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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님의 서재입니다.

개 같은 견주에게 죽고 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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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준
작품등록일 :
2023.12.24 23:57
최근연재일 :
20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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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4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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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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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3 9. 전세 역전 (1)

DUMMY

사강과 이기제가 떠나고 몇 분 후에 전설이 깨어났다.


“허억······!”


목을 부여잡으며 급하게 몸을 일으키는 전설을 보면서도 동정심이 들지 않았다.


나는 전설을 그저 싸늘하게 쳐다보았고, 거의 죽었다가 살아나 숨을 몰아쉬던 전설은 천천히 나의 그런 시선을 알아차렸다.


“······미안. 갑자기 공격이 들어와서 피할 수가 없었어.”


전설이 사과했다.


창고에 자기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는 것을 보고서 자기 때문에 이기제를 놓쳤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듯했다.


무엇보다 내가 표정이 썩었으니까.


표정을 보고 대충 벌어진 일을 짐작한 것인지도 몰랐다.


“나 때문에 놀랐지?”

“딱히 놀라지는 않았어. 그냥 실망을 했지.”


나는 전설이 꽤 똑똑하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일로 그런 내 생각이 틀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난 네가 바보가 아닌 줄 알았어. 그런데 적의 공격에 그렇게 허술하게 당해 버려서 조금 실망했어.”

“그건 정말 실수였어. 또 그런 일이 생기면 잘 대응할 수 있어.”

“그래? 어떻게?”


나는 전설에게 물었다.


“대응할 방법이라도 생각해 놨어?”


내 물음에 전설이 조용해졌다.


‘역시.’


방금 한 말은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한 허세가 분명했다.


나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저번에 내가 이기제를 놓쳤을 때, 너는 그걸 그냥 보고만 있었지. 신이 신을 잡으면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 없어서 이기제를 잡고 있었던 건데, 이기제는 바보지만 완전히 바보는 아니었어. 내가 자기를 잡아서 순간이동을 사용할 수 없자 자기도 나를 잡아서 내가 자기를 잡은 걸 무효화했지. 서로가 서로의 능력 발동을 방해한 거야. 그러면 원래대로 능력을 사용할 수 있으니까. 이기제는 그걸 깨닫고서 순간이동을 했어. 그런데 그때 너는 그 장면을 보고만 있더라. 행동하려고 했지만 늦었다기보다는, 그게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를 못하는 사람처럼 멀뚱히 보고만 있었지. 대충 눈치를 채기는 했어. 내가 너에게 너무 기대를 했다는 걸. 넌 내 기대를 받을 만큼의 존재가 아니었던 거야. 만약 나와 동급이었거나 그 이상이었다면 이기제의 손을 내 몸에서 떨어뜨려 놓는 걸 도와주었거나 아니면 오늘처럼 이렇게 허무한 실수를 하지 않았겠지. 그래서 지금 널 보면―.”


나는 속사포 쏘듯이 말을 내뱉었다.


“―이걸 죽여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돼.”


전설은 멍하니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조금 늦게 물었다.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 두 번 실수한 게 그렇게 잘못이야?”

“너에게 동료 제안을 한 건 나였지. 그건 너에게서 희망을 보았기 때문이야. 네가 나보다 더 나을 수도 있다는 희망. 그런데 이제는 그 작은 희망도, 약간의 가능성도 없네. 너는 그냥 너야. 딱 그 정도의 인간. 나와 함께 뭔가를 이룰 수 있는 그런 큰 존재는 아니야. 그러니까 고민이 되는 거지. 언제까지 널 살려두어야 하나 하고.”


나는 말을 끝내고 전설을 쳐다보았다.


전설은 약간 넋이 나간 표정을 짓고 있었다.


기절했다가 깨어나자마자 나에게 이런 말을 들어서 혼란스러워하는 것처럼 보였다.


“······.”


나는 전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휴식이 필요한 상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원래대로라면 뭐라고 변명이라도 했을 텐데 전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나만 보았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이었다.


‘정신이 멀쩡할 때 다시 이야기해 볼까? 그때는 조금 다를지도 몰라.’


나는 전설에게 이번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로 했다.


“마지막 기회를 줄게. 다음번에는 실수하지 말고 제대로 나를 도와. 만약 세 번째에도 실패를 하면 그때는 내가 널 죽일 거야.”


전설은 말없이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부터 우리는 제대로 된 동료 관계가 아니었다.


상대가 약한 모습을 보이거나 쓸모없어지면 언제든지 서로를 죽일 수 있는 사이.


