 사람이 나왔다.


“그놈이 너한테 사기 친거라니까!”

“아니래도! 그놈 손이랑 몸을 다 뒤져봤는데 카드는 한 장도 안 나왔어.”

“테이블 밑은?”

“테이블 밑? 어? 거기는 안 봤는데...”


떠들썩한 덩치 좋은 노란 머리카락과 흰색 피부를 가진 사내 5명이 저마다 손에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내가 상상했던 모습과 많이 틀렸지만 상황이 이러다 보니 그들이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또 어떤 ㅈㄹ 같은 일이 기다리고 있을까?”

“시간대는 밤이네??”

“참 난감하네 안 그래도 요즘 눈이 잘 안 보이는데.... 어? 저게 뭐야?”


주위를 둘러보며 투덜대던 한 사내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말을 멈추고 동료들에게 나를 가르켰다.


“모, 몬스터??”


나를 발견하자마자 그들은 아주 경계하며 나에게 조심히 다가왔다. 긴 몽둥이를 눕혀 양손에 쥐고 어깨에 딱 붙이면서.


“아직 살아있는데.”


그들을 향해 무슨 말을, 혹은 말을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는데 무심코 의도하지 않은 말이 나왔다.


[이것 좀 풀어주세요...]

“어? 이놈 말을 하네??”

“어???”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인가 싶어 난 그들을 번갈아 보았는데 정말 모두가 똑같은 놀란 얼굴로 처다보았다.


“보스 아무래도 우리 아주 횡재한 것 같은데?”


보스라고 불리는 남자는 턱을 쓰다듬으면서 날 유심히 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이세계에서 넘어온 강철 골렘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7화 24.04.01 2 0 11쪽
7 6화 24.03.30 3 0 12쪽
6 5화 24.03.29 4 0 13쪽
5 4화 24.03.29 5 0 12쪽
4 3화 24.03.29 4 0 12쪽
3 2화 24.03.25 4 0 12쪽
» 1화 24.03.24 7 0 12쪽
1 프롤로그 24.03.24 11 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