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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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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8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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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8,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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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24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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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DUMMY

경기가 끝나기 전에 과다 출혈로 죽으면 안 되니, 피가 더 흐르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손으로 신민철의 상처를 지혈했다.


나는 놈을 죽일 마음이 없었다.


아직은.


‘바보기는 하지만, 지금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건 아는 모양이야.’


경기장을 내려다보았다.


관중석 아래에 있는 경기장에서 신민철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아바타들은 중학생인 신민철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컸다.


아바타들의 키를 성인 남자 표준 키로 정해 놓아서, 신민철이 키가 중학생치고 결코 작은 편은 아니지만 아바타 사이에 있으면 땅꼬마로 보였다.


‘넌 우물 안의 개구리야. 네 실력이 얼마나 보잘것없는지 똑똑히 느끼도록 해.’


신민철은 키가 큰 아바타들 사이에서 재빠르게 행동했다.


그러나 공을 받아서 치려고 하면 같은 팀 아바타가 공을 빼앗아 대신 쳤다.


“야!”


아바타는 아바타일 뿐, 자아가 없었다.


신민철이 욕을 해도 아바타는 기계처럼 움직이기만 했다.


“이런 씨······.”


신민철이 작게 욕을 내뱉었다.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경기가 잘 안 풀려서 답답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수 없을걸?’


살아남기 위해서는 1점을 꼭 따내야 했다.


이건, 그런 게임이었다.


‘김남운 목숨을 가지고 게임하듯 장난쳤잖아. 이제 너도 그걸 똑같이 당해봐야지.’


애꿎은 아바타의 뒤통수를 노려보던 신민철이 다시 몸을 움직였다.


나는 녀석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추측해 보았다.


‘1점만 따내면 돼! 1점만 따내면 살 수 있어······!’


신민철은 얼굴에서 감정이 보였다.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하는지, 다 알 수 있을 정도로 투명했다.


사실, 게임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아바타를 소환한 사람은 나였고, 움직이고 조종하는 사람 또한 나였다.


나는 파란색 아바타를 주로 다루었기에 신민철이 속한 빨간색 팀은 벌써 0대 5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었다.


물론 파란팀이 5점이었다.


‘그래, 열심히 해 봐라. 그게 되나!’


이기지 못하는 게임을 진지하게 하는 신민철을 우습게 바라보았다.



***



20분이 지났다.


그동안 너무 티가 나게 한쪽만 움직였는지, 신민철이 경기 도중 나에게 외쳤다.


“이건 공평하지 않아! 내 팀이 저쪽보다 훨씬 못하잖아!”


이런, 들켰네.


그래도 나는 웃으면서 태연하게 대꾸했다.


“잘하는 쪽이 있으면 못하는 쪽이 있기 마련이지. 어떻게 양쪽 팀이 다 잘하겠어?”


둘 다 잘하면 승부가 안 나잖아, 안 그러냐?


그러자 내 말을 들은 신민철이 한 가지 제안을 했다.


“팀을 바꿔줘. 내가 파란팀을 할게.”


팀이 바뀌면 네가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미안한데, 절대 그럴 일 없어.’


나는 신민철을 존중하는 척 녀석을 비웃었다.


“그러든가!”


신민철의 옷 색깔을 파란색으로 바꾸고, 신민철을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시켰다.


그리고 다시, 파란팀 대신 빨간팀을 조종했다.


그 사실을 모르는 신민철은 자기 팀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자신감이 생긴 얼굴로 공을 받았다.


신민철은 공을 받고, 그 공을 있는 힘껏 치려고 했다.


그런데.


‘아······.’


팔이 짧았다.


손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손이 없었기에 신민철은 공을 눈앞에 두고도 공격을 실패했다.


자연스럽게 평소 하던 대로 경기를 하다 보니, 자기 손이 없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한 듯했다.


습관은 이래서 무서운 것이다.


경기장 바닥에 공이 퉁 떨어졌다.


“하핫!”


나는 신민철이 수치스러움을 느끼도록 크게 소리를 내어 웃었다.


내 웃음 소리를 들은 신민철이, 경기장 한가운데 멈춰 서서 나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나는 그런 신민철을 내려다보며 일부러 더 크게 웃었다.


이것은 배구 선수가 꿈인 신민철을 위해, 내가 특별히 고안한 신개념 맞춤형 복수였다.


정말이지, 완벽했다!



***



여러 번의 시도에도 매번 공격에 실패한 신민철은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고 여겼는지, 경기 도중에 움직임을 멈추었다.


‘이건 못 넣어. 내가 이걸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녀석의 생각이 내 머릿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신민철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궁금할 때는 녀석의 얼굴을 보면 된다.


