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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남녘
작품등록일 :
2020.05.13 18:25
최근연재일 :
2021.01.28 20:00
연재수 :
101 회
조회수 :
3,972
추천수 :
29
글자수 :
505,603

작성
20.06.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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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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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8쪽

#26.

DUMMY

매타작 소리는 어이없게도, 고동만의 지하실로 이어진다. 타격 소리가 현의 주먹에서 고동만의 얼굴로 찐득하게 늘어졌다. 그걸 뒤늦게 쇠사슬이 뒤따랐다.


“혀, 현아·········.”


자윤이 조심스럽게 현을 불렀다.


“············후.”


현이 자윤의 말에 조용히 타격을 멈추고 일어난다.


“왜?”

“그만. 더 해치면 수습하기 어려워.”


현이 땀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며 거친 숨을 잔잔히 토해냈다. 오른손에는 고동만의 피와 자신의 피가 뒤섞여 아래로 뚝, 뚝 떨어졌다.


“아직 안 죽였어.”

“알아. 그러니까 그만. 그만 하고 죽이라고. 너도 치료받아야 해.”

“잠깐.”


현이 숨을 한 번에 몰아 뱉어내고 몸을 다시 고동만의 쪽으로 주저앉았다. 피떡이 된 얼굴로 고동만이 몸을 뒤로 물러나려 한다. 하지만 이미 힘이 빠졌는지 바르르 떨며 도저히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다.


“아, 아. 아아············.”


말도 잊어 그러한 소리만 낼 뿐이었다. 그런 그의 머리채를 부여잡고 현이 억지로 시선을 맞췄다.


“야.”

“흐, 힉!”


고동만이 서둘러 시선을 피하고, 양팔을 들어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런 그를 향해 현은 휴대폰을 꺼내 보여준다.


“휴대폰 어디 있어?”


시선이 사선으로 내려간다. 적어도 이 공간에는 없다는 의미였다.

현이 그 의미를 알아채고 얼굴에 침을 뱉었다.


“빨리 죽여야 해. 벌써 4시야.”


자윤이 시계를 확인하며 말했다.

현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고동만을 노려본다.


“어플. 어떻게 알았어. 누가 알려줬어?”

“흐, 흑!”

“아이씨, 장난치지 말고!”


현이 고동만의 주둥이를 부여잡았다.


“나, 나도······!”


현의 흉기보다 날카로운 눈빛에 잊었던 언어가 돌아왔는지 그가 말하기 시작했다. 말하지 않으면 어떻게 죽을지 눈에 선해서였다.


“나도 들은 거야.”

“누구한테?”

“······이······이수.”

“이수?”

“백이수.”


현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기다리는 둘을 바라봤다.

자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끝내야 했다.


“대웅아, 일 끝나면 쟤 데리고 할배한테 가.”

“누나는요?”

“여기 마무리 짓고 갈게.”

“아니, 됐어.”


현이 자윤의 말을 가로챘다.


“뭐?”

“혼자 갈 수 있어. 여기 치우려면 둘은 필요할 거 아니야.”


정확한 말이라 자윤은 선뜻 거절하지 못했다. 고동만의 전자 발찌가 눈에 들어왔다.

사방에 묻은 낭자한 피와 난투의 흔적. 뭐가 부서져 생겼는지 모를 금속 부스러기들은 도저히 제시간 안에 혼자 치우기는 벅찬 양이었다.

자윤은 고개를 푹 숙이고 한숨을 토해내는 거로 동의를 표했다.


“사실 맞아. 미안한 얘기인 거 알지만, 빠듯하긴 해. 아무리 사망 시각을 늦춰도 결국 경찰은 곧바로 알 테니까.”

“신경 쓰지 마. 알아서 갈 테니까.”


자윤이 현을 한동안 바라본다.


“피 너무 흘리면서 가지 말고.”

“안 흘려. 샤워하고 갈 거니까.”


현이 지하실 구석에 있는 샤워실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윤과 대웅이 그걸 섬뜩하게 바라보다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대웅아 대타 구해야겠다.”

“············알았어.”


대웅이 먼저 지하실 밖으로 나갔다.

자윤은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에서 도구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자, 우리도 시작하자?”


현이 고동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부드러운 목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그걸 느끼고 있는 고동만의 얼굴은 이제는 푸를 정도다.

