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남녘의 서재입니다.

살인앱고

웹소설 > 일반연재 > 추리

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3,974
추천수 :
29
글자수 :
505,603

작성
20.06.26 20:00
조회
29
추천
0
글자
8쪽

#33.

DUMMY

세상은 조용하다. 마치 이제는 더럽고 추잡한 일들은 기억하고 싶지 않다는 듯 말이다. 시끄러운 건 그 날의 당사자들과 그런 그들과 연루된 자들뿐이다.


“근데 타이밍도 거지 같지.”


자윤이 팝콘 과자를 입에 던져 넣으며 물었다.


“어떻게 그때 딱 경찰이 왔지?”

“나도 대웅이랑 있다가 깜짝 놀랐어.”


가만히 앉아 호야의 손에 얼굴을 맡긴 현이 말했다.

피어싱을 하는 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윤은 과자 하나를 더 입에 넣는다.


“너는 어떻게 도망갔어?”

“비상계단. 별거 있나? 너야말로 뭐 들킨 건 없지?”

“없지, 없지. 정당방위. 액자로 내려친 게 신의 한 수였어. 즉사하질 않았으니까. 나랑 희서는 피해자. 덕분에 희서한테 의심도 안 사고 잘 됐지, 뭐.”


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움직이지 말라니까!”

“죄송해요.”


호야의 말에 현은 황급히 자세를 바로 한다.


“고생하는 건 너야. 가만히 있어. 그리고 이건 좀 아프다?”


그 말과 동시에 현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이제 마지막이니까, 말하지 말고.”

“네.”

“자윤 너도.”


자윤이 손을 흔들며 답한다.


“아, 예~”


현의 입술에 마지막 링 피어싱이 끼워졌다.


“이왕 뚫렸다고 피어싱을 다 해버리는 너도 대단하다. 자윤이는 그냥 한 말이었을 텐데.”

“그런가요?”

“진심인데?”


호야가 자윤을 놀란 눈으로 돌아본다.


“뭘 그렇게 놀라. 내가 거짓말하는 거 봤어?”

“남의 일로 거짓말 안 하는 건 또 처음이지.”

“그런가?”


호야가 현의 어깨를 두 번 내리치고 작업이 끝났음을 알렸다.


“자, 다 됐다.”


그리고 면봉 하나를 꺼내 약을 발라주며 말을 이었다.


“약은 씻고 나서. 한 일주일 정도만 바르고, 그 이후로는 안 발라도 돼.”

“감사합니다.”

“자, 어때?”


호야가 현의 앞에서 의자를 끌어 물러난다.

자윤에게 새롭게 변한 현의 얼굴이 드디어 공개됐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씩 밝아졌다.


“오오, 역시 호야~”


아랫입술 왼쪽으로 크기가 다른 링 네 개와 양쪽 귀에는 다양한 피어싱들이 반짝였다. 하나하나 모두 다른 모양과 다른 크기로 자윤이 직접 고른 디자인들이었다.


“조금 난잡하지 않아요?”

“왜, 좋잖아. 심심하지 않고.”

“그런가······.”


현이 피어싱들을 이리저리 만지작댄다.


“며칠 정도는 자주 안 만지는 게 좋아. 덧나면 아프니까.”


현은 얼른 손을 거둔다.


“이거 다해서 얼마에요?”

“가격은 이미 자윤이 다 계산했어. 놀랄 일이라니까, 진짜.”


현이 커다란 눈으로 자윤을 바라봤다. 자윤은 그런 현에게 브이를 날리고 웃는다.


“멋지지? 내가 쏘는 거야. 복수해줬으니까.”

“그럼 저도 뭐 사드릴게요. 도와줬잖아요, 희서······.”

“아냐, 됐어.”


자윤이 손사래를 쳤다.


“왜요?”


현이 일어나면서 물었다.

자윤이 그런 현의 눈을 사선으로 회피했다.


“이미 받은 거 같아서.”


자윤은 손으로 자신의 휴대폰을 만지작댔다. 현의 눈이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다 얼굴이 환해진다.


“뭐예요. 알겠어요. 근데 그건 어차피 해드릴 건데.”

“어, 응?”


자윤이 현의 시선을 좇는다. 그리고 서둘러 태연자약하게 웃어 보인다.


“그래도 네가 애써 해주는 거잖아.”

“꼭 그런 건 아닌데.”


현이 머리를 긁적인다.


“그럼 바로 가요?”


자윤은 자연스럽게 본래 의도를 넘기기 위해 몸을 일으킨다.


“그럴까?”

“근데 이제는 같이 가야하는 거 아녜요?”


현이 자윤에게 받은 옷을 입으며 물었다. 자윤은 현에게 잘 어울린다고 칭찬을 한 후에 되묻는다.


“같이?”

“네. 왜 저한테 이 일을 맡겼는지 모를 정도예요. 경찰들도 놀랐다고 했잖아요. 오히려 범인을 제압하고 있다고.”


자윤이 그 말에 쑥스러운지 머리를 긁적인다.


“에이, 어깨너머로 배운 거지. 어깨너머로! 근데 다행이야. 죽이기 전에 들어와서.”

“저도 나중에 알려주실 수 있어요?”

“무, 뭘?”

“뒤처리하는 기술이요.”


그 말에 자윤의 눈빛이 부드럽게 변한다.