감정이 다 드러나는 그 얼굴을 보면, 누구라도 쉽게 녀석의 생각을 쉽게 알 수 있다.


‘슬슬 자괴감이 밀려오나 보지?’


너무나도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투지를 잃는다.


그러니 신민철이 투지를 잃는 것은 당연했다.


녀석에게는, 배구 경기에서 1점을 따낼 수 있는 필수 조건인 ‘손’이 없었으니까.


‘솔직히 손 없이 1점을 따내는 건 무리지.’


나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벌써 신민철을 놔주고 싶지는 않았다.


‘내 복수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야.’


신민철이 완전히 무너질 때까지, 나는 녀석을 꽉 잡고 놓아주지 않을 생각이었다.


‘다 포기하고 싶지? 그래, 나중에는 마음껏 포기하게 해 줄게. 하지만 아직은 아니야. 넌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절망을 느껴야 한단 말이다.’


타이머를 보았다.


아직 시간은 30분이나 남아 있었다.


‘벌써 포기하면 곤란해.’


절망한 신민철이 경기를 포기할까 봐, 그래서 나를 심심하게 만들까 봐, 나는 최선을 다해서 신민철을 응원했다.


“신민철 선수! 정신 차리세요! 경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글거리지만 앞으로 내가 느낄 재미를 위해, 창피하지만 태어나서 처음으로 관중석에서 소리를 질러 보았다.


“지금부터 열심히 노력하면 충분히 앞지를 수 있습니다! 아직 7대 0밖에 안 됐어요!”


나는 진짜 신민철을 응원하려고 한 말이었다.


그런데 말을 꺼내고 나서 신민철의 표정을 보니, 녀석은 내가 자기를 비웃는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배구 경기에서 7대 0이 얼마나 큰 차이인지 몰라?”


신민철이 짜증을 내며 물었다.


녀석은 나에게 화를 냈다.


아니, 기회가 있음에도 점수를 따내지 못하는 자기 자신에게 화를 냈다.


‘신민철에게 있어, 지금 제일 화가 나는 건 바로 자기 몸 상태일 거야. 원래 녀석은 배구를 곧잘 했으니까.’


배구부 에이스의 몰락!


나는 내가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신민철이 알아서 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결말을 원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나는 녀석의 날개를 꺾었다.


잘라서, 녀석이 더는 하늘을 날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그러자 자기 인생이 비관적이라고 생각한 신민철이 스스로 절벽 위에서 떨어져 생을 마감하는 것.


녀석이 죽는 순간까지도, 나는 놈의 몸에 손끝 하나 대지 않았다.


그러니 신민철이 죽는다면 그것은 신민철이 약하기 때문에 죽는 거지, 내가 따로 무언가를 해서 죽는 게 아니었다.


죽을지, 살지는 신민철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녀석은, 아마 내가 원하는 선택을 할 것이다.


‘내면에서부터 망가지고 파멸해라······!’


나는 계속 신민철을 응원했다.


신민철이 편하게 죽지 못하게, 그렇다고 편하게 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이룰 수 없는 목표를 놈에게 강요하고, 놈이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해 절망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사이코인가?’


뭐, 어때.


재미있는걸!


인생은 원래 재미있게 사는 게 가장 현명한 거잖아?


나는 신민철에게 끊임없이 헛된 희망을 불어넣었다.


“포기하지 않는 자가 마지막에는 성공합니다. 그런데 제 눈에는, 신민철 선수가 이 경기를 이기고 싶지 않아 하는 듯 보이는군요.”


내 말에 신민철이 바로 반박했다.


“누가 이기고 싶지 않대? 나도 이기고 싶어! 근데 그게 잘 안 되는 걸 어떡하라고!”


녀석은 진심으로 답답한 듯 목소리가 갈라졌다.


나는 그 처절함이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녀석의 진심을 농락했다.


“잘 안 되는 걸 되게 하는 게 선수의 존재 의미 아닙니까? 만약 시작부터 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려 움직임을 멈춘다면, 당신은 딱 그 정도의 인간일 뿐입니다. 배구 선수가 될 자격이 없는 인간.”


자격 없는 인간.


그 말에 예상대로 신민철이 발끈했다.


“난 자격이 있어! 난 원래 배구를 잘한다고······!”


좋아.


걸려들었군.


나는 씨익 웃으며 신민철을 꼬드겼다.


“그럼 보여 주시죠. 당신이 얼마나 잘하는지 제가 알 수 있도록, 저에게 당신의 재능을 똑똑이 보여 달란 말입니다!”


