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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의 서재입니다.

살인앱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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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3,983
추천수 :
29
글자수 :
505,603

작성
20.06.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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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6쪽

#35

DUMMY

자윤이 두 팔을 크게 벌린 채, 현에게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런 검은 회사라는 거지.”

“뭔 소리이야 도대체.”

“이렇게 이해력이 떨어지다니.”


자윤이 이마를 짚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이 세상의 모든 정보가 오가고, 훼손된 시체를 대신할 시체를 팔면서 그걸 사간 고객들을 관리하는 회사라는 말이지.”


현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니까 훼손된 시체를 대신할 시체가 바로 대타라는 말이지?”

“맞아.”

“들키지 않은 게 용하다.”


매우 의심스럽다는 표정으로 현이 말했다.


“절대! 전혀!”


자윤이 두 팔을 교차시켜 “X”를 만들었다.


“똑같이 만들 거든.”

“보통 대타를 쓰는 건 살인마가 살인마를 죽였을 때야.”


호야가 두 사람이 다 마신 잔을 닦으며 자윤의 말을 받았다.


“훼손이 심하다는 건, 그만큼의 몸싸움. 그리고 감정의 격화가 있었다는 말이지. 너나 자윤이 같은 살인마들은 목적이 확실해. 거기에는 감정의 격화도 몸싸움도 필요하지 않지. 차분하게 준비한 대로 가서······. 푹.”


호야가 닦고 있던 잔을 칼처럼 내질렀다. 현의 코앞에 내밀어진 컵의 둥근 입구가 위협적으로 느껴졌다.


“깔끔한 것에는 차이가 있겠지만, 시체가 훼손이 적으면 얘 같은 훌륭한 뒤처리 반에 의해 사건 현장이 보통 자살 아니면 사고사. 또는 미제 사건으로 처리돼.”


자윤의 볼을 손가락으로 누르는 호야의 손을 자윤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애썼다. 호야는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몸부림을 피하며 말을 잇는다.


“최악이라 해도 범인으로 몰릴 가능성은 없어.”


자윤이 지쳤는지 호야의 손을 막아내는 걸 포기하고 어깨를 으쓱인다.


“너도 어느 순간 이용할 때가 올 거야. 그럴 일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왜?”


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좋은 거 아닌가? 현장을 우리가 살필 필요 없이 게네한테 맡기면 되잖아.”

“뭐, 틀린 말은 아니야. 예전에는 다들 그랬고.”


호야가 다 닦은 컵들을 선반에 정리하며 말했다.


“하지만 이젠 안 그러지.”

“왜요?”

“주인이 바뀌었거든.”


자윤이 팔짱을 끼고 다리를 꼬았다. 누군가를 흉내 내는 듯했다.


“무서운 사람이야. 원래 대타 업체를 차린 늙은이들이 있거든? 원년 멤버들. 걔들을 싹 다 갈아엎고 올라선 사람인데, 피도 눈물도 없지.”

“그 사람이 최고 경영 자리에 올라서면서 업체의 모토가 바뀌었어. 예전에는 윗선과 유착관계를 형성해서 상부상조하는 느낌이었는데, 그녀가 그냥 깔끔하게 잘라버렸지.”


호야가 자윤의 말을 이어 설명했다.

자윤은 자꾸 자신의 할 말을 뺏어가는 호야를 노려본다.


“업체 입장에서는 손해 아닌가요?”

“절대 아니지.”


자윤은 대답을 호야에게 뺏길까 봐 서둘러 입을 뗐다.

호야를 바라보고 있던 현의 고개가 자윤에게로 옮겨갔다.


“왜? 상식적으로는 그렇잖아. 유착관계야 영화나 타 매체로 자주 접하니까, 얼마나 더럽고 편한지 이젠 지겨울 정도로 알고 있는데. 그걸 굳이 턴다고?”

“자유를 보장받고 싶어서야.”

“자유?”


현이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고작 그것 때문이라고?”

“생각해 봐. 우리 같은 살인들이 두려워하는 게 뭐라고 생각해?”


딱히 떠오르는 게 없었다.

자윤은 그런 현의 속마음을 정확히 꿰뚫어 묻는다.


“딱히 떠오르는 게 없지?”

“어, 어······.”


현이 당황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거야. 살인마들은 무서울 게 없어. 배알 꼴리면 죽여 버리면 되니까. 무섭지만 가장 간단한 원리. 법도, 규칙도, 도덕도 필요 없어. 자유가 거창한 거로 생각하지 마. 결국에 자유도 인간의 본성을 표출하는 것뿐이니까.”

“그러니까 윗선과 결착하는 순간 그걸 빼앗긴다는 거야?”

“그래. 윗선은 윗선 나름의 규칙을 업체에 강요했어. 그리고 업체는 자신들의 정보와 비밀을 쥐고 있는 그들의 말에 따라야 했지. 하나의 개처럼 목줄이 걸리고 만 거지.”


현은 그제야 완전히 이해가 됐다.

새롭게 올라섰다는 대타 업체 주인의 판단이 얼마나 현명했는지, 그리고 그녀가 어째서 그 자리에 올라섰는지도 알 것만 같았다.


“결단이야. 어떻게 보면. 그걸 끊어내기 위해서 그 사람은 대타 업체 모든 것을 바꿔야 했어. 윗선이 쥐고 있는 패들을 쓰레기로 만들기 위해서 말이야. 그것 때문에 예전에는 수백이 일하던 곳이 지금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만 남아서 운영하고 있다고 하더라.”


자윤은 휴대폰을 켜 시간을 확인했다.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나있었다.


“가려고?”


호야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가 물었다.


“응. 슬슬?”

“아니 마저 들려줘야지.”

“나도 여기까지 밖에 몰라. 그리고 이제 움직여야지. 언제까지 밀린 걸 놔둘 거야?”


자윤이 현의 귀를 붙잡고 억지로 일으켰다.


“궁금하면 나중에 왕 박사한테 물어봐.”

“왕 박사?”

“그래.”


자윤이 호야에게 인사를 건넨다.


“우리 간다~”


호야는 시끌벅적하게 떠나는 그 둘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리고 손을 내리면서 뭔가 적적한 아쉬움에 사로잡힌다. 방금까지의 시끄러웠던 분위기가 일제히 차분히 가라앉아서였다.


“원래 이랬으니까.”


호야는 조용히 아무도 없는 가게를 둘러보며 오랜만에 피어싱을 직접 제작하기 위해 공책을 꺼낸다. 가볍게 몇 가지 디자인을 공책에 그리고 있을 때, 입구 쪽에서 누군가 내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어서 오세요.”


문이 열리는 것과 동시에 그는 얼굴을 찡그린다.


“얼굴 풀어, 호야. 죽이러 온 거 아니니까.”


호야 앞에 나타난 건, 다름 아닌 연우였다.


작가의말

분량이 적어보이는 건, 잔상입니다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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