그게 나와 전설이었고, 나는 전설이 그 점을 잊지 않도록 경각심을 심어 주었다.


“······알았어.”


실수를 해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빠르게 서열 정리가 되었다.


“오늘은 그만 가. 잠 푹 자고 정신 멀쩡할 때 보자.”


나는 전설을 놔두고 창고를 나왔다.



***



다음 날에 심부름 센터를 찾아갔다.


허인범에게 어제 짜장면을 잘 먹었냐고 물어보자 그는 무언가 굉장히 할 말이 많아 보이는 얼굴을 했다.


“난 분명 그렇게 많이는 못 먹는다고 이야기를 했는데―.”

“―그래서. 남겼어?”


나는 허인범이 내가 사 준 짜장면을 남겼다고 하면 서운할 것 같았다.


“아니. 먹기는 다 먹었다.”


허인범이 대답했다.


내 시선을 조금 피하면서.


“하지만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아서 아이들을 나누어 줬다.”

“아이들?”


나는 허인범이 말하는 아이들이 진짜 아이들이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허인범은 조폭이기 때문이다.


허인범이 자기 입으로 조폭이라고 한 적은 없지만 그가 팔에 한 문신과 체격, 그리고 분위기를 보면 그는 조폭이 확실했다.


조폭이 심부름 센터를 운영하며 조용히 살고 있는 것이다.


“아, 그 조폭 새끼들?”


생각이 그대로 말로 튀어나왔다.


“조폭 새끼들이라니······.”


허인범이 기분 나쁘다는 얼굴을 했다.


“너는 말을 꼭 그렇게―.”

“―조폭을 조폭이라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해?”


나는 사실을 말했는데 내가 왜 나쁜 말을 들어야 하는지 억울했다.


“그래도 잘했네. 안 남겨서. 그거 남겼다고 하면 괘씸해서, 내 앞에서 짜장면 열 그릇 다 먹을 때까지 집에 안 보내 주려고 했는데.”


내 말에 허인범이 입을 다물었다.


장난은 여기까지라는 걸 눈치챈 것이었다.


“하나 시킬 게 있어서 찾아왔어. 사강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사해 줘.”

“사강? 그게 이름인 건가?”

“어. 사강이 이름이야.”

“그런 이상한 이름은 처음 들어보는군.”


허인범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나는 허인범이 조사를 끝마칠 때까지 소파에 누워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이러고 있으니 내가 백일하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에 백일하가 학교에 안 올 때, 무슨 일이 있어서 안 오는 건가 궁금해 심부름 센터를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때 녀석이 이 소파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았다.


멀리서 지켜보며 참 편해 보인다고 생각했다.


‘내가 그 자리를 꿰차게 될 줄은 몰랐지만······.’



***



나는 소파에 편하게 누워 있다가 허인범의 부르는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사강이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 없다.”

“뭐?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허인범의 컴퓨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



-사강. 해당 인물 조사 결과 없음.-



허인범이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산 사람 중에는 말이지.”


응?


그 말을 하고 허인범이 무언가를 또 검색했다.


이번에는 죽은 사람 중에서 사강이라는 이름을 친 것이었는데 산 사람 중에서 검색할 때는 없었던 것이 나타났다.



-사강. 해당 인물 조사 결과 있음.-



허인범이 마우스로 그 조사 결과를 누르자 내가 어제 본 사강과는 전혀 다른 얼굴의 사강이 컴퓨터 화면에 나타났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라 전국에 딱 한 명밖에 없군. 네가 찾는 사람이 이 사람 맞나?”


허인범은 내가 사진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도록 몸을 옆으로 비켰다.


나는 컴퓨터에 가까이 다가가 사강이라는 남자의 얼굴을 찬찬히 훑어보았다.


‘그래. 이게 놈의 진짜 얼굴인 거야.’


나는 허인범에게 내가 찾던 사람이 맞다고 말했다.


‘사강은 현생의 이름이 아니라 전생의 이름이었어.’


이제 알아내야 할 건 사강의 현재 이름이다.


나는 박용우라는 이름의 남자도 조사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웬일로 허인범은 순순히 내 말을 들었다.


의외네.

싫다고 버틸 줄 알았는데.


“근데 너, 오늘 왜 이렇게 말을 잘 들어?”


진심으로 궁금해서 묻자 허인범이 살짝 머쓱해하며 대답했다.


“짜장면 값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맛있었거든.”


나는 그 말을 듣자 웃음이 나왔다.


“야, 그런 거면 진작 말을 하지! 내가 다음에 또 사 줄게.”


