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남녘의 서재입니다.

살인앱고

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3,982
추천수 :
29
글자수 :
505,603

작성
20.07.09 20:00
조회
22
추천
0
글자
8쪽

#42.

DUMMY

“넌 또 뭐야?”


철가면이 여유롭게 말한 것치고는 불안하게 칼을 다잡는다. 그 사소한 움직임을 놓치지 않는 현의 시선에 그가 다급히 숨을 고른다.


‘이 아이, 보통이 아니다.’


철가면이 가면을 고쳐 쓴다.


“이름은 밝혀줄 수 있지 않나?”

“이름 밝히고 죽이는 살인자가 이 바닥에 누가 있지?”


섬뜩한 되받아치기에 철가면이 실소를 터트린다.


“이놈 봐라?”


가늠은 되지만, 그걸 인정하고 싶지 않은 감정은 그가 나이를 꽤 먹었다는 증거였다.


“죽으면 못 보니까, 많이 봐 놔.”


준비 동작도 없이 튀어나간다. 양손에 칼도, 무기도 없지만 상관없다.

지금이라면 그 누구도 찍어 누를 자신이 있으니까.


“미친놈!”


철가면이 칼을 위협적으로 휘두른다. 그건 상대의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위협용. 한 마디로 지금의 기세를 한 풀 꺾을, 자윤에게도 사용했던 일종의 흐름 끊기였다.


‘피하면 흐름을 끊어 태세를 정비할 수 있고, 피하지 않는다면 얼굴에 일자로 상처를 남길 거다. 그런데도 넌 밀고 들어올 수 있겠어?’


얼굴 정도는 내줄 수 있어.

눈 하나 깜짝 않고, 멈추지도 않은 채 그대로. 휘둘러진 철가면의 칼끝이 현의 얼굴을 그어버린다.

공중에 그의 얼굴에서 튀어 오른 핏방울들이 보인다. 마치 슬로우모션처럼. 그 핏방울이 내뻗는 손바닥에 부딪혀 흩어진다. 그리고 그 손이 그대로 철가면의 얼굴을 부여잡았다.


“우습게 보여?”


그대로 다리를 걸고, 그를 넘어트린다. 그 아래에 있던 자윤이 깜짝 놀라 황급히 몸을 굴려 피한다.

한 치의 망설임이 없어 부드러운 동작은 물이 흐르듯, 철가면의 뒤통수를 지면에 내리꽂았다.


“크헉!”


큰 충격에 고통스러운 숨을 토해냈으나, 철가면은 아직 건재했다. 그의 눈이 빠르게 주변 상황을 훑는다. 완전히 몸을 누른 채 제압하지 않았다는 걸 확인한 철가면은 허릿심으로 하체 전체를 들어 올려 내 어깨에 발을 걸려고 했다.

자신의 가면을 붙잡은 손을 꺾어 그대로 암바를 걸 속셈이었다.


“너 좀 치는구나?”


서둘러 몸을 뒤로 내빼자, 철가면이 몸을 추스르며 말했다. 뒤통수를 계속해서 어루만지며 말이다.

나는 말없이 그런 그를 응시할 뿐이다. 언제든 달려들 수 있게.


‘기억해. 네 죽음을 타인에게 넘겨왔던 순간들을.’


크게 심호흡을 한다.

들이마신 호흡을 참고, 그대로 달려간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자윤의 칼을 집어 그대로 철가면의 칼과 맞물린다.

얽히고, 맞물리고, 불꽃을 튀기고, 시끄러운 소리를 내는 것. 마치 두 개의 톱니바퀴처럼 그저 기계처럼 힘과 기술이 격돌한다.


‘이 사람······.’


수십 번의 칼질이 서로에게 스치고, 막히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를 바득 간다.

어쩔 수 없는 격차. 실력에는 차이가 없으나, 이건.

경험의 차이였다.

호흡. 동작. 시선. 말. 그 하나하나에서 묻어나는 세월의 격차. 거기서 벽을 느꼈다.


‘이렇게 가다가는 내가 밀린다.’


생각해야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상대도 똑같이 하고 있을 터였다.


“격투를 배우지 않아 움직임은 자유롭고.”


내지르는 주먹을 막아내며 그가 말했다.


“죽이는 기술만은 본능적으로 뛰어나.”


나의 칼을 받아내고,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한다. 나는 그대로 헛구역질을 쏟아내고 반격을 준비한다.


“놓치지 않으려는 끈기. 이 눈동자!”


그가 나의 칼끝을 철가면으로 받아내고 얼굴을 붙잡았다. 유일하게 가면에 뚫린, 떨어진 촛농과 같은 그의 눈과 마주했다.


“아주 제대로군!”


흥분을 감추지 않고 그가 말했다.

주먹을 휘둘러 오른쪽 광대를 때리고 몸을 물렸다.


‘위험해. 한 달······? 아니야. 일주일. 일주일만 더 있으면. 그 정도의 경험을 쌓는다면!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정신을 차렸을 때, 철가면의 칼끝이 어느새 코앞까지 내질러져 있었다.


“너 지금 내 목숨 가늠 하니??”

“칫···!”


피하기엔 글렀다. 그래서 반사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칼을 붙잡았다.

뚝. 뚝.

날카로운 칼날이 손바닥에 박혀 피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녹아내리는 치즈처럼 손바닥에 흐른 피가 바닥에 떨어진다.


“몇 가지 묻겠다.”


눈빛이라도 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는 나에게 철가면 물었다.