현이 창석에게 받은 칼을 부여잡은 손을 그의 머리 위에 위치시켰다.


“덕분에 공포를 이겨냈어.”


새끼손가락이 펴졌다.

고동만이 고통에 신음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앞으로는 더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는 걸 알았어.”


약지가 펴진다.


“덕분에 통각이 조금 무뎌진 것 같네.”


중지가 펴진다.


“그리고 이제 누굴 죽이는 게 두렵지가 않아.”


검지가 펴진다.

고동만은 이제 울부짖기 시작한다. 두렵지만 절대 눈은 감지 못하고 엄지 위에서 뒤뚱대는 칼의 손잡이를 불안하게 바라본다.


“안타깝네.”


현이 엄지를 기울인다.


“마지막 대답을 끝까지 하지 말았어야지.”


칼끝이 고동만의 눈 위로 추락한다. 그걸 끝까지 불안하게 노려보던 눈이 결국 질끈 감겼다. 동시에 현의 휴대폰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뜬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방금 죽음을 피해가셨습니다.』


* * * *


“다음 소식입니다. 약 한 달 전 출소했던 연쇄살인범 고동만 씨가 어제 새벽 4시 35분. 자택 지하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현장에 나가 있는 김강호 기자입니다.”


화면이 넘어간다. 고동만의 사치스러운 주택 앞으로 다급한 기자의 얼굴이 보인다.


“저는 지금 한 달 전 출소했던 고동만 씨의 자택 앞에 나와 있습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시체가 발견된 자택의 지하실이 과거 범행을 자행하던 고문실과 똑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는 것에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현재는 경찰이 내부 취재를 막은 상태이지만, 경찰의 첫 조사 보고에 따르면 전신의 타박상과 두개골을 부수고 들어간 날카로운 흉기를 토대로 사인을 타살로 보고 있습니다.”


텔레비전이 꺼진다.

어두컴컴한 공간에 적막이 흐른다. 한동안 무거운 침묵이 눌러앉은 공간에 창석이 먼저 입을 뗐다.


“대타 구한겨?”


자윤이 착잡한 얼굴로 답한다.


“응. 어쩔 수 없었어. 훼손이 너무 심해서.”

“허긴. 아가 몸이 저런디 녀석이라고 멀쩡할 리가 없지.”

"그래도 비가 와서 다행이었어."


자윤이 고개를 돌려 창석의 방안을 바라본다. 살짝 열린 문틈으로 인공호흡기를 차고 잠들어 있는 현의 얼굴이 언뜻 보인다.


“일어날까?”

“몰러. 여기까지 혼자 온 것도 신기혀.”

“왕박사는 뭐래?”

“무얼. 똑같지 뭐.”

“똑같이 뭐래?”


창석이 이상하다는 눈으로 자윤을 바라본다.


“이상혀. 왜 그런 걸 물어. 뒤지면 끝인 거 알잔여.”

“그러니까 왕박사가 뭐라 했냐고!”


자윤이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그녀의 목소리가 좁은 창석의 방에 침묵을 완전히 날려버렸다.


“두 번 혀 찼어. 됐니?”

“두 번······이나?”

“그려.”


자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백이수는?"

"갸? 알아보고 있지. 근데 이쪽 사람은 아닌가벼."

"쟤가 찾던 놈이야. 꼭 알아봐줘."


창석이 입을 오물오물 거린다.


"대웅인?"

"걔도 알아보러 갔어."

"그럼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되잖여."

"아, 쫌!"


테이블이 거칠게 뒤흔들린다. 그러고 자윤은 그냥 벌떡 일어나 나가버린다.


“어디가!”

“왕박사한테!”

“아가!”


창석의 부름에도 자윤은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미닫이문이 신경질적으로 닫치는 소리가 들렸다. 창석은 크게 한숨을 토해냈다.

창석은 테이블 아래에서 현의 칼을 꺼냈다.

참나무를 곱게 갈아 만든 손잡이와 숭어의 배를 닮은 칼날이 빛 하나 없는데도 서슬 퍼렇게 빛났다. 하지만 창석의 눈에는 그 색이 바래고 여기저기 이가 헤진 게 보였다. 창석이 그 칼과 함께 방에 누워있는 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칼 갈아 놓을겨, 그니께 어여 일어나.”


컴컴한 방안에 칼 가는 소리가 조용히 퍼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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