나는 내 말투가 꽤 우스꽝스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신민철은 정말로 내가 하는 말에 용기를 얻었다.


감명이라도 받은 것일까.


흐릿하던 눈동자가 순식간에 날카로워졌다.


“······나도 한다면 하는 놈이야. 1점만 따내면 되지?”


녀석이 이를 부득 갈은 후, 다시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멍청해서 다루기 너무 쉽잖아!’


나는 조만간 있을 하이라이트를 기다리며, 일부러 신민철 쪽으로 공을 주었다.


희망을 포기하지 못하도록.


나중에 더 크게 절망하도록.



***



신민철이 딱 한 번, 공격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신민철은 공을 잡았을 때, 망설이지 않고 공격을 시도했다.


그러나 신민철에게는 손이 없었기에 손목 끝으로 친 공이 힘없이 적군에게 넘어갔다.


공은 신민철의 얼굴을 빠르게 스치고, 그대로 바닥에 뚝 떨어졌다.


그 순간, 신민철은 처음으로 냉정하게 현실을 인지했다.


‘나에게는 손이 없으니, 이제 더는 배구를 하지 못하겠구나.’


신민철은 말없이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손이 없이 손목만 남아 있는 팔.


과도한 움직임 때문에 손목 부근에서 빨간색 액체가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치 광장의 새빨간 분수 쇼를 보는 듯했다.


“아······.”


신민철은 멍하니 한숨 비슷한 소리를 냈다.


천천히,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털썩!


신민철은 앉은 자세에서 그대로 넋이 나갔다.


나는 그 장면을 보고 열광하여 박수를 쳤다.


“브라보!”


정말 명장면이었다.


나는 내 박수 소리에 중독되어, 박수 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과 동시에 신민철의 두 눈이 점점 탁해졌다.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정적인 어둠의 색이었다.



***



삐빅!


삐빅!


삐빅!


시간을 60분으로 맞춰 놓은 투명 타이머가 울렸다.


나는 거슬리는 시끄러운 알람을 껐다.


경기장 바닥에는 신민철이 초점 잃은 눈으로 앉아 있었다.


아까 정신이 무너져 내린 후부터 계속 저 자세였다.


신민철은 죽었다.


정신을 잃은 사람은 육체도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서 더 볼 것도 없어. 저놈은 끝났다.’


허상의 경기장에 가둬 충분히 절망을 맛보게 했으니, 이제 만족했다.


더 바라는 것도 없었다.


‘너무 많이 먹어서 배가 부른걸.’


절망을 눈으로 보고 먹을 수 있다면 지금 내 배는 포화 상태일 것이다.


‘잘됐네.’


나는 무너진 신민철의 모습을 두 눈에 간직한 채로 다시 손가락을 튕겼다.


경기장의 모습이 기괴하게 일그러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배구 경기장에서 학교 화장실로 순간이동이 되었다.


나는 화장실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자기 손만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신민철에게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잠긴 문을 활짝 열어, 유유히 화장실에서 빠져나왔다.


“일단 한 마리 처리했고.”


신민철 다음은 안재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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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시즌2 1. 이상한 애 24.08.10 42 1 14쪽
30 시즌2 0. 전학생 24.08.10 45 1 3쪽
29 28. 휴식 24.08.09 48 1 13쪽
28 27.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3) 24.08.08 51 1 12쪽
27 26.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2) 24.08.07 50 1 13쪽
26 25. 배보다 배꼽이 더 크면 벌어지는 일 (1) 24.08.06 54 1 11쪽
25 24. 초대형견과 가출견 24.08.05 57 1 12쪽
24 23. 목줄 사건 24.08.04 67 1 12쪽
23 22. 돼지 껍데기 남자 (3) 24.08.03 70 1 15쪽
22 21. 돼지 껍데기 남자 (2) 24.08.02 72 1 11쪽
21 20. 돼지 껍데기 남자 (1) 24.08.01 78 2 11쪽
20 19. 이강현의 협박 24.07.31 86 0 19쪽
19 18. 일진 사냥3 -이강현3- 24.07.30 81 1 11쪽
18 17. 일진 사냥3 -이강현2- 24.07.29 87 1 11쪽
17 16. 일진 사냥3 -이강현1- 24.07.28 93 2 13쪽
16 15. 일진 사냥2 -안재호3- 24.07.27 97 2 13쪽
15 14. 일진 사냥2 -안재호2- 24.07.26 96 2 11쪽
14 13. 일진 사냥2 -안재호1- 24.07.25 93 1 11쪽
» 12. 일진 사냥1 -신민철3- 24.07.24 10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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