허인범은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은근히 좋아하는 눈치였다.


심부름 센터 일로는 좋아하는 음식을 마음껏 먹기에 돈이 부족한 듯 보였다.


나는 허인범이 박용우에 대해 조사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허인범이 전설보다 훨씬 유용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예 이참에 전설을 버리고 허인범을 제대로 키워볼까? 꽤 쓸 만한 것 같은데.’

“알아냈다.”


허인범이 가까이 오라고 손짓을 했다.


“이 사람인 것 같은데.”


그러면서 나에게 어떤 남자의 인적 사항이 적힌 자료를 보여 주었다.


“박용우라는 이름은 대한민국에 몇 명 있어서 말이야. 아까 그 사강이라는 남자와 같은 나이의 박용우를 조사했는데, 이게 맞나?”

“와. 야······.”


나는 허인범이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했다는 사실에 놀라 점점 허인범에게 호감을 느꼈다.


“너 정말 쓸 만하구나!”


그렇게 말하면서 허인범의 등을 손바닥으로 쳤다.


등에서 팡팡 소리가 났다.


“전혀 상관이 없는 둘을 조사하라고 시켰을 것 같지는 않아서 나름대로 생각을 한 거다.”


허인범은 생긴 것과는 다르게 칭찬에 쑥스러워했다.


“그런데 넌 왜 자꾸 죽은 사람을 조사하는 거냐?”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는 말투였다.


나는 자세히 알면 다친다고 말한 후에 컴퓨터 화면 속 자료를 핸드폰으로 찍었다.



***



볼일이 끝나 심부름 센터를 나가려는데 허인범이 뒤에서 물었다.


“······송시현은.”


그 이름을 들은 순간, 나는 살짝 멈칫했다.


“정말로 죽은 거냐······?”


허인범은 아직도 백일하를 잊지 못하는 듯 보였다.


내가 백일하의 수첩을 가져다 달라고 해서 그걸 가져다 줬는데 그 후로 백일하가 실종되어서 죄책감이라도 느끼는 걸까.


나는 뒤를 돌아 허인범을 바라보았다.


허인범은 약간 긴장을 했지만 내 시선을 피하지는 않았다.


“살아 있었다면―.”


나는 천천히 허인범을 보며 대답했다.


“―널 보러 오지 않았을까?”


그 말로 모든 게 설명이 된 듯하다.


허인범은 역시 그렇겠지 하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미안하다. 내가 괜한 걸 물었군.”

“알면 됐어.”


나는 곧바로 심부름 센터를 나왔다.


방금까지만 해도 기분이 꽤 좋았는데 한순간에 불쾌해졌다.


자리를 떠나지 않으면 내가 허인범을 죽여 버릴 것 같아서 급하게 나온 것이었다.


‘왜 다들 백일하를 잊지 못하는 거야?’


이강현도, 전예은도, 박정후도.


그리고 허인범도.


모두 백일하를 그리워했다.


말은 하지 않아도 눈빛이나 말투, 하는 행동을 보면 눈치가 빠르지 않은 나라도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


‘대체 그놈이 뭐길래 다들 그놈만 좋아하는 거냐고!’


사실은.


‘짜증이 나······.’


종종 백일하가 이 세상에서 사라진 게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건 아마도 내가 그게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백일하를 잊지 못하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강현과 전예은, 박정후, 허인범.


그 속에는 나도 은밀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나는 가끔씩 그날 내가 백일하를 죽인 것을 후회한다.


그러나 후회한다고 해서 죽은 놈이 되살아나지는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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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시즌3 3. 전설의 편지 24.09.13 16 0 12쪽
65 시즌3 2. 전설의 눈 24.09.12 18 0 12쪽
64 시즌3 1. 전학생 전설 24.09.11 19 0 13쪽
63 시즌3 0. 협박 편지 24.09.11 15 0 7쪽
62 시즌2 32.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 24.09.10 17 0 11쪽
61 시즌2 31. 해산 24.09.09 20 0 15쪽
60 시즌2 30. 백일하의 세계 24.09.08 18 0 11쪽
59 시즌2 29. 송시현의 정체 24.09.07 19 0 11쪽
58 시즌2 28. 창고에서 (3) 24.09.06 20 0 13쪽
57 시즌2 27. 창고에서 (2) 24.09.05 19 0 11쪽
56 시즌2 26. 창고에서 (1) 24.09.04 22 0 12쪽
55 시즌2 25. 호텔에서 24.09.03 21 0 12쪽
54 시즌2 24. 사라지다 24.09.02 22 0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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