“너도 어르신의 아이냐?”

“어르신?”

“창석 어르신 말이야. 이 꼬맹이랑 어울릴 이유는 그거밖에 없잖아.”


손바닥에 느껴지는 통증을 감내하며 답한다.


“협력 관계일 뿐이야.”

“협력관계?”


철가면이 웃었다.


“그 어르신이 협력이라는 걸 한다고? 자기 딸 빼고는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이·········.”


그리고 스스로 깨닫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아, 그렇군. 그런 거였어.”


그가 갑자기 칼에 힘을 빼더니 그대로 뒤돌아 버린다.


“어디가!”


속으로는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이건 철가면과 반대로 아직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가능한 호기였다.


“흥이 떨어졌다. 연우님 곁을 오래 비워도 안 되고.”


철가면이 쓰러진 소년의 얼굴에 벗겨진 마스크와 모자를 다시 씌어주고 안아 들었다.

나는 그제야 그 소년을 바라봤다.


“그놈은 누구지?” “우리 쪽 신입이다. 그건 그렇고 내 쪽에서 하나 묻지.”


철가면이 소년의 품에서 휴대폰을 꺼내고, 화면을 보여준다.


“이 휴대폰에 담긴 어플. 보이나? 가까이 와서 봐도 좋다. 해는 가하지 않으니까.”

“어플······?”


그게 무엇인지는 내심 짐작이 갔으나, 자윤의 상태를 한 번 살핀다.

자윤이 상처를 응급처치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겨 그에게 다가가자, 그는 휴대폰을 한 번 더 까닥하고 오라는 의미를 전한다.

손을 뻗으면 휴대폰이 잡힐 정도의 거리.

바싹 마른 입술을 혀끝으로 적신다. 그리고 손을 뻗어 그가 쥐고 있던 휴대폰을 쥔다.


“보이나?”


그가 물었다.

똑똑히 보이는 ‘살인앱고.’

조심스럽게 그걸 켜본다.


“무엇이 있지?”

“아무것도.”


없었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착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철가면은 한동안 말이 없다. 그러다 가면을 한 번 고쳐 쓰고 휴대폰을 달라는 손짓을 한다. 조심스럽게 받아들 때보다는 조금 편한 느낌으로 그에게 휴대폰을 건넨다.


“고맙군. 자윤이 너도 이게 보이겠지?”


자윤은 마지막 붕대 매듭을 묶기 위해 붕대 끝을 이로 꽉 움켜쥐고 당긴 채 고개를 끄덕인다.


“이 어플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왜 이런 대화를 해야 하지?”

“되묻는 게 습관이 돼 있군. 자신이 우위를 점하지 못했을 땐 좋지 않은 방법이다. 왜냐면 되묻는 순간 패가 없다는 게 들키니까 말이야.”


철가면이 휴대폰을 다시 소년의 소매에 넣어주고 몸을 돌렸다.


“아무래도 어르신이 아무것도 안 알려줬나 보군.”

“그럼 너는 알고 있다는 거야?”

“물론.”


철가면이 멀어지기 시작한다.

따라가려 했으나, 그게 소용없다는 걸 알아 우뚝 멈춰 선다.


“궁금하다면 대타 업체를 이용하면 된다. 어떤 정보도 우린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게 그는 홀연히 사라졌다.


‘인제 그만. 됐어.’


“알겠어.”


심호흡을 한 번 한다.

천천히. 감정과 추동을 억누른다.

본래의 나로. 평온한 감정으로.


“현아.”


자윤이 현을 불렀다.


“응?”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본다. 상처가 깊은 곳은 두 곳. 그녀답게 응급처치가 깔끔하게 돼 있었다.


“왕 박사에게 데려다줄 수 있겠어?”

“당연하지.”


현은 철가면과 똑같이 자윤을 안아 들어 걸음을 옮긴다. 완전히 정반대로 두 사람은 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살인앱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46. 20.07.15 26 0 12쪽
45 #45. 20.07.14 22 0 10쪽
44 #44. 20.07.13 24 0 11쪽
43 #43. 20.07.10 25 0 9쪽
» #42. 20.07.09 23 0 8쪽
41 #41. 20.07.08 26 0 9쪽
40 #40. 20.07.07 27 0 9쪽
39 #39. 20.07.06 27 0 9쪽
38 #38. 20.07.03 30 0 9쪽
37 #37. 20.07.02 25 0 10쪽
36 #36. 20.07.01 25 0 11쪽
35 #35 20.06.30 30 0 6쪽
34 #34. 20.06.29 27 0 14쪽
33 #33. 20.06.26 30 0 8쪽
32 #32. 20.06.25 27 0 8쪽
31 #31. 20.06.24 26 0 12쪽
30 #30. 20.06.23 28 0 9쪽
29 #29. 20.06.22 24 0 8쪽
28 #28. 20.06.19 29 0 12쪽
27 #27. 20.06.18 31 0 10쪽
26 #26. 20.06.17 27 0 8쪽
25 #25. 20.06.15 31 0 9쪽
24 #24. 20.06.15 26 0 8쪽
23 #23. 20.06.12 38 0 11쪽
22 #22. 20.06.11 29 0 10쪽
21 #21. +2 20.06.10 35 1 14쪽
20 #20. 20.06.09 31 0 10쪽
19 #19. 20.06.08 54 0 10쪽
18 #18. 20.06.05 41 0 15쪽
17 #17. 20.06.04 40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