“그럼. 당연하지.”


호야가 테이블에 턱을 괸 채, 그런 둘을 기분 좋게 바라본다.


“그건 그렇고 상처는 뭐라고 설명했어?”

“출장 갔다가 다쳤다고 했어. 출장 갔다고 했다면서.”

“잘했네.”

“대신 다음부터는 출장 가지 말래.”


현이 웃음이 가볍게 분위기에 얹어진다.


“그래도 마트 일은 관두려고.”

“하긴. 그 얼굴로는 무리겠지.”


자윤이 어쩔 수 없다는 투로 말했다.


“그게 좀 아쉽기는 해. 그래도 이 일이 그만큼 희서를 위해서라도 필요하니까.”


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오늘 일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사실은 오로지 희서의 안전이었다. 그런 그의 손을 가만히 바라보던 자윤이 크게 스트레칭을 하며 말한다.


“호야, 조금 더 있다가 가도 되지?”

“응?”


호야가 여유롭게 둘을 바라보던 얼굴을 세웠다.


“상관은 없는데, 왜?”

“얘기 좀 더 하다 갈까 해서. 어디 가기에는 좀 그렇고.”

“편하게 해. 뭐라도 줘?”


호야가 고개를 돌려 카운터 뒤에 있는 술병이나 커피 머신을 둘러본다.


“난 커피.”

“현이 너는?”

“저는 콜라요.”


호야의 얼굴에 미소가 걸린다.


“콜라? 탄산수는 있으니까 레몬에이드는 어때?”

“좋아요.”


호야는 금방 커피 머신을 돌려 원두를 갈았다. 원두가 갈리는 틈을 이용해 탄산수와 미리 담가 놓은 레몬즙을 꺼낸다.

자윤가 현은 그런 호야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눈다.


“경찰에서는 뭐래? 그 형사 뭔가 촉이 좋은 거 같던데.”

“너 처음 사람 죽였을 때. 그 돼지. 그때도 왔던 형사였지?”


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인표. 박수혁, 으로 알고 있어.”

“맞아. 성가시던데. 피해자로 바라보고 있었지만, 피의자일지도 모른다는 시선을 감추지도 않더라. 뭔가 냄새를 맡은 거겠지.”


자윤이 옆에 있던 아일랜드식 식탁 의자에 앉았다.


“근데 정말 중요한 건, 희서가 네 동생이란 걸 신경 쓰더라.”


현이 팔짱을 끼고 혀를 찼다.


“나쁘진 않아. 희서는 네가 그런 일 하는 걸 모르니까. 어안이 벙벙할 뿐이지.”

“조구현. 그 녀석이 뭔가 말하지는 않겠지?”

“말하면 죽을걸?”


현의 고개가 자윤에게 돌아간다.


“자, 다 됐다!”


호야가 각자의 음료를 두 사람에게 건넸다.


“왜? 경찰에 붙잡힌 이상 아무것도 못 하지 않아?”


현이 만들어진 레몬에이드를 깊게 빨아마셨다. 자윤은 대답을 잠시 미루고 입안에 커피 향을 적셨다.


“어때, 맛있지?”


현이 웃으며 답했다.


“네. 맛있어요. 콜라 먹었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그렇지? 자윤 너는?”


호야가 자윤 쪽을 바라본다.


“호야 커피는 늘 똑같지.”


그 말에 뿌듯한 표정을 짓던 호야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그래서 무슨 얘기 중인데?”

“대타.”

“대타?”


현과 호야의 시선이 동시에 그녀 쪽으로 쏠린다.


“만약 말하면, 조구현은 대타 업체한테 죽을 거야.”


대타 업체. 고동만을 죽였을 때 처음 들었던 이름.


“도대체 그게 뭔데?”

”그건 그러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살인앱고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46 #46. 20.07.15 26 0 12쪽
45 #45. 20.07.14 22 0 10쪽
44 #44. 20.07.13 24 0 11쪽
43 #43. 20.07.10 25 0 9쪽
42 #42. 20.07.09 22 0 8쪽
41 #41. 20.07.08 26 0 9쪽
40 #40. 20.07.07 27 0 9쪽
39 #39. 20.07.06 27 0 9쪽
38 #38. 20.07.03 30 0 9쪽
37 #37. 20.07.02 25 0 10쪽
36 #36. 20.07.01 25 0 11쪽
35 #35 20.06.30 30 0 6쪽
34 #34. 20.06.29 27 0 14쪽
» #33. 20.06.26 30 0 8쪽
32 #32. 20.06.25 27 0 8쪽
31 #31. 20.06.24 25 0 12쪽
30 #30. 20.06.23 28 0 9쪽
29 #29. 20.06.22 24 0 8쪽
28 #28. 20.06.19 29 0 12쪽
27 #27. 20.06.18 31 0 10쪽
26 #26. 20.06.17 27 0 8쪽
25 #25. 20.06.15 31 0 9쪽
24 #24. 20.06.15 26 0 8쪽
23 #23. 20.06.12 38 0 11쪽
22 #22. 20.06.11 29 0 10쪽
21 #21. +2 20.06.10 35 1 14쪽
20 #20. 20.06.09 31 0 10쪽
19 #19. 20.06.08 54 0 10쪽
18 #18. 20.06.05 41 0 15쪽
17 #17. 20.06